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4-15(수)
  • 전체메뉴보기
 
  • 고수부 작가는 고려대학교 산림자원학과 졸업(학사), 동국대학원 영어교육과 졸업(석사), 월남 맹호부대 참전(ROTC 3기), 미 육군공병학교 측지과정 수료, 미8군 JUSMAG-K 연락장교, 육군대학 졸업, 국방부 관리정보실(육군중령 예편), 전쟁기념관 학예관 정년퇴임, K․J 스피치 자문위원, 순수문학 등단(2003), 국제펜한국본부 회원이며, 순수문학 우수상, 전쟁문학상, 제20회 순수문학 대상, 제7회 에세이문에문학상, 대통령 표창,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수필집으로 '댓돌 위의 갈색 구두' '진주반지' '아침 한 때의 행복' '손자의 비밀' '아내' '석양에 물든 가을 바다' 'Beautiful Story(아름다운 이야기)' '이 모습 이대로' '추억의 집''길에 선 나무는 웃지 않는다' '어둠을 건너는 빛처럼 ' 등이 있다

다시 잡은 만연필

 

고수부/ 수필가

 

11수필집을 배부하고 난 뒤부터 은근히 기다려지는 것이 있다. 독후감이다. 다른 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는 유난히 어떤 반응이 올지 궁금했다. 지금까지 대여섯 분에게서 소감문을 받았다. 백석대학교 교수, 미용실 미용사, 아파트 경비원, 사랑하는 외손자, 국민은행 팀장 등 독자의 면면이 이렇게 다양하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이미 큰 선물을 받은 셈이다. 하나약국 약사님은 전화를 걸어 이번에는 꼭 소감문을 써 보내겠다고 약속했지만 아직 소식이 없다. 바쁜 일상 속에서 마음은 있으나 책을 펼칠 여유가 없을 것이라 짐작한다.

고수부 사진.jpg

사실 책 한 권을 완독한다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유튜브에서는 달콤한 말들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카카오톡에 떠도는 짤막한 글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소비된다. 반면 일부러 시간을 내어 남의 수필집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일에는 인내와 결심이 필요하다. 나 역시 독자의 자리에 서면 다르지 않다. 지난주 교회에서 선교회 회장이 나를 수필가라고 소개하며 한 분을 연결해 주었다. 연세가 제법 들어 보이며 머리에 백발이 내려앉은 노인이었다.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이라 곰곰이 떠올려 보니 작년에 내가 다니는 수생반에 한두 번 나오셨던 분이었다. 그분은 말없이 자신의 수필집 두 권을 내 손에 쥐여 주었다.

 

마음을 다잡고 읽기 시작했지만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두 권을 모두 읽지는 못했다. 겨우 한 권을 마쳤다. 수학교사로 재직하다가 남의 보증을 잘못 서는 바람에 교단을 떠나야 했던 이야기, 사회의 생활전선에서 겪은 고단함, 대장암 수술과 대동맥 절단 수술을 거치며 마주한 생사의 갈림길 등 그의 삶은 순탄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그 고통의 시간 속에서도 글로 표현하고자 하는 문학적 의지가 곳곳에서 느껴졌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나는 깊이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생각해보면 고통은 글을 낳는다. 삶의 상처와 질병, 실패와 좌절을 통과하지 않고는 결코 나올 수 없는 문장이 있다. 만약 그가 자신의 고통을 글로 옮기지 않았다면 그 세월은 그저 견뎌낸 시간으로만 남았을 것이다. 그러나 글을 쓰는 순간부터 그의 삶의 나무에는 문학이라는 꽃이 피기 시작했고 언젠가는 열매를 맺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렇게 횡설수설 글을 쓰고 있지만 오늘 이 글을 쓰게 된 분명한 계기가 있다. 2026년 새해 첫 주일예배였다. 내 수필의 나무에도 새해의 빛이 비추어 주기를 은근히 기대하며 교회 본당에 앉아 있었다. 그때 아내가 내 옆으로 다가와 조용히 귀를 기울이라고 했다. “오은식 권사님이 이번에 낸 당신 수필집을 읽고 글을 너무너무 잘 썼다고 꼭 고 집사님에게 전해 달라셨어.” 세상에는 많은 칭찬이 있지만 내 수필집을 끝까지 읽고 잘 썼다고 말해 주는 칭찬만큼 가슴을 벅차게 하는 말은 없다. 한 권의 책 속에 담긴 시간과 고뇌를 알아주는 사람의 한마디는 작가에게 축복과도 같다.

 

글을 잘 썼다는 말은 다음 수필집을 쓰게 하는 가장 확실한 원동력이다. 매번 수필집을 내놓고도 아무 반응이 없을 때면 메아리 없는 골짜기에 서 있는 듯한 허탈함이 밀려온다. 그렇다고 글을 안 쓸 수도 없고 쓰자니 마음이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글은 과정 자체로 이미 보상을 받는 일이라고들 말하지만 인간의 마음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오늘 받은 칭찬 한마디가 유독 각별한 이유는 그것이 연초에 받은 선물이었기 때문이다.

 

오 권사님은 연세가 나보다 위이시지만 늘 젊은 패기가 넘친다. 교회 권사회에서도 중심적인 역할을 맡고 계시며 젊은 시절에는 중·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셨다. 신앙 또한 깊어 남편 되시는 분은 교회 원로 장로님이시다. 어느 날 낮에 집에서 쉬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뜻밖에도 김정우 장로님의 전화였다. 평소 전화를 주고받던 사이가 아니었기에 순간 긴장마저 됐다. 전화를 받자마자 장로님은 내 수필집 이야기를 꺼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여러 권을 받아 책꽂이에 꽂아두기만 하다가 우연히 한 권을 집어 들었는데 너무 흥미롭고 글이 매끄럽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그날의 기쁨과 흥분은 아직도 생생하다. 바로 그 장로님의 부인이 새해 첫 주일에 다시 한 번 내 글을 칭찬해 주었으니 내 마음이 들뜨지 않을 수 있겠는가.

 

예전에 나는 군인은 사기를 먹고 살고 글 쓰는 사람은 칭찬을 먹고 산다는 글을 쓴 적이 있다. 무명작가인 나에게 이웃의 칭찬 한마디는 책 한 권을 더 쓸 수 있는 에너지를 넉넉히 안겨준다. 무엇이든 의지가 있어야 지속할 수 있고 의욕이 있어야 성과가 나온다. 위대한 글과 그림, 음악과 문명도 결국 그런 마음의 불씨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고수부

고려대학교 산림자원학과 졸업(학사)

동국대학원 영어교육과 졸업(석사)

월남 맹호부대 참전(ROTC 3)

미 육군공병학교 측지과정 수료

8JUSMAG-K 연락장교

육군대학 졸업

국방부 관리정보실(육군중령 예편)

전쟁기념관 학예관 정년퇴임

K J 스피치 자문위원

순수문학 등단(2003)

국제펜한국본부 회원

 

수상

순수문학 우수상

전쟁문학상

20회 순수문학 대상

7회 에세이문에문학상

대통령 표창

국무총리 표창

 

수필집

댓돌 위의 갈색 구두

진주반지

『「아침 한 때의 행복

손자의 비밀

아내

석양에 물든 가을 바다

Beautiful Story(아름다운 이야기)

이 모습 이대로

추억의 집

길에 선 나무는 웃지 않는다

어둠울 건너는 빛처럼

 

 

KakaoTalk_20250919_163921955.jpg

태그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대한기자신문] 이 한 편의 수필, 고수부의 '다시 잡은 만연필'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