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4-15(수)
  • 전체메뉴보기
 

[대한기자신문 이창호 대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국정의 주요 국면마다 강조하고 있는 국민주권민주주의가 한국 정치의 핵심 논쟁으로 떠올랐다.

 

이 대통령은 국민의 목소리를 국정 운영과 정치 과정 전반에 폭넓게 반영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하며, 이를 헌법이 규정한 국민 주권 원리를 현실 정치로 확장한 개념이라고 설명한다.

 

문제는 이 거대 담론이 한국 민주주의의 질적 도약을 이끄는 동력이 될 것인지, 아니면 대의제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새로운 포퓰리즘의 통로가 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다.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교차하는 이유다.

 

이재명.png
출처: 이재명 대통령/대한민국 대통령실 홈페이지

 

직접 민주주의에 대한 시대적 갈망

 

이재명 대통령의 국민주권민주주의 구상은 대의제가 민의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광범위한 불신에서 출발한다.

 

국민이 선출한 권력이 시간이 지날수록 기득권화되고, 정치가 국민의 삶과 유리될 때 주권자가 직접 개입해 이를 교정해야 한다는 인식이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국민들이 실시간으로 의견을 표출하고 정치적 연대를 형성할 수 있게 된 환경 역시 이러한 문제의식을 뒷받침한다.

 

국정 운영과 정책 결정 과정에서 참여의 문턱을 낮추려는 시도는 분명 긍정적 측면을 지닌다.

 

과거 밀실 정치와 계파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를 극복하겠다는 문제의식 자체는 한국 정치가 오랫동안 요구받아온 과제이기도 하다.

 

대의제 민주주의와의 긴장

 

그러나 자유민주주의의 관점에서 볼 때, 국민주권민주주의는 대의제와 불가피한 긴장을 내포한다.

 

민주주의는 단순한 다수결의 집합이 아니라, 숙의와 책임, 그리고 소수 보호의 제도적 장치 위에서 작동한다.

 

국회의원과 공직자는 여론의 즉각적인 압력에 반응하는 전달자가 아니라, 헌법기관으로서 숙고와 판단의 책임을 지는 존재다.

 

대통령이 국민주권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자칫 특정 지지층의 목소리가 국민 전체의 의사로 과대 대표될 경우, 정치는 팬덤화될 위험을 안게 된다.

 

게다가 강성 여론에 휩쓸린 정책 결정은 합리적 토론을 위축시키고, 권력에 대한 건전한 비판마저 국민에 대한 도전으로 낙인찍힐 수 있다.

 

권력 분산과 견제의 원칙

 

헌법이 말하는 국민 주권은 권력의 집중을 정당화하는 구호가 아니다.

 

오히려 권력이 남용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견제하라는 명령에 가깝다.

 

이재명 대통령이 말하는 국민주권민주주의가 성숙한 제도로 자리 잡으려면, 다수의 의사가 어떻게 제도 속에서 걸러지고 조정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설계가 뒤따라야 한다.

 

특히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서 국민이라는 이름으로 권력이 결집될 경우, 행정부의 비대화와 견제 장치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각별한 경계가 필요하다.

 

숙의 민주주의로의 진화가 관건

 

이재명 대통령의 국민주권민주주의는 한국 정치의 만성적 불신과 단절을 극복하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것이 단순히 목소리 큰 다수의 정치로 귀결된다면 민주주의의 진전이 아니라 후퇴가 될 것이다.

 

진정한 국민 주권은 즉각적인 분노의 표출이 아니라, 제도화된 숙의와 책임 정치 속에서 완성된다.

 

대의제를 부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보완하는 방식, 직접 참여와 대의 민주주의가 균형을 이루는 숙의 민주주의로 나아갈 때 비로소 이 대통령의 구상은 역사적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환호보다 성찰이며, 속도보다 균형이다.

전체댓글 0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대한기자신문=이창호의 정론] 이재명 대통령이 던진 ‘국민주권민주주의’, 대의제의 보완인가 새로운 위협인가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