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기자신문 이창호 한중교류촉진위원회 위원장] 장가계의 기암괴석이 품은 것은 단순히 자연의 신비만이 아니다. 그곳에는 척박한 산세를 터전 삼아 대를 이어온 사람들의 뜨거운 숨결이 서려 있다.
최근 중국 장가계 여행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은 대형 가무쇼 ‘장가계 천고정(张家界千古情·영원한 사랑)’은 단순한 관광 상품의 경지를 넘어, 중국 후난성 서부의 역사와 소수민족의 영혼을 응축해낸 한 편의 거대한 서사시다.
중국 공연 기획의 거두 ‘송성연예(Songcheng Performance)’가 연출한 이 공연은 장가계 무릉원의 수려한 풍광 뒤에 숨겨진 인간의 서사를 무대 위로 끌어올린다.
70분 남짓한 시간 동안 관객은 최첨단 무대 기술과 아날로그적 감수성이 결합한 초현실적인 경험을 마주하게 된다.
기술과 예술의 경계를 허문 입체적 연출
공연이 시작되면 관객은 ‘구경꾼’에서 ‘목격자’로 전이된다. 무대가 좌우로 갈라지고 천장에서 수만 톤의 물이 폭포처럼 쏟아지는 광경은 압권이다. 하지만 이 화려한 기술력이 자칫 공허한 볼거리에 그치지 않는 이유는 그 속에 ‘사람’의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장가계 천고정은 이 지역 소수민족인 토가족(土家族)과 묘족(苗族)의 삶을 관통하는 ‘영웅 정신’과 ‘사랑’을 주제로 한다.
거친 자연환경에 맞서 터전을 일궈낸 선조들의 강인함, 그리고 죽음조차 갈라놓지 못한 연인들의 애절한 전설은 곡예와 노래, 춤이라는 만국 공통의 언어로 치환되어 관객의 가슴에 꽂힌다.
특히 무용수들의 역동적인 움직임과 아찔한 서커스는 인간 한계에 도전하는 소수민족의 생명력을 상징하는 듯하다.
지역 정체성을 예술로 승화시킨 ‘문화적 자부심’
이 공연의 진정한 가치는 ‘현지성(Locality)’의 극대화에 있다. 장가계라는 공간이 가진 독특한 지형적 특성과 소수민족 특유의 관습이다.
예컨대 토가족의 혼례 풍습이나 전통 문양, 복식 등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했다. 이는 단순히 과거를 재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금 여기’의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감동으로 연결하는 고도의 연출 전략이다.
무대 위를 가로지르는 수천 개의 조명과 스크린 영상은 가상의 산수(山水)를 만들어내고, 그 속에서 펼쳐지는 군무는 장가계의 봉우리들처럼 웅장하다. 관객들은 공연장 문을 나서는 순간, 낮에 보았던 무릉원의 돌기둥들이 이전과는 다르게 보일 것이다. 저 바위 하나하나에 어떤 눈물과 환희가 서려 있는지 비로소 이해하게 되기 때문이다.
공연 관람을 위한 이창호 한중교류촉진위원회 위원장의 팁
‘장가계 천고정’을 온전히 즐기기 위해서는 몇 가지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 공연의 맥락 이해: 토가족과 묘족의 역사적 배경을 미리 알고 가면 무대 위의 상징들을 해석하는 재미가 배가된다.
* 좌석의 미학: 무대 장치가 워낙 스케일이 크고 입체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너무 앞쪽보다는 중간 이후의 중앙 좌석에서 전체적인 구도를 조망하는 것을 추천한다.
* 시각적 언어의 힘: 자막이 없더라도 배우들의 몸짓과 음악, 무대 연출만으로도 서사를 따라가는 데 무리가 없다. 시각적 자극에 몸을 맡기는 것이 최고의 관람법이다.
결국 ‘장가계 천고정’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영원함’이다. 억겁의 세월이 빚어낸 자연의 영원함이다.
그 속에서 피어난 인간 사랑의 영원함, 장가계의 안개 사이로 사라져간 수많은 이름 없는 영웅들을 위로하는 이 진혼곡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묵직한 울림을 선사한다.
장가계의 풍경이 눈을 즐겁게 한다면, ‘천고정’은 당신의 영혼을 흔드는 경험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