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기자신문 이창호 칼럼니스트] 흔히 우리는 경쟁 사회의 문법에 익숙해져 있다. 상대를 압도하고, 자원을 선점하며, 승리의 깃발을 꽂는 자를 ‘강자’라 칭한다.
하지만 세월의 풍파를 견디며 조직과 공동체를 이끌어본 리더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승리의 유통기한은 짧고, 사람의 온기는 길다는 사실을 말이다.
결국 진정으로 강한 사람은 단기적인 승패에 집착하는 이가 아니라, 모진
풍랑 속에서도 끝까지 ‘사람’을 잃지 않는 사람이다.
■ 승자의 저주, 관계의 파산
현대 사회에서 성공의 궤적을 쫓다 보면 ‘효율’이라는 미명 하에 관계를 수단화하기 쉽다.
목표 달성을 위해 동료를 다그치고, 성과를 위해 파트너를 배제하며
얻어낸 승리는 화려해 보이지만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다. 바로 ‘고립’이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승자의 저주’는
비단 경제적 관점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에도 적용된다. 주변을 희생시키며 올라간 정상은 바람이 세차고 머물
곳이 마땅치 않다.
위기가 닥쳤을 때 손을 내밀어 줄 이가 없는 승자는 사실상 ‘잠재적
패자’나 다름없다.
관계의 기반이 무너진 성공은 사상누각(沙上樓閣)처럼 한순간에 허물어지기 때문이다.
■ 왜 '사람을 남기는 것'이
가장 어려운가
사람을 잃지 않는 것이 강함의 척도가 되는 이유는 그것이 인간의 본능을 거스르는 고도의 '자기 절제'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첫째, 감정의 갈등을 견뎌내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타인과의 관계에는 필연적으로 오해와 충돌이 따른다. 이때 즉각적인
화풀이나 손절 대신 대화와 포용을 선택하는 것은 심리적 에너지가 엄청나게 소모되는 일이다.
둘째,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는 용기가 필수적이다. 관계가 끊어지는 결정적인 순간은 대개 자신의 옳음을 증명하려는 고집에서 비롯된다. "미안하다"는 한 마디로 관계의 불씨를 살리는
것은 자존심을 내려놓은 진정한 강자만이 할 수 있는 선택이다.
셋째, 이익 너머의 가치를 보는 통찰력이 있어야 한다. 당장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신의를 지키는 것, 상대의 실수에 패자부활전의
기회를 주는 것은 눈앞의 숫자만 보는 이들에게는 불가능한 영역이다.
■ 관계의 밀도가 곧 삶의 실력이다
경영학의 구루 피터 드러커는 "조직의 목적은 평범한 사람들이
비범한 일을 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이 '비범한 연결'의 핵심은 신뢰다.
신뢰는 사람을 잃지 않는 태도에서 배양된다.
사람을 잃지 않는 강자들은 관계를 '관리'의 대상이 아닌 '경작'의
대상으로 본다.
이들은 상대방을 자신의 목적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함께 미래를 그려갈
주체로 대우한다. 이러한 태도는 위기 상황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조직이 흔들릴 때 구성원들이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힘은 리더의 유능함보다는 그동안 쌓아온 '관계의 두께'에서 나온다.
■ 나를 지키는 힘, 타인을 품는 품
물론 '사람을 잃지 않는다'는
것이 모든 사람에게 휘둘리거나 무조건적인 양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강자는 자기 중심이 확고하다. 스스로가 단단하기에 타인의 다름을
수용할 여유가 생기는 것이다.
흔히 '외유내강(外柔內剛)'이라 한다. 겉으로 부드럽게 타인을 품으면서도 속으로는 엄격한 원칙을
지키는 사람, 그들은 이기는 법을 몰라서 지는 것이 아니다.
더 큰 가치인 '함께'를
위해 작은 승리를 양보할 줄 아는 것이다.
결국 인생이라는 긴 여정에서 마지막에 남는 성적표는 '얼마나 많이
가졌는가'가 아니라 '내 곁에 누가 남아 있는가'로 결정된다.
지금 당신의 손을 거쳐 간 사람들을 떠올려 보라.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누군가의 가슴에 못을 박지는 않았는가? 성과를 위해 동료의 헌신을 당연하게 여기지는 않았는가?
진정한 승부처는 일터에서의 성과 지표가 아니라, 당신이 힘들 때 기꺼이
곁을 지켜줄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다.
끝까지 사람을 잃지 않는 자, 그가 바로 세상을 이기는 진짜 강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