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4-15(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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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기자신문 사설] 더 이상 둘러 말할 필요가 없다. 종교가 제 역할을 벗어나 정치와 결합하는 순간, 신앙은 퇴색되는 정도가 아니라 붕괴의 길로 접어든다. 


위로와 성찰, 희망을 제공해야 할 종교 공간이 선거 전략의 전초기지로 활용될 때, 그곳에는 신의 이름만 남고 신앙의 본질은 사라진다.


최근 일부 종교 세력이 특정 정치 세력과 노골적으로 밀착하며 정치적 발언을 쏟아내는 장면은 낯설지 않다. 


문제는 이것이 사회적 양심이나 보편적 가치의 발언이 아니라, 특정 후보와 진영을 노골적으로 지지·동원하는 행태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종교의 언어가 공약을 포장하는 수단으로 전락하고, 설교가 정치적 구호로 변질될 때, 종교는 더 이상 초월적 가치를 말할 자격을 상실한다.


정교분리는 단순한 형식적 원칙이 아니다. 이는 다원적 사회에서 종교가 살아남기 위한 최소한의 자율 장치다. 


그럼에도 일부 종교 지도자들은 스스로 이 안전장치를 걷어차고 정치의 한복판으로 뛰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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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는 명확하다. 신앙 공동체는 분열되고, 종교는 사회적 신뢰를 급속도로 잃는다. 


신도들은 더 이상 신앙의 이름으로 하나가 되지 못하고, 정치적 입장에 따라 갈라진다.


정치권의 책임은 더욱 무겁다. 종교의 조직력과 영향력을 선거에 활용하려는 계산된 접근은 민주주의를 병들게 한다. 


특정 종교를 등에 업고 권력을 획득하려는 정치 세력은 결국 종교를 소모품으로 만들고, 종교 역시 권력의 그림자 속에서 도덕적 권위를 상실한다. 


이 과정에서 헌법이 보장한 종교의 자유는 정치적 거래의 대상이 되고 만다.


종교는 권력을 감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권력의 편에 서는 순간, 그 기능은 즉시 무력화된다.


역사적으로 종교가 정치와 결탁해 얻은 것은 영향력이 아니라 오명과 붕괴였다. 


신의 이름으로 권력을 옹호했던 사례들은 예외 없이 종교 자체의 몰락으로 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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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는 '위로와 희망'의 공간이어야 한다.  정치의 무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신앙은 표가 아니며, 신도는 동원 대상이 아니다. 종교가 이 단순한 진실을 외면할수록, 사회는 더 깊은 갈등 속으로 빠져들고 종교는 회복하기 어려운 신뢰의 상처를 입게 될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명확한 선 긋기다. 종교는 정치로부터 물러나야 하고, 정치는 종교를 이용하려는 유혹을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 


이것이 신앙을 지키는 길이며, 민주주의를 지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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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종교', 정치의 조직이 되는 순간, 신앙은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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