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4-1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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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붉은 말의 해는 전통적으로 속도와 변화를 상징하지만, 외교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보다 방향이다.

[대한기자신문 이창호한중교류촉진위원회 위원장] 병오년(丙午年)의 문턱에서 한중 관계를 바라보는 시선은 복잡하다.

 

협력의 언어보다 경계의 단어가 먼저 떠오르고, 전략적 판단보다 감정적 해석이 앞서는 장면도 적지 않다.

 

외교는 늘 질문에서 출발한다. 지금 한중 관계의 시계는 멈춰 있는가, 아니면 느리게나마 다시 움직일 준비를 하고 있는가.

 

지난 몇 년간 한중 관계는 분명 이전과 다른 국면에 놓여 있었다.

 

·중 전략 경쟁이 구조화되면서 한국은 선택의 압박과 균형의 요구를 동시에 받아왔다.

 

이 과정에서 양국 간 소통의 밀도는 낮아졌고, 신뢰의 언어는 점차 실무 문서 속으로 숨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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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사진: 이창호(李昌虎)한중교류촉진위원회 위원장 겸 국제다자외교평의회 의장, 한중기자연맹 회장, 중국 곡부사범대학 겸직교수, 위해직업대학 객좌교수, 허베이미술대학 명예/종신교수.《새 시대를 이끄는 시진핑과 한중관계》 저자.

 

외교적 갈등이 반드시 공개적 충돌로 나타나지 않더라도, 대화의 빈도가 줄어드는 것 자체가 관계의 온도를 말해준다.

 

중요한 점은 한중 관계의 본질이 단선적이지 않다는 사실이다.

 

경쟁과 협력, 경계와 의존이 동시에 존재하는 구조 속에서 관계를 흑백으로 규정하는 것은 현실을 단순화하는 위험한 접근이다.

 

중국은 한국을 전략적 이웃으로 인식하면서도, 동시에 기술·산업·외교 영역에서 경쟁 상대로 바라본다.

 

한국 역시 중국을 경제적 파트너이자 전략적 변수로 동시에 고려할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병오년의 의미는 상징적이다.

 

붉은 말의 해는 전통적으로 속도와 변화를 상징하지만, 외교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보다 방향이다.

 

성급한 제스처나 감정적 발언은 일시적 박수를 얻을 수는 있어도, 관계의 구조를 개선하지는 못한다.

 

오히려 지금 필요한 것은 관계의 시계를 다시 맞추는 일, 즉 대화의 리듬을 회복하는 작업이다.

 

한중 관계 회복의 출발점은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실질적 소통이다.

 

고위급 회담 한 번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 가능한 실무 채널의 복원이며, 정치적 수사보다 중요한 것은 예측 가능한 행동이다.

 

중국 외교의 특성상 공개적 압박보다는 조용한 신뢰 회복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점도 냉정하게 고려해야 한다.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민간 교류의 역할이다.

 

정부 간 외교가 경직될수록 학술, 경제, 문화 영역의 민간 교류는 관계의 완충 지대로 기능해 왔다.

 

이는 과거 한중 관계의 여러 위기 국면에서도 확인된 사실이다.

 

민간 교류는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렵지만, 신뢰가 바닥까지 떨어지는 것을 막는 안전판 역할을 해왔다.

 

병오년을 맞은 지금, 한중 관계의 시계는 완전히 멈춘 상태는 아니다.

 

다만 윤활유가 부족한 톱니처럼 삐걱거릴 뿐이다.

 

필요한 것은 상대를 설득하려는 언어가 아니라, 상대의 논리를 이해하려는 태도다.

 

외교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가능성과 한계의 관리이기 때문이다.

 

결국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한중 관계를 관리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감정의 외교를 넘어 전략의 외교로, 단기 반응을 넘어 중장기 설계로 나아갈 수 있는가.

 

병오년의 시작은 그 물음에 답해야 할 시간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중 관계의 시계가 다시 움직일 수 있을지는, 지금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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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칼럼] 병오년, 한중 관계의 시계는 다시 움직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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