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기자신문 김민정 코치]목표를 세우지 않으면 뒤처지는 듯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쉬는 것조차 죄책감이 되는 시대다. 2026년 새해를 맞은 지금,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불안을 느낀다.
아직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이 준비되지 않은 사람처럼 여겨지고, 출발선에 서 있지 않다는 감각이 마음을 조급하게 만든다.
이러한 조급함을 더욱 부추기는 것은 SNS다. 피드에는 새벽 기상 인증, 외국어 공부 시작, 운동 등록, 부업 도전까지 각종 계획과 실천의 기록이 빠르게 쌓인다.
누군가에게는 자극이 되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숨 막히는 기준이 된다. 아직 방향을 정하지 못한 사람들은 자신만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아 불안해진다.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의 ‘사회적 비교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본능적으로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며 자신의 위치를 가늠한다.
문제는 SNS에서 이뤄지는 비교가 결코 공정하지 않다는 점이다. 타인의 ‘편집된 하이라이트’와 자신의 ‘편집되지 않은 일상’을 나란히 놓고 비교하면서 열등감과 조급함은 자연스럽게 커진다. 그리고 이런 비교는 곧 목표 강박으로 이어진다.
목표를 세우지 않으면 뒤처질 것 같고, 쉬고 있으면 게으른 사람이 된 것 같은 불안이 따라온다. 그래서 아직 방향이 정해지지 않았음에도 계획부터 세운다. 자신의 속도와 맞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일단 달리고 있어야 안심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개인의 성향이나 의지 문제라기보다 구조적인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철학자 한병철 교수는 저서 『피로사회(문학과지성사)』 에서 현대 사회를 ‘성과사회’로 규정했다.
과거에는 “해서는 안 된다”는 금지가 사회를 움직였다면, 지금은 “너라면 할 수 있다”는 긍정의 언어가 개인을 끊임없이 몰아붙인다.
성과를 내지 못하면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노력 부족으로 귀결되고, 쉼마저 스스로에게 허락받아야 할 일이 된다.
그러나 커리어 설계의 관점에서 볼 때 ‘목표 없음’이 ‘곧 뒤처짐’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더 위험한 것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남의 속도에 맞춰 뛰는 삶이다. 방향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질주는 오래가기 어렵다.
이쯤에서 ‘뒤처진다’는 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달리는 것이 정답이라면, 다른 길을 택하는 사람은 언제나 낙오자가 된다.
그러나 커리어는 단선적인 경주가 아니다. 누군가는 돌아갈 수 있고, 누군가는 천천히 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그리고 그 방향은 타인이 아니라 스스로 정해야 한다.
진짜 열심히 산다는 것은 빠르게 달리는 일이 아니다. 자신의 호흡을 지키며 끝까지 가는 일에 가깝다. 올해는 ‘얼마나 많이’ 해냈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나답게’ 살아왔는지를 기준으로 삼아볼 때다.
목표 없이 사는 것과 방향 없이 사는 것은 다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그 길이 정말 내가 원하는 길인지를 아는 것이다. 목표가 없다고 해서 커리어가 멈춘 것은 아니다. 어쩌면 그것은, 비로소 자신만의 속도를 찾기 시작했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중연합일보'에도 실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