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기자신문 이창호 대기자] 서울 마포구의 한 디저트 카페 앞. 영하의 추위가 무색하게 줄을 선 이들의 눈길은 단 한 곳, 진열대 위에 놓인 손바닥만 한 쿠키로 향한다.
겉면은 평범한 초콜릿 쿠키처럼 보이지만,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파삭’하며 부서지는 소리가 귓가를 울린다.
최근 소셜 미디어를 뒤흔든 ‘두바이 초콜릿’ 열풍이 쿠키라는 형식을 빌려 한국 디저트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 SNS가 쏘아 올린 ‘초록빛 유혹’
이른바 ‘두바이 쫀득쿠키’의 핵심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한 업체에서 시작된 레시피에 있다.
볶은 카다이프(중동 지역의 얇은 국수)와 피스타치오 스프레드를 버무려 속을 채운 것이 특징이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직구 대란’을 일으켰던 두바이 초콜릿은 이제 한국 자영업자들의 손끝에서 ‘쿠키’로 재해석되고 있다.
초콜릿의 고체적인 느낌보다 쿠키 특유의 ‘겉바속촉(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질감이 한국인의 입맛에 더 부합한다는 분석이다. 인스타그램에 ‘두바이쿠키’를 검색하면 게시물만 수만 건에 달하며, 이른바 ‘오픈런’ 없이는 구하기 힘든 귀한 몸이 됐다.
● 왜 하필 ‘카다이프’와 ‘피스타치오’인가
대중이 이 생소한 식재료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질감의 변주’와 ‘시각적 쾌락’을 꼽는다.
▪ ASMR의 극치: 카다이프를 버터에 볶아낸 식감은 기존 디저트에서 느끼기 힘든 극강의 바삭함을 선사한다. 이는 청각적 즐거움을 중시하는 ‘MZ세대’의 취향을 저격했다.
▪ 보색의 미학: 진한 갈색의 쿠키 도우와 대비되는 선명한 초록빛 피스타치오 크림은 이른바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한 시각적 요소를 갖췄다.
▪ 희소성의 심리: 원재료인 카다이프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한정 수량’으로 판매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일종의 전리품처럼 여겨지는 경향이 강하다.

● 고물가 시대의 ‘작은 사치’, 혹은 과잉된 유행
하지만 이 열풍을 바라보는 우려의 시각도 적지 않다. 가장 큰 쟁점은 가격이다. 두바이 쫀득쿠키의 개당 가격은 보통 6,000원에서 9,000원 사이를 호가한다. 밥 한 끼 가격에 육박하는 ‘금(金)쿠키’인 셈이다.
직장인 심모씨(28)는 “디저트 하나에 8,000원이라는 가격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해외 여행을 가기 힘든 상황에서 이국적인 맛을 경험하는 ‘심리적 가성비’를 고려하면 한 번쯤 지불할 만한 금액”이라고 말했다. 이는 불황 속에서 적은 비용으로 극도의 만족을 추구하는 ‘스몰 럭셔리’ 현상의 연장선에 있다.
또한, 과거 ‘대만 카스텔라’나 ‘탕후루’처럼 특정 아이템이 급격히 유행했다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한국 디저트 시장의 고질적인 ‘쏠림 현상’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유행이 지나면 우후죽순 생겨난 가게들이 폐업 위기에 몰리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다.
● ‘한국형 디저트’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두바이 쫀득쿠키가 반짝 유행에 그칠지, 아니면 마카롱처럼 한국 디저트 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명확한 것은 소비자들이 이제 단순한 ‘단맛’을 넘어, 경험의 가치를 소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트렌드 분석가들은 “두바이 쿠키 열풍은 단순히 맛의 유행을 넘어 중동 식재료라는 생소함이 대중문화와 결합한 결과”라며 “재료 수급의 안정화와 더불어 한국적 식재료(흑임자, 쑥 등)와의 변주가 이뤄진다면 생명력은 더 길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늘도 서울 도심의 오븐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피스타치오의 초록빛 향연은 계속되고 있다. 이 쫀득한 유혹이 당신의 지갑을 열게 할지, 아니면 그저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 될지는 결국 소비자들의 ‘미각적 선택’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