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4-1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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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명화 작가는 경남 남해 출신, 수필가, 문학평론가, 에세이문예 편집주간, 문학언어치료학 박사. 저서 『꽃은 소리 내어 웃지 않는다』 『나무의 응시, 풀의 주름』 등

미조항에 부는 바람


송명화/ 전남일보 신춘문예 당선, 사)국제pen한국본부 부산지역위원회 회장


바다가 노는 소리를 들었다

조각배 한 척이 쉼 없이 흔들리고

매달린 부표는 맴을 돈다

고물과 이물의 저 다정한 호응

사는 것 늘 이랬더라면

물결의 변주에 시선을 두다가 일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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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듣는 눈물 한 방울

요람에서 듣던 엄마의 심장박동을

무민사 아래 저녁 바다에서 다시 만났다

물에서 태어난 우리

보이지 않는 손을 잊고

숨 쉬는 것조차 힘들어하던 미망의 탯줄

부러진 돛과 잘린 앵커는 기억 밖으로 보내고

미조항을 들어앉힌다

바다의 리듬에 내 주파수를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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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명화/ 전남일보 신춘문예 당선, 사)국제pen한국본부 부산지역위원회 회장

 

▼ 해설/ 권대근(문학평론가, 대신대학원대학교 교수

 

송명화의 <미조항에 부는 바람>은 처음부터 화자가 바다가 노는 소리를 듣는 청취자의 자리로 들어서며 시작한다. 시적 화자는 문학행사로 간 고향 남해의 바다와 바람을 마주하고, 시를 쓴다. 조각배의 흔들림, 부표의 맴돎, 고물과 이물의 호응 같은 구체적 감각들은 단순한 풍경 묘사가 아니라 바다가 능동적으로 발화하는 장면들로, 자연을 배경화하지 않고 자기 리듬을 가진 행위소(agency)로 드러낸다. 이 이미지는 각각 해체와 결합, 유동성과 순환, 요동과 조화라는 대립적 요소들이 동시에 작동하는 세계를 보여준다. 미조항이라는 공간은 이 모순적 힘들이 부드럽게 공존하는 관계적 생태현장으로 나타난다. 이로써 시는 세계가 먼저 말을 걸어오고 화자는 그 울림에 응답하는 시적 행위 구조로 전개된다.

 

, 듣는 눈물 한 방울은 서정적 정점을 만든다. 눈물은 감정의 폭발이 아니라 들리는 눈물, 즉 감각의 역전이다. 듣는 눈물이라는 역설적 표현은 내면의 감정이 밖으로 흘러나오며 동시에 밖의 세계(바다)가 내면으로 들어오는 순간을 보여준다. 곧이어 이어지는 구절, 요람에서 듣던 엄마의 심장박동” “무민사 아래 저녁 바다에서 다시 만났다에서 바다는 기원의 장소, 혹은 물에서 태어난 인간이라는 서사로 확장된다. 즉 바다는 생물학적 기원의 은유이면서 존재적 기억의 저장소이며 상처와 소멸을 품은 회귀의 장소다. 바다의 파동에서 엄마의 심장 박동을 다시 듣는 순간은 기원 회복, 정동적 회귀, 내면 치유가 동시에 일어나는 강렬한 사건성의 장면이다. 반면 보이지 않는 손을 잊고 탯줄에 매여 숨 쉬기조차 힘들어하던 모습, 부러진 돛과 잘린 앵커의 이미지는 문명적 상실과 정체성의 붕괴를 암시하지만, 그 부서짐을 기억 밖으로 보낸다는 서사는 파괴 이후의 재구성 가능성을 남겨둔다.

 

마지막 행은 이 시의 결정적 순간으로 동조의 시학을 드러낸. 미조항을 들어앉힌다 / 바다의 리듬에 내 주파수를 맞춘다이는 단순한 풍경 묘사가 아니라 주체가 자연의 리듬에 동조하며 존재를 재조율(re-tuning)하는 순간을 가리킨다. 마지막의 주파수는 바다 요람 기원 상실 회복 모두를 하나의 진동 이미지로 묶어버린다. 즉 결말의 이미지가 시 전체의 의미 구조를 결정한다. 이 단일 이미지가 정착형 결구로 기능하면서, 시는 물의 리듬을 통해 상실을 치유하고 인간과 비인간의 공명 속에서 존재를 회복하려는 생태적, 정동적 선언으로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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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기자신문] 권대근 교수 추천 이 한 편의 시, 신춘문예 출신 작가 송명화의 '미조항에 부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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