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기자신문 이창호 칼럼니스트] 대한민국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 가운데에서도 가장 근원적인 가치로 ‘양심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를 선명하게 명시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특정 종교를 믿을 권리만을 보장하는 차원을 넘어, 인간이 스스로 무엇을 옳다 여기고, 무엇을 삶의 근본으로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절대적 자유를 선언한 것이다.
종교의 자유는 국가권력으로부터 가장 먼 영역에 놓여 있고, 그 어떤 정치적 이해나 사회적 압력 앞에서도 침해될 수 없는 인간 내면의 최후 보루다.
종교의 자유는 곧 양심의 언어이고, 양심의 언어는 다시 민주주의의 심장으로 이어진다.
대한민국 헌법 제20조는 종교의 자유를 “절대적 기본권”으로 규정하며, 국가는 종교에 대한 어떠한 간섭도 해서는 안 된다고 못박고 있다.
필자의 시각에서, 이는 국가 권력의 절제가 요구되는 지점이고, 동시에 자유의 성역을 보장하려는 헌법적 결단이다.
종교는 인간 경험의 가장 깊은 층위에 존재한다.
요컨대, 예배를 드리는 행위나 신앙을 고백하는 언어는 외형적으로는 일상적일지 몰라도, 그 본질은 인간의 중심(中心)과 직결돼 있다.
그렇기에 어떤 명분을 앞세우더라도, 국가가 개입하거나 압박해서는 안 되는 절대 영역이다.
최근 세계 각지에서 종교적 표현이 정치 갈등이나 사회적 분열의 원인으로 부각되는 흐름은 우리에게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진다.
특정 신앙을 비하하거나 배제하려는 행위, 또 종교적 가치를 이유로 공동체 구성원을 차별하는 관행이 늘어날수록 민주주의의 기반은 흔들린다.
한국 사회 역시 예외가 아니다. 종교적 다원성이 확장되고, 개인의 정체성이 더욱 복합적으로 구성되는 시대일수록 종교의 자유는 더욱 섬세하게 보호되어야 한다.
신앙을 선택할 자유뿐 아니라, 신앙을 갖지 않을 자유, 종교 활동에 참여하지 않을 자유 역시 동등하게 보장돼야 한다.
이 간단하지만 근본적인 원칙이 흔들릴 경우, 사회는 누구도 원치 않는 '이념적 갈등'과 '도덕적 검증'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
종교의 자유가 존중되는 사회는 '사상의 자유'가 살아 있는 사회다.
종교적 신념은 인간의 사유와 양심의 뿌리이며, 이것이 존중받을 때 건강한 공론장이 형성되고, 다원주의가 성숙한다.
필자의 관점에서, 자유의 질서는 언제나 절제된 국가영도력, 국민의 성숙한 공공성, 제도적 안전장치 위에서 유지된다.
결국 종교의 자유를 지키는 일은, 곧 헌법의 정신을 지키는 일이며, 민주주의의 품격을 지키는 일이다.
우리가 지켜야 할 자유는 결코 소란스럽지 않다.
그것은 조용하지만 확고하다.
동서고금 누구나 막론하고 양심이 침해되지 않는 사회, 신앙과 무신앙이 공존하는 사회, 서로의 신념을 존중하며 인류 공동체적 품위를 유지하는 사회가, 바로 그런 사회가 성숙한 문명국가의 모습이다.
종교의 자유는 그 출발점이며, 양심의 언어는 그 나라의 품격을 결정짓는 높은 기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