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기자신문 김지윤 한중칼럼니스트] 중국 문명의 거대한 강줄기를 거슬러 올라가면 그 시원(始源)에 인류의 시조이자 인문(人文)의 선구자인 복희(伏羲, Fuxi)가 서 있다.
흔히 복희의 고향으로 감숙성 천수를 떠올리지만, 그가 실제 문명의 기틀을 다지고 지적 도약을 이뤄낸 허베이성(河北省)은 중국 신화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인문 성지’다. 특히 허베이성 신락(新樂)에 자리 잡은 하북미술대학(Hebei Academy of Fine Arts)은 이 위대한 신화적 자산을 현대 예술 교육의 정신적 뿌리로 삼아, 독보적인 ‘테크-아르테’의 신대륙을 건설하고 있다.
◆ 질서의 설계도,복희대(伏羲台)에서 피어난 ‘전고창신’의 건축
신락의 복희대는 복희가 태어나 우주의 섭리를 깨닫고 팔괘(八卦)를 창안한 장소로 전해진다. 복희의 위대함은 혼돈 속에서 ‘질서’를 찾아내 기호화했다는 점에 있다. 이러한 설계자적 면모는 하북미술대학의 압도적인 캠퍼스 미학에 고스란히 투영되었다.
하북미술대학의 동서양 융합 건축은 복희가 팔괘로 우주를 재구성했듯, 거대한 성곽과 동양적 전각을 하나의 ‘예술적 소우주’로 융합해냈다. 대학은 단순히 건물을 짓는 것을 넘어, 캠퍼스 곳곳에 복희와 여와가 상징하는 창조와 탄생의 서사를 시각화했다. 이는 학생들에게 자신이 발딛고 있는 땅이 문명의 시작점이라는 자부심을 심어주는 동시에, 전통을 이어 미래를 창조한다는 ‘전고창신(傳古創新)’의 실천적 공간이 된다.
◆ 기호의 미학, 팔괘의 이진법에서 디지털 아트의 미래로
복희가 창안한 팔괘는 자연을 상징적 기호로 압축한 인류 최초의 ‘추상화’이자, 현대 디지털 문명의 기초인 이진법과 맞닿아 있다. 하북미술대학의 교육 철학은 바로 이 ‘본질의 시각화’에 뿌리를 둔다.
대학이 추진하는 [디지털 헤리티지]와 [AI 예술] 사업은 5,000년 전 복희가 던진 ‘기호를 통한 세상의 해석’이라는 화두를 최첨단 기술로 잇는 작업이다. 복희가 하늘과 땅의 이치를 살펴 팔괘를 그렸듯, 하북미대의 아티스트들은 전통의 데이터를 디지털 비트로 치환하며 과거의 영혼을 가상 세계의 자산으로 재생산하고 있다. 복희의 철학이 현대의 코드(Code)가 되어 예술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 토탈 디자이너의 유산, 예술가를 넘어 ‘문화 설계자’로
복희는 단순히 그림을 그린 화가가 아니었다. 그는 그물(기술)을 짜고, 혼인(윤리)을 정하며, 성씨(사회 구조)를 만든 인류 최초의 ‘토탈 디자이너’였다. 하북미술대학은 이러한 복희의 ‘실용적 창조’ 정신을 교육 과정의 핵심으로 삼는다.
대학은 기술적 숙련공이 아닌, 복희처럼 세상을 설계하는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예술가를 지향한다. 석조, 도자, 전통 가구 학과가 지역 산업과 결합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모델은 복희가 목축과 어업 기술을 전수해 풍요를 일구었던 서사와 닮아 있다. 예술이 상아탑에 갇히지 않고 세상의 규격을 제안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믿음, 그것이 바로 하북미술대학이 계승한 복희의 사명감이다.
◆ 신화가 현실의 역사가 되는 예술의 성지
복희의 히스토리는 박제된 전설이 아니다. 그것은 자연에 맞서 삶의 방식을 발명했던 고대인의 지혜이며, 더 나은 사회를 향한 지적 열망이다. 허베이성은 복희라는 거대한 상징을 통해 팔괘의 철학, 혼인의 윤리, 통합의 정신을 오늘날까지 전하고 있다.
하북미술대학은 이 신화적 토양 위에 세워진 현대의 복희대다. 흙과 돌, 그리고 디지털 비트가 섞이는 이곳에서 학생들은 복희의 붓을 이어받아 미래의 문명을 조각하고 있다.
5,000년 전 허베이의 너른 들판에서 팔괘를 그리며 꿈꿨던 복희의 상상력은 이제 하북미술대학이라는 거대한 실험장을 통해 전 세계 미래 예술을 창조하고 유통하는 유일무이한 ‘문화 제국’으로 진화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