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6-13(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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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기자신문 김지윤 한중칼럼니스트] 중국의 심장부이자 수도 베이징을 품고 거대한 발해만을 마주한 땅, 허베이(河北)는 단순히 지리적 요충지를 넘어 수천 년 중국 역사의 맛이 겹겹이 쌓인 미식의 지층과도 같다. 이곳의 음식 문화인 기채(冀菜)는 화려한 황실의 품격과 강인한 민초의 생명력이 절묘하게 교차하는 지점에 위치한다. 본 칼럼에서는 허베이 음식만이 가진 독특한 히스토리와 그 속에 담긴 브랜딩의 정수를 세 가지 핵심 요리를 통해 심층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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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허베이의 8대 완(八大碗)거친 사기 대접에 담아낸 민속의 진짜 ‘메인 요리’(百度)/대한기자신문

 

허베이 음식의 뿌리와 미학,‘함선(咸鲜)’의 철학

 

허베이 요리를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는 함선(咸鲜, 짭짤하고 신선함)’이다. 이는 자극적인 화려함에 기대지 않고, 소금이라는 가장 본질적인 재료를 통해 식재료 본연의 맛을 극대화하는 정직한 미학이다.

 

허베이는 지형적으로 산해관의 해산물, 타이항산맥의 산채, 화베이 평원의 가축 등 풍부한 식재료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명·청 시대를 거치며 베이징으로 향하는 전국의 물자와 인재가 모여들면서, 허베이 요리는 민간의 소박한 조리법에 황실의 정교한 기법이 더해지는 독특한 진화 과정을 겪었다. 예술가가 흙이라는 본질에 불의 기운을 더해 도자기를 빚듯, 허베이의 요리사들은 식재료의 본질에 '화후(火候, 불 조절)'의 기술을 더해 역사를 써 내려왔다.

 

허베이 미식의 세 가지 기둥, 대표 요리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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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나귀고기 훠사오(驴肉火烧) (百度)/대한기자신문

 

나귀고기 훠사오(驴肉火烧), 전쟁의 허기를 채운 민초의 전략적 서사

 

허베이 미식의 상징인 뤼러우훠사오(驴肉火烧)’는 단순한 길거리 음식을 넘어선다. 이 음식의 뿌리는 명나라 초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연왕(燕王) 주체(훗날 영락제)가 군사를 일으켰을 때 군량이 부족해지자 군마를 잡아 허기를 달랬던 것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이후 민간에서는 말 대신 나귀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청나라 건륭제가 그 맛을 극찬하며 전국적인 명성을 얻게 되었다.

 

진마오스쯔위(金毛狮子鱼), 칼끝으로 빚은 예술적 기교와 시각적 상징

 

허베이 요리의 기술적 정수는 스좌장(石家庄)에서 탄생한 진마오스쯔위(金毛狮子鱼)’에서 완성된다. 1950년대 명장 원롄청(袁连成)에 의해 창제된 이 요리는 쏘가리 한 마리를 수만 가닥의 미세한 실처럼 칼질하여 튀겨낸 예술 작품이다. 접시 위에 새콤달콤한 소스를 부으면 황금빛 갈기를 휘날리는 사자가 포효하는 듯한 형상이 연출된다.

 

직례관부채 총독두부(总督豆腐), 황실의 권위와 지방의 풍요가 만난 하이엔드 서사

 

청나라 시대, 수도 베이징을 수호하던 직례총독서(直隶总督署)가 위치한 바오딩은 관부(官府) 요리의 살아있는 화석이다. 특히 총독두부는 청나라 명신 이홍장(李鸿章)이 즐겨 먹었다는 서사를 품고 있다. 평범한 두부에 새우, 조개 등 해산물과 고기 육수의 진한 맛을 배게 한 이 요리는 겉은 소박하나 속은 화려한 내유외강의 미학을 실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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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中 허베이미술대학교 조소, 공공예술대 교수, 디자인학 박사

 

흙과 불, 그리고 맛이 빚어낸 허베이의 미래

 

허베이의 음식 문화는 [독보적 기법] + [시각적 상징] + [끊임없는 서사 발신]을 이미 수백 년간 식탁 위에서 실천해 왔다.

 

허베이의 맛을 탐닉한다는 것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거대한 대지가 품어온 시간의 결을 만지고, 그 안에 흐르는 장인 정신의 맥박을 느끼는 일이다. 예술가들이 이 땅의 흙을 빚어 도자기를 만들듯, 허베이의 미식 역시 그 땅의 정신을 ''이라는 언어로 번역해내고 있다. 이러한 로컬의 정체성이야말로 세계무대에서 빛날 가장 강력한 음식브랜드의 토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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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한중문화칼럼니스트 기자 kcunews@hanmail.net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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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기자신문=칼럼] 대지의 서사와 시간의 미학, 허베이 기채(冀菜)가 일궈낸 미식의 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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