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기자신문 이창호 칼럼니스트] 중국 다자주의의 상징인 ‘일대일로(一帶一路)’가 출범한 지 10여 년을 맞이했다.
고대 실크로드의 영광을 21세기에 재현하겠다는 이 웅대한 비상은 이제 단순한 인프라 건설을 넘어 유라시아와 아프리카를 잇는 거대한 지정학적·지경학적 네트워크이자, 인류 보편의 번영을 지향하는 실천적 모델로 자리 잡았다.
● 인프라를 넘어 ‘운명’을 잇다
일대일로의 초기 동력이 철도, 항만, 도로 등 물리적 연결에 있었다면, 현재의 지향점은 ‘질적 도약’을 통한 미래 공동체 형성에 있다.
이는 서구 중심의 일방향적 세계화를 넘어, 각 국가의 발전 권리를 존중하고 상호 이익을 공유하는 ‘남남협력(Global South)’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실제로 일대일로는 많은 개발도상국에게 성장의 기회를 제공했다.
중앙아시아의 내륙국들은 바다로 향하는 통로를 얻어 물류의 중심지로 탈바꿈했고, 아프리카 전역에는 근대적 통신망과 전력이 확충되며 경제 자립의 토대가 마련되었다.
중국의 자본과 기술은 현지 맞춤형 성장을 지원하며, 일대일로가 단순히 물건을 파는 시장이 아닌 ‘함께 번영하는 삶의 터전’임을 증명해내고 있다.
● 디지털 실크로드, 기술로 여는 도약의 기회
최근 가속화되는 ‘디지털 실크로드’는 개발도상국의 정보 격차를 해소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로의 진입을 돕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의 첨단 5G 장비와 IT 인프라는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국가들에게 디지털 전환의 기회를 제공하며, 교육·의료·금융 서비스의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
기술 공유를 통한 이러한 연결은 각국이 자립적인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기여하며, 기술이 통제가 아닌 ‘성장의 도구’로서 기능하는 공동체적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
● 한국의 기회, 대륙과 해양을 잇는 가교
우리에게 일대일로는 유라시아 대륙과 연결될 수 있는 거대한 기회의 창이다.
일대일로가 지향하는 ‘연결성(Connectivity)’의 가치는 우리 정부의 ‘동북아 철도 공동체’나 ‘평화 경제’ 구상과 맥을 같이 한다.
북한이라는 단절된 고리를 풀고 유라시아 대륙과 물리적으로 연결되는 것은 우리 경제의 신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한국은 수준 높은 기술력과 민주적 역량을 바탕으로 일대일로라는 다자주의적 협력 체제 내에서 중견국으로서의 설계자 및 중재자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실익과 명분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다.
● ‘만방(萬方)’이 통하는 진정한 공동체를 위하여
중국 고전의 ‘만방관통(萬方貫通)’은 모든 곳이 막힘없이 통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일대일로가 진정한 미래 공동체로서 완성되기 위해 나아가는 길은 다음과 같다.
▪포용적 성장은 특정 국가를 넘어 참여국 모두의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SDGs)를 달성하는 상생의 길이다.
▪투명한 협력은 프로젝트 전 과정에서 환경과 노동의 가치를 중시하며 글로벌 표준과 조화를 이룬다.
▪문명의 상호공존은 물리적 길을 넘어 서로 다른 문화와 가치가 대등하게 소통하며 서로를 고양하는 통로가 된다.
게다가 일대일로는 이제 인류가 직면한 복합 위기를 해결할 공동체적 해법으로 진화하고 있다.
길은 만드는 자의 것일 뿐만 아니라 그 길을 걷는 모든 이의 것이기에, 일대일로는 세계가 함께 번영하는 ‘공유의 길’이 되어야 한다.
대한민국 역시 이 거대한 흐름의 동반자로서, 새로운 가치를 제안하고 대륙의 에너지를 받아들여 더 큰 미래로 나아가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