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4-1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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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숙함을 의심하는 용기

[대한기자신문 송면규 논설위원(박사)]  우리는 흔히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고 있다고 믿는다. 눈으로 확인하고 경험으로 축적한 판단이 곧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조금만 멈춰 보면, 우리가 바라보는 세계는 사실 현실 그 자체라기보다 오랜 시간 학습된 해석의 결과일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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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기자신문 송면규 논설위원(박사)

 

어릴 때부터 우리는 일정한 방향의 삶을 배운다. 해는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고, 성장은 위로 향하며, 속도는 경쟁력이고, 더 많은 선택지는 곧 더 큰 안전이라고 여겨왔다. 이런 인식은 너무 자연스럽게 자리 잡아 의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를 벗어난 시도는 비효율적이거나 위험한 선택으로 보이기 쉽다.

 

하지만 삶을 살아가다 보면 익숙한 해석으로 설명되지 않는 순간들이 찾아온다. 치열하게 올라온 자리에서 예상하지 못한 공허를 느끼기도 하고, 남들보다 늦게 걷는 길에서 오히려 안정과 만족을 발견하기도 한다. 옳다고 믿었던 판단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는 장면을 마주할 때도 있다. 그 순간 우리는 비로소 질문하게 된다.

 

지금까지의 기준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면?”

혹시 다른 방향에서 바라볼 수는 없을까?”

 

거꾸로 본다는 것은 기존 질서를 부정하거나 세상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태도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이해의 범위를 넓히는 인식의 전환에 가깝다. 같은 풍경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때 보이지 않던 의미가 드러나듯, 사고의 방향을 바꾸는 일은 우리가 세계를 더 입체적으로 이해하도록 돕는다.

 

실제로 많은 변화는 이런 관점의 전환에서 시작되었다. 실패를 끝이 아니라 학습으로 바라보는 태도, 경쟁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과정으로 해석하는 시선, 속도를 늦추는 것이 뒤처짐이 아니라 균형을 찾는 선택이라는 깨달음이 그렇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거창한 혁신이 아니라, 익숙함을 잠시 내려놓는 작은 질문에서 출발한다.

 

현대 사회는 정답을 빠르게 찾는 능력을 강조하지만, 때로는 질문을 바꾸는 일이 더 중요하다.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여 온 기준을 잠시 뒤집어 보는 순간, 삶의 방향뿐 아니라 타인을 이해하는 방식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선택과 속도를 인정하는 사회는 바로 이런 시선의 확장에서 가능해진다.

 

결국 거꾸로 보는 세상이란 세상을 부정하는 태도가 아니라, 익숙함 속에 숨은 가능성을 발견하려는 노력이다. 우리는 이미 충분히 많은 답을 배우며 살아왔다. 이제는 질문의 방향을 바꿀 때다. 때로는 세상을 바로 보는 가장 좋은 방법이, 잠시 거꾸로 바라보는 일일지도 모른다.

 

위 내용에 관해 조금 더 관심있는 분은 필자가 집필한 거꾸로 보는 세상에세이를 e-Book으로 만나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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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기자신문] 거꾸로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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