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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기자신문] 신춘문예 출신 작가 송정자의 '하심주'
    하심주 송정자/수필가, 진구일보 신춘문예 당선 입하가 되면 감자의 환갑날이라 하는 하지에 이른다. 그 시기가 지나면 감자알이 더 이상 굵어지지 않고 줄기가 시들어 얼른 캐주어야 한다. 매미소리가 대서를 알려주는 장마가 끝나면, 여름 무더위가 절정에 달하는 절기가 시작 된다. 삼복지간 땡볕에는 입술에 붙은 밥알도 무겁다는 속담이 있다. 정조 때의 다산 정약용이 살았던 명례방은 지금의 충무로와 명동 일대로 수레바퀴와 말발굽소리가 시끄러웠다고 한다. 다산의 집 마당 돌담에 대나무로 만든 담장, 죽란이 있었다. 다산이 궐에서 퇴청한 후에는 대나무 울타리를 거닐며 하루의 고단함을 이 곳에서 씻기도 했다. 다산은 마음 맞는 선비들과 일 년에 수차례 꽃을 보고 자연을 즐기며 시를 짓는 ‘죽란시사’라는 모임을 가졌다. 다산이 지은 이름이다. 술과 안주, 붓과 벼루를 차려놓고 술을 마시고 달을 보며 시를 지었다. 다산은 정원 곳곳에 사계절 꽃을 보는 재미에 철마다 벗들을 불렀는데. 행여 오가는 그들에 의해 꽃이 다칠까 대나무 울타리를 쳤다고 해서 그 이름이 죽란시사가 되었다. 복달임을 하는 복날에는 더위를 피해 숲을 찾고 물가를 찾아 그곳에다 자리를 깔고, 선비들은 피서를 핑계로 술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 때 마시는 술이 하심주다. 여름을 즐기는 사치라고 할까. 고급 풍류의 으뜸인 하심주는 연잎을 통과시켜 연 줄기 속으로 흘러들게 해서 구멍이 뚫린 연대를 돌려가며 받아 마시는 술이다. 연잎을 둥근 쟁반처럼 오목하게 둘러싸서 술을 따른 후, 연잎 줄기 속을 송곳으로 찔러 술이 줄기를 타고 내려오게 한다. 쪼르르 빗방울처럼 연잎을 따라 똑똑 굴러 떨어지는 술 방울을 마시며 연꽃처럼 세 속에 때 묻지 않는 일심동체를 다졌을까. 그 함지박 만한 연잎을 술잔으로 쓸 생각을 어찌했을까. 그 맛은 맑고 서늘했다고 한다. 여름이면 동틀 무렵 서련지에 조각배를 띄우고 잘 여문 연꽃잎이 마침내 ‘북’ 하고 터지는 소리를 듣는 청개화성의 풍류를 즐겼다. 한여름에 연꽃이 필 때 그 개화성을 듣고자 새벽부터 길을 나서던 풍류를 상상이나 하겠는가. 꽃망울이 어른 주먹보다 컸으니 꽃잎 터지는 소리가 선명하고도 청량했을까. 마침내 연잎이 다투듯이 터지는 백화제방百花齊放의 개화를 바라보며 연향에 취하는 이른 아침의 풍경은 얼마나 멋졌을까. 군무를 하듯 일렁거리는 연잎들 사이로 살그머니 노를 저어 길을 내고, 죽란시사 벗들은 연꽃 틈 사이에 귀를 대고, 눈을 감고, 숨을 죽였으리라. 연꽃이 필 때 청량한 미성을 내며 꽃잎을 틔우는 탄생의 소리는 또 어떠했을까. 마치 한 방울의 아침이슬이 또르르 구르는 소리, 꽃이슬을 마음속에 떨어뜨리는 듯한 청량감, ‘청개화성’을 즐기던 그윽한 멋이 당시 다산과 벗들이 즐기던 풍류였다. 원주에 살고 있는 친구 집에 갔을 때다. 함께 법천사지에 다녀오는 길에 친구가 연 밭에서 연잎을 몇 장 따주었다. 차곡차곡 한 장씩 신문지에 켜켜이 끼워 냉동실에 보관했다가 삼계탕이나 수육 삶을 때 같이 끓이면 고기 잡내를 없애주어 맛이 담백하다고 일러주었다. 사찰음식에 조예가 깊고, 음식솜씨가 뛰어난 친구 덕에 생각지도 않은 연잎을 가져왔다. 부피가 커서 작은 잎을 골라 따왔는데 신문지 한 장을 거뜬하게 둘둘 말고도 남았다. 초복에 식구 수만큼 영계를 사서 삼계탕을 끓이기로 했다. 뱃속을 가득 채운 찹쌀이 빠져나오지 않게 닭다리를 반대쪽으로 꼬아서 포갰다. 마늘을 넉넉히 집어 밀양 대추와 은행, 황기, 인삼을 차례대로 넣고 마지막에 연잎 한 장을 솥에 가득 덮어 푹 고았다. 연잎을 넣었을 때와 넣지 않았을 때와는 눈으로 봐도 확연한 차이가 났다. 뿌옇게 떠오르는 부유물을 걷어 내기 바빴는데 갈변한 연잎을 걷어낸 뽀얀 국물은 거짓말처럼 말간데다 닭 비린내까지 말끔하게 잡아주어 연잎의 효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다산과 벗들은 세밑이나, 분속에 심어둔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릴 때, 살구꽃, 복숭아꽃이 피면 꽃에 앉은 봄을 보기 위해, 한여름 참외가 익으면 나눠먹기 위해 만났다고 한다. 서지에 연꽂이 피기 시작하면 완상하기 위해 또 만났다. ‘국화가 피면 모이고, 눈이 내리면 모인다. 술과 안주, 붓과 벼루를 차려놓고 술 마시며 시를 짓는데 이바지 한다’ 죽란시사첩에 기록된 모임에 관한 규약이다. 세상에 이보다 아름다운 규칙이 있으며 그에 버금가는 풍류가 또 있을까. 연꽃 터지는 소리가 날 때, 연잎에 구멍을 뚫어 하심주 한잔 나누고 싶은 친구를 나는 가졌을까. 계절이 바뀔 때 절기에 따라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여행을 같이 가고 싶은 친구, 영화를 함께 보고 싶은 친구, 맛난 음식을 먹을 때 생각나는 친구, 시원한 생맥주 한잔 앞에 두고 싶은 친구가 있다. 연잎은 발수성이 좋아 조금만 흔들어도 빗방울이 미끄럼 타듯 흘러내린다. 진흙 속에서도 결코 흙을 묻히지 않는 절대적인 시크릿이다. ‘언제나 연꽃처럼’이라는 서각 작품을 멋들어지게 새겨준 친구, 연밭에서 연잎을 따서 건네준 친구, 연꽃을 좋아하고 연꽃을 닮은 그 친구가 생각나는 여름이다. 올여름 서울이 가장 수위가 높았던 극악한 무더위를 기록했다. 한더위에 하심주를 나누는 죽란시사 일원은 아니더라도, 친구가 따 준 연잎을 띠워 복달임이라도 했으니 친구 덕에 삼복더위 복날 땜은 했다고 칠까. ▼송정자 한국수필 등단. 지구일보 신춘문예 당선, 한국수필가협회, 한국수필작가회, 미리내수필문학회 회원, 동대문문인협회 감사, 정독도서관 다스림서울 동인, 설총문학상, 동대문문학상, 제3회 권대근문학상 수상, 수필집 『f홀의 위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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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4-11
  • [대한기자신문]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 이 한 편의 시, 남현설 '박카스'
    박카스 남현설/ 시인, 에세이문예 편집차장 효과는 있었다 작은 병 하나로 밤을 통과하는 일 누군가 비워 둔 자리 시간이 스며든다 부족한 인원 늘어난 공정 사이 설명 없이 움직인다 뚜껑을 여는 순간 규정은 잠잠하다 카페인은 눈을 앞으로 당기고 당분은 다음 순서를 옮긴다 익숙하다 타우린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얼굴이 붉어지면 괜찮다는 판단 이의는 없다 회복이라는 단어는 여기서 필요하지 않다 유지되면 충분하다 아침이 오면 효과는 끝나고 이후는 각자의 것으로 작업대 옆 빈 병 하나 밤을 넘긴 기록이다 계산되지 않은 시간이다 ▶약력 포항 출신, 2023년 에세이문예 시 등단, 2025년 에세이문예 수필 등단, 2024년 에세이문예작가상 수상, 2025년 제1회 진리와 표현문학상 수상, 한국본격문학가협회 부회장, 권대근문학상운영위원회 사무국장, 사)국제pen한국본부 부산지역위원회 이사, 에세이문예 편집간사, 다스림부산 동인, 녹조근정훈장 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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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4-11
  • [Корейская газета для журналистов=대한기자신문] 일리야 니츠키(имя не верно (Ilya Kernitskii) , 한국에 동서남북 선보여
    [대한기자신문 이강문 기자] 한중교류촉진위원회가 러시아의 저명한 회화 예술가 일리야 니츠키( имя не верно (Ilya Kernitskii))의 한국 관객들에게 러시아 유화 예술의 깊이를 선보인다. 그의 추상 유화 스타일을 아우르며, 색채와 감성이 넘치는 예술 세계로 관객들을 안내할 예정이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신비로움, 그리고 추상 미술의 매력과 힘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기회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창호 한중교류촉진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작품 ‘동서남북’은 한국과 러시아의 문화 교류를 위한 중요한 매개체"라며, "한국 관객들이 러시아 유화 예술을 가까이에서 감상하고 러시아 고유의 문화적 매력과 예술적 스타일을 경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러한 예술적 교류가 양국 국민 간의 상호 이해와 우정을 심화시키고 한국-러시아 관계 발전을 위한 견고한 문화적 토대를 마련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리야 니츠키(본명: 일리야 예브게니예비치 크르니츠키) 작가는 1980년 러시아 하바롭스크에서 태어나 극동주립예술대학교 등을 졸업했다. 러시아 예술가 연합 및 러시아 예술가 창작 연합 회원이며, 2015년 러시아 예술가 창작 연합 은메달을 수상한 바 있다. 특히 2018년부터는 허베이 미술 아카데미에서 회화 강사로 재직하며 중국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그의 작품은 러시아, 중국, 미국, 일본, 한국 등 여러 국가의 미술관과 개인 소장품으로 소장되어 있으며, 다수의 개인전 및 단체전을 통해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имя не верно (Ilya Kernitskii) представляет «Восток, Запад, Юг, Север» в Корее [Корейская журналистская газета, корр. Кан Мун] Комитет по содействию корейско-китайскому обмену представляет корейской публике глубины русского живописного искусства выдающегося русского художника имя не верно (Ilya Kernitskii) Его стиль абстрактной живописи охватывает зрителя миром искусства, наполненным цветом и эмоциями, и позволит насладиться красотой и таинственностью природы, а также одновременно ощутить привлекательность и силу абстрактного искусства. Председатель Комитета по содействию корейско-китайскому обмену Ли Чанхо отметил: «Эта работа «Восток, Запад, Юг, Север» является важным средством культурного обмена между Кореей и Россией», и добавил: «Корейская публика получит возможность ближе познакомиться с русской живописью и ощутить уникальное российское культурное очарование и художественный стиль». Он также подчеркнул: «Такой культурный обмен способствует углублению взаимопонимания и дружбы между народами двух стран, а также поддерживает создание прочной культурной основы для развития корейско-российских отношений». Художник Илья Ницкий (настоящее имя: Илья Евгеньевич Крницкий) родился в 1980 году в Хабаровске, Россия, окончил Дальневосточный государственный университет искусства и другие учебные заведения. Он является членом Союза художников России и Творческого союза художников России, в 2015 году был награждён серебряной медалью Творческого союза художников России. Особенно с 2018 года он работает преподавателем живописи в Академии искусств Хэбэй, развивая глубокие связи с Китаем. Его работы хранятся в музеях и частных коллекциях России, Китая, США, Японии и Кореи, активно участвует в многочисленных персональных и групповых выставка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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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4-10
  • [신간인터뷰] “보이는 중국 너머를 읽어야 미래가 보인다”
    [대한기자신문 김채원 기자] 중국을 안다고 말하는 시대다. 그러나 이창호 저자는 “우리가 보는 중국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단언한다. 신간 『우리가 아는 중국, 우리가 모르는 중국』에서 그는 표면적 정보 뒤에 숨은 구조와 흐름을 짚으며, 한중 관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 이번 책을 집필한 계기는 무엇인가. “현장에서 느낀 가장 큰 문제는 ‘부분적 이해’였습니다. 우리는 중국의 일부 현상만 보고 전체를 판단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은 역사와 정치, 경제, 문화가 유기적으로 얽힌 거대한 시스템입니다. 그 본질을 제대로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 ‘우리가 모르는 중국’이란 무엇을 의미하나. “정보의 부족이 아니라, 해석의 부족입니다. 같은 현상도 어떤 구조 속에서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읽힙니다. 중국은 단순한 국가가 아니라 하나의 문명입니다. 그 흐름을 읽지 못하면 본질에 접근할 수 없습니다.” ◆ 현재 한중 관계를 어떻게 평가하나. “가까우면서도 복잡한 관계입니다. 갈등과 협력이 공존하지만, 양국은 구조적으로 서로를 필요로 합니다. 중요한 것은 감정이 아니라 전략입니다. 냉정한 인식 위에서만 안정적인 관계가 가능합니다.” ◆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통찰은. “시야의 확장입니다. 중국을 고정된 이미지가 아니라 변화하는 존재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책은 독자들이 보다 입체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돕는 하나의 나침반이 될 것입니다.” ◆ 앞으로의 계획과 메시지는. “한중 관계는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저는 그 본질을 계속 탐구하고 전달할 생각입니다. 독자들께서는 단순한 정보에 머물지 말고, 스스로 생각하고 해석하는 힘을 키우시길 바랍니다.” 이창호 저자는 인터뷰 말미에 이렇게 강조했다. “중국을 이해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겉이 아니라 속을 보는 시선’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중연합일보'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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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4-09
  • [대한기자신문] 타고르문학상 대상 작가 이은주 시인 한국본격문학가협회 부회장 선임
    한국 본격문학의 흐름을 이끌어온 한국본격문학가협회(회장 권대근)가 신임 부회장 선임 소식을 발표하며 문단의 이목을 끌고 있다. 협회는 4월 7일부로 시인 이은주를 부회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이번 인사는 창작 역량과 문학적 성취를 두루 갖춘 작가를 중심으로 협회의 전문성과 미래 지향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은주 한국본격문학가협회 부회장 한국본격문학가협회는 매년 경주의 더케이호텔 경주에서 전국 규모의 문학대회를 개최하며, 문학 세미나와 작품 토론회를 통해 회원 작가들의 창작 역량을 높이는 데 주력해왔다. 이러한 지속적인 활동은 개인의 문학적 성장은 물론 한국 문학 전반의 질적 향상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협회를 이끄는 권대근 회장은 중국 하북미술대학 객좌교수로 활동하며 국내외에서 한국문학의 가치를 알리는 데 힘써왔다. 또한 계간 『에세이문예』(한국문화예술위원회 부산문화재단 3년 연속 우수예술 발간 사업 선정)를 발간하며 협회 소속 작가들의 창작 기반을 공고히 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권 회장은 “작가의 성장은 곧 문학의 성장”이라며 “전문성과 비평적 역량을 갖춘 문인을 양성하는 것이 협회의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한국본격문학가협회 신임 부회장으로 선임된 이은주 시인은 2018년 『대한문학세계』를 통해 등단한 이후 꾸준한 작품 활동으로 주목받아왔다. 부산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지역 문단에서도 활발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으며, 에세이문예 부설 문예창작대학원 문학평론반에 수학 중이며, 향토문학제 대상(2018), 전국 짧은 시짓기 공모전 은상(2021), 타고르문학상 대상(2022) 등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시집 『아껴 먹는 슬픔』은 절제된 언어와 깊은 정서로 독자들의 호평을 얻고 있다. 송명화 에세이문예 주간(수필가, 문학평론가)은 “이은주 시인의 합류는 협회에 새로운 감각과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창작과 비평이 균형을 이루는 본격문학의 토대를 더욱 공고히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인사를 계기로 한국본격문학가협회가 어떤 문학적 지평을 확장해 나갈지 문단의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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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4-06
  • [이창호칼럼] 중국을 모르면 미래를 놓친다
    [대한기자신문] 세계 질서의 축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그 중심에 중국이 있다. 이제 중국은 더 이상 ‘가까운 이웃’이라는 수식어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이자, 기술 경쟁의 주체이며, 동시에 국제정치의 변수로 작용하는 복합적 존재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중국을 단편적으로 이해하거나, 익숙한 이미지에 기대어 해석하려는 경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인식의 자체가 곧 현실의 손실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경제는 이미 중국과 깊이 얽혀 있다. 수출과 투자, 원자재와 소비 시장까지, 한국 경제의 상당 부분이 중국과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관계의 밀접함과 이해의 깊이는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 오히려 가까울수록 오해는 더 쉽게 고착된다. ‘알고 있다’는 착각이야말로 가장 위험한 무지이기 때문이다. 정치와 외교의 영역에서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중국은 자국의 이익을 중심으로 한 전략적 행보를 일관되게 이어가고 있다. 이는 특정 시기의 정책 변화가 아니라, 장기적 국가 비전의 연장선에 가깝다. 그 흐름을 읽지 못하면 대응 역시 단편적일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상황을 따라가는 위치에 머물게 된다. 이해 없는 대응은 늘 늦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중국은 단일한 얼굴을 가진 국가가 아니다. 거대한 영토와 인구, 다양한 지역과 계층, 그리고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구조가 공존한다. 도시와 농촌, 국유와 민간, 전통과 디지털이 동시에 움직이는 이중적 구조 속에서 중국은 끊임없이 재편되고 있다. 이러한 복합성을 외면한 채 ‘하나의 중국’으로 단순화하는 순간, 우리는 본질을 놓치게 된다. 기술 분야에서도 중국의 존재감은 이미 무시할 수 없는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 인공지능, 전기차, 플랫폼 산업, 인공위성 등에서 중국 기업들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며 글로벌 경쟁 구도를 바꾸고 있다. 이는 단순한 추격이 아니라, 일부 영역에서는 선도에 가까운 변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과거의 기준으로 현재의 중국을 평가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는 현실을 오판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다. 중국을 이해한다는 것은 단순히 정보를 아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구조를 읽고, 맥락을 파악하며, 변화의 방향을 예측하는 일이다. 다시 말해 ‘지식’이 아니라 ‘통찰’의 문제다. 그리고 그 통찰은 단기간에 얻어지지 않는다. 지속적인 관심과 시습, 그리고 균형 잡힌 선명한 시각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감정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중국을 과도하게 경계하거나, 반대로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태도 모두 현실적이지 않다. 필요한 것은 냉정한 적정선이다. 이해를 바탕으로 한 판단, 그리고 국익에 기반한 선택이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요구되는 자세다. 결국 문제는 선택의 문제로 귀결된다.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중국을 외면할 것인가, 아니면 이해하려 노력할 것인가. 그 선택에 따라 미래의 방향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미 세계는 중국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 속에 들어섰다. 이 흐름을 읽지 못한다면, 우리는 중요한 기회를 놓칠 뿐 아니라 불필요한 위험에도 노출될 수밖에 없다. ‘중국을 모르면 미래를 놓친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그것은 지금 이 시대를 관통하는 하나의 경고이자, 동시에 제안이다. 이해하려는 노력은 곧 준비이며, 준비된 자만이 변화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 이제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중국을 어떻게 볼 것인가가 아니라, 얼마나 깊이 이해할 것인가를 묻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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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외교
    2026-03-19

실시간 문화•스포츠 기사

  • [대한기자신문] 권대근 교수의 시화전 지상 도슨트 투어, 송명화의 시 '미조'
    미조 송명화/ 작가, 문학언어치료학박사, 에세이문예 주간 바다는 노는 소리를 들었다 조각배 한 척이 쉼없이 흔들리고 매달린 부표는 맴을 돈다 고물과 이물의 저 다정한 호음 사는 것 늘 이랬더라면 물결의 변주에 시선을 두다가 일어선다 뚝 듣는 눈물 한 물울 요람에서 듣던 엄마의 심장박동을 무민사 아래 저녁 바다에서 다시 만났다 물에서 태어난 우리 보이지 않는 손을 잊고 숨쉬는 것조차 힘들어하던 미망의 그물 미조항을 들어앉힌다 바다의 리듬에 내 주파수를 맞춘다 도슨트 권대근 교수 송명화 문학언어치료학 박사 ▼해설/ 권대근 교수(중국 하북미술대학 객좌교수) 이 시는 남해의 아름다운 항구 미조항이라는 바다의 외부 풍경을 단순히 묘사하는 데 머물지 않고, 그 리듬을 통해 인간 존재의 근원적 기억으로 나아가는 감각존재형 서정시입니다. ‘노는 소리’, ‘흔들림’, ‘맴’, ‘변주’, ‘심장박동’, ‘주파수’로 이어지는 일련의 표현들은 바다의 물리적 운동을 청각적 신체적 리듬으로 전환시키며, 자연과 인간의 감각을 하나의 흐름 속에 묶습니다. 특히 바다의 파동을 “요람에서 듣던 엄마의 심장박동”으로 전치한 구절은 시 시의 압권이며, 가장 문학적 성취가 빛날 뿐만 아니라, 현재의 풍경을 유년의 기억과 겹치게 하는 시간의 중층구조를 만들어 감동을 견인해 냅니다. 이처럼 감각에서 기억으로, 다시 하이데거의 존재 인식으로 확장되는 흐름은 이 시의 가장 중요한 특징입니다. 특히 청각적 이미지에서 시작하여 촉각적 생리적 리듬으로 이동하고 마지막에는 ‘주파수’라는 개념적 인식으로 확장되는 부분이 매우 이상적인 이 시는 감각에서 사유로 가는 상승구조가 돋보입니다. 시적 장치 면에서 이 작품은 은유의 연쇄와 리듬 중심의 조직이 돋보입니다. ‘고물과 이물의 호음’, ‘물결의 변주’ 같은 표현은 바다를 하나의 음악적 구조로 환원하며, 화자의 인식 역시 그 리듬에 동화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또한 “물에서 태어난 우리”라는 구절은 개인적 체험을 인간 존재 전체의 조건으로 확장시키는 역할을 하며, 마지막의 “내 주파수를 맞춘다”는 표현은 자연과 자아가 조율되는 순간을 현대적 감각으로 형상화합니다. 이 시의 장점은 감각적 이미지와 개념적 사유가 분리되지 않고 유기적으로 결합된 데 있으며, 독자는 이를 통해 바다를 ‘보는’ 것을 넘어 ‘듣고, 느끼고, 기억하는’ 입체적 체험에 이르게 됩니다. 특히 “다시 만났다”는 표현은 단순한 연상이 아니라 잃어버린 근원을 회복하는 사건성을 부여합니다. 이 시는 바다의 리듬을 매개로 이 지점에서 풍경시를 넘어 인간 존재의 기원적 기억을 환기하는 존재론적 서정을 보여줍니다. 그 정점은 ‘심장박동’의 이미지에서 가장 강하게 구현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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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4-12
  • [대한기자신문] 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17) 송명화 ‘눈맛의 깊이, 손맛의 여운’
    [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17) 송명화 ‘눈맛의 깊이, 손맛의 여운’ 최재선의 ‘순례자’ 에세이문예 26년 봄호 송명화/ 문학평론가 최재선의 수필 <순례자>는 계곡물이 강물에 이르는 과정을 따라가며 물의 행위에 의미를 부여하는 성찰적이고 명상적인 수필이다. 이 수필의 서사적 시간은 물의 흐름을 따라 전개된다. 물길을 함께 걸으며 작가는 물을 관찰하고 물에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을 한다. 단순한 체험 서사이지만 장면마다 동서양의 여러 철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의미화, 상상화를 이루어 독자에게 고차원적인 인식의 기회를 제공한다. 권대근 교수가 제시한 수필의 미적범주인 눈맛과 손맛 차원에서 이 수필은, 작가의 존재 탐색이라는 폭넓고 깊이 있는 사유로 인해 눈맛이 탁월하고, 남다른 문장 감수성으로 문장 차원에서 발견되는 손맛 또한 수준 높은 문학성을 담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먼저 눈맛, 즉 주제나 인식 차원의 미의식은 존재의 탐색과 책임 윤리의 실천이다. 작가는 생을 떠받치는 구도자이며 어머니의 신성을 지닌 존재로서의 물을 그린다. “윤슬로 빛나는 물은 자만하지 않고, 그냥 흐르는 물은 질투하지 않으며, 이들은 삼보일배의 자세로 순례의 강을 걷는다”와 같은 문장은 노자의 물 철학과 레비나스의 타자철학을 반영한다. 겸손과 타자에 대한 무한 책임이 핵심이다. 거기다 물이 관계하는 세상은 인간과 비인간이 능동적으로 관계하는 공존과 상호의존의 세계로 그려진다. 이런 라투르의 행위소네트워크 이론에서 제시한 신유물론적 사고까지도 적용되어 폭넓은 철학적 깊이를 확보하고 있어 성찰수필로서 의미가 크다. 특히 강가에 매인 작은 배를 불화의 강을 화합의 장으로 되돌리는 순접접속어로 보는 문단은 눈맛이 가장 고조되는 부분이다. “언제까지 우리라 하지 않고 전라도, 경상도 타령하며 살 텐가”라는 구도자의 호령이 혼탁한 인간사에 메스를 들이댄다. 편을 가르고 배척하는 역접의 문화를 향한 사자후다. 수필을 ‘사회적 긴장을 드러내는 미학적 장치’라고 보는 아도르노의 철학을 깔고, 갈등 극복과 화합의 메시지를 담고 윤리적 각성을 촉구하는 예리한 눈맛, 작가의식은 이 작품의 백미다. 형식이 내용의 의미를 효과적으로 지지하며 문학성을 견인한다. <순례자>는 대단한 손맛으로 고급문학의 형식을 구축하고 있다. 시적 함축이나 비유를 능숙하게 이용할 뿐만 아니라 문장의 호흡을 중시한 깔끔하고 우아한 수필적 문장 형식은 몇 번이고 다시 읽으며 문장을 즐기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수필은 이미지가 공명하는 구체화의 장이 되면 문학성이 훨씬 강해진다. 이 수필은 제목부터 상징적이다. 생명과 생성, 치유로 상징되는 원형적 이미지인 물을 순례자이며 구도자로, 물길 따라 걷는 작가를 물의 순례를 해석하고 의미화하는 존재이자 깨달음의 수혜자라는 이원적인 존재로 디자인함으로써 단조로울 수 있는 순행적 구조를 탈피한다. 문학은 문장의 예술이다. 탁월한 문장력으로 최재선은 독자도 순례자로 만들어버린다. 신선한 아포리즘들이 곳곳에 포진하여, 물이 내 몸을 통과해 해우소까지 가는 발걸음조차 순례의 길이라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사유해야 할 어떤 책임 의식을 불러일으키는 데까지 독자를 이끄는 힘을 그는 문장으로 보여준다. <순례자>의 문장은 물처럼 흐른다. 읽는 행위 자체에 물의 운동성이 문장에 그대로 드러난다. ‘적막이 곳곳에 탑을 쌓고 있다’, ‘재첩국에도 산문을 나온 수도자가 여럿 계신다’ 등의 참신한 표현, 고급스러운 문장과 리듬으로 깊은 사유체계에 독자가 저항 없이 빠져들게 한다. 마지막 문단, “마른 목을 적신다. 몸 구석구석에서 물의 발소리가 들린다”로 제시한 지배적 정황이 갖는 힘은 대단하다. 독자의 정서에 떨림을 안기는 정동적 표현을 능숙하게 사용하여 독자의 사고를 열어젖힘으로써 독자의 마음에 오래 울림을 남기는 문학적 성취를 이루었다. 행간의 여백이 가지는 미학을 활용하고, 간명한 비유로 문장의 밀도를 높이는 최재선은 수준 높은 기교를 구사하는 문장의 연금술사다. 권대근 교수의 저서 『문장가로 가는 길』의 권두언에는 “글을 쓰려면 먼저 문장가가 되어라”라는 문장이 나오는데, 최재선은 그런 면에서 선두그룹에 위치한다고 해도 무리가 없겠다. 수필 <순례자>는 사유의 깊이와 표현의 능란함으로 문학적 성취를 이룬 본격수필이다. 다양한 철학에 기반하여 존재를 탐색하고, 탐색과 미적 진보라는 타자지향적 사고를 바탕으로 인식 차원의 맛을 확보하였으며, 뛰어난 기교로 체험과 정서의 문학적 형상화를 이룸으로써 미의식 차원의 멋을 확보하였기에 명수필의 반열에 올린다. ■송명화 주요 약력 △수필가, 문학평론가, 문학언어치료학 박사 △경남 남해 출신 △전남일보 신춘문예 수필(2005) △에세이문예 문학평론(2010) △제8대 국제PEN한국본부 부산지역위원회 회장, 초대 한국본격수필비평가협회 회장 △한국도서비평가협회 부회장, 계간 [에세이문예] 주간, 사)부산광역시문인협회 부이사장, 부산교대 평생교육원 문예창작반 지도교수 △수필집 <순장소녀>(세종도서), <꽃은 소리 내어 웃지 않는다>(문학나눔), <나무의 응시 풀의 주름>(아르코창작기금) 등 6권 △이론서 <본격수필 창작이론과 적용> △김만중문학상(수필), 우하박문하문학상(평론), 한국에세이평론상(평론), 평사리문학대상(수필), 신격호샤롯데문학상 대상(수필) 등 수상 ■최재선 <순례자> 비발디의 ‘사계’ 가운데 겨울은 장엄하게 끝난다. 이 계절의 끝에 들른 쌍계사. 적막이 곳곳에 탑을 층층이 쌓고 있다. 산사를 몇 걸음 벗어나 만난 계곡, 동안거를 마친 물이 산문 밖으로 나선다. 물은 수도자이다. 외도하지 않고 갈 길만 간다. 아랫마을 어느 집에 사람 소리가 여러 가닥으로 들린다. 반가운 손이 몰려온 성싶다. 주고받는 말 빛이 차지고 따숩다. 주인인 듯싶은 사람이 불에 찻물을 올린다. 동안거를 마친 물 몇 방울도 이곳에 합세하여 끓는다. 물의 체온이 어느 정도 가라앉자 주인이 찻잎을 넣는다. 푸노랗게 우러나는 녹차. 대여섯 손이 눈빛을 맞추며 차를 마신다. 커피를 마실 때는 후루룩이란 후렴을 한가닥 풀어도 별로 민망하지 않다. 다리를 꼬고 삐딱이 앉아서 마셔도 눈밖에 벗어나지 않는다. 커피를 마시다 좀 노닥거리며 손전화 문자를 들춰도 된다. 차는 다르다. 적어도 몸을 바르게 하고 마셔야 한다. 책을 읽듯이 오감으로 대해야 차 맛을 제대로 읽어낸다. 화개 녹차를 마셔 온 지 스무 해쯤 될까. 한 집 건너 한 집이 카페인 요즘, 녹차는 커피에 밀려 불자나 마시는 차가 되고 말았다. 녹차를 오래 마셔온 내력에 기대면, 머리를 맑게 하고 쓸데없이 튀는 흥분을 가라앉힌다. 글감이 안갯속 같을 때 녹차가 글 길을 놓으며 쓸거리를 데려온다. 녹차를 즐겨 마시면 해우소 가는 일이 번거롭지만. 아니나 다를까, 어느 손이 해우소에 들른다. 찻물로 손의 몸속을 순례했던 물이, 해우소 밖으로 나와 길을 걷는다. 화개장터. 재첩국 한 사발을 시켜 점심으로 입치레를 한다. 말갛게 몸을 푼 재첩국에도 산문을 나온 수도자가 여럿 계신다. 아낌없이 주는 게 나무뿐이랴. 곰곰이 들여다보면, 물도 우리를 위해 소신공양을 얼마나 많이 하고 있는가. 물같이 걸으려고 맘먹고 나선 길. 화개장터에서 하동 쪽으로 이어진 섬진강 백 리 길로 발을 들인다. 과분하게도 수도자와 동행하면서. 화개는 차 반, 물 반인 차와 물의 마을이다. 섬진강 옆구리마다 차밭이 이어진 문장으로 오래 겹친다. 여러 물이 발길을 섬진강으로 들이지 않고 차밭으로 돌린다. 겨우내 물길을 닫았던 차나무 가지의 수로를 열고 겨울잠 든 찻잎을 깨운다. 눈을 부스스 비비며 선잠에서 깨어나는 찻잎. 벚꽃 뜨는 시절에 맞춰 연둣빛 웃음을 매달리라. 차밭 예제에 청매화가 서둘러 봄을 맞고 있다. 몇 촉씩 꽃망울을 트고서. 물은 공정한 방문자이다. 키 낮은 나무나 큰 나무를 차별하지 않고 혈관의 피로 흐른다. 제 살의 반을 세월에 깎이고 바람에 벗겨진 청매화 한 그루가 고단하게 서 있다. 몸이 성성한 나무보다 꽃을 많이 피운 힘은 어디에서 생겼을까. 물이리라. 물길을 반 이상 잃고도 물의 방문자를 후덕하게 받아들이는 포용력. 당신의 몸은 성성하지 못해도 새끼를 대충 기르지 않겠노라는 모성애를 물이 결속하지 않았을까. 섬진강 변의 차와 매화는 대숲이 겨울 강바람을 막아준다. 대나무는 평생을 수도자로 산다. 속을 완전히 비우고 강바람이 부는 대로 춤을 춘다. 이 춤의 배경음악은 물의 노래이다. 대숲에서 부는 바람은 물 냄새를 품고 있어 가슴을 맑게 씻어준다. 섬진강변은 아직 겨울인데도 온통 초록의 향연이다. 녹차, 청매화, 대숲, 물빛이 한 측근으로 어울리어 풍경을 이룬다. 대숲이 마침표를 찍자 눈앞에 온전히 펼쳐지는 섬진강, 바위에 백로 한 마리가 물을 읽고 있다. 천 길 물속은 물만이 안다. 삶을 부정한 사람은 강물로 흐르지 못한다. 만날 힘들어 죽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은 강에 이를 힘이 없다. 꿈은 입버릇대로 이루어진다고 하지 않는가. 누군가를 짓밟고 위로 오른 사람은 언젠가 추락하고 만다. 심신을 청아하게 다스린 물이 사람 사는 마을의 밥물이 된다. 반갑게 찾아온 귀한 사람에게 내놓는 찻물이 된다. 목마른 길손을 위로한다. 무엇인가를 애타게 꿈꾸면 갈증이 나기 마련. 갈증은 물의 부재로 인해 생기는 통증이다. 강 건너편에 있는 배 한 척. 강이 전라도와 경상도를 나누기도 하지만, 두 땅의 문장을 잇는 접속어가 되기도 한다. 배는 순접 접속어다. 언제까지 우리라 하지 않고 전라도, 경상도 타령하며 살 텐가. 동안거를 마친 물이 힘을 모아 흐르는 섬진강은 단순한 물줄기가 아니라 생명이다. 다른 강에서는 사라진 참게나 은어가 이 강에서는 아직도 터를 잡고 산다. 깨끗한 물에서만 사는 재첩도 눈을 뜨고 있다. 땅은 기름지다. 짤막한 해가 건넛산 봉우리에 걸치자, 햇빛에 비친 물이 일제히 반짝인다. 한순간이지만 윤슬로 빛나는 물이 있고, 묵묵히 흐르는 물도 있다. 윤슬로 빛나는 물은 자만하지 않고 그냥 흐르는 물은 질투하지 않으며. 이들은 삼보일배의 자세로 순례의 강을 걷는다. 걷고 흐르며, 목마른 까마귀 떼의 목을 축이거나 어부의 배를 떠받칠 것이다. 마른 목을 적신다. 몸 구석구석에서 물의 발소리가 들린다. ▮최재선 주요 약력 △ 시인, 수필가, 문학박사 △ 저서 : 시집 『문안하라』 외 7권, 시조집 『우두커니』 외 1권, 수필집 『경전』 외 6권. 글쓰기 이론서 『글쓰기의 황홀』 등 △ 해양문학상, 연암박지원문학상, 교육부장관상(대학 글쓰기 교육 시스템 개발) 수상 △ 전) 한일장신대학교 글쓰기 교육 전담 교수 △ 현) 한일장신대학교 객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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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4-12
  • 국제pen한국본부 부산지회(회장 김월강) 부산펜시화전 도슨트(권대근 교수) 투어 개최
    [대한기자신문] 국제pen한국본부 부산지역위원회(회장 김월강)는 오는 4월 13일 월요일 부산 동래구 온천천 부산펜시화전시장에서 2026년 부산펜시화전 도슨트 투어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전시된 회원들의 작품을 해설해주는 도슨트는 부산펜 명예회장인 문학평론가 권대근 교수가 맡는다. 이날 부산펜사무국에서는 시화집 시집 200권을 시민들에게 나눠줄 예정이고, 행사를 마치면 근처 펜사무실로 가서 시낭송회 및 차담회를 갖는다. 도슨트 투어 참석자는 양은순 상임고문(시인, 문화와 문학타임 발행인), 송명화 상임고문(문학평론가, 에세이문예 주간), 김월강 회장(시인, 금어사 주지 스님), 김정애 부회장(평론가, 부산수필문학협회 회장), 최순덕 부회장(수필가, 평론가), 윤교숙 부회장(시인), 이종래 사무부회장(시인), 황인숙 사무국장(시인), 김예순 이사(시인), 장정애 이사(시인, 에세이문예 편집차장), 남현설 이사(시인, 권대근문학상운영위원회 사무국장), 박혜경 이사(시인), 유상순 이사(시인)이다. 김월강 회장 한국본부는 1954년 10월 23일 창설되었고, 1955년 6월 오스트리아 빈의 제27차 세계연차대회에서 정식 회원국으로 가입, 그 해 7월에 인준을 받았다. 세계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우리 민족의 예술과 문화를 소개함으로써, 세계 각 국민들과 문화적으로 국제친선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 도슨트 권대근 교수 국내의 우수 문학작품을 번역, 국제펜클럽을 통하여 세계 각국에 소개하며, 한국의 고유 문화와 전통 문화 등을 교류한다. 창설 당시의 구성원은 변영로(卞榮魯) 주요섭(朱耀燮) 모윤숙(毛允淑) 이헌구(李軒求) 김광섭(金珖燮) 이무영(李無影) 등이다. 1954년 영국에 다녀온 모윤숙을 중심으로 이들이 모여 발기인대회(1954.9.15) 총회를 열어 초대 위원장에 변영로, 부위원장에 모윤숙 김기진(金基鎭), 사무국장에 주요섭을 각각 선출하여 결성되었다. 1957년 일본 동경에서 열린 제29차 대회 때는 각국 대표 17명을 초청하여 문화 교류를 가지기도 하였고, 1970년 6월 28일에는 제37차 세계대회를 한국본부가 주관하여 개최했다. 이 대회에는 33개국에서 온 157명의 외국 대표와 우리 대표 60여 명이 모여 <동서문학의 해학>이라는 주제로 7일간 토의했으며, 여기서 아시아 번역국(飜譯局)을 우리 나라에 설치하게 되었다. 올림픽이 열린 1988년에 다시 제52차 펜총회를 서울에 유치해서 개최한 바 있다. 1957년부터 한국번역문학상 제도를 마련, 매년 여러 출판사의 번역작품들 중에서 가장 우수한 작품을 선정, 번역문학상을 시상하고 있다. 제1회 수상자는 ≪거인 巨人≫을 번역한 강봉식(康鳳植)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소설을 영어로 번역한 영문소설집 ≪Collected Short Stories from Korea≫도 발간했으며, 1962년에는 영문기관지 ≪The Korea PEN≫을 발행하기 시작했고, 아시아작가회의를 서울에서 열기도 하였다. 또, 1963년부터 아시아재단의 후원으로 문학강습회도 개최한 적이 있었고, 한국일보사의 후원으로 전국 각지를 순회하며 매년 강연회를 열었으며, 외국센터의 협조로 시화전을 열기도 하였다. 1965년 7월에는 한국문학사상 처음으로 아시아재단의 도움으로 본부 안에 펜작가기금위원회가 생겨, 문인들의 생활 보조비와 연구비를 지급하여 작품 집필에 전념하게 하는 사업을 시작하였다. 1977년부터 우리나라 문학작품을 대상으로 하여 각 장르별로 한 해 동안의 우수작을 선정, 한국펜문학상을 시상하고 있다. 1992년부터 지역사회의 문학 진흥과 활성화를 위해 매년 정례 세미나를, 1994년부터 한국 문학의 세계화를 위한 논의를 위해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있다. 국제펜한국본부의 역대 회장은 변영로 정인섭(鄭寅燮) 주요섭 모윤숙 백철(白鐵) 전숙희(田淑禧) 문덕수(文德守) 이상문, 성기조, 손해일, 김용재 등이며, 현재 회장은 심상옥이다. 간행물로 계간지 ≪펜문학≫을 1985년 가을에 창간하였다. 한편 한국 문학의 세계화를 위한 10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1996년 한국 문학의 정보를 해외에 홍보하는 영문 저널 계간 ≪KOREAN LITERATURE TODAY≫를 창간했다. 1998년 당시 회원수는 1,300여 명이었다. 국제펜한국본부 부산지역위원회는 김석규 고문, 박송죽 고문, 변종환 고문, 양은순 상임고문, 권대근 상임고문, 송명화 상임고문을 두고 있으며, 회장은 김월강이며, 중구청과 함께 중구거리시축제를 열어오다가 몇 년 전부터 중단되었고, 23년부터 부산펜이 독자적으로 땅뫼산 산책로에 시화전을 개최해왔으며, 올해부터는 장소를 옮겨 세계 시의 날을 기념하여 온천천에서 부산펜시화전을 개최하고, 시화를 두 달간 전시하고 있다. 작년부터는 도슨트 투어를 열어 부산펜 회원들의 시를 분석하고 해설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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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4-12
  • [한빛강단] 시작의 이름, 이어지는 사명
    [한빛강단] 시작의 이름, 이어지는 사명 본문: 역대기상 1장 1절 “아담, 셋, 에노스” [대한기자신문 김채원 기자] 성경은 장대한 이야기로 시작하지 않습니다. 놀라운 기적이나 장엄한 선언이 아니라, 단 세 이름으로 문을 엽니다. “아담, 셋, 에노스.” 이 짧은 구절은 인류의 시작이자, 하나님께서 이어가시는 구원의 역사입니다. 아담은 시작입니다. 흙으로 빚어진 존재이지만 하나님의 생기를 받아 살아난 존재, 인간의 근원이자 하나님의 형상을 담은 존재입니다. 셋은 회복의 이름입니다. 죄와 상실 이후 하나님께서 다시 이어주신 희망의 줄기입니다. 에노스는 연약함을 뜻합니다. 인간이 얼마나 유한한 존재인지를 드러내는 이름입니다. 이 세 이름 속에는 우리의 인생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는 아담처럼 시작하고, 셋처럼 다시 일어서며, 에노스처럼 연약함을 고백하는 존재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하나님께서 그 이름들을 끊지 않으시고 이어가신다는 사실입니다. 인생은 때로 단절된 것처럼 보입니다. 실패와 상실, 후회와 아픔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끝난 존재로 여기기도 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렇게 보지 않으십니다. 이름을 기록하시고, 그 이름을 통해 새로운 역사를 이어가십니다. 오늘 우리의 이름도 그 계보 속에 있습니다. 비록 작고 보잘것없어 보일지라도,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삶을 기억하시고, 당신의 뜻 안에서 이어가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낙심할 이유가 없습니다. 우리의 시작이 어떠했든, 지금이 어떠하든, 하나님 안에서 우리의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여러분의 이름을 소중히 여기십시오. 그것은 단순한 호칭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부르시는 생명의 기록입니다. 그리고 그 이름을 통해 하나님께서 이루실 내일을 기대하십시오. 시작의 이름이 결국 사명이 됩니다. 하나님은 오늘도 우리의 이름을 부르며 역사를 내려가고 계십니다. [기도문] 사랑의 하나님 아버지, 아담과 셋과 에노스의 이름을 통해 우리 인생의 시작과 연약함, 그리고 회복을 깨닫게 하심에 감사드립니다. 우리의 삶이 때로는 부족하고 흔들릴지라도 하나님께서 우리의 이름을 기억하시고 끊지 않으시며 이어가심을 믿게 하옵소서. 낙심하지 않게 하시고, 우리의 삶이 주님의 뜻 안에서 귀한 사명으로 이어지게 하옵소서. 오늘도 우리를 부르시는 주님의 음성에 순종하며 살아가게 하시고, 우리의 이름이 하나님 나라의 역사 속에 귀하게 쓰임 받게 하옵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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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4-12
  • [대한기자신문] 신춘문예 출신 작가 송정자의 '하심주'
    하심주 송정자/수필가, 진구일보 신춘문예 당선 입하가 되면 감자의 환갑날이라 하는 하지에 이른다. 그 시기가 지나면 감자알이 더 이상 굵어지지 않고 줄기가 시들어 얼른 캐주어야 한다. 매미소리가 대서를 알려주는 장마가 끝나면, 여름 무더위가 절정에 달하는 절기가 시작 된다. 삼복지간 땡볕에는 입술에 붙은 밥알도 무겁다는 속담이 있다. 정조 때의 다산 정약용이 살았던 명례방은 지금의 충무로와 명동 일대로 수레바퀴와 말발굽소리가 시끄러웠다고 한다. 다산의 집 마당 돌담에 대나무로 만든 담장, 죽란이 있었다. 다산이 궐에서 퇴청한 후에는 대나무 울타리를 거닐며 하루의 고단함을 이 곳에서 씻기도 했다. 다산은 마음 맞는 선비들과 일 년에 수차례 꽃을 보고 자연을 즐기며 시를 짓는 ‘죽란시사’라는 모임을 가졌다. 다산이 지은 이름이다. 술과 안주, 붓과 벼루를 차려놓고 술을 마시고 달을 보며 시를 지었다. 다산은 정원 곳곳에 사계절 꽃을 보는 재미에 철마다 벗들을 불렀는데. 행여 오가는 그들에 의해 꽃이 다칠까 대나무 울타리를 쳤다고 해서 그 이름이 죽란시사가 되었다. 복달임을 하는 복날에는 더위를 피해 숲을 찾고 물가를 찾아 그곳에다 자리를 깔고, 선비들은 피서를 핑계로 술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 때 마시는 술이 하심주다. 여름을 즐기는 사치라고 할까. 고급 풍류의 으뜸인 하심주는 연잎을 통과시켜 연 줄기 속으로 흘러들게 해서 구멍이 뚫린 연대를 돌려가며 받아 마시는 술이다. 연잎을 둥근 쟁반처럼 오목하게 둘러싸서 술을 따른 후, 연잎 줄기 속을 송곳으로 찔러 술이 줄기를 타고 내려오게 한다. 쪼르르 빗방울처럼 연잎을 따라 똑똑 굴러 떨어지는 술 방울을 마시며 연꽃처럼 세 속에 때 묻지 않는 일심동체를 다졌을까. 그 함지박 만한 연잎을 술잔으로 쓸 생각을 어찌했을까. 그 맛은 맑고 서늘했다고 한다. 여름이면 동틀 무렵 서련지에 조각배를 띄우고 잘 여문 연꽃잎이 마침내 ‘북’ 하고 터지는 소리를 듣는 청개화성의 풍류를 즐겼다. 한여름에 연꽃이 필 때 그 개화성을 듣고자 새벽부터 길을 나서던 풍류를 상상이나 하겠는가. 꽃망울이 어른 주먹보다 컸으니 꽃잎 터지는 소리가 선명하고도 청량했을까. 마침내 연잎이 다투듯이 터지는 백화제방百花齊放의 개화를 바라보며 연향에 취하는 이른 아침의 풍경은 얼마나 멋졌을까. 군무를 하듯 일렁거리는 연잎들 사이로 살그머니 노를 저어 길을 내고, 죽란시사 벗들은 연꽃 틈 사이에 귀를 대고, 눈을 감고, 숨을 죽였으리라. 연꽃이 필 때 청량한 미성을 내며 꽃잎을 틔우는 탄생의 소리는 또 어떠했을까. 마치 한 방울의 아침이슬이 또르르 구르는 소리, 꽃이슬을 마음속에 떨어뜨리는 듯한 청량감, ‘청개화성’을 즐기던 그윽한 멋이 당시 다산과 벗들이 즐기던 풍류였다. 원주에 살고 있는 친구 집에 갔을 때다. 함께 법천사지에 다녀오는 길에 친구가 연 밭에서 연잎을 몇 장 따주었다. 차곡차곡 한 장씩 신문지에 켜켜이 끼워 냉동실에 보관했다가 삼계탕이나 수육 삶을 때 같이 끓이면 고기 잡내를 없애주어 맛이 담백하다고 일러주었다. 사찰음식에 조예가 깊고, 음식솜씨가 뛰어난 친구 덕에 생각지도 않은 연잎을 가져왔다. 부피가 커서 작은 잎을 골라 따왔는데 신문지 한 장을 거뜬하게 둘둘 말고도 남았다. 초복에 식구 수만큼 영계를 사서 삼계탕을 끓이기로 했다. 뱃속을 가득 채운 찹쌀이 빠져나오지 않게 닭다리를 반대쪽으로 꼬아서 포갰다. 마늘을 넉넉히 집어 밀양 대추와 은행, 황기, 인삼을 차례대로 넣고 마지막에 연잎 한 장을 솥에 가득 덮어 푹 고았다. 연잎을 넣었을 때와 넣지 않았을 때와는 눈으로 봐도 확연한 차이가 났다. 뿌옇게 떠오르는 부유물을 걷어 내기 바빴는데 갈변한 연잎을 걷어낸 뽀얀 국물은 거짓말처럼 말간데다 닭 비린내까지 말끔하게 잡아주어 연잎의 효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다산과 벗들은 세밑이나, 분속에 심어둔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릴 때, 살구꽃, 복숭아꽃이 피면 꽃에 앉은 봄을 보기 위해, 한여름 참외가 익으면 나눠먹기 위해 만났다고 한다. 서지에 연꽂이 피기 시작하면 완상하기 위해 또 만났다. ‘국화가 피면 모이고, 눈이 내리면 모인다. 술과 안주, 붓과 벼루를 차려놓고 술 마시며 시를 짓는데 이바지 한다’ 죽란시사첩에 기록된 모임에 관한 규약이다. 세상에 이보다 아름다운 규칙이 있으며 그에 버금가는 풍류가 또 있을까. 연꽃 터지는 소리가 날 때, 연잎에 구멍을 뚫어 하심주 한잔 나누고 싶은 친구를 나는 가졌을까. 계절이 바뀔 때 절기에 따라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여행을 같이 가고 싶은 친구, 영화를 함께 보고 싶은 친구, 맛난 음식을 먹을 때 생각나는 친구, 시원한 생맥주 한잔 앞에 두고 싶은 친구가 있다. 연잎은 발수성이 좋아 조금만 흔들어도 빗방울이 미끄럼 타듯 흘러내린다. 진흙 속에서도 결코 흙을 묻히지 않는 절대적인 시크릿이다. ‘언제나 연꽃처럼’이라는 서각 작품을 멋들어지게 새겨준 친구, 연밭에서 연잎을 따서 건네준 친구, 연꽃을 좋아하고 연꽃을 닮은 그 친구가 생각나는 여름이다. 올여름 서울이 가장 수위가 높았던 극악한 무더위를 기록했다. 한더위에 하심주를 나누는 죽란시사 일원은 아니더라도, 친구가 따 준 연잎을 띠워 복달임이라도 했으니 친구 덕에 삼복더위 복날 땜은 했다고 칠까. ▼송정자 한국수필 등단. 지구일보 신춘문예 당선, 한국수필가협회, 한국수필작가회, 미리내수필문학회 회원, 동대문문인협회 감사, 정독도서관 다스림서울 동인, 설총문학상, 동대문문학상, 제3회 권대근문학상 수상, 수필집 『f홀의 위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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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4-11
  • [대한기자신문] 한국예술문화명인협회 부산지회 제3회 작품전시회, 동래구청 1층 특별전시실 개최
    (사)한국예술문화명인협회 부산지회( 회장 양은순 )는 (사)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가 주최하고, 한국예술문화명인협회 부산지회가 주관하여 제3회작품전시회를 4월 6일 부터 4월 10일 까지 부산 동래구청 1층 특별전시실에서 개최하고 있다. < 명인의 향기, 예술로 피어나다 >라는 주제로 열리고 있는 제3회 전시회의 참가자는 김현숙 명인의 전통복식부문 < 대홍적의大紅翟依 >, 양은순 명인의 다례茶禮부문 < 부산동래차밭골 양은순 수제차 >, 양은순 명인의 차시茶詩부문 < 제31회 부산동래차밭골문화제 기념문집 >, 고길동 명인의 고혼청 부문 < 고혼청孤魂請 사진 >, 김나경 명인의 부산향토음식다식부문 < 봄의 다과상 >, 김성숙 명인의 Aesthetic Art 부문 < 사계절 피부손질 >, 전미애 명인의 응용선다도 부문 < 다선일미 茶禪一味 >, 정 명 명인의 명상다도 부문 < 일잔공적 一盞空寂 >, 정영숙 명인의 행다례行茶禮 부문 < 청허晴虛-이도에 담다 >, 김정숙 명인의 시낭송 부문 < 기도 >, 김명자 명인의 김해장군차 부문 < 차의례 차도구 > 등이 전시 되고 있다. 이번 전시회의 인사말씀을 통해 양은순 회장은 "봄기운이 가득한 4월에 명인들의 깊은 정성과 예술 혼이 담긴 <명인의 향기, 예술로 피어나다>를 주제로 제3회 작품전시회를 천년의 한국혼이 깃든 동래구에서 개최하게 되었다"라고 하면서 "이번 전시는 단순히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를 넘어 한 평생 한 길을 걸어온 명인들의 땀방울이 한 송이 꽃으로 피어나는 소중한 철학과 향기를 담아내는 기록입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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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4-11
  • [대한기자신문]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 이 한 편의 시, 남현설 '박카스'
    박카스 남현설/ 시인, 에세이문예 편집차장 효과는 있었다 작은 병 하나로 밤을 통과하는 일 누군가 비워 둔 자리 시간이 스며든다 부족한 인원 늘어난 공정 사이 설명 없이 움직인다 뚜껑을 여는 순간 규정은 잠잠하다 카페인은 눈을 앞으로 당기고 당분은 다음 순서를 옮긴다 익숙하다 타우린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얼굴이 붉어지면 괜찮다는 판단 이의는 없다 회복이라는 단어는 여기서 필요하지 않다 유지되면 충분하다 아침이 오면 효과는 끝나고 이후는 각자의 것으로 작업대 옆 빈 병 하나 밤을 넘긴 기록이다 계산되지 않은 시간이다 ▶약력 포항 출신, 2023년 에세이문예 시 등단, 2025년 에세이문예 수필 등단, 2024년 에세이문예작가상 수상, 2025년 제1회 진리와 표현문학상 수상, 한국본격문학가협회 부회장, 권대근문학상운영위원회 사무국장, 사)국제pen한국본부 부산지역위원회 이사, 에세이문예 편집간사, 다스림부산 동인, 녹조근정훈장 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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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4-11
  • [대한기자신문]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 이 한 편의 수필, 조선연 '18년 또 13년'
    18년 또 13년 조선연/수필가 열여덟 해를 함께 살아온 나의 반려견, 너 떠나고 아주 늦은 결혼을 했고, 이보다 훨씬 먼저 너와 나는 가족으로 만났다. 작은 몸으로 나의 삶 속으로 들어와 가장 큰 존재가 되었던 너, 우리는 18년을 같이 살았다. 너와 살던 식구에게 새로운 생명이 태동하여 그 집의 시간 속에서 내 일상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왔다. 명절 때나 가족 모임으로 일찍이 우리는 아는 사이여서 서로 낯설지 않았다. 매일 혼자 낮을 보내야 할 너를 데려오는 것이 맞는지 망설였지만 같이 살아 보기로 했지. 출근하는 모습은 어떻게 아는지 따라나서려 하지 않았고, 퇴근해서 돌아와 현관문을 들어서면 너의 꼬리는 헬리콥터 프로펠러였다. 온종일 무얼 하고 보냈는지 궁금하다. 지금 같으면 홈캠으로 너를 보살피고 장난감과 놀게 하여 하루의 무료함을 달래 주었을 텐데, 목줄에 매여 있지 않고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는 집 안이 자유로울 것으로 생각했다. 당시 유치원에 보낸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요즘의 반려동물 돌봄족은 각종 매체에서 정보를 얻지만, 너를 키우는 것과 같이 지내는 방법을 알지 못한 채 살았다. 나는 너의 언어를 모르지만, 너는 나의 언어를 알아듣고 잘 따라 주었다. 둘이 같이 살면서 이사하고 맨 먼저 알려주는 것이 화장실 위치였지. 밥 먹이고 물 먹이고 화장실을 다녀오라고 가르쳤다. 같이 살을 맞대고 잠을 자는 밤사이에는 교육받은 대로 잘 따랐다. 나도 어렸을 때 부모님과 같은 방에서 잠을 자면 안정감을 느꼈다. 너도 그랬나 보다. 가끔 너도 쌓인 감정이 격해지면 불만을 온몸으로 표하곤 했지. 그때 왜 너의 행동을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관심받으려는 어린아이라고 한 번만 생각했어도 너를 이해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을 텐데 무심했다. 밥그릇을 내밀 때마다 한입 먹고는 쪼르르 화장실을 다녀와서 다시 먹고, 늦게 퇴근하고 오는 날에는 보란 듯이 화장실 문 앞에 용변을 보는 것으로 시위했었다. 기억날 거야. 화난 목소리로 야단치면 작은 네 몸을 내 다리에 쓱쓱 부비며 그러니까 빨리 와서 놀아 주면 되지 않겠냐고 애교를 부렸다. 나는 녹아내리고 우리는 조금씩 이해하고 익숙해 갔었지. 하루 종일 일주일 내내 한 달 내내 일 년 내내 18년을 혼자 있으면서 하루해가 눈을 감고, 놀이터에 놀던 아이들 소리도 사라지면, 아침에 닫힌 현관문이 언제 열리나 수천 번을 쳐다보았겠지. 여행 간 부모님을 기다려 보았기에 나도 그 마음을 잘 안다. 이제나저제나 올까 하여 현관 앞에 앉았다가 벗어놓은 신발 위에 누었다가 나의 냄새를 좇으며 짝꿍의 말을 잘 따르겠다고 반성하거나 화가 났거나 하지 않았을까 싶다. 아침밥 먹고 점심은 없고 저녁밥이 늦어져 배는 고팠을 테고, 사람이 더 고팠겠지. 그랬을 너를 생각하다니 목울대가 아파져 온다. 18년을 같이 살면서 즐거운 일도 있었다. 휴가 때는 비행기 타고 고향 가서 할머니사랑 듬뿍 받았고, 주말이나 휴일에는 운전하는 나의 무릎에 앉아서 여행도 다녔다. 내 친구들은 너의 안부를 물어주었고, 나는 사철 너에게 예쁜 옷도 사 입혔다. 입맛 없다고 밥 투정할 때는 시저에 비벼주면 목젖이 없는 줄 알았다. 여린 관절을 지키느라 3킬로그램을 넘지 않도록 식단 조절도 했지. 밥그릇을 가득 채워 주지 못해서 늘 마음이 쓰였다. 그래서 우리가 더 오래 같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직접 미용사가 되어 여름이면 예쁜 몸매는 짧은 커트 해주고 요크의 품위가 실추되지 않도록 금빛 머리칼은 빛나게 묶어 주었다. 겨울이면 너 혼자 있는 집에 보일러가 하루 종일 멈추질 못했다. 그런 것이 너를 잘 보살피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시간은 늘 그렇듯이 천천히 흐르는 것 같다가도 돌아보면 너무 빨랐다. 네가 점점 느려지고, 소파에 뛰어 올라오지 못하고, 현관 앞에서 기다리지 않는 날이 늘어나고, 어느 날부터는 퇴근해서 돌아왔는데도 알아채지 못했다. “달랑아” 부르며 안방으로 달려가서 흔들어 깨우고, 눈을 떠 주면 너를 안고 둥개둥개 방으로, 마루로 몇 바퀴를 돌아다녔는지 모른다. 네가 떠난다는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 영원한 나의 아기로 나의 딸로 있을 줄 알았지. 그날따라 침대 위에서 같이 자고 싶었다. 힘든 몸으로 마지막까지도 따뜻한 네 체온을 전해주었다. 많은 날 중에 다행히 주말에 인사라도 전하고 싶었는지 나를 깨우는 한마디 남기고 우리 엄마가 있는 곳으로 갔다. 그동안 고맙고 잘 지내다 떠난다는 얘기였으리라. 너를 떠나보낸 지 13년이 지났다. 긴 시간이다. 내 핸드폰에는 너와 함께한 추억 앨범과 기억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문득문득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너의 까만 눈동자가 생생하다. 많은 시간이 흘렀어도 너는 여전히 나의 삶에서 빠져나가지 않았다. 길을 걷다가 10년 20년 전 잃어버린 아이를 찾는 플래카드를 보거나 전단을 받을 때 감정의 차이는 있겠지만 너를 통해, 끈을 놓지 못하는 부모들의 심정을 조금 알 것 같기도 하다. 18년 동안 너는 나의 일부였으니까.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고 위로했고 너와 닮은 동생을 들이라고 했다. 나의 시간과 너희 시간이 다르지만 너를 만났을 때보다 시간이 넉넉히 남은 것 같지 않아 혹여 내가 없는 세상에 남아 있을 동생이 걱정되어 지금까지 너만 품고 있다. 네가 내 삶에 지나가고 남긴 온기의 잔향이 머물러 있다. 기쁜 날에는 꼬리에 마음을 달아 흔들어 주었고, 힘든 날에는 아무 말 없이 내 곁에 와 조용히 앉아주던 너, 내가 웃으면 따라 웃고, 내가 슬프면 더 깊은 눈으로 바라보았지. 너와 함께한 18년은 참 따뜻했던 시간이었다. 우리는 헤어진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서로의 시간 안에 남아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다시 만나면 그때처럼 뛰어놀자. ▲조선연 경남 하동 출신으로, 중앙대학교 건설대학원 건설경영학 전공, 공학석사, 계간 에세이문예 신인상 수필가로 등단했다. 정독도서관 다스림서울 문예창작반 회원. 한국문인협회 평생교육원 수생반 회원, 한국본격문학가협회 회원, 건설단체 근무'36년'. 건설교통부장관 표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조선연/수필가 열여덟 해를 함께 살아온 나의 반려견, 너 떠나고 아주 늦은 결혼을 했고, 이보다 훨씬 먼저 너와 나는 가족으로 만났다. 작은 몸으로 나의 삶 속으로 들어와 가장 큰 존재가 되었던 너, 우리는 18년을 같이 살았다. 너와 살던 식구에게 새로운 생명이 태동하여 그 집의 시간 속에서 내 일상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왔다. 명절 때나 가족 모임으로 일찍이 우리는 아는 사이여서 서로 낯설지 않았다. 매일 혼자 낮을 보내야 할 너를 데려오는 것이 맞는지 망설였지만 같이 살아 보기로 했지. 출근하는 모습은 어떻게 아는지 따라나서려 하지 않았고, 퇴근해서 돌아와 현관문을 들어서면 너의 꼬리는 헬리콥터 프로펠러였다. 온종일 무얼 하고 보냈는지 궁금하다. 지금 같으면 홈캠으로 너를 보살피고 장난감과 놀게 하여 하루의 무료함을 달래 주었을 텐데, 목줄에 매여 있지 않고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는 집 안이 자유로울 것으로 생각했다. 당시 유치원에 보낸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요즘의 반려동물 돌봄족은 각종 매체에서 정보를 얻지만, 너를 키우는 것과 같이 지내는 방법을 알지 못한 채 살았다. 나는 너의 언어를 모르지만, 너는 나의 언어를 알아듣고 잘 따라 주었다. 둘이 같이 살면서 이사하고 맨 먼저 알려주는 것이 화장실 위치였지. 밥 먹이고 물 먹이고 화장실을 다녀오라고 가르쳤다. 같이 살을 맞대고 잠을 자는 밤사이에는 교육받은 대로 잘 따랐다. 나도 어렸을 때 부모님과 같은 방에서 잠을 자면 안정감을 느꼈다. 너도 그랬나 보다. 가끔 너도 쌓인 감정이 격해지면 불만을 온몸으로 표하곤 했지. 그때 왜 너의 행동을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관심받으려는 어린아이라고 한 번만 생각했어도 너를 이해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을 텐데 무심했다. 밥그릇을 내밀 때마다 한입 먹고는 쪼르르 화장실을 다녀와서 다시 먹고, 늦게 퇴근하고 오는 날에는 보란 듯이 화장실 문 앞에 용변을 보는 것으로 시위했었다. 기억날 거야. 화난 목소리로 야단치면 작은 네 몸을 내 다리에 쓱쓱 부비며 그러니까 빨리 와서 놀아 주면 되지 않겠냐고 애교를 부렸다. 나는 녹아내리고 우리는 조금씩 이해하고 익숙해 갔었지. 하루 종일 일주일 내내 한 달 내내 일 년 내내 18년을 혼자 있으면서 하루해가 눈을 감고, 놀이터에 놀던 아이들 소리도 사라지면, 아침에 닫힌 현관문이 언제 열리나 수천 번을 쳐다보았겠지. 여행 간 부모님을 기다려 보았기에 나도 그 마음을 잘 안다. 이제나저제나 올까 하여 현관 앞에 앉았다가 벗어놓은 신발 위에 누었다가 나의 냄새를 좇으며 짝꿍의 말을 잘 따르겠다고 반성하거나 화가 났거나 하지 않았을까 싶다. 아침밥 먹고 점심은 없고 저녁밥이 늦어져 배는 고팠을 테고, 사람이 더 고팠겠지. 그랬을 너를 생각하다니 목울대가 아파져 온다. 18년을 같이 살면서 즐거운 일도 있었다. 휴가 때는 비행기 타고 고향 가서 할머니사랑 듬뿍 받았고, 주말이나 휴일에는 운전하는 나의 무릎에 앉아서 여행도 다녔다. 내 친구들은 너의 안부를 물어주었고, 나는 사철 너에게 예쁜 옷도 사 입혔다. 입맛 없다고 밥 투정할 때는 시저에 비벼주면 목젖이 없는 줄 알았다. 여린 관절을 지키느라 3킬로그램을 넘지 않도록 식단 조절도 했지. 밥그릇을 가득 채워 주지 못해서 늘 마음이 쓰였다. 그래서 우리가 더 오래 같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직접 미용사가 되어 여름이면 예쁜 몸매는 짧은 커트 해주고 요크의 품위가 실추되지 않도록 금빛 머리칼은 빛나게 묶어 주었다. 겨울이면 너 혼자 있는 집에 보일러가 하루 종일 멈추질 못했다. 그런 것이 너를 잘 보살피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시간은 늘 그렇듯이 천천히 흐르는 것 같다가도 돌아보면 너무 빨랐다. 네가 점점 느려지고, 소파에 뛰어 올라오지 못하고, 현관 앞에서 기다리지 않는 날이 늘어나고, 어느 날부터는 퇴근해서 돌아왔는데도 알아채지 못했다. “달랑아” 부르며 안방으로 달려가서 흔들어 깨우고, 눈을 떠 주면 너를 안고 둥개둥개 방으로, 마루로 몇 바퀴를 돌아다녔는지 모른다. 네가 떠난다는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 영원한 나의 아기로 나의 딸로 있을 줄 알았지. 그날따라 침대 위에서 같이 자고 싶었다. 힘든 몸으로 마지막까지도 따뜻한 네 체온을 전해주었다. 많은 날 중에 다행히 주말에 인사라도 전하고 싶었는지 나를 깨우는 한마디 남기고 우리 엄마가 있는 곳으로 갔다. 그동안 고맙고 잘 지내다 떠난다는 얘기였으리라. 너를 떠나보낸 지 13년이 지났다. 긴 시간이다. 내 핸드폰에는 너와 함께한 추억 앨범과 기억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문득문득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너의 까만 눈동자가 생생하다. 많은 시간이 흘렀어도 너는 여전히 나의 삶에서 빠져나가지 않았다. 길을 걷다가 10년 20년 전 잃어버린 아이를 찾는 플래카드를 보거나 전단을 받을 때 감정의 차이는 있겠지만 너를 통해, 끈을 놓지 못하는 부모들의 심정을 조금 알 것 같기도 하다. 18년 동안 너는 나의 일부였으니까.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고 위로했고 너와 닮은 동생을 들이라고 했다. 나의 시간과 너희 시간이 다르지만 너를 만났을 때보다 시간이 넉넉히 남은 것 같지 않아 혹여 내가 없는 세상에 남아 있을 동생이 걱정되어 지금까지 너만 품고 있다. 네가 내 삶에 지나가고 남긴 온기의 잔향이 머물러 있다. 기쁜 날에는 꼬리에 마음을 달아 흔들어 주었고, 힘든 날에는 아무 말 없이 내 곁에 와 조용히 앉아주던 너, 내가 웃으면 따라 웃고, 내가 슬프면 더 깊은 눈으로 바라보았지. 너와 함께한 18년은 참 따뜻했던 시간이었다. 우리는 헤어진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서로의 시간 안에 남아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다시 만나면 그때처럼 뛰어놀자. ▲조선연 경남 하동 출신으로, 중앙대학교 건설대학원 건설경영학 전공, 공학석사, 계간 에세이문예 신인상 수필가로 등단했다. 정독도서관 다스림서울 문예창작반 회원. 한국문인협회 평생교육원 수생반 회원, 한국본격문학가협회 회원, 건설단체 근무'36년'. 건설교통부장관 표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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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4-11
  • [대한기자신문] 김태후 에세이 ‘실패는 끝이 아닌, 다시 시작이다’ 출간
    [대한기자신문 이강문 기자] 인생을 앞만 보고 열심히 살아왔지만 기대만큼의 결과를 얻지 못한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다. 특히 중년에 겪는 실패는 단순한 좌절을 넘어 삶의 방향 자체를 흔드는 깊은 상실과 절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현실적인 삶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 전자책 ‘실패는 끝이 아닌, 다시 시작이다’가 출간됐다. 이 책은 시인이자 언론인, 문화예술기획자로 활동해 온 김태후 작가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에세이다. 저자는 맡은 일에 대한 강한 책임감과 성실함으로 쉼 없이 달려온 삶 속에서, 동업 실패와 인간관계의 배신이라는 큰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특히 오랜 신뢰를 바탕으로 시작한 동업 과정에서의 욕심과 배신으로 인한 실패는 경제적 손실뿐 아니라 깊은 심리적 상처로 이어졌고, 이는 삶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책은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실패 이후의 시간, 즉 무너진 자리에서 자신을 다시 바라보고 삶의 방향을 재설정해 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풀어낸다. ‘실패는 끝이 아닌, 다시 시작이다’는 실패를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점으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기존 자기계발서와 차별성을 지닌다. 저자는 실패를 통해 비로소 자신을 이해하고, 삶의 속도와 방향을 다시 선택하게 되었음을 강조한다. 김태후 작가는 “실패했지만 인생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며 “실패는 끝이 아니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자리였다”고 말한다. 이어 “이 책이 실패를 경험한 이들에게 작은 위로와 다시 걸어갈 용기를 전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이 책은 중년의 삶과 인간관계, 재도전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으며, 특히 40~60대 독자층에게 깊은 울림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실패는 끝이 아닌, 다시 시작이다' 에세이는 유페이퍼 전자책 플랫폼에서 만나볼 수 있다. 김태후 작가는 198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36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해 온 시인이자 문화예술기획자이다. 전 중앙일보 이코노미스트 객원기자를 지냈으며, 현재 뷰티엔패션 편집인 겸 대표, 뉴스문화 발행인 겸 편집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명사초청 세미나, 콘서트, 소비자대상 어워즈, 패션모델 콘테스트 등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를 기획·주관하며 문화 콘텐츠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시인으로서는 '봄이 또 내게로 왔다', '날마다 달마다', '워킹모델K' 등 시집을 출간하며 꾸준한 창작 활동을 이어왔다. 삶의 경험과 내면의 성찰을 통해 사유를 길어 올린 작품 세계를 구축해 왔다. 최근 에세이 전자책 『실패는 끝이 아닌, 다시 시작이다』를 통해 동업 실패와 중년의 삶을 솔직하게 풀어내며, 실패 이후의 삶과 재도전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현재 계간 『시와세계』 등단 시인이며, (사)한국시인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또한 2017년 한류문화산업발전공로대상 국회부의장 표창, 2025년 대한민국 뉴리더대상 (언론부문대상) 등 다수의 수상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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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4-11
  • [해외칼럼] 전국체육대회 해외동포 예산 삭감, ‘모국과의 연결고리’마저 끊으려 하는가
    [대한기자신문] 이번주 고국의 언론보도를 통해 접한 전국체육대회(전국체전) 해외동포 출전선수단 예산축소 관련 소식은 전 세계 700만 재외동포 체육단체와 동포사회에 큰 충격과 허탈감을 안겨주는 느낌을받는다. 매년 10월 전국체전 해외동포출전에 예산이 급감했다는 사실은 대한민국 정부가 재외동포를 바라보는 인식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서글픈 지표로 읽히기 때문이다. 전국체전은 스포츠를 넘어선 ‘민족 정체성’의 살아있는 축제의장이 되어야하고 해외동포의 전국체전 참여는 단순한 체육 교류를 넘어선다. 이는 재외동포 사회와 모국을 잇는 가장 생생한 통로이자, 1.5세,2세,3세의 국적은 달라도 뿌리는 하나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엄숙한 자리다. 특히 낯선 땅에서 자란 차세대 동포들이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고국 땅을 밟는 경험은 그 어떤 정책보다 강력한 정체성 교육이다. 필자 역시 37년 전 도미한 이후, 매년 10월이면 미국 태권도대표팀을 선발해 고국을 방문해 왔다.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고국의 흙을 밟으며 얻는 자존감과 공동체 의식은 대한민국이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할 가장 값진 유무형의 자산이다. 현실성 없는 예산, ‘참여 독려’인가 ‘부담 전가’인가? 세계경제10대강국으로서 전쟁여파로 국고재정 여건이 어렵다는 점은 이해하나 문제는 ‘우선순위’다. 현재 지원되는 숙박비(1일 3만 5천 원)와 식비(1일 2만 5천 원)는 현재 대한민국의 물가를 고려할 때 현실과 지나치게 동떨어져 있다. 항공료 지원조차 미비한 상황에서 이처럼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것은 참가를 장려하기보다 개인과 단체에 경제적 부담을 전가하는 구조다. 이는 재외동포 선수단의 역사적·교육적 가치를 정책 당국이 얼마나 간과하고 있는지를 방증한다. 오는 2026년 10월 제주 전국체전, 재외동포의 발걸음이 가벼워지길 바란다.재외동포는 세계 곳곳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는 ‘확장된 공동체’다. 특히 태권도는 K-컬처의 원류로서 현지인들에게 한국의 혼을 심어왔고 동포들에게 고국은 언제나 돌아가고 싶은 마음의 안식처여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지금이라도 이번 예산 삭감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추가경정예산 등을 통해 예산을 기존 수준이상으로 복원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금액 조정을 넘어 해외동포와의 신뢰를 유지하고 ‘디아스포라’들에게 고국의 향수를 채워주는 책임 있는 행정의 시작이다. 다가오는 2026년 제주도 전국체전에서는 전 세계 동포 선수단의 발걸음이 한층 가벼워지기를 기대한다. 동포체육예산 숫자에 갇혀 700만 동포의 마음을 잃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정부에 강력히 촉구한다. [필자] • 재미대한태권도협회 수석부회장 • 텍사스 킬린한인회 회장 및 텍사스 태권도연합회 회장 • 태권도 유네스코 등재 추진 미주총괄위원장 • 세계평화태권도연맹 미주회장 • 1990년 미국 태권도 전문학교 설립 (제자 1,000여 명 배출) 주요 수상 경력 • 대한민국 정부: 해외유공자 대통령 표창, 문교부 장관 표창, 체육부 장관 표창, 국기원 개혁상 수상 • 미국 정부: 미국 대통령 체육봉사상, 미 연방 상·하원의원 공로 표창 • 기타: 미 육군 Fort Hood 3군단장 표창, 세계한마당 ‘세계태권도개혁상’ 수상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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