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4-1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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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역 청소년들에게 꿈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작은 대회 하나가 아이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줄 수 있다고 믿었어요.”

[대한기자신문 이강문 기자] 전남 보성의 한적한 산자락에서 만난 선형수 씨는 인터뷰 내내 지역은 사람이 지킨다는 말을 반복했다. 화려한 이력보다 현장에서 들인 시간과 땀을 먼저 떠올리는 그의 말투는 조용했지만 단단했다. 보성을 떠나지 않고, 때로는 중앙과 지역을 오가며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해 온 그의 삶은 지역과 공동체라는 한 가지 축으로 자연스럽게 정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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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형수 보성학연구소 이사장께서 봉사하는 모습(오른 쪽 두번째)

 

지역에서 시작된 첫 무대스포츠가 보성을 전국으로 불러냈다

 

선형수 씨가 처음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대학 졸업 후 보성에서 전국 초등학교 탁구대회를 유치하면서부터다. 한 지방 소도시에 전국 규모 스포츠 대회를 불러들이는 일은 당시로서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그러나 이 대회에서 유소년 선수였던 유승민(현 대한체육회장)4관왕을 차지하며 전국적 관심이 쏠렸고, 보성 역시 탁구 유망주들의 성지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얻었다.

 

지역 청소년들에게 꿈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작은 대회 하나가 아이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줄 수 있다고 믿었어요.”

 

그는 그렇게 스포츠를 매개로 청소년 문화 활성화에 뛰어들었다. 어린이날·학생의날 행사뿐 아니라 지역 통일축제까지 기획하며 젊은 보성의 기반을 다졌다.

 

문화의 숨을 다시 틔우다전통과 현대의 연결이 지역을 살린다

 

그의 활동은 스포츠를 넘어 문화로 확장됐다. 선형수 씨는 지역 예술 동아리를 만들고, 주민 문화활동을 체계화하는 데 앞장섰다. 지역 원로 예술인을 기리는 강산 박유전 선생 추모제를 발의했고,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인 조상현 국창의 판소리 복권을 위해 관계자들과 두루 소통했다.

 

문화는 지역의 정신입니다. 전통을 잇는 노력은 결국 그 지역 사람을 지키는 일이고, 그 지역의 품격을 세우는 일이기도 합니다.”

 

보성의 오래된 문화 자산이 단순한 유물이 아니라 지금의 삶과 연결되도록 하는 것이 그의 오랜 목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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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형수 보성학연구소 이사장께서 봉사하는 모습

 

중앙에서 쌓은 경험사람이 만든 인맥보다 경험이 만든 인연이 더 길다

 

지역 활동에 머무르지 않고 그는 다양한 시민사회 영역에서도 활발히 활동했다. 김근태 재단, 한반도재단, ()5대 운동 등 여러 단체에서 이사를 맡으며 정책·사회 현안을 경험했고, 중앙의 다양한 인물들과 자연스럽게 네트워크를 넓혔다.

 

주변에서는 이를 두고 조용한 실력가의 길이라고 말한다. 선형수 씨는 이에 대해 담담히 답했다.

 

저는 원래 관계를 넓히기보다 일을 깊게 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일을 하다 보니 인연이 따라왔습니다. 그게 제겐 가장 큰 자산입니다.”

 

19, 550,500장의 연탄봉사는 누가 보지 않아도 매년 같은 마음

 

가장 오래된 그의 활동은 연탄 봉사다. 보성에서 운영 중인 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 나눔 운동보성지부는 전남에서 유일한 지부이며, 19년 동안 550,500장의 연탄을 지역의 어려운 가정에 전달했다.

 

겨울이면 늘 그가 가장 바쁜 이유가 바로 이 연탄 때문이다. 후원자를 직접 찾고, 트럭에 연탄을 옮기고, 집집마다 배달을 도왔다. 행사성 봉사가 아니라, 20년 가까이 이어진 생활 봉사였다.

 

봉사는 보여주기 위해 하면 오래 못 갑니다. 저는 누가 보든 보지 않든, 겨울이면 그냥 이 일을 했습니다. 그게 제 방식이죠.” 지역 주민들은 그를 두고 말보다 손이 먼저 움직이는 사람”, “조용하지만 누구보다 꾸준한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보성의 미래는 사람과 문화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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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형수 보성학연구소 이사장

 

 인터뷰를 마칠 무렵, 보성의 미래에 대한 질문을 던지자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보성은 자연도, 문화도, 전통도 다 갖춘 곳입니다. 그런데 지역의 가치는 사람이 복원할 때 비로소 살아납니다. 저는 그 일을 오랫동안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한 경력보다 묵묵히 쌓아온 현장의 시간이 더 많은 사람. 선형수 씨의 이력은 그렇게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보성이라는 지역과 함께 이어져 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중연합일보'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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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기자신문=인터뷰] “지역은 사람이 지킨다”… 보성에서 시작해 중앙까지 뻗은 선형수의 20년 현장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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