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기자신문 이창호 소통전문가] 이 짧은 문장은 우리가 세상을 인지하고 해석하는 방식의 핵심을 찌릅니다.
요리사가 가진 식재료가 빈약하면 일류 요리를 만들 수 없듯, 우리가 보유한 어휘가 빈약하면 우리의 사고 역시 빈곤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성인이 된 이후의 독서가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행위를 넘어, ‘사고의 영토’를 확장하는 필수적인 과정이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 어휘의 빈곤은 사고의 한계를 만든다
철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은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라고 말했습니다.
우리가 어떤 감정이나 상황을 명명할 단어를 갖고 있지 못할 때, 그 현상은 우리 머릿속에서 안개처럼 모호하게 머뭅니다.
예를 들어, ‘슬프다’라는 단어 하나로 모든 감정을 퉁치는 사람과 ‘비창하다’, ‘애잔하다’, ‘먹먹하다’, ‘울적하다’의 차이를 섬세하게 구분해 사용하는 사람의 내면 풍경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전자가 감정의 덩어리를 그저 견뎌낸다면, 후자는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고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됩니다.
성인에게 어휘력이란 단순히 말을 잘하는 기술이 아니라, 복잡한 세상을 정교하게 읽어내는 해독 장치인 셈입니다.
■ 왜 ‘어른의 독서’는 달라야 하는가
학창 시절의 독서가 시험과 성적을 위한 ‘입력’이었다면, 성인의 독서는 삶의 맥락을 짚어내기 위한 ‘재구성’의 과정입니다.
사회생활을 하며 마주하는 수많은 갈등, 인간관계의 피로도, 그리고 정체성의 혼란은 대부분 ‘적절한 언어’를 찾지 못해 발생합니다.
독서는 타인의 정제된 ‘생각의 재료’를 나의 창고에 채워 넣는 가장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고전을 읽으며 시대를 관통하는 통찰을 배우고, 인문 서적을 통해 현상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어휘를 익히는 과정은 뇌의 근육을 단련하는 것과 같습니다.
어휘가 풍부해질수록 우리는 현상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만의 관점으로 세상을 재정의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됩니다.
■ 문해력 저하의 시대, 다시 ‘텍스트’로 돌아가야 할 때
영상 매체가 지배하는 시대입니다. 30초 내외의 숏폼 콘텐츠는 즉각적인 즐거움을 주지만, 우리의 사고를 ‘수동적 수용’ 상태에 머물게 합니다.
영상은 이미지를 통해 결론을 바로 보여주지만, 텍스트는 독자가 스스로 머릿속에서 이미지를 구현하고 논리를 세우게 만듭니다.
이 ‘사유의 간극’이야말로 생각이 자라나는 핵심적인 공간입니다.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는 ‘성인 문해력 저하’ 문제는 단순히 단어 뜻을 모르는 수준에 그치지 않습니다.
긴 글의 맥락을 파악하지 못하고, 타인의 의도를 오해하며, 논리적 비약에 쉽게 빠지는 현상은 모두 ‘생각의 재료’인 어휘력과 독서량의 부족에서 기인합니다.
지적인 성숙을 원하는 성인이라면, 이제 다시 활자의 세계로 돌아와 사유의 밀도를 높여야 합니다.
■ 사유의 풍요를 위한 제언... ‘어휘의 결’을 살리는 독서법
그렇다면 어떻게 독서해야 할까요? 단순히 많이 읽는 ‘다독’보다 중요한 것은 ‘숙독(熟讀)’과 ‘필사(筆寫)’입니다.
▪︎낯선 단어를 수집하십시오.
책을 읽다 마주친 생소하지만 울림이 있는 단어를 메모하십시오. 그 단어가 내 일상에 들어오는 순간, 그 단어만큼의 세계가 당신의 것이 됩니다.
▪︎맥락을 곱씹으십시오.
저자가 왜 이 상황에서 이 단어를 선택했는지 고민하며 읽는 습관은 공감 능력과 비판적 사고력을 동시에 길러줍니다.
▪︎나의 언어로 출력하십시오.
읽은 내용을 바탕으로 단 세 줄이라도 자신의 생각을 적어보는 연습을 하십시오.
재료(어휘)를 가지고 직접 요리(글쓰기)를 해볼 때 사유는 비로소 완성됩니다.
■ 언어는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준다
우리가 구사하는 언어는 곧 우리 존재의 격(格)을 결정합니다.
빈곤한 생각은 빈곤한 삶으로 이어지기 마련입니다.
풍성한 식탁을 차리기 위해 좋은 식재료를 고르듯, 풍요로운 삶을 위해 매일 독서를 통해 생각의 재료를 다듬으십시오.
오늘 당신이 읽은 한 페이지, 당신의 머릿속에 남은 한 단어가 내일의 당신을 더 깊고 넓은 사람으로 만들어줄 것입니다.
언어라는 재료가 풍성해질 때, 당신의 인생이라는 작품 또한 비로소 깊은 맛을 내기 시작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