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기자신문 이창호 칼럼니스트] 오늘날 한국 사회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변하고 있다.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국제정세는 예측 불가능하며, 경제·안보·삶의 기반까지 전 영역이 흔들리는 시대다.
국민 개개인은 이전보다 더 많은 선택을 요구받고, 그 선택의 도덕적 무게 역시 더 무거워졌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정신 근력(mental strength)’이라는 새로운 시대정신이 우리 앞에 도전처럼 등장한다.
불안은 이제 세대와 계층을 가리지 않는다. 청년은 미래를, 중년은 생계를, 노년은 존엄을 걱정한다. 누구나 각자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버티고 있지만, 외부 환경은 그들에게 버틸 수 있는 힘을 충분히 제공하지 않는다.
우리는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 묻게 된다. “이 불안의 시대를 이겨낼 힘을 어디에서 얻을 것인가.” 정신 근력의 중요성은 바로 여기에서 시작된다.
정신 근력은 흔히 ‘의지력’이나 ‘멘탈’로 단순화되지만, 실은 훨씬 더 깊고 복합적인 개념이다. 그것은 감정 조절 능력, 회복탄력성, 자기 통찰, 관계를 유지하는 능력, 삶의 방향을 설정하는 지혜 등을 모두 포함한다.
요컨대, 정신 근력은 특정 순간의 의지가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다져진 내면의 축적이다. 근육이 한 번 운동한다고 생기지 않듯, 정신 근력도 일상의 훈련과 삶의 태도 속에서 자란다.
문제는 우리가 정신 근력을 키울 수 있는 토대를 점차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스마트폰의 끊임없는 알림, SNS의 비교 문화, 속도 중심의 경쟁 구조는 내면의 고요함을 빼앗아간다.
타인의 시선이 중심이 된 사회는 개인이 자기 자신과 대화할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다. 마음이 지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일상이 되자, 사람들은 ‘해답을 찾으려고 해도 잡히지 않는다’는 무력감에 빠지곤 한다.
동서고금 정신 근력은 포기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가 되었다.
첫째, 정신 근력은 혼란 속에서도 나를 잃지 않는 힘이다. 의견이 넘치는 시대에는 자기 생각이 더 중요해진다. 정신 근력이 있는 사람은 타인의 소음 속에서 흔들리지 않으며, 자신의 중심을 지킬 수 있다.
둘째, 정신 근력은 관계의 탄력성과 직결된다. 분노와 혐오가 빠르게 확산되는 사회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는 마음의 체력이 뒷받침되어야만 가능하다.
셋째, 정신 근력은 미래를 설계하는 힘이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더 먼 미래를 바라보는 능력이 요구되고, 이는 강한 내면을 기반으로 한다.
정신 근력을 키우는 과정은 결코 거창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작고 단단한 습관에서 출발한다. 하루 10분이라도 조용히 앉아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는 일,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아도 될 일을 구분하는 일, 타인의 말과 행동에 과도하게 반응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일… 이런 작은 실천들이 모이면, 마음은 어느 순간부터 스스로 균형을 찾아가기 시작한다.
또 정신 근력은 공동체 속에서 길러진다. 인간은 본래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존재다. 누군가의 지지와 공감, 서로를 향한 신뢰는 마음의 회복력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다.
공적 영역에서도 정신적 건강을 지지하는 사회적 시스템이 필요하다. 상담 접근성 확대, 직장 내 심리 안전망, 지역 공동체의 재건 등은 단순한 복지가 아니라 국가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된 정책적 과제다.
이제 시대는 ‘강한 사람’보다 ‘든든한 사람’을 필요로 한다. 강함은 외부의 힘으로 무너질 수 있지만, 든든함은 내면에서 자라나는 힘이다.
정신 근력은 경쟁에서 앞서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필수적 기반이다.
우리는 지금 거대한 전환기에 서 있다. 갈등과 속도, 불안이 지배하는 시대를 지나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는 변곡점이다.
이런 시기에는 내면이 흐트러지면 모든 것이 무너진다. 그러나 마음이 단단하면, 어떤 변화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는다.
따라서 ‘탄탄한 내면의 시대’는 단순한 문구가 아니라, 앞으로의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자 국민 개개인이 지녀야 할 생존 전략이다.
외부 세계가 아무리 불안정해도, 마음의 중심을 지키는 사람은 결국 이 시대를 견디고 새로운 미래를 열 것이다.
정신 근력, 지금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가장 조용하고도 강력한 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