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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기자신문] 이 겨울을 데피는 한 편의 시, 남현설의 '해시'
해시(海視) 남현설/ 시인, 권대근문학상운영위원회 사무국장 숨은 부서져 모래 위로 흐르고 파도는 심장을 삼킨 체 바람 속으로 흩어진다 어깨 위 철로 된 새들이 하늘을 가르고 시선은 풍경의 일부가 되어 바람과 물 사이에 머문다 해녀의 숨은 심해 깊이 갇히고 기름 그림자 심장을 덮는다 폐비닐은 기억을 감싸고 기계의 팔이 위장을 흔든다 이제 울음조차 사치다 그럼에도 파도 위에 그림자를 새기며 부서진 숨결 속 사라져가는 이름들을 찾아 길을 물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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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기자신문] 송정자 작가 상금 500만 원 제3회 권대근문학상 수상, 수상작 'f홀의 위로'
[대한기자신문] 수필가 송정자(정독도서관 다스림서울 회장)가 유네스코부산 선정 우수잡지 계간 에세이문예사가 대한민국 수필학 대한명인 권대근 교수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한 제3회 권대근문학상을 수상했다. 삼금은 500만원이다. 시상식은 1월 10일 한국본격문학가협회(회장 권대근) 전국대회장인 더케이호텔 경주에서 개최되었다. 에세이문예 출신 작가들을 비롯한 100여 명의 문인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하고 품격있게 치러졌다. 송명화 평론가는 심사평에서 “조선의 여성, 작고한 현대의 여성, 죽은 아들을 평생 품고 사셨던 돌아가신 자신의 어머니로 올수록 시간의 거리에 반비례해 고통의 크기는 커지고, 슬픔의 강도도 높아진다. 그 아픔의 크기와 깊이에 공명된 송정자 작가는 엄청난 목소리로 걱정과 한탄을 문예미학적 문장으로 쏟아놓는다. 그저 모든 것을 깨부수는 직설, 즉 생소리가 아니다. 비유를 활용한 문장력으로 퍼덕거리는 감정을 갈무리하여 효과적으로 독자를 슬픔 속으로 끌어들인다. 바슐라르의 말처럼 연상과 상상을 통해서만 감정을 증폭하고 감동에 도달할 수 있음을 알기에 문장마다 슬픔은 비유로 넘쳐나고, 뚜렷한 이미지로 아픔이 거듭난다. 표현의 탁월함으로 인해 소리 내어 읽다 보면 비통하여 목소리가 절로 극적 효과를 띨 정도다. 결말에 이르러 감정은 가라앉고, 드디어는 치유의 그날을 그린다. 아픈 서사의 주인공과 작가, 그리고 독자가 함께 바라보는 희망의 빛이 ‘텅 빈 f홀은 이별을 위무하는 음률을 잔잔히 차올릴 수 있을까.’에 담겨져 여운을 준다. 블랙홀이 된 f홀이 다시 공명을 시작하는 사건의 장소가 되는 지점이 독자가 생성하는 사건의 잠재태로 작용함으로써, 송정자의 질문 속, 다시 울리는 f홀은 현재의 삶을 초극하는 미래적 생성을 상징함으로써 담론층의 의미화가 완성된다.”고 평했다. 송정자 작가는 한국수필 등단. 지구일보 신춘문예 당선, 한국수필가협회, 한국수필작가회, 미리내수필문학회 회원, 동대문문인협회 감사, 정독도서관 다스림서울 동인, 설총문학상, 동대문문학상, 제3회 권대근문학상 수상. 수필집 『f홀의 위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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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기자신문] 송명화 부산pen 회장, 부산pen번역문학상 제정, 국제단체로서의 위상 부각
부산PEN번역문학상을 제정하며 “한국문학의 세계를 향한 첫 관문은 번역”이라는 여성번역가의 첫 말이 귀에 쏙 들어왔다. 번역의 중요성은 늘 화두처럼 생각하는 문제가 아닌가. 사)국제PEN한국본부에서 주최한 제11회 세계한글작가대회가 지난 10월 17일 성황리에 나흘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하였다. 이번 대회의 슬로건은 ‘한글문학, 전환기에 서다’였다. 주제1에서는 한글교육, 한글예술, 한글산업, 주제2에서는 한국문학의 다양성 탐색, 주제3에서는 한글문학 세계화의 길과 방향성에 대해 논하였다. 셋째 날, 주제3 중 일본문학번역가인 한성례 교수가 번역을 통한 한국문학의 위상제고 전략을 발표하였는 바 내 눈길을 사로잡았던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문학작품일지라도 번역을 잘해야 원작이 산다. 그런 의미에서 번역은 또다른 창작이다. 뛰어난 문학작품이 우수한 번역자를 만나 가독성 있는 번역문으로 재탄생해야만 국제사회에서 주목을 받고 세계화에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는 발표자의 말은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위해 정부에서 어떤 역할을 해주어야 할지를 제시하는 중요한 지침이다. 일본의 하루키를 세계적 작가로 만든 제이 루빈, 한강을 세계에 알린 데보라 스미스 같은 위대한 번역가를 만나는 행운을 잡는 일이 우리 작가들에게 요원한 일일까. 현재 우리나라 번역계의 실태를 전수조사하고 실력 있는 번역가 양성과 다양한 경로로 번역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글로만 먹고 사는 일이 몇몇 알려진 작가들에게만 가능한 이런 사회적인 인프라에서 개인이 자신의 작품을 번역하고, 해외에서 출판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한류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의 2025년 1월부터 10월 15일까지 관람객수가 500만을 넘었다는 뉴스를 들었다. 이는 세계 5위권 안에 드는 쾌거라 할 수 있다.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를 비롯한 K-Pop, 한복, 한국음식, 한국영화, 그리고 요즘 전 세계의 아이들까지도 방방 뛰게 하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까지. 한글을 배우는 외국인들이 늘고 한국에 대한 관심이 날로 고조되는 이때, 우리 문학도 세계로 뻗어나가야 한다. 외국의 서점과 도서관에 한국문학 코너가 생기도록, 외국의 대학에 한국문학 전공이 그 수를 불려나가도록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턱없이 부족한 지원에 작가들은 목이 마르다. 우리 작가들이 마음 놓고 좋은 작품을 창작할 수 있도록 창작지원금을 늘리고, 각종 문학상에 번역의 기회를 주고 해외 서점과 도서관까지 작품이 깔릴 수 있도록 하는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부산PEN도 번역을 통한 한국문학의 위상 제고가 필요함을 통감하고 올해부터 부산펜번역문학상을 제정하여 제1회 수상자를 내게 되었다. 어떤 외국어라도 최초의 언어인 모국어를 넘어설 수 없기에 번역활동의 어려움이야 말이 필요 없는 고난도의 창작활동이지만, 지속적으로 번역활동을 계속해 온 번역가를 발굴하여 수상자를 내게 되니 범세계적 문학단체로서 세계 145개국, 154개 센터를 가진 국제PEN(International PEN)의 일원인 부산PEN으로서는 기쁘기 그지없다. 수상자인 권대근 번역가(대신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한국수필의 수준은 세계적인데도 불구하고 해외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음을 안타깝게 여기고 지금까지 영문번역집 6권을 발간하였다. 문학작품 번역은 단지 영어를 잘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문학을 이해하고 창작할 수 있는 번역가가 가장 멋진 번역을 할 수 있을 것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수필가이자 문학평론가이자 영문번역가이기에 그의 번역작업에 거는 기대는 크다. 부산펜문학의 작품들도 번역본을 함께 실을 수 있는 기획을 하면 바람직할 것이라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 올해를 복기해 본다. 부산펜 시화전, 시화집 발간, 시화 도슨트 투어, 남해문학기행, 문학세미나, 세계한글작가대회 부산대표단 참가를 마쳤고, 부산펜문학상 시상과 부산펜문학 발간, 출판기념회 및 총회로 마무리될 것이다. 시화 도슨트 투어라는 획기적인 기획, 주제가 있는 문학기행과 수준 높은 문학세미나로 회원들의 작품활동에 도움이 되고자 노력하였고, 세계한글작가대회에 대거 참가하여 부산PEN의 단결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거기다 부산pen번역문학상을 제정함으로써 국제단체로서의 위상을 부각시킬 수 있게 됨을 회장으로서 큰 보람이라 여긴다. 우리의 번역 환경도 앞으로 분명 나아질 것이다. 번역가에게 선택될 수 있는 작품, 외국인들도 감동할 수 있는 우수한 작품을 창작하는 것이 우리 작가들의 과제임을 잊지 말아야 할 터이다. ▼ 송명화 수필가, 문학평론가, 문학언어치료학박사, 전남일보 신춘문예 수필 당선, 계간 에세이문예로 평론 등단, 수필집 <꽃은 소리내어 웃지 않는다>, <순장소녀>(세종도서), <사랑학개론>, <에세, 햇살 위를 걷다>, <사유한다는 것은>, <나무의 응시, 풀의 주름>, 창작이론서 <본격수필 창작이론과 적용>, 설총문학상, 연암박원문학상, 김만중문학상, 우하박문하문학상, 평사리문학상 대상, 신격호샤롯데문학상 외 다수, 에세이문예 주간(2004년부터~) 사)국제pen한국본부 부산지역위원회 회장, 부산교대 평생교육원 문예창작반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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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기자신문] 이 한 편의 수필, 김정숙 교수의 '기적을 지은 관비 유섬이'
기적을 지은 관비 유섬이 김정숙/수필가, 영남대학교 명예교수 사람들의 모든 동작과 생각이 씨줄 날줄로 짜여 오늘을 만들어 낸다. 삶에서 지었던 어떤 움직임도 사라지지 않는다. 유섬이 ‘묫돌’도 ‘눈앞의 기적’을 짓고 있다. 지난 7월 4일 경남 거제시 거제면 내간리 인근 뒷산으로 ‘유섬이 묘’를 찾아갔다. 마을이 끝난 지점에 이어지는 나지막한 산 입구에서 그가 기다리고 있었다. 20cm x 50cm 정도의 전혀 다듬지 않은 자연돌, 그 위에 ‘유처자묘(柳處子墓)’라고 새긴 문패를 달고서-. 이런 야산에서 이 돌을 구별해낸 일이 대단하다 싶었다. 처음 찾아 나섰던 교회사연구자 서종태 선생에게 전화했더니, 첫걸음에는 찾지 못했단다. 서 선생과 이 기록을 읽어낸 천주가사 연구자인 하성래 선생은 뒷산을 헤매다가 돌아섰단다. 이후 호남교회사연구소의 김진소 신부가 그곳 관할인 옥포본당 허철수 신부에게 연락해서, 묫돌을 관리해 왔다는 마을 사람을 찾았다. 이처럼 묫돌은 마을 사람들의 관심을 이고 산 둔덕과 구별되지 않는 얕은 봉분 앞에서 150여 년 세월을 엮어 온 것이다. 실제 마을에는 유처자에 얽힌 설화도 여러 버전으로 돌고, 또 유처자가 전라도 음식을 마을에 소개했다고도 전한다. 지금은 봉분 둘레를 나무로 구분 지어 돋우었고, 누군가 손바닥만한 성모상도 갖다 놓았다. 안내판이 잘 되어있다. 조선왕조 시기 중에서 천주교회가 가장 활발히 성장하던 1863년 무렵, 무과에 급제하여 거제도 부사로 와 있던 하겸락(1825~1904)은 천주교 때문에 관비가 되어 71세까지 ‘아이(동정)’를 지키고 살다가 죽은 ‘유씨 처녀’에 대해 들었고 이를 글로 남겼다. 1906년 아들 하용재가 그의 글을 『사헌유집』으로 간행했는데, 2013년 문중 후손인 하성래 선생이 해제를 하다가 관련 기록을 보았다. 글에는 유처자라고만 되어있지만, 교회에서는 그가 유섬이라고 인정한다.『사학징의』에 “딸 유섬이(9세)는 거제부로 보내어 관비로 삼으라”고 했던 여아이다. 묘 입구에 세운 십자가가 눈에 익다. 전주 치명자산 꼭대기에 있는 십자가와 똑같다. 전주에서 순교해서 지금은 치명자산에 묻혀있는 유항검 가족이 처형될 때, 아직 처형하기에 너무 어린 열 살 미만의 자녀들은 관노와 관비로 각지로 보내졌다. 이후 소식이 끊겼다. 그리고 200년도 넘어 가족이 시복될 무렵, 축하 선물처럼 여기 묻힌 딸 유섬이가 나타났다. 1801년 호남에서 엄청난 재력으로 교회 운영과 발전에 열성을 다했던 유항검 가족이 체포되었다. 동생 유관검이 고문에 못 이겨 교우들의 이름을 실토했을 때 불과 며칠 만에 200여 명이 체포될 만큼 유항검은 ‘호남의 두목’이었다. 유섬이의 할머니 안동 권씨는 권근의 후손으로, 조선 최초의 순교자 윤지충의 이모였다. 윤지충은 윤선도의 6대 후손이면서 화가 윤두서의 증손자였는데, 그는 정약종과는 사돈간이었다. 또한 동정부부로 살다 순교한 유섬이의 올케 이순이의 외가는 권일신 집안이다. 즉 초기 교회 핵심 지도자 집안이었다. 그들은 풍남문 형장에서 처형되었는데, 이때 마을도 몽땅 천국으로 이사갔다고 할 정도로 풍비박산되었다. 달레 신부는 “지금 그 집안의 후손이 한 명도 없다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라고 썼다. 관비로 거제부 관아에 도착한 유섬이는 거제부사 이영철에게 인계되었다. 당시 어렸던 유섬이는(7세 혹은 9세) 사대부 집안의 자식이라는 배려인지 내간리에 홀로 사는 노파에게 수양딸로 보내졌다. 그는 노파에게 바느질을 배우며 성장했다. 어느덧 혼사 이야기가 나오자 유섬이는 자녀가 노비가 될까 봐 혼인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후 그는 자신의 몸을 보존하고자 흙과 돌로 꽉 막힌 집을 짓고, 그 안에서 창문을 통해 음식과 바느질거리를 받으며 살았다. 유섬이는 마흔이 넘어, 그를 지원해 주던 양어머니가 돌아가신 1830년대 중반에서야 그 집을 헐고 나왔다. 그렇지만, 그는 항상 몸을 지키기 위해 칼을 차고 다녔다. 고을 사람들이 그의 장한 기지를 기려 ‘유처녀’라고 불렀다. 한편, 1830년대는 조선교구가 설정되고 선교사가 입국하던 때였다. 이후 삽십여 년 동안 교회는 크게 성장했다. 그러나 유섬이는 교회와 접촉하지는 못한 것 같다. 다만, 그는 오빠 부부가 지향했던 ‘동정생활’이 교회의 허락과 지도를 받으며 영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니는 삶임을 믿었다. 그는 ‘동정’의 삶을 이어가며 평생 영적 도움을 갈구했을 것이다. 유섬이는 하겸락 부사가 다른 벼슬로 옮겨가려는 시점에 죽었다. 부사는 깨끗한 정절로 지역민에게 존경받는 그를 제대로 장사지내고 암석에 ‘칠십일세유처녀지묘’(七十一歲柳處女之墓)라고 쓰도록 했다.(묘표에는 ‘유처자묘’로 되어있다.) 마을을 나오면서 7살짜리 꼬마가 고향이 그리울 땐 눈앞의 푸른 산을 뒤에서 받치고 있는 ‘청색산’을 보았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청색산은 마을 입구에서 보면 꼭 누워있는 사람 얼굴 같다. 그 산을 유섬이의 눈으로 엄마의 얼굴인 듯이 바라보다 돌아서자 바다 내음이 스쳤다. 유섬이는 묻힌 곳보다는 아래쪽에 살았을 터이니 생전에는 이 내음에 더 가까웠겠구나 싶자, 육지에서 살던 아이가 부모 잃고 온몸으로 감당했을 그때의 비릿함이 나를 에워쌌다. 출렁이는 바닷물 소리가 우리를 이어주는 걸까? 순간, 하성래 선생이 기록을 발굴할 때 수원교구 시복시성위원이었던 사실도 떠올랐다. 그때 위원회를 담당하던 이성효 주교는 이곳 마산교구장으로 왔다. 세상은 이렇게 얽혀 ‘기적’이라고 읽히나 보다. 1801년 신유박해로 처형된 사람이 약 100여 명, 유배자는 약 400여 명이었다. 그중에 40여 명의 여성 유배자가 있었다. 유섬이는 우리가 이름을 찾지 않은 이 여성 유배자들이어디선가 당당하게 살았다고, 또 그렇게 인간다움을 지켜서 일반인도 감동시켰다고 전하는 것 같다. 분명 더 많은 유섬이가 나올 것이다. 유섬이는 희망이다. ▼김정숙 영남대 명예교수, 한국본격작가협회 회원, 대구가톨릭문인회 사무국장 제21회 『에세이 문예』 신인상, 제1회 한국에세이작가상, 제12회 에세이문예작가상, 제3회 해인문학상 수상. 수필집 『대신생각해 드립니다』, 『40년 만의 답장』 ▼자발적, 원고료로 응원해 주세요! *예금주 : 대한기자신문 *계좌 : 우체국 110-0053-16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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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기자신문] 신춘문예 출신 작가 송정자의 '하심주'
- 하심주 송정자/수필가, 진구일보 신춘문예 당선 입하가 되면 감자의 환갑날이라 하는 하지에 이른다. 그 시기가 지나면 감자알이 더 이상 굵어지지 않고 줄기가 시들어 얼른 캐주어야 한다. 매미소리가 대서를 알려주는 장마가 끝나면, 여름 무더위가 절정에 달하는 절기가 시작 된다. 삼복지간 땡볕에는 입술에 붙은 밥알도 무겁다는 속담이 있다. 정조 때의 다산 정약용이 살았던 명례방은 지금의 충무로와 명동 일대로 수레바퀴와 말발굽소리가 시끄러웠다고 한다. 다산의 집 마당 돌담에 대나무로 만든 담장, 죽란이 있었다. 다산이 궐에서 퇴청한 후에는 대나무 울타리를 거닐며 하루의 고단함을 이 곳에서 씻기도 했다. 다산은 마음 맞는 선비들과 일 년에 수차례 꽃을 보고 자연을 즐기며 시를 짓는 ‘죽란시사’라는 모임을 가졌다. 다산이 지은 이름이다. 술과 안주, 붓과 벼루를 차려놓고 술을 마시고 달을 보며 시를 지었다. 다산은 정원 곳곳에 사계절 꽃을 보는 재미에 철마다 벗들을 불렀는데. 행여 오가는 그들에 의해 꽃이 다칠까 대나무 울타리를 쳤다고 해서 그 이름이 죽란시사가 되었다. 복달임을 하는 복날에는 더위를 피해 숲을 찾고 물가를 찾아 그곳에다 자리를 깔고, 선비들은 피서를 핑계로 술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 때 마시는 술이 하심주다. 여름을 즐기는 사치라고 할까. 고급 풍류의 으뜸인 하심주는 연잎을 통과시켜 연 줄기 속으로 흘러들게 해서 구멍이 뚫린 연대를 돌려가며 받아 마시는 술이다. 연잎을 둥근 쟁반처럼 오목하게 둘러싸서 술을 따른 후, 연잎 줄기 속을 송곳으로 찔러 술이 줄기를 타고 내려오게 한다. 쪼르르 빗방울처럼 연잎을 따라 똑똑 굴러 떨어지는 술 방울을 마시며 연꽃처럼 세 속에 때 묻지 않는 일심동체를 다졌을까. 그 함지박 만한 연잎을 술잔으로 쓸 생각을 어찌했을까. 그 맛은 맑고 서늘했다고 한다. 여름이면 동틀 무렵 서련지에 조각배를 띄우고 잘 여문 연꽃잎이 마침내 ‘북’ 하고 터지는 소리를 듣는 청개화성의 풍류를 즐겼다. 한여름에 연꽃이 필 때 그 개화성을 듣고자 새벽부터 길을 나서던 풍류를 상상이나 하겠는가. 꽃망울이 어른 주먹보다 컸으니 꽃잎 터지는 소리가 선명하고도 청량했을까. 마침내 연잎이 다투듯이 터지는 백화제방百花齊放의 개화를 바라보며 연향에 취하는 이른 아침의 풍경은 얼마나 멋졌을까. 군무를 하듯 일렁거리는 연잎들 사이로 살그머니 노를 저어 길을 내고, 죽란시사 벗들은 연꽃 틈 사이에 귀를 대고, 눈을 감고, 숨을 죽였으리라. 연꽃이 필 때 청량한 미성을 내며 꽃잎을 틔우는 탄생의 소리는 또 어떠했을까. 마치 한 방울의 아침이슬이 또르르 구르는 소리, 꽃이슬을 마음속에 떨어뜨리는 듯한 청량감, ‘청개화성’을 즐기던 그윽한 멋이 당시 다산과 벗들이 즐기던 풍류였다. 원주에 살고 있는 친구 집에 갔을 때다. 함께 법천사지에 다녀오는 길에 친구가 연 밭에서 연잎을 몇 장 따주었다. 차곡차곡 한 장씩 신문지에 켜켜이 끼워 냉동실에 보관했다가 삼계탕이나 수육 삶을 때 같이 끓이면 고기 잡내를 없애주어 맛이 담백하다고 일러주었다. 사찰음식에 조예가 깊고, 음식솜씨가 뛰어난 친구 덕에 생각지도 않은 연잎을 가져왔다. 부피가 커서 작은 잎을 골라 따왔는데 신문지 한 장을 거뜬하게 둘둘 말고도 남았다. 초복에 식구 수만큼 영계를 사서 삼계탕을 끓이기로 했다. 뱃속을 가득 채운 찹쌀이 빠져나오지 않게 닭다리를 반대쪽으로 꼬아서 포갰다. 마늘을 넉넉히 집어 밀양 대추와 은행, 황기, 인삼을 차례대로 넣고 마지막에 연잎 한 장을 솥에 가득 덮어 푹 고았다. 연잎을 넣었을 때와 넣지 않았을 때와는 눈으로 봐도 확연한 차이가 났다. 뿌옇게 떠오르는 부유물을 걷어 내기 바빴는데 갈변한 연잎을 걷어낸 뽀얀 국물은 거짓말처럼 말간데다 닭 비린내까지 말끔하게 잡아주어 연잎의 효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다산과 벗들은 세밑이나, 분속에 심어둔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릴 때, 살구꽃, 복숭아꽃이 피면 꽃에 앉은 봄을 보기 위해, 한여름 참외가 익으면 나눠먹기 위해 만났다고 한다. 서지에 연꽂이 피기 시작하면 완상하기 위해 또 만났다. ‘국화가 피면 모이고, 눈이 내리면 모인다. 술과 안주, 붓과 벼루를 차려놓고 술 마시며 시를 짓는데 이바지 한다’ 죽란시사첩에 기록된 모임에 관한 규약이다. 세상에 이보다 아름다운 규칙이 있으며 그에 버금가는 풍류가 또 있을까. 연꽃 터지는 소리가 날 때, 연잎에 구멍을 뚫어 하심주 한잔 나누고 싶은 친구를 나는 가졌을까. 계절이 바뀔 때 절기에 따라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여행을 같이 가고 싶은 친구, 영화를 함께 보고 싶은 친구, 맛난 음식을 먹을 때 생각나는 친구, 시원한 생맥주 한잔 앞에 두고 싶은 친구가 있다. 연잎은 발수성이 좋아 조금만 흔들어도 빗방울이 미끄럼 타듯 흘러내린다. 진흙 속에서도 결코 흙을 묻히지 않는 절대적인 시크릿이다. ‘언제나 연꽃처럼’이라는 서각 작품을 멋들어지게 새겨준 친구, 연밭에서 연잎을 따서 건네준 친구, 연꽃을 좋아하고 연꽃을 닮은 그 친구가 생각나는 여름이다. 올여름 서울이 가장 수위가 높았던 극악한 무더위를 기록했다. 한더위에 하심주를 나누는 죽란시사 일원은 아니더라도, 친구가 따 준 연잎을 띠워 복달임이라도 했으니 친구 덕에 삼복더위 복날 땜은 했다고 칠까. ▼송정자 한국수필 등단. 지구일보 신춘문예 당선, 한국수필가협회, 한국수필작가회, 미리내수필문학회 회원, 동대문문인협회 감사, 정독도서관 다스림서울 동인, 설총문학상, 동대문문학상, 제3회 권대근문학상 수상, 수필집 『f홀의 위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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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기자신문] 신춘문예 출신 작가 송정자의 '하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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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기자신문]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 이 한 편의 시, 남현설 '박카스'
- 박카스 남현설/ 시인, 에세이문예 편집차장 효과는 있었다 작은 병 하나로 밤을 통과하는 일 누군가 비워 둔 자리 시간이 스며든다 부족한 인원 늘어난 공정 사이 설명 없이 움직인다 뚜껑을 여는 순간 규정은 잠잠하다 카페인은 눈을 앞으로 당기고 당분은 다음 순서를 옮긴다 익숙하다 타우린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얼굴이 붉어지면 괜찮다는 판단 이의는 없다 회복이라는 단어는 여기서 필요하지 않다 유지되면 충분하다 아침이 오면 효과는 끝나고 이후는 각자의 것으로 작업대 옆 빈 병 하나 밤을 넘긴 기록이다 계산되지 않은 시간이다 ▶약력 포항 출신, 2023년 에세이문예 시 등단, 2025년 에세이문예 수필 등단, 2024년 에세이문예작가상 수상, 2025년 제1회 진리와 표현문학상 수상, 한국본격문학가협회 부회장, 권대근문학상운영위원회 사무국장, 사)국제pen한국본부 부산지역위원회 이사, 에세이문예 편집간사, 다스림부산 동인, 녹조근정훈장 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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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기자신문]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 이 한 편의 시, 남현설 '박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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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기자신문] 타고르문학상 대상 작가 이은주 시인 한국본격문학가협회 부회장 선임
- 한국 본격문학의 흐름을 이끌어온 한국본격문학가협회(회장 권대근)가 신임 부회장 선임 소식을 발표하며 문단의 이목을 끌고 있다. 협회는 4월 7일부로 시인 이은주를 부회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이번 인사는 창작 역량과 문학적 성취를 두루 갖춘 작가를 중심으로 협회의 전문성과 미래 지향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은주 한국본격문학가협회 부회장 한국본격문학가협회는 매년 경주의 더케이호텔 경주에서 전국 규모의 문학대회를 개최하며, 문학 세미나와 작품 토론회를 통해 회원 작가들의 창작 역량을 높이는 데 주력해왔다. 이러한 지속적인 활동은 개인의 문학적 성장은 물론 한국 문학 전반의 질적 향상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협회를 이끄는 권대근 회장은 중국 하북미술대학 객좌교수로 활동하며 국내외에서 한국문학의 가치를 알리는 데 힘써왔다. 또한 계간 『에세이문예』(한국문화예술위원회 부산문화재단 3년 연속 우수예술 발간 사업 선정)를 발간하며 협회 소속 작가들의 창작 기반을 공고히 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권 회장은 “작가의 성장은 곧 문학의 성장”이라며 “전문성과 비평적 역량을 갖춘 문인을 양성하는 것이 협회의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한국본격문학가협회 신임 부회장으로 선임된 이은주 시인은 2018년 『대한문학세계』를 통해 등단한 이후 꾸준한 작품 활동으로 주목받아왔다. 부산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지역 문단에서도 활발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으며, 에세이문예 부설 문예창작대학원 문학평론반에 수학 중이며, 향토문학제 대상(2018), 전국 짧은 시짓기 공모전 은상(2021), 타고르문학상 대상(2022) 등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시집 『아껴 먹는 슬픔』은 절제된 언어와 깊은 정서로 독자들의 호평을 얻고 있다. 송명화 에세이문예 주간(수필가, 문학평론가)은 “이은주 시인의 합류는 협회에 새로운 감각과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창작과 비평이 균형을 이루는 본격문학의 토대를 더욱 공고히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인사를 계기로 한국본격문학가협회가 어떤 문학적 지평을 확장해 나갈지 문단의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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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기자신문] 타고르문학상 대상 작가 이은주 시인 한국본격문학가협회 부회장 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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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기자신문] 신춘문예 출신 작가 송정자의 '가시박'
- 가시박 송정자/ 수필가, 지구일보 신춘문예 당선 마른 잎들이 낯빛을 바꾸고 있다. 한때 붉었던 전성기를 접으며 낙하 준비를 한다. 어느 날은 심하게 맞은 볼때기를 만지며 때리는 갯바람을 미워하고, 또 어떤 날은 빗방울 샤워를 시켜준 비님이 고마워 더욱 반짝거렸을 테지. 고운 빛깔을 가진 노란 은행잎을 시기하며 곱게 물들지 못한 점박이 잎 신세에 한숨짓기도 했을 거야. 치열했던 한해살이를 접어 보내느라 연신 잎을 떨구고 있다. 고즈넉한 한강 길이다. 인적이 없는 산책길에서 노을의 정경을 바라본다는 문단 선배의 초대로 다섯 여인이 행주나루터에 모였다. 늦가을의 정취에 흠뻑 빠져들자며 고조된 기분으로 한강 둘레길을 걷기 시작했다. 예전에 행주대교가 바라보이는 나루터 쪽은 강변의 돌방구지가 있던 백사장이었다. 지금은 온통 뻘밭이다. 더러 발밑에서 숨구멍을 내어 뻐끔거리는 참게는 바다로 내려가는 길목에 통발을 치면 잡힌다고 한다. 이 곳은 어획량이 풍부해 아직 어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있다니 반가운 일이다. 밀물 때는 갯고랑 수풀 속으로 그물을 치면 먹이활동을 하는 장어도 잡힌다. 생태계의 고요한 움직임, 낙엽이 한해를 갈무리 하는 모습, 장어가 살찌우는 소리, 길을 걷는 여인들의 수다, 모든 풍경이 화음이 되어 길을 채운다. 마치 말러의 교향곡, ‘아침 들을 거닐면’이 들리는 듯하다. ‘밝고 경쾌한 아침 들을 거닐면 이 세상은 아름답다고 작은 새가 말을 거네.’ 사뭇 가뿐하게 이어지는 플루트의 짧은 전주를 이어받아 관현악의 중간부에 들어가면 해돋이의 정경이 묘사되며 이어 제3부로 접어든다. ‘모든 것이 햇빛에 붉게 타고 음과 빛깔로 가득 차네’ 최초의 선율이 재현되며 행복은 이렇게 시작되는 것일까, 하고 물으며 감미로운 악상으로 바뀌듯, 층층이 마른 풀내음을 들이키며 행주나루 길의 잔잔한 흙 공기에 젖어 갈 즈음이었다. 늦가을로 접어든 들판에 마지막까지 욕망을 놓지 못하는 ‘가시박’이 눈에 들어왔다. 온통 강변길을 장악한 상태였다. 이파리는 이미 숨을 다한 종잇장이 되어 말라붙었다. 덩굴만 생태식물의 숨통을 잡고 여전히 감아 오른다. 서리 맞은 줄기마다 엉킨 가시는 투명한 살얼음을 달고 바람이 일 때마다 긁어대는 소리가 난다. 한강을 바라보며 피어올린 풀잎들과 나무는 빛을 잃은 채, 가시박이 쳐놓은 그물 속에 갇혀버렸다. 햇살에 닿지도 못하고 땅 속으로 파고들어갈 씨앗조차 품지 못한다. 함박눈이라도 쏟아져 하얗게 한강변을 덮는다 해도 가시박만은 목 끝을 차올려 유령처럼 떠다닐 기세다. 허락하지 않은 불청객이 따로 있으랴.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했을 만큼 악명이 높다. 줄기에 난 거친 가시 때문에 제거작업에 난황을 겪는다고 한다. 제초제를 뿌리면 키우는 작농식물이 해를 입을까봐 쓰지 못하고, 농사짓는 이들의 애가 탈 것은 자명해 보인다. 아침 뉴스를 보다가 다시 가시박이 떠올랐다. 아파트에 사는 학부모가 아이에게 빌라에 사는 친구와 놀지 못하게 한다는 기사가 나왔다. 지천으로 늘린 요즘 시대의 아파트가 무슨 주거계급이라도 된다는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부모의 불안이 집의 차별로 변질된다면 아이는 집이라는 공간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무차별하게 뒤덮는 가시박 같은 부모의 의식을 아이들 시선에 투영시켜서야 되겠는가. 가시박은 한겨울에도 감은 덩굴을 풀지 않는다. 자기 생존을 넘어 다른 식물의 숨통을 틀어쥐고 있다. 빛을 가로채어 길을 막고, 스스로의 영역을 자연의 순리로 오인한다. 빌라에 사는 친구와 놀지 말라는 말은 보호가 아니라 아이의 세계에 금을 긋는 가시박의 덩굴이 되라는 것과 다를 바가 없지 않은가. 한삼덩굴과 힘겨루기라도 하는지 잎 모양이 흡사한 한해살이 외래종 덩굴식물이다. 만져보면 단면에 각이 져있지만, 줄기는 곱슬곱슬하고 부드러운 털이 밀생한다. 끝이 서너 갈래로 갈라져 잎자루 마디마다 무기 같은 덩굴손이 있다. 전국의 하천부지, 저수지, 농수로 주변 길가나 숲 가장자리를 돌며 약습에서 적습까지 서식한다. 이미 낙동강, 사대강 수계부터 서식지를 넓혀 수도권의 강변까지 점령한 상태다. 무서운 속도가 아닌가. 호박잎처럼 갈라진 덩굴손이 뻗어 나와 땅위를 기어 다니다가 다른 식물을 덮치면서 높은 나무까지 타고 올라간다. 마치 거대한 황무지를 치유하려는 듯 숲 전체를 쓰나미처럼 쓸어버린 형국이다, 소중한 아이들을 가시박의 그늘에 가두려는 것일까. 한강변 매서운 바람 앞에서도 가시박이 거친 덩굴을 놓지 않듯이, 지나친 관념에 사로잡힌 어른이 아이들의 동심에 차별의 굴레를 씌우려 한다. 죽은 잎으로도 다른 생태의 숨통을 옥죄고 있는 가시박처럼 차별 역시 다음 세대로 뻗어갈 씨앗과 거름을 뽑아버리는 것이 아닐까. 차별은 보호가 아니다. 아이들의 세계를 말라붙게 하는 명분이 어른들의 내려놓지 못하는 덩굴이 되어서야 되겠는가. 아이들의 동심을 질식시키고 얼려버린다는 것을 이제 자각해야하지 않을까. 오후 햇살은 이미 검은 그림자를 드리우며 말러의 제3곡 ‘타는 듯한 단검으로’의 음률로 전환되고 있다. 관현악에 의한 열광적이고 거친 전주 뒤에, 단조의 미친 듯한 선율로 바뀌어간다. 이 선율은 ‘가슴에는 타는 듯한 단검이 낮에도 밤에도 잠자는 동안에도 나를 괴롭히네’ 라며 폭발적으로 고조된다. 관현악도 함께 응하며 격렬하게 울려 퍼지다가 장조로 바뀐다. 미친 듯이 고조되는 음율 끝에는 쓸쓸함이 배인 ‘아 검은 관에 눕고 싶다’로 최후의 클라이막스에 도달한다. 강열하게 타고 올라가던 가시박이 마치 쉬고 싶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무언의 알림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나만의 기후일까. 다섯 여인을 쫓아오던 낮달이 저 만치 보낸 오후의 해거름 앞에 발걸음을 정착하고 있다. 해넘이 준비를 하는 행주나루터 물길이 마치 그물막 속에 갇힌 아이들을 비추려는지, 회색 가시박 덤불에다 어둠이 오기 전, 가장 뜨거운 노을빛을 얹고 있다. ▼송정자 한국수필 등단. 지구일보 신춘문예 당선, 한국수필가협회, 한국수필작가회, 미리내수필문학회 회원, 동대문문인협회 감사, 정독도서관 다스림서울 동인, 설총문학상, 동대문문학상, 제3회 권대근문학상 수상, 수필집 『f홀의 위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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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기자신문] 신춘문예 출신 작가 송정자의 '가시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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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기자신문] 대한민국 수필학 대한명인 권대근 교수 추천, 이 한 편의 수필 김필옥의 '갈치와 고스톱'
- 갈치와 고스톱 김필옥/수필가 “이게 가자미가 아니면 니 신랑 불알이가? 별꼴을 다 보겠다.” 통영 중앙시장 생선 가게를 지나며 들은 할머니의 웃음 섞인 구수한 소리가 정겹게 들렸다. 억지로 웃음을 참으며 그 옆 가게 할머니의 물 좋은 갈치. 지금 막 잡아 왔다는 말에 발걸음을 멈췄다. 값을 깎는 대신 갈치 한 마리를 더 넣어 주는 것으로 흥정을 마치고 갈치 손질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갈치가 살아 있는 것도 아닌데 주인장 손에서 자꾸만 빠져나간다. 대충 좌판을 펼치고 생선을 파는 할머니들의 모습에서 사람 냄새가 난다. 그냥 좋다. 뭐든 더 사고 싶다. 조기도 사고, 김도 샀다. 여행을 간 것이 아니라 장을 보러 간 듯했다. 하루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깊은 바닷속에서 고기를 잡아 오는 듯 마음이 뿌듯했다. 돌아오는 길에 차 안에서 남편에게 넋두리했다. 요즘 난 계산이 잘 안된다고. 두 가지 이상만 사면 머릿속이 하얗게 되면서 계산할 수가 없다. 집에 도착하자 남편이 식탁에 앉아보란다. 귤을 하나, 둘, 셋, 넷 순서대로 놓고 이 중에 귤 하나만 움직여 다시 하나 둘 셋 넷이 되게 만들어 보란다. 난 귤 하나를 움직여 원하는 답을 만들었다. 남편이 웃으며 네 머리는 아직 괜찮다며, 오늘부터 계산하는 훈련을 위해 매일 잠깐잠깐 고스톱을 치자했다. 고스톱 게임이 조금 익숙해질 때 새로운 것을 알았다. ‘광’으로 점수를 나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내가 빛을 쫓아다니는 사이 상대는 ‘피"를 열심히 모아 실속 있는 점수를 내고 있었다. 고스톱의 놀이가 마치 인생살이와 많이 닮아 있다고 생각을 했다. 너무 좋고 화려한 패가 들어와도 상대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낮에 산 대부리 갈치가 생각났다. 갈치의 빛나는 은색이 벗겨져 연분홍 속살을 여기저기 드러내고 있는 갈치. 왜 이 갈치는 이렇게 껍질이 벗겨져 있냐고 물으니, 은갈치는 낚시로 한 마리 한 마리 잡아 올린 귀하신 몸. 대부리 갈치는 그물로 한꺼번에 잡아 올린 갈치란다. 그물에서 서로 얽히고설키며 그물에 긁혀 껍질이 벗겨진 것이란다. 그러면 고스톱의 광과 피가 그렇듯 대부리 갈치와 은갈치도 광과 피의 신세란 말인가. 남편은 계산을 핑계로 고스톱을 가르쳐 주면서 내가 몇 점으로 이겼는지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 점수 계산이 끝나면 혼자 재미있어했다. 청단을 빼먹었다는 둥, 자기가 피박인데 슬쩍 패를 섞어 자기가 피박인 것을 내가 모르게 패를 섞는 귀여운 속임수를 부렸다. 내가 멍하니 당하고 있으면 남편은 뭐가 그리 즐거운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내가 투정을 부리면 “이게 다 훈련이야. 네가 정신을 바짝 차려.”하며 연신 킥킥 꺼렸다. 그 웃음소리에 약이 오르기도 했지만 내가 또 무엇에 속았을까? 실눈을 뜨고 살폈다. 덕분에 놀이하는 내내 우리는 서로의 장난기 어린 눈빛을 정답게 주고받았다. 며칠이 지나자, 상황은 역전이였다. 갈치 가시를 발라내듯 고도의 집중력이 고스톱판에서 발휘되기 시작했다. 내가 상대의 패를 읽어내고 무심히 던진 패가 내 피를 불러줄 때면 “고!”를 외쳤다. 내가 “고”를 외칠 때마다 남편은 “잘하는데!” 하면서도 얼굴에 웃음기가 줄어들었다. 급기야 남편은 “이제 그만하자.”며 바닥에 깔린 패를 모두 뒤섞어버렸다. 그 모습이 어찌나 우스운지 이번엔 내가 배를 잡고 웃었다. 그 시간 이후로 나는 우리집 ‘타짜’가 되었다. 갈치 살을 바르는 힘 조절은 수행이다. 조금만 힘을 주어도 연약한 살점은 어스러진다. 살점을 조심스레 건져 올려 입속으로 들어갈 땐 내가 더 넓은 바닷속 갈치가 되고 갈치는 내가 된다. 고스톱판에서 패를 뒤집는 찰나의 손 맛이 그러하다. 단지 점수를 내기 위한 계산이 아니라 다음 장에 무엇이 나올지 모르는 불확실성 속으로 나를 던지는 유쾌한 시간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네 인생도 고스톱 판이나 갈치 좌판과 다르지 않다. 우리는 늘 화려한 ‘광’을 꿈꾸며 살아가지만 실제 기쁨을 느끼며 내 삶을 살찌우는 것은 투박하지만 순한 ‘피’ 같은 일상이다. 그물에 긁히고 부딪히며 비늘이 벗겨진 대부리 갈치가 오히려 깊고 구수한 맛을 내듯, 이리저리 치이며 삶의 비늘이 벗겨져도 매 순간 새로운 존재로 다시 살아난다. 가시를 바르는 집중력에, 패를 던지는 손맛에, 그리고 남편의 귀여운 속임수를 알아차리며 한바탕 웃음소리에 삶을 슬쩍 밀어 넣는다. 나는 오늘도 식탁 위에 새로운 패를 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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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기자신문] 대한민국 수필학 대한명인 권대근 교수 추천, 이 한 편의 수필 김필옥의 '갈치와 고스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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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기자신문] 권대근 교수의 시화전 지상 도슨트 투어, 송명화의 시 '미조'
- 미조 송명화/ 작가, 문학언어치료학박사, 에세이문예 주간 바다는 노는 소리를 들었다 조각배 한 척이 쉼없이 흔들리고 매달린 부표는 맴을 돈다 고물과 이물의 저 다정한 호음 사는 것 늘 이랬더라면 물결의 변주에 시선을 두다가 일어선다 뚝 듣는 눈물 한 물울 요람에서 듣던 엄마의 심장박동을 무민사 아래 저녁 바다에서 다시 만났다 물에서 태어난 우리 보이지 않는 손을 잊고 숨쉬는 것조차 힘들어하던 미망의 그물 미조항을 들어앉힌다 바다의 리듬에 내 주파수를 맞춘다 도슨트 권대근 교수 송명화 문학언어치료학 박사 ▼해설/ 권대근 교수(중국 하북미술대학 객좌교수) 이 시는 남해의 아름다운 항구 미조항이라는 바다의 외부 풍경을 단순히 묘사하는 데 머물지 않고, 그 리듬을 통해 인간 존재의 근원적 기억으로 나아가는 감각존재형 서정시입니다. ‘노는 소리’, ‘흔들림’, ‘맴’, ‘변주’, ‘심장박동’, ‘주파수’로 이어지는 일련의 표현들은 바다의 물리적 운동을 청각적 신체적 리듬으로 전환시키며, 자연과 인간의 감각을 하나의 흐름 속에 묶습니다. 특히 바다의 파동을 “요람에서 듣던 엄마의 심장박동”으로 전치한 구절은 시 시의 압권이며, 가장 문학적 성취가 빛날 뿐만 아니라, 현재의 풍경을 유년의 기억과 겹치게 하는 시간의 중층구조를 만들어 감동을 견인해 냅니다. 이처럼 감각에서 기억으로, 다시 하이데거의 존재 인식으로 확장되는 흐름은 이 시의 가장 중요한 특징입니다. 특히 청각적 이미지에서 시작하여 촉각적 생리적 리듬으로 이동하고 마지막에는 ‘주파수’라는 개념적 인식으로 확장되는 부분이 매우 이상적인 이 시는 감각에서 사유로 가는 상승구조가 돋보입니다. 시적 장치 면에서 이 작품은 은유의 연쇄와 리듬 중심의 조직이 돋보입니다. ‘고물과 이물의 호음’, ‘물결의 변주’ 같은 표현은 바다를 하나의 음악적 구조로 환원하며, 화자의 인식 역시 그 리듬에 동화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또한 “물에서 태어난 우리”라는 구절은 개인적 체험을 인간 존재 전체의 조건으로 확장시키는 역할을 하며, 마지막의 “내 주파수를 맞춘다”는 표현은 자연과 자아가 조율되는 순간을 현대적 감각으로 형상화합니다. 이 시의 장점은 감각적 이미지와 개념적 사유가 분리되지 않고 유기적으로 결합된 데 있으며, 독자는 이를 통해 바다를 ‘보는’ 것을 넘어 ‘듣고, 느끼고, 기억하는’ 입체적 체험에 이르게 됩니다. 특히 “다시 만났다”는 표현은 단순한 연상이 아니라 잃어버린 근원을 회복하는 사건성을 부여합니다. 이 시는 바다의 리듬을 매개로 이 지점에서 풍경시를 넘어 인간 존재의 기원적 기억을 환기하는 존재론적 서정을 보여줍니다. 그 정점은 ‘심장박동’의 이미지에서 가장 강하게 구현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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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기자신문] 권대근 교수의 시화전 지상 도슨트 투어, 송명화의 시 '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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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기자신문] 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17) 송명화 ‘눈맛의 깊이, 손맛의 여운’
- [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17) 송명화 ‘눈맛의 깊이, 손맛의 여운’ 최재선의 ‘순례자’ 에세이문예 26년 봄호 송명화/ 문학평론가 최재선의 수필 <순례자>는 계곡물이 강물에 이르는 과정을 따라가며 물의 행위에 의미를 부여하는 성찰적이고 명상적인 수필이다. 이 수필의 서사적 시간은 물의 흐름을 따라 전개된다. 물길을 함께 걸으며 작가는 물을 관찰하고 물에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을 한다. 단순한 체험 서사이지만 장면마다 동서양의 여러 철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의미화, 상상화를 이루어 독자에게 고차원적인 인식의 기회를 제공한다. 권대근 교수가 제시한 수필의 미적범주인 눈맛과 손맛 차원에서 이 수필은, 작가의 존재 탐색이라는 폭넓고 깊이 있는 사유로 인해 눈맛이 탁월하고, 남다른 문장 감수성으로 문장 차원에서 발견되는 손맛 또한 수준 높은 문학성을 담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먼저 눈맛, 즉 주제나 인식 차원의 미의식은 존재의 탐색과 책임 윤리의 실천이다. 작가는 생을 떠받치는 구도자이며 어머니의 신성을 지닌 존재로서의 물을 그린다. “윤슬로 빛나는 물은 자만하지 않고, 그냥 흐르는 물은 질투하지 않으며, 이들은 삼보일배의 자세로 순례의 강을 걷는다”와 같은 문장은 노자의 물 철학과 레비나스의 타자철학을 반영한다. 겸손과 타자에 대한 무한 책임이 핵심이다. 거기다 물이 관계하는 세상은 인간과 비인간이 능동적으로 관계하는 공존과 상호의존의 세계로 그려진다. 이런 라투르의 행위소네트워크 이론에서 제시한 신유물론적 사고까지도 적용되어 폭넓은 철학적 깊이를 확보하고 있어 성찰수필로서 의미가 크다. 특히 강가에 매인 작은 배를 불화의 강을 화합의 장으로 되돌리는 순접접속어로 보는 문단은 눈맛이 가장 고조되는 부분이다. “언제까지 우리라 하지 않고 전라도, 경상도 타령하며 살 텐가”라는 구도자의 호령이 혼탁한 인간사에 메스를 들이댄다. 편을 가르고 배척하는 역접의 문화를 향한 사자후다. 수필을 ‘사회적 긴장을 드러내는 미학적 장치’라고 보는 아도르노의 철학을 깔고, 갈등 극복과 화합의 메시지를 담고 윤리적 각성을 촉구하는 예리한 눈맛, 작가의식은 이 작품의 백미다. 형식이 내용의 의미를 효과적으로 지지하며 문학성을 견인한다. <순례자>는 대단한 손맛으로 고급문학의 형식을 구축하고 있다. 시적 함축이나 비유를 능숙하게 이용할 뿐만 아니라 문장의 호흡을 중시한 깔끔하고 우아한 수필적 문장 형식은 몇 번이고 다시 읽으며 문장을 즐기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수필은 이미지가 공명하는 구체화의 장이 되면 문학성이 훨씬 강해진다. 이 수필은 제목부터 상징적이다. 생명과 생성, 치유로 상징되는 원형적 이미지인 물을 순례자이며 구도자로, 물길 따라 걷는 작가를 물의 순례를 해석하고 의미화하는 존재이자 깨달음의 수혜자라는 이원적인 존재로 디자인함으로써 단조로울 수 있는 순행적 구조를 탈피한다. 문학은 문장의 예술이다. 탁월한 문장력으로 최재선은 독자도 순례자로 만들어버린다. 신선한 아포리즘들이 곳곳에 포진하여, 물이 내 몸을 통과해 해우소까지 가는 발걸음조차 순례의 길이라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사유해야 할 어떤 책임 의식을 불러일으키는 데까지 독자를 이끄는 힘을 그는 문장으로 보여준다. <순례자>의 문장은 물처럼 흐른다. 읽는 행위 자체에 물의 운동성이 문장에 그대로 드러난다. ‘적막이 곳곳에 탑을 쌓고 있다’, ‘재첩국에도 산문을 나온 수도자가 여럿 계신다’ 등의 참신한 표현, 고급스러운 문장과 리듬으로 깊은 사유체계에 독자가 저항 없이 빠져들게 한다. 마지막 문단, “마른 목을 적신다. 몸 구석구석에서 물의 발소리가 들린다”로 제시한 지배적 정황이 갖는 힘은 대단하다. 독자의 정서에 떨림을 안기는 정동적 표현을 능숙하게 사용하여 독자의 사고를 열어젖힘으로써 독자의 마음에 오래 울림을 남기는 문학적 성취를 이루었다. 행간의 여백이 가지는 미학을 활용하고, 간명한 비유로 문장의 밀도를 높이는 최재선은 수준 높은 기교를 구사하는 문장의 연금술사다. 권대근 교수의 저서 『문장가로 가는 길』의 권두언에는 “글을 쓰려면 먼저 문장가가 되어라”라는 문장이 나오는데, 최재선은 그런 면에서 선두그룹에 위치한다고 해도 무리가 없겠다. 수필 <순례자>는 사유의 깊이와 표현의 능란함으로 문학적 성취를 이룬 본격수필이다. 다양한 철학에 기반하여 존재를 탐색하고, 탐색과 미적 진보라는 타자지향적 사고를 바탕으로 인식 차원의 맛을 확보하였으며, 뛰어난 기교로 체험과 정서의 문학적 형상화를 이룸으로써 미의식 차원의 멋을 확보하였기에 명수필의 반열에 올린다. ■송명화 주요 약력 △수필가, 문학평론가, 문학언어치료학 박사 △경남 남해 출신 △전남일보 신춘문예 수필(2005) △에세이문예 문학평론(2010) △제8대 국제PEN한국본부 부산지역위원회 회장, 초대 한국본격수필비평가협회 회장 △한국도서비평가협회 부회장, 계간 [에세이문예] 주간, 사)부산광역시문인협회 부이사장, 부산교대 평생교육원 문예창작반 지도교수 △수필집 <순장소녀>(세종도서), <꽃은 소리 내어 웃지 않는다>(문학나눔), <나무의 응시 풀의 주름>(아르코창작기금) 등 6권 △이론서 <본격수필 창작이론과 적용> △김만중문학상(수필), 우하박문하문학상(평론), 한국에세이평론상(평론), 평사리문학대상(수필), 신격호샤롯데문학상 대상(수필) 등 수상 ■최재선 <순례자> 비발디의 ‘사계’ 가운데 겨울은 장엄하게 끝난다. 이 계절의 끝에 들른 쌍계사. 적막이 곳곳에 탑을 층층이 쌓고 있다. 산사를 몇 걸음 벗어나 만난 계곡, 동안거를 마친 물이 산문 밖으로 나선다. 물은 수도자이다. 외도하지 않고 갈 길만 간다. 아랫마을 어느 집에 사람 소리가 여러 가닥으로 들린다. 반가운 손이 몰려온 성싶다. 주고받는 말 빛이 차지고 따숩다. 주인인 듯싶은 사람이 불에 찻물을 올린다. 동안거를 마친 물 몇 방울도 이곳에 합세하여 끓는다. 물의 체온이 어느 정도 가라앉자 주인이 찻잎을 넣는다. 푸노랗게 우러나는 녹차. 대여섯 손이 눈빛을 맞추며 차를 마신다. 커피를 마실 때는 후루룩이란 후렴을 한가닥 풀어도 별로 민망하지 않다. 다리를 꼬고 삐딱이 앉아서 마셔도 눈밖에 벗어나지 않는다. 커피를 마시다 좀 노닥거리며 손전화 문자를 들춰도 된다. 차는 다르다. 적어도 몸을 바르게 하고 마셔야 한다. 책을 읽듯이 오감으로 대해야 차 맛을 제대로 읽어낸다. 화개 녹차를 마셔 온 지 스무 해쯤 될까. 한 집 건너 한 집이 카페인 요즘, 녹차는 커피에 밀려 불자나 마시는 차가 되고 말았다. 녹차를 오래 마셔온 내력에 기대면, 머리를 맑게 하고 쓸데없이 튀는 흥분을 가라앉힌다. 글감이 안갯속 같을 때 녹차가 글 길을 놓으며 쓸거리를 데려온다. 녹차를 즐겨 마시면 해우소 가는 일이 번거롭지만. 아니나 다를까, 어느 손이 해우소에 들른다. 찻물로 손의 몸속을 순례했던 물이, 해우소 밖으로 나와 길을 걷는다. 화개장터. 재첩국 한 사발을 시켜 점심으로 입치레를 한다. 말갛게 몸을 푼 재첩국에도 산문을 나온 수도자가 여럿 계신다. 아낌없이 주는 게 나무뿐이랴. 곰곰이 들여다보면, 물도 우리를 위해 소신공양을 얼마나 많이 하고 있는가. 물같이 걸으려고 맘먹고 나선 길. 화개장터에서 하동 쪽으로 이어진 섬진강 백 리 길로 발을 들인다. 과분하게도 수도자와 동행하면서. 화개는 차 반, 물 반인 차와 물의 마을이다. 섬진강 옆구리마다 차밭이 이어진 문장으로 오래 겹친다. 여러 물이 발길을 섬진강으로 들이지 않고 차밭으로 돌린다. 겨우내 물길을 닫았던 차나무 가지의 수로를 열고 겨울잠 든 찻잎을 깨운다. 눈을 부스스 비비며 선잠에서 깨어나는 찻잎. 벚꽃 뜨는 시절에 맞춰 연둣빛 웃음을 매달리라. 차밭 예제에 청매화가 서둘러 봄을 맞고 있다. 몇 촉씩 꽃망울을 트고서. 물은 공정한 방문자이다. 키 낮은 나무나 큰 나무를 차별하지 않고 혈관의 피로 흐른다. 제 살의 반을 세월에 깎이고 바람에 벗겨진 청매화 한 그루가 고단하게 서 있다. 몸이 성성한 나무보다 꽃을 많이 피운 힘은 어디에서 생겼을까. 물이리라. 물길을 반 이상 잃고도 물의 방문자를 후덕하게 받아들이는 포용력. 당신의 몸은 성성하지 못해도 새끼를 대충 기르지 않겠노라는 모성애를 물이 결속하지 않았을까. 섬진강 변의 차와 매화는 대숲이 겨울 강바람을 막아준다. 대나무는 평생을 수도자로 산다. 속을 완전히 비우고 강바람이 부는 대로 춤을 춘다. 이 춤의 배경음악은 물의 노래이다. 대숲에서 부는 바람은 물 냄새를 품고 있어 가슴을 맑게 씻어준다. 섬진강변은 아직 겨울인데도 온통 초록의 향연이다. 녹차, 청매화, 대숲, 물빛이 한 측근으로 어울리어 풍경을 이룬다. 대숲이 마침표를 찍자 눈앞에 온전히 펼쳐지는 섬진강, 바위에 백로 한 마리가 물을 읽고 있다. 천 길 물속은 물만이 안다. 삶을 부정한 사람은 강물로 흐르지 못한다. 만날 힘들어 죽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은 강에 이를 힘이 없다. 꿈은 입버릇대로 이루어진다고 하지 않는가. 누군가를 짓밟고 위로 오른 사람은 언젠가 추락하고 만다. 심신을 청아하게 다스린 물이 사람 사는 마을의 밥물이 된다. 반갑게 찾아온 귀한 사람에게 내놓는 찻물이 된다. 목마른 길손을 위로한다. 무엇인가를 애타게 꿈꾸면 갈증이 나기 마련. 갈증은 물의 부재로 인해 생기는 통증이다. 강 건너편에 있는 배 한 척. 강이 전라도와 경상도를 나누기도 하지만, 두 땅의 문장을 잇는 접속어가 되기도 한다. 배는 순접 접속어다. 언제까지 우리라 하지 않고 전라도, 경상도 타령하며 살 텐가. 동안거를 마친 물이 힘을 모아 흐르는 섬진강은 단순한 물줄기가 아니라 생명이다. 다른 강에서는 사라진 참게나 은어가 이 강에서는 아직도 터를 잡고 산다. 깨끗한 물에서만 사는 재첩도 눈을 뜨고 있다. 땅은 기름지다. 짤막한 해가 건넛산 봉우리에 걸치자, 햇빛에 비친 물이 일제히 반짝인다. 한순간이지만 윤슬로 빛나는 물이 있고, 묵묵히 흐르는 물도 있다. 윤슬로 빛나는 물은 자만하지 않고 그냥 흐르는 물은 질투하지 않으며. 이들은 삼보일배의 자세로 순례의 강을 걷는다. 걷고 흐르며, 목마른 까마귀 떼의 목을 축이거나 어부의 배를 떠받칠 것이다. 마른 목을 적신다. 몸 구석구석에서 물의 발소리가 들린다. ▮최재선 주요 약력 △ 시인, 수필가, 문학박사 △ 저서 : 시집 『문안하라』 외 7권, 시조집 『우두커니』 외 1권, 수필집 『경전』 외 6권. 글쓰기 이론서 『글쓰기의 황홀』 등 △ 해양문학상, 연암박지원문학상, 교육부장관상(대학 글쓰기 교육 시스템 개발) 수상 △ 전) 한일장신대학교 글쓰기 교육 전담 교수 △ 현) 한일장신대학교 객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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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기자신문] 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17) 송명화 ‘눈맛의 깊이, 손맛의 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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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pen한국본부 부산지회(회장 김월강) 부산펜시화전 도슨트(권대근 교수) 투어 개최
- [대한기자신문] 국제pen한국본부 부산지역위원회(회장 김월강)는 오는 4월 13일 월요일 부산 동래구 온천천 부산펜시화전시장에서 2026년 부산펜시화전 도슨트 투어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전시된 회원들의 작품을 해설해주는 도슨트는 부산펜 명예회장인 문학평론가 권대근 교수가 맡는다. 이날 부산펜사무국에서는 시화집 시집 200권을 시민들에게 나눠줄 예정이고, 행사를 마치면 근처 펜사무실로 가서 시낭송회 및 차담회를 갖는다. 도슨트 투어 참석자는 양은순 상임고문(시인, 문화와 문학타임 발행인), 송명화 상임고문(문학평론가, 에세이문예 주간), 김월강 회장(시인, 금어사 주지 스님), 김정애 부회장(평론가, 부산수필문학협회 회장), 최순덕 부회장(수필가, 평론가), 윤교숙 부회장(시인), 이종래 사무부회장(시인), 황인숙 사무국장(시인), 김예순 이사(시인), 장정애 이사(시인, 에세이문예 편집차장), 남현설 이사(시인, 권대근문학상운영위원회 사무국장), 박혜경 이사(시인), 유상순 이사(시인)이다. 김월강 회장 한국본부는 1954년 10월 23일 창설되었고, 1955년 6월 오스트리아 빈의 제27차 세계연차대회에서 정식 회원국으로 가입, 그 해 7월에 인준을 받았다. 세계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우리 민족의 예술과 문화를 소개함으로써, 세계 각 국민들과 문화적으로 국제친선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 도슨트 권대근 교수 국내의 우수 문학작품을 번역, 국제펜클럽을 통하여 세계 각국에 소개하며, 한국의 고유 문화와 전통 문화 등을 교류한다. 창설 당시의 구성원은 변영로(卞榮魯) 주요섭(朱耀燮) 모윤숙(毛允淑) 이헌구(李軒求) 김광섭(金珖燮) 이무영(李無影) 등이다. 1954년 영국에 다녀온 모윤숙을 중심으로 이들이 모여 발기인대회(1954.9.15) 총회를 열어 초대 위원장에 변영로, 부위원장에 모윤숙 김기진(金基鎭), 사무국장에 주요섭을 각각 선출하여 결성되었다. 1957년 일본 동경에서 열린 제29차 대회 때는 각국 대표 17명을 초청하여 문화 교류를 가지기도 하였고, 1970년 6월 28일에는 제37차 세계대회를 한국본부가 주관하여 개최했다. 이 대회에는 33개국에서 온 157명의 외국 대표와 우리 대표 60여 명이 모여 <동서문학의 해학>이라는 주제로 7일간 토의했으며, 여기서 아시아 번역국(飜譯局)을 우리 나라에 설치하게 되었다. 올림픽이 열린 1988년에 다시 제52차 펜총회를 서울에 유치해서 개최한 바 있다. 1957년부터 한국번역문학상 제도를 마련, 매년 여러 출판사의 번역작품들 중에서 가장 우수한 작품을 선정, 번역문학상을 시상하고 있다. 제1회 수상자는 ≪거인 巨人≫을 번역한 강봉식(康鳳植)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소설을 영어로 번역한 영문소설집 ≪Collected Short Stories from Korea≫도 발간했으며, 1962년에는 영문기관지 ≪The Korea PEN≫을 발행하기 시작했고, 아시아작가회의를 서울에서 열기도 하였다. 또, 1963년부터 아시아재단의 후원으로 문학강습회도 개최한 적이 있었고, 한국일보사의 후원으로 전국 각지를 순회하며 매년 강연회를 열었으며, 외국센터의 협조로 시화전을 열기도 하였다. 1965년 7월에는 한국문학사상 처음으로 아시아재단의 도움으로 본부 안에 펜작가기금위원회가 생겨, 문인들의 생활 보조비와 연구비를 지급하여 작품 집필에 전념하게 하는 사업을 시작하였다. 1977년부터 우리나라 문학작품을 대상으로 하여 각 장르별로 한 해 동안의 우수작을 선정, 한국펜문학상을 시상하고 있다. 1992년부터 지역사회의 문학 진흥과 활성화를 위해 매년 정례 세미나를, 1994년부터 한국 문학의 세계화를 위한 논의를 위해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있다. 국제펜한국본부의 역대 회장은 변영로 정인섭(鄭寅燮) 주요섭 모윤숙 백철(白鐵) 전숙희(田淑禧) 문덕수(文德守) 이상문, 성기조, 손해일, 김용재 등이며, 현재 회장은 심상옥이다. 간행물로 계간지 ≪펜문학≫을 1985년 가을에 창간하였다. 한편 한국 문학의 세계화를 위한 10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1996년 한국 문학의 정보를 해외에 홍보하는 영문 저널 계간 ≪KOREAN LITERATURE TODAY≫를 창간했다. 1998년 당시 회원수는 1,300여 명이었다. 국제펜한국본부 부산지역위원회는 김석규 고문, 박송죽 고문, 변종환 고문, 양은순 상임고문, 권대근 상임고문, 송명화 상임고문을 두고 있으며, 회장은 김월강이며, 중구청과 함께 중구거리시축제를 열어오다가 몇 년 전부터 중단되었고, 23년부터 부산펜이 독자적으로 땅뫼산 산책로에 시화전을 개최해왔으며, 올해부터는 장소를 옮겨 세계 시의 날을 기념하여 온천천에서 부산펜시화전을 개최하고, 시화를 두 달간 전시하고 있다. 작년부터는 도슨트 투어를 열어 부산펜 회원들의 시를 분석하고 해설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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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pen한국본부 부산지회(회장 김월강) 부산펜시화전 도슨트(권대근 교수) 투어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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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기자신문] 신춘문예 출신 작가 송정자의 '하심주'
- 하심주 송정자/수필가, 진구일보 신춘문예 당선 입하가 되면 감자의 환갑날이라 하는 하지에 이른다. 그 시기가 지나면 감자알이 더 이상 굵어지지 않고 줄기가 시들어 얼른 캐주어야 한다. 매미소리가 대서를 알려주는 장마가 끝나면, 여름 무더위가 절정에 달하는 절기가 시작 된다. 삼복지간 땡볕에는 입술에 붙은 밥알도 무겁다는 속담이 있다. 정조 때의 다산 정약용이 살았던 명례방은 지금의 충무로와 명동 일대로 수레바퀴와 말발굽소리가 시끄러웠다고 한다. 다산의 집 마당 돌담에 대나무로 만든 담장, 죽란이 있었다. 다산이 궐에서 퇴청한 후에는 대나무 울타리를 거닐며 하루의 고단함을 이 곳에서 씻기도 했다. 다산은 마음 맞는 선비들과 일 년에 수차례 꽃을 보고 자연을 즐기며 시를 짓는 ‘죽란시사’라는 모임을 가졌다. 다산이 지은 이름이다. 술과 안주, 붓과 벼루를 차려놓고 술을 마시고 달을 보며 시를 지었다. 다산은 정원 곳곳에 사계절 꽃을 보는 재미에 철마다 벗들을 불렀는데. 행여 오가는 그들에 의해 꽃이 다칠까 대나무 울타리를 쳤다고 해서 그 이름이 죽란시사가 되었다. 복달임을 하는 복날에는 더위를 피해 숲을 찾고 물가를 찾아 그곳에다 자리를 깔고, 선비들은 피서를 핑계로 술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 때 마시는 술이 하심주다. 여름을 즐기는 사치라고 할까. 고급 풍류의 으뜸인 하심주는 연잎을 통과시켜 연 줄기 속으로 흘러들게 해서 구멍이 뚫린 연대를 돌려가며 받아 마시는 술이다. 연잎을 둥근 쟁반처럼 오목하게 둘러싸서 술을 따른 후, 연잎 줄기 속을 송곳으로 찔러 술이 줄기를 타고 내려오게 한다. 쪼르르 빗방울처럼 연잎을 따라 똑똑 굴러 떨어지는 술 방울을 마시며 연꽃처럼 세 속에 때 묻지 않는 일심동체를 다졌을까. 그 함지박 만한 연잎을 술잔으로 쓸 생각을 어찌했을까. 그 맛은 맑고 서늘했다고 한다. 여름이면 동틀 무렵 서련지에 조각배를 띄우고 잘 여문 연꽃잎이 마침내 ‘북’ 하고 터지는 소리를 듣는 청개화성의 풍류를 즐겼다. 한여름에 연꽃이 필 때 그 개화성을 듣고자 새벽부터 길을 나서던 풍류를 상상이나 하겠는가. 꽃망울이 어른 주먹보다 컸으니 꽃잎 터지는 소리가 선명하고도 청량했을까. 마침내 연잎이 다투듯이 터지는 백화제방百花齊放의 개화를 바라보며 연향에 취하는 이른 아침의 풍경은 얼마나 멋졌을까. 군무를 하듯 일렁거리는 연잎들 사이로 살그머니 노를 저어 길을 내고, 죽란시사 벗들은 연꽃 틈 사이에 귀를 대고, 눈을 감고, 숨을 죽였으리라. 연꽃이 필 때 청량한 미성을 내며 꽃잎을 틔우는 탄생의 소리는 또 어떠했을까. 마치 한 방울의 아침이슬이 또르르 구르는 소리, 꽃이슬을 마음속에 떨어뜨리는 듯한 청량감, ‘청개화성’을 즐기던 그윽한 멋이 당시 다산과 벗들이 즐기던 풍류였다. 원주에 살고 있는 친구 집에 갔을 때다. 함께 법천사지에 다녀오는 길에 친구가 연 밭에서 연잎을 몇 장 따주었다. 차곡차곡 한 장씩 신문지에 켜켜이 끼워 냉동실에 보관했다가 삼계탕이나 수육 삶을 때 같이 끓이면 고기 잡내를 없애주어 맛이 담백하다고 일러주었다. 사찰음식에 조예가 깊고, 음식솜씨가 뛰어난 친구 덕에 생각지도 않은 연잎을 가져왔다. 부피가 커서 작은 잎을 골라 따왔는데 신문지 한 장을 거뜬하게 둘둘 말고도 남았다. 초복에 식구 수만큼 영계를 사서 삼계탕을 끓이기로 했다. 뱃속을 가득 채운 찹쌀이 빠져나오지 않게 닭다리를 반대쪽으로 꼬아서 포갰다. 마늘을 넉넉히 집어 밀양 대추와 은행, 황기, 인삼을 차례대로 넣고 마지막에 연잎 한 장을 솥에 가득 덮어 푹 고았다. 연잎을 넣었을 때와 넣지 않았을 때와는 눈으로 봐도 확연한 차이가 났다. 뿌옇게 떠오르는 부유물을 걷어 내기 바빴는데 갈변한 연잎을 걷어낸 뽀얀 국물은 거짓말처럼 말간데다 닭 비린내까지 말끔하게 잡아주어 연잎의 효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다산과 벗들은 세밑이나, 분속에 심어둔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릴 때, 살구꽃, 복숭아꽃이 피면 꽃에 앉은 봄을 보기 위해, 한여름 참외가 익으면 나눠먹기 위해 만났다고 한다. 서지에 연꽂이 피기 시작하면 완상하기 위해 또 만났다. ‘국화가 피면 모이고, 눈이 내리면 모인다. 술과 안주, 붓과 벼루를 차려놓고 술 마시며 시를 짓는데 이바지 한다’ 죽란시사첩에 기록된 모임에 관한 규약이다. 세상에 이보다 아름다운 규칙이 있으며 그에 버금가는 풍류가 또 있을까. 연꽃 터지는 소리가 날 때, 연잎에 구멍을 뚫어 하심주 한잔 나누고 싶은 친구를 나는 가졌을까. 계절이 바뀔 때 절기에 따라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여행을 같이 가고 싶은 친구, 영화를 함께 보고 싶은 친구, 맛난 음식을 먹을 때 생각나는 친구, 시원한 생맥주 한잔 앞에 두고 싶은 친구가 있다. 연잎은 발수성이 좋아 조금만 흔들어도 빗방울이 미끄럼 타듯 흘러내린다. 진흙 속에서도 결코 흙을 묻히지 않는 절대적인 시크릿이다. ‘언제나 연꽃처럼’이라는 서각 작품을 멋들어지게 새겨준 친구, 연밭에서 연잎을 따서 건네준 친구, 연꽃을 좋아하고 연꽃을 닮은 그 친구가 생각나는 여름이다. 올여름 서울이 가장 수위가 높았던 극악한 무더위를 기록했다. 한더위에 하심주를 나누는 죽란시사 일원은 아니더라도, 친구가 따 준 연잎을 띠워 복달임이라도 했으니 친구 덕에 삼복더위 복날 땜은 했다고 칠까. ▼송정자 한국수필 등단. 지구일보 신춘문예 당선, 한국수필가협회, 한국수필작가회, 미리내수필문학회 회원, 동대문문인협회 감사, 정독도서관 다스림서울 동인, 설총문학상, 동대문문학상, 제3회 권대근문학상 수상, 수필집 『f홀의 위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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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기자신문] 신춘문예 출신 작가 송정자의 '하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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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기자신문] 한국예술문화명인협회 부산지회 제3회 작품전시회, 동래구청 1층 특별전시실 개최
- (사)한국예술문화명인협회 부산지회( 회장 양은순 )는 (사)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가 주최하고, 한국예술문화명인협회 부산지회가 주관하여 제3회작품전시회를 4월 6일 부터 4월 10일 까지 부산 동래구청 1층 특별전시실에서 개최하고 있다. < 명인의 향기, 예술로 피어나다 >라는 주제로 열리고 있는 제3회 전시회의 참가자는 김현숙 명인의 전통복식부문 < 대홍적의大紅翟依 >, 양은순 명인의 다례茶禮부문 < 부산동래차밭골 양은순 수제차 >, 양은순 명인의 차시茶詩부문 < 제31회 부산동래차밭골문화제 기념문집 >, 고길동 명인의 고혼청 부문 < 고혼청孤魂請 사진 >, 김나경 명인의 부산향토음식다식부문 < 봄의 다과상 >, 김성숙 명인의 Aesthetic Art 부문 < 사계절 피부손질 >, 전미애 명인의 응용선다도 부문 < 다선일미 茶禪一味 >, 정 명 명인의 명상다도 부문 < 일잔공적 一盞空寂 >, 정영숙 명인의 행다례行茶禮 부문 < 청허晴虛-이도에 담다 >, 김정숙 명인의 시낭송 부문 < 기도 >, 김명자 명인의 김해장군차 부문 < 차의례 차도구 > 등이 전시 되고 있다. 이번 전시회의 인사말씀을 통해 양은순 회장은 "봄기운이 가득한 4월에 명인들의 깊은 정성과 예술 혼이 담긴 <명인의 향기, 예술로 피어나다>를 주제로 제3회 작품전시회를 천년의 한국혼이 깃든 동래구에서 개최하게 되었다"라고 하면서 "이번 전시는 단순히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를 넘어 한 평생 한 길을 걸어온 명인들의 땀방울이 한 송이 꽃으로 피어나는 소중한 철학과 향기를 담아내는 기록입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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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기자신문] 한국예술문화명인협회 부산지회 제3회 작품전시회, 동래구청 1층 특별전시실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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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기자신문]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 이 한 편의 시, 남현설 '박카스'
- 박카스 남현설/ 시인, 에세이문예 편집차장 효과는 있었다 작은 병 하나로 밤을 통과하는 일 누군가 비워 둔 자리 시간이 스며든다 부족한 인원 늘어난 공정 사이 설명 없이 움직인다 뚜껑을 여는 순간 규정은 잠잠하다 카페인은 눈을 앞으로 당기고 당분은 다음 순서를 옮긴다 익숙하다 타우린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얼굴이 붉어지면 괜찮다는 판단 이의는 없다 회복이라는 단어는 여기서 필요하지 않다 유지되면 충분하다 아침이 오면 효과는 끝나고 이후는 각자의 것으로 작업대 옆 빈 병 하나 밤을 넘긴 기록이다 계산되지 않은 시간이다 ▶약력 포항 출신, 2023년 에세이문예 시 등단, 2025년 에세이문예 수필 등단, 2024년 에세이문예작가상 수상, 2025년 제1회 진리와 표현문학상 수상, 한국본격문학가협회 부회장, 권대근문학상운영위원회 사무국장, 사)국제pen한국본부 부산지역위원회 이사, 에세이문예 편집간사, 다스림부산 동인, 녹조근정훈장 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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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기자신문]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 이 한 편의 시, 남현설 '박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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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기자신문]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 이 한 편의 수필, 조선연 '18년 또 13년'
- 18년 또 13년 조선연/수필가 열여덟 해를 함께 살아온 나의 반려견, 너 떠나고 아주 늦은 결혼을 했고, 이보다 훨씬 먼저 너와 나는 가족으로 만났다. 작은 몸으로 나의 삶 속으로 들어와 가장 큰 존재가 되었던 너, 우리는 18년을 같이 살았다. 너와 살던 식구에게 새로운 생명이 태동하여 그 집의 시간 속에서 내 일상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왔다. 명절 때나 가족 모임으로 일찍이 우리는 아는 사이여서 서로 낯설지 않았다. 매일 혼자 낮을 보내야 할 너를 데려오는 것이 맞는지 망설였지만 같이 살아 보기로 했지. 출근하는 모습은 어떻게 아는지 따라나서려 하지 않았고, 퇴근해서 돌아와 현관문을 들어서면 너의 꼬리는 헬리콥터 프로펠러였다. 온종일 무얼 하고 보냈는지 궁금하다. 지금 같으면 홈캠으로 너를 보살피고 장난감과 놀게 하여 하루의 무료함을 달래 주었을 텐데, 목줄에 매여 있지 않고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는 집 안이 자유로울 것으로 생각했다. 당시 유치원에 보낸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요즘의 반려동물 돌봄족은 각종 매체에서 정보를 얻지만, 너를 키우는 것과 같이 지내는 방법을 알지 못한 채 살았다. 나는 너의 언어를 모르지만, 너는 나의 언어를 알아듣고 잘 따라 주었다. 둘이 같이 살면서 이사하고 맨 먼저 알려주는 것이 화장실 위치였지. 밥 먹이고 물 먹이고 화장실을 다녀오라고 가르쳤다. 같이 살을 맞대고 잠을 자는 밤사이에는 교육받은 대로 잘 따랐다. 나도 어렸을 때 부모님과 같은 방에서 잠을 자면 안정감을 느꼈다. 너도 그랬나 보다. 가끔 너도 쌓인 감정이 격해지면 불만을 온몸으로 표하곤 했지. 그때 왜 너의 행동을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관심받으려는 어린아이라고 한 번만 생각했어도 너를 이해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을 텐데 무심했다. 밥그릇을 내밀 때마다 한입 먹고는 쪼르르 화장실을 다녀와서 다시 먹고, 늦게 퇴근하고 오는 날에는 보란 듯이 화장실 문 앞에 용변을 보는 것으로 시위했었다. 기억날 거야. 화난 목소리로 야단치면 작은 네 몸을 내 다리에 쓱쓱 부비며 그러니까 빨리 와서 놀아 주면 되지 않겠냐고 애교를 부렸다. 나는 녹아내리고 우리는 조금씩 이해하고 익숙해 갔었지. 하루 종일 일주일 내내 한 달 내내 일 년 내내 18년을 혼자 있으면서 하루해가 눈을 감고, 놀이터에 놀던 아이들 소리도 사라지면, 아침에 닫힌 현관문이 언제 열리나 수천 번을 쳐다보았겠지. 여행 간 부모님을 기다려 보았기에 나도 그 마음을 잘 안다. 이제나저제나 올까 하여 현관 앞에 앉았다가 벗어놓은 신발 위에 누었다가 나의 냄새를 좇으며 짝꿍의 말을 잘 따르겠다고 반성하거나 화가 났거나 하지 않았을까 싶다. 아침밥 먹고 점심은 없고 저녁밥이 늦어져 배는 고팠을 테고, 사람이 더 고팠겠지. 그랬을 너를 생각하다니 목울대가 아파져 온다. 18년을 같이 살면서 즐거운 일도 있었다. 휴가 때는 비행기 타고 고향 가서 할머니사랑 듬뿍 받았고, 주말이나 휴일에는 운전하는 나의 무릎에 앉아서 여행도 다녔다. 내 친구들은 너의 안부를 물어주었고, 나는 사철 너에게 예쁜 옷도 사 입혔다. 입맛 없다고 밥 투정할 때는 시저에 비벼주면 목젖이 없는 줄 알았다. 여린 관절을 지키느라 3킬로그램을 넘지 않도록 식단 조절도 했지. 밥그릇을 가득 채워 주지 못해서 늘 마음이 쓰였다. 그래서 우리가 더 오래 같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직접 미용사가 되어 여름이면 예쁜 몸매는 짧은 커트 해주고 요크의 품위가 실추되지 않도록 금빛 머리칼은 빛나게 묶어 주었다. 겨울이면 너 혼자 있는 집에 보일러가 하루 종일 멈추질 못했다. 그런 것이 너를 잘 보살피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시간은 늘 그렇듯이 천천히 흐르는 것 같다가도 돌아보면 너무 빨랐다. 네가 점점 느려지고, 소파에 뛰어 올라오지 못하고, 현관 앞에서 기다리지 않는 날이 늘어나고, 어느 날부터는 퇴근해서 돌아왔는데도 알아채지 못했다. “달랑아” 부르며 안방으로 달려가서 흔들어 깨우고, 눈을 떠 주면 너를 안고 둥개둥개 방으로, 마루로 몇 바퀴를 돌아다녔는지 모른다. 네가 떠난다는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 영원한 나의 아기로 나의 딸로 있을 줄 알았지. 그날따라 침대 위에서 같이 자고 싶었다. 힘든 몸으로 마지막까지도 따뜻한 네 체온을 전해주었다. 많은 날 중에 다행히 주말에 인사라도 전하고 싶었는지 나를 깨우는 한마디 남기고 우리 엄마가 있는 곳으로 갔다. 그동안 고맙고 잘 지내다 떠난다는 얘기였으리라. 너를 떠나보낸 지 13년이 지났다. 긴 시간이다. 내 핸드폰에는 너와 함께한 추억 앨범과 기억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문득문득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너의 까만 눈동자가 생생하다. 많은 시간이 흘렀어도 너는 여전히 나의 삶에서 빠져나가지 않았다. 길을 걷다가 10년 20년 전 잃어버린 아이를 찾는 플래카드를 보거나 전단을 받을 때 감정의 차이는 있겠지만 너를 통해, 끈을 놓지 못하는 부모들의 심정을 조금 알 것 같기도 하다. 18년 동안 너는 나의 일부였으니까.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고 위로했고 너와 닮은 동생을 들이라고 했다. 나의 시간과 너희 시간이 다르지만 너를 만났을 때보다 시간이 넉넉히 남은 것 같지 않아 혹여 내가 없는 세상에 남아 있을 동생이 걱정되어 지금까지 너만 품고 있다. 네가 내 삶에 지나가고 남긴 온기의 잔향이 머물러 있다. 기쁜 날에는 꼬리에 마음을 달아 흔들어 주었고, 힘든 날에는 아무 말 없이 내 곁에 와 조용히 앉아주던 너, 내가 웃으면 따라 웃고, 내가 슬프면 더 깊은 눈으로 바라보았지. 너와 함께한 18년은 참 따뜻했던 시간이었다. 우리는 헤어진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서로의 시간 안에 남아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다시 만나면 그때처럼 뛰어놀자. ▲조선연 경남 하동 출신으로, 중앙대학교 건설대학원 건설경영학 전공, 공학석사, 계간 에세이문예 신인상 수필가로 등단했다. 정독도서관 다스림서울 문예창작반 회원. 한국문인협회 평생교육원 수생반 회원, 한국본격문학가협회 회원, 건설단체 근무'36년'. 건설교통부장관 표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조선연/수필가 열여덟 해를 함께 살아온 나의 반려견, 너 떠나고 아주 늦은 결혼을 했고, 이보다 훨씬 먼저 너와 나는 가족으로 만났다. 작은 몸으로 나의 삶 속으로 들어와 가장 큰 존재가 되었던 너, 우리는 18년을 같이 살았다. 너와 살던 식구에게 새로운 생명이 태동하여 그 집의 시간 속에서 내 일상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왔다. 명절 때나 가족 모임으로 일찍이 우리는 아는 사이여서 서로 낯설지 않았다. 매일 혼자 낮을 보내야 할 너를 데려오는 것이 맞는지 망설였지만 같이 살아 보기로 했지. 출근하는 모습은 어떻게 아는지 따라나서려 하지 않았고, 퇴근해서 돌아와 현관문을 들어서면 너의 꼬리는 헬리콥터 프로펠러였다. 온종일 무얼 하고 보냈는지 궁금하다. 지금 같으면 홈캠으로 너를 보살피고 장난감과 놀게 하여 하루의 무료함을 달래 주었을 텐데, 목줄에 매여 있지 않고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는 집 안이 자유로울 것으로 생각했다. 당시 유치원에 보낸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요즘의 반려동물 돌봄족은 각종 매체에서 정보를 얻지만, 너를 키우는 것과 같이 지내는 방법을 알지 못한 채 살았다. 나는 너의 언어를 모르지만, 너는 나의 언어를 알아듣고 잘 따라 주었다. 둘이 같이 살면서 이사하고 맨 먼저 알려주는 것이 화장실 위치였지. 밥 먹이고 물 먹이고 화장실을 다녀오라고 가르쳤다. 같이 살을 맞대고 잠을 자는 밤사이에는 교육받은 대로 잘 따랐다. 나도 어렸을 때 부모님과 같은 방에서 잠을 자면 안정감을 느꼈다. 너도 그랬나 보다. 가끔 너도 쌓인 감정이 격해지면 불만을 온몸으로 표하곤 했지. 그때 왜 너의 행동을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관심받으려는 어린아이라고 한 번만 생각했어도 너를 이해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을 텐데 무심했다. 밥그릇을 내밀 때마다 한입 먹고는 쪼르르 화장실을 다녀와서 다시 먹고, 늦게 퇴근하고 오는 날에는 보란 듯이 화장실 문 앞에 용변을 보는 것으로 시위했었다. 기억날 거야. 화난 목소리로 야단치면 작은 네 몸을 내 다리에 쓱쓱 부비며 그러니까 빨리 와서 놀아 주면 되지 않겠냐고 애교를 부렸다. 나는 녹아내리고 우리는 조금씩 이해하고 익숙해 갔었지. 하루 종일 일주일 내내 한 달 내내 일 년 내내 18년을 혼자 있으면서 하루해가 눈을 감고, 놀이터에 놀던 아이들 소리도 사라지면, 아침에 닫힌 현관문이 언제 열리나 수천 번을 쳐다보았겠지. 여행 간 부모님을 기다려 보았기에 나도 그 마음을 잘 안다. 이제나저제나 올까 하여 현관 앞에 앉았다가 벗어놓은 신발 위에 누었다가 나의 냄새를 좇으며 짝꿍의 말을 잘 따르겠다고 반성하거나 화가 났거나 하지 않았을까 싶다. 아침밥 먹고 점심은 없고 저녁밥이 늦어져 배는 고팠을 테고, 사람이 더 고팠겠지. 그랬을 너를 생각하다니 목울대가 아파져 온다. 18년을 같이 살면서 즐거운 일도 있었다. 휴가 때는 비행기 타고 고향 가서 할머니사랑 듬뿍 받았고, 주말이나 휴일에는 운전하는 나의 무릎에 앉아서 여행도 다녔다. 내 친구들은 너의 안부를 물어주었고, 나는 사철 너에게 예쁜 옷도 사 입혔다. 입맛 없다고 밥 투정할 때는 시저에 비벼주면 목젖이 없는 줄 알았다. 여린 관절을 지키느라 3킬로그램을 넘지 않도록 식단 조절도 했지. 밥그릇을 가득 채워 주지 못해서 늘 마음이 쓰였다. 그래서 우리가 더 오래 같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직접 미용사가 되어 여름이면 예쁜 몸매는 짧은 커트 해주고 요크의 품위가 실추되지 않도록 금빛 머리칼은 빛나게 묶어 주었다. 겨울이면 너 혼자 있는 집에 보일러가 하루 종일 멈추질 못했다. 그런 것이 너를 잘 보살피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시간은 늘 그렇듯이 천천히 흐르는 것 같다가도 돌아보면 너무 빨랐다. 네가 점점 느려지고, 소파에 뛰어 올라오지 못하고, 현관 앞에서 기다리지 않는 날이 늘어나고, 어느 날부터는 퇴근해서 돌아왔는데도 알아채지 못했다. “달랑아” 부르며 안방으로 달려가서 흔들어 깨우고, 눈을 떠 주면 너를 안고 둥개둥개 방으로, 마루로 몇 바퀴를 돌아다녔는지 모른다. 네가 떠난다는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 영원한 나의 아기로 나의 딸로 있을 줄 알았지. 그날따라 침대 위에서 같이 자고 싶었다. 힘든 몸으로 마지막까지도 따뜻한 네 체온을 전해주었다. 많은 날 중에 다행히 주말에 인사라도 전하고 싶었는지 나를 깨우는 한마디 남기고 우리 엄마가 있는 곳으로 갔다. 그동안 고맙고 잘 지내다 떠난다는 얘기였으리라. 너를 떠나보낸 지 13년이 지났다. 긴 시간이다. 내 핸드폰에는 너와 함께한 추억 앨범과 기억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문득문득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너의 까만 눈동자가 생생하다. 많은 시간이 흘렀어도 너는 여전히 나의 삶에서 빠져나가지 않았다. 길을 걷다가 10년 20년 전 잃어버린 아이를 찾는 플래카드를 보거나 전단을 받을 때 감정의 차이는 있겠지만 너를 통해, 끈을 놓지 못하는 부모들의 심정을 조금 알 것 같기도 하다. 18년 동안 너는 나의 일부였으니까.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고 위로했고 너와 닮은 동생을 들이라고 했다. 나의 시간과 너희 시간이 다르지만 너를 만났을 때보다 시간이 넉넉히 남은 것 같지 않아 혹여 내가 없는 세상에 남아 있을 동생이 걱정되어 지금까지 너만 품고 있다. 네가 내 삶에 지나가고 남긴 온기의 잔향이 머물러 있다. 기쁜 날에는 꼬리에 마음을 달아 흔들어 주었고, 힘든 날에는 아무 말 없이 내 곁에 와 조용히 앉아주던 너, 내가 웃으면 따라 웃고, 내가 슬프면 더 깊은 눈으로 바라보았지. 너와 함께한 18년은 참 따뜻했던 시간이었다. 우리는 헤어진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서로의 시간 안에 남아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다시 만나면 그때처럼 뛰어놀자. ▲조선연 경남 하동 출신으로, 중앙대학교 건설대학원 건설경영학 전공, 공학석사, 계간 에세이문예 신인상 수필가로 등단했다. 정독도서관 다스림서울 문예창작반 회원. 한국문인협회 평생교육원 수생반 회원, 한국본격문학가협회 회원, 건설단체 근무'36년'. 건설교통부장관 표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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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기자신문]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 이 한 편의 수필, 조선연 '18년 또 1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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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기자신문] 이 한 편의 수필, 최병용의 '아버지의 시간'
- 아버지의 시간 최병용/ 수필가 겨울이 오면 거리의 풍경은 단순해진다. 잎을 떨군 가로수와 잿빛 하늘 아래, 유독 따뜻한 기운을 내뿜는 곳이 있다. 길모퉁이 붕어빵을 굽는 가게 앞이다. 김이 오르고 달콤한 냄새가 번질 때면 나는 늘 발걸음을 늦춘다. 그 순간, 붕어빵은 단순한 겨울 간식이 아니라, 시간을 건너오는 기억의 매개가 된다. 중국에서 생활하던 시절에도 나는 붕어빵 가게 앞에 자주 섰다. 공장 2층 숙소에서 지내며 평일에는 구내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했지만, 주말이 되면 모든것이 나 혼자의 몫이었다. 토요일이면 대형마트에서 일주일을 버틸 식료품을 사고 계산대를 지나면, 붕어빵 가게가 눈에 들어온다. 빵틀 앞의 한족 아주머니는 늘 같은 미소로 나를 맞았다. 이미 구워진 빵이 있어도 “따뜻한 걸로 드셔야죠” 하며 새로 구워주던 붕어빵 을 집으로 가져와 우유 한 컵과 함께 먹던 시간은, 낯선 타국에서 외롭던 나를 잠시 고향으로 데려다주었다. 붕어빵이 내게 특별한 이유는 그 맛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은 늘 나를 오래전 겨울로 이끈다. 내가 중학교에 입학하던 해, 아버지는 자식들을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 하나로 가난한 시골 생활을 정리하고 목포로 이사를 하여 처음 시작한 일이 붕어빵 장사였다. 지금은 전기나 가스를 이용하여 빵을 굽지만, 당시 붕어빵은 연탄과 조개탄 위에서 구워졌다. 연탄은 불피우기가 수월했지만, 한 푼이라도 아끼려 아버지는 새벽마다 나뭇조각을 모아 불을 지폈고, 연기 속에서 하루를 시작했다. 그을린 얼굴과 갈라진 손은 말없이 가족의 생계를 말해주었다. 이제는 아버지의 연세를 훌쩍 넘긴 나이가 되고 보니, 그때의 초췌한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라 가슴 한켠에 설움이 잔잔한 파도로 일렁인다. 나는 학교가 끝나면 곧장 가게로 향했다. 작은 손으로 빵틀을 열고 닫으며 반죽을 붓고 팥을 넣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어느새 그것은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다. 혼자서도 붕어빵을 구울 수 있게 되었고, 아버지가 자리를 비우면 대신 손님을 맞기도 했다. 그때는 몰랐다. 그 시간이 훗날 내 삶을 지탱하는 기억이 될 줄은. 2학년 여름방학, 아버지는 고향에 다녀오신다며 집을 나섰다. 그 길이 가족과의 마지막 이별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집을 떠난 지 보름쯤 지났을까, 고향에서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셨다는 소식은 현실감 없이 메아리처럼 들려왔다. 지금 같으면 당장이라도 달려갈 수 있었겠지만, 당시 고향으로 가는 유일한 교통수단은 목포항에서 아침 아홉 시에 출발하는 여객선 한 편뿐이었다. 온 가족이 불안에 떨며 지새운 악몽 같은 밤은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후에 남겨진 폐허에서 망연자실한 모습들이었다. 다음 날 아침 배를 타고 오후 늦게야 고향에 도착했다. 하얀 천 아래 고요히 누워 계신 아버지를 마주한 그날 이후, 내 삶의 온도는 이전과 같을 수 없었다. 어머니와 우리 삼 형제 목포에서의 생활을 접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학교를 휴학한 채 보내던 시간 속에서 내 마음에는 하나의 결심이 자리 잡았다. 배워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머릿속이 가득 찼다. 그것만이 아버지가 남기고 간 삶을 헛되이 하지 않는 길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고학을 결심한 나는 2년 후 타향살이의 길에 올랐다. 한 살 터울인 고종사촌 형과 함께였다. 2년 동안 내가 한푼 두푼 저축한 돈 7.200 원과 사촌 형이 가지고 나온 송아지 판 돈 7.000원을 합쳐 판잣집 한 칸을 빌리고 빵틀을 사들였다. 낮에는 붕어빵을 굽고, 밤에는 공부했다. 붕어빵은 그 시절 나의 생계였고, 동시에 아버지와 나를 이어주는 끈이었다. 그것만으로는 생활비와 수업료가 부족해 아이스케이크 장사와 신문 배달, 목공소 심부름 이발소에 물 길러다 주는 일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이마를 타고 흐른 땀이 입술에 닿을 때면 짠맛이 느껴졌다. 국수 부스러기로 허기를 달래며 버티던 날들도 많았지만, 그 시간 들은 나를 조금씩 단단하게 만들어 주었다. 고향으로 돌아와 결혼하고 둘째 아들이 태어나던 해 9년의 고향 생활을 접고 서울로 이사를 하였다. 무역회사에 취업 8년의 직장생활을 끝내고 40년 동안 수출회사를 이끌어 왔다. 떳떳한 아버지이자 가장, 어엿한 사회의 구성원이 되기 위해 무던히도 뜀박질한 세월이었다. 대형 트렁크에 쌤플을 가득 넣고 30여 개국을 발로 뛰며 정직과 신용을 바탕으로 외국과 무역이 이루어지다 보니 큰 바이어들과도 연결이 되었다. 어둠을 뚫고 헤쳐 나오면서 가슴속 이곳저곳에는 깊은 옹이들도 많이 박혔다. 삶이 버겁게 느껴질 때면 나는 시린 겨울 거리의 붕어빵 가게 앞에 선다. 그리고 깨닫는다. 그 모진 가난과 설움, 쓰라린 시간 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는 사실을. 붕어빵은 여전히 따뜻하다. 그 안에는 팥의 단맛만이 아니라, 아버지의 땀과 침묵, 그리고 한 사람의 시간이 담겨 있다. 겨울이 오면 나는 또다시 붕어빵 가게 앞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한다. 빵을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오래전 아버지가 지켜냈던 그 겨울이 조용히 되살아난다. 엄하면서도 따스한 사랑으로 나를 보듬어 주시던 아버지의 손길이 내리는 눈송이와 함께 가슴속 저 밑바닥으로 스며든다. ▲최병용 전남 완도 출신, 숭실대학교 중소기업대학원 수료, 서울 정독도서관 다스림서울 회원, 월간 문학세계 시 수필 등단, 월간 문학세계 운영 홍보위원, 한국본격문학가협회 이사, 동작문인협회 운영이사, 주) 삼성주얼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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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기자신문] 이 한 편의 수필, 최병용의 '아버지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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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기자신문] 타고르문학상 대상 작가 이은주 시인 한국본격문학가협회 부회장 선임
- 한국 본격문학의 흐름을 이끌어온 한국본격문학가협회(회장 권대근)가 신임 부회장 선임 소식을 발표하며 문단의 이목을 끌고 있다. 협회는 4월 7일부로 시인 이은주를 부회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이번 인사는 창작 역량과 문학적 성취를 두루 갖춘 작가를 중심으로 협회의 전문성과 미래 지향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은주 한국본격문학가협회 부회장 한국본격문학가협회는 매년 경주의 더케이호텔 경주에서 전국 규모의 문학대회를 개최하며, 문학 세미나와 작품 토론회를 통해 회원 작가들의 창작 역량을 높이는 데 주력해왔다. 이러한 지속적인 활동은 개인의 문학적 성장은 물론 한국 문학 전반의 질적 향상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협회를 이끄는 권대근 회장은 중국 하북미술대학 객좌교수로 활동하며 국내외에서 한국문학의 가치를 알리는 데 힘써왔다. 또한 계간 『에세이문예』(한국문화예술위원회 부산문화재단 3년 연속 우수예술 발간 사업 선정)를 발간하며 협회 소속 작가들의 창작 기반을 공고히 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권 회장은 “작가의 성장은 곧 문학의 성장”이라며 “전문성과 비평적 역량을 갖춘 문인을 양성하는 것이 협회의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한국본격문학가협회 신임 부회장으로 선임된 이은주 시인은 2018년 『대한문학세계』를 통해 등단한 이후 꾸준한 작품 활동으로 주목받아왔다. 부산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지역 문단에서도 활발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으며, 에세이문예 부설 문예창작대학원 문학평론반에 수학 중이며, 향토문학제 대상(2018), 전국 짧은 시짓기 공모전 은상(2021), 타고르문학상 대상(2022) 등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시집 『아껴 먹는 슬픔』은 절제된 언어와 깊은 정서로 독자들의 호평을 얻고 있다. 송명화 에세이문예 주간(수필가, 문학평론가)은 “이은주 시인의 합류는 협회에 새로운 감각과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창작과 비평이 균형을 이루는 본격문학의 토대를 더욱 공고히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인사를 계기로 한국본격문학가협회가 어떤 문학적 지평을 확장해 나갈지 문단의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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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기자신문] 타고르문학상 대상 작가 이은주 시인 한국본격문학가협회 부회장 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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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기자신문]부산수필문학협회 회장 김정애 박사, 춘계 문학기행 및 문학특강 개최
- 부산수필문학협회(회장 김정애 박사)가 오는 4월 17일 금요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 위치한 김달진문학관을 찾아 춘계 문학기행을 개최한다. 이번 문학기행은 회원 간 문학적 교류와 사유의 확장을 도모하는 한편, 한국 수필문학의 현재와 미래를 모색하는 자리로 마련된다. 감정애 회장(문학평론가, 철학박사) 특히 이번 행사에서는 문학특강이 함께 진행되어 의미를 더한다. 강사로 초청된 권대근 교수는 중국 하북미술대학 객좌교수로 재직하며, 그동안 해외 여러 나라에서 한국문학을 강의해 온 대표적인 ‘한국문학 전도사’다. 권 교수는 이번 특강에서 한국 수필문학의 미학과 문장론에 대해 심도 있는 강의를 펼칠 예정이다. 부산수필문학협회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바탕으로 지역 문학의 저변을 넓히고, 수필 장르의 예술성과 대중성을 함께 확장해 온 단체다. 창립 이래 꾸준한 작품 발표와 세미나, 문학기행 등을 통해 회원들의 창작 역량을 강화해 왔으며, 지역 문단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 왔다. 협회는 앞으로도 정기적인 문학행사와 비평 활동, 그리고 젊은 작가 발굴을 통해 한국 수필문학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끌겠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지역을 넘어 전국, 나아가 세계와 소통하는 열린 문학 공동체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이다. 김정애 회장(수필가, 문학평론가)은 “이번 춘계 문학기행과 특강은 회원들에게 문학적 자극과 깊이를 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부산수필문학협회는 한국 수필문학의 품격을 높이고, 시대와 호흡하는 문학 활동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행사는 문학과 현장을 잇는 체험형 프로그램으로, 참여 회원들에게 깊이 있는 문학적 성찰의 시간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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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기자신문]부산수필문학협회 회장 김정애 박사, 춘계 문학기행 및 문학특강 개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