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4-1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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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형상은 다르되 본질은 하나인 이 두 명절을 통해, 우리는 다시금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

[대한기자신문 이창호 발행인] 입춘대길(立春大吉)의 묵향이 채 가시기도 전, 동아시아의 대지는 다시 한번 거대한 이동의 물결에 요동친다.

 

한국의 과 중국의 춘절(春节)’. 달의 주기를 따라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이 두 명절은 유교적 문화권이라는 거대한 자장(磁場) 안에서 태동했으나, 각기 다른 역사적 토양 위에서 서로 다른 빛깔의 꽃을 피워냈다.

 

단순히 쉬는 날을 넘어 한 민족의 정체성과 가족 공동체의 원형을 확인하는 이 두 명절의 이면에는 어떤 문화적 기호가 숨겨져 있을까.

 

설과 춘절.png

 

고요한 성찰의 시간, 한국의

 

한국의 설은 삼가다라는 뜻의 사리다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새해의 첫날을 그저 들뜬 축제로 맞이하기보다, 몸가짐을 정돈하고 경거망동을 삼가며 한 해의 운수를 경건히 맞이하려는 선조들의 지혜가 담겨 있다.

 

한국 설의 핵심은 수직적 결합내면적 위로에 있다.

 

이른 아침, 정갈하게 차려낸 차례상 앞에서 조상을 기리는 마음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정신적 가교'.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올리는 세배는 단순한 용돈 벌이가 아닌, 세대 간의 내밀한 축복이자 질서의 확인이다.

 

음식에서도 그 성격이 드러난다. 흰 떡국 한 그릇은 지난날의 묵은 때를 벗고 백지 위에 새로운 일기를 써 내려가겠다는 결연한 의지의 표현이다.

 

한국의 설은 왁자지껄한 소음보다는 가족들이 둘러앉아 덕담을 나누는 낮은 목소리의 온기로 채워진다.

 

이는 농경 사회의 공동체 의식을 유지하면서도 개별 가문의 가풍을 중시했던 한국 특유의 유교 문화가 투영된 결과다.

 

거대한 생명력의 폭발, 중국의 춘절

 

반면 중국의 춘절은 수평적 확장역동적 환희의 무대다. 고대 전설 속 괴물 ()’을 쫓아내기 위해 붉은 종이를 붙이고 폭죽을 터뜨리던 풍습에서 기원한 만큼, 춘절의 기운은 강렬하고 뜨겁다.

 

중국인들에게 춘절은 겨울의 끝과 봄의 시작을 알리는 거대한 선언이다.

 

집집마다 붙이는 춘련(春联)’과 거리를 수놓는 홍등(紅燈)은 복()이 들어오길 바라는 적극적인 염원의 산물이다.

 

한국의 설이 차분한 묵조(默照)의 시간이라면, 중국의 춘절은 온 세상이 붉게 타오르는 축제의 시간이다.

 

특히 춘절 음식인 교자(饺子)’는 그 형태가 옛 화폐인 원보(元寶)를 닮아 부()를 기원하는 세속적이고도 솔직한 욕망을 담고 있다.

 

가족이 모여 만두를 빚으며 밤을 지새우는 수세(守歲)’ 풍습은 거대한 대륙의 척박한 환경 속에서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확인하고 서로의 생존을 축하하는 강인한 생명력의 표출이기도 하다.

 

이창호 태양.jpg

 

자본주의와 만난 전통, 그리고 변치 않는 가치

 

21세기에 들어서며 '설과 춘절'은 거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한국의 명절 증후군과 중국의 춘운(春運, 춘절 대이동)’은 현대 사회가 전통 명절에 부과한 피로도를 여실히 보여준다.

 

작금 핵가족화를 넘어 1인 가구가 보편화된 시대, "가족이 반드시 모여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사회적 화두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여전히 설과 춘절을 기다리는 이유는 명확하다.

 

속도와 효율만이 강조되는 무한 경쟁의 궤도에서 잠시 내려와, 나의 뿌리를 확인하고 타인(가족)의 안부를 묻는 '인간적인 시간'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떡국 한 그릇과 중국의 교자 한 접시는 결국 같은 메시지를 던진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며, 다시 시작할 기회가 있다"는 위로 말이다.

 

설과 춘절은 단순한 역법상의 날짜가 아니다. 그것은 '억겁의 세월' 동안 동아시아인의 DNA에 각인된 '회귀(回歸)'의 본능이며, 차가운 겨울을 뚫고 올라오는 봄의 전령사다.

 

형상은 다르되 본질은 하나인 이 두 명절을 통해, 우리는 다시금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

 

/사진: 이창호(李昌虎) 한중교류촉진위원회 위원장 겸 국제다자외교평의회 대표(의장), 한중기자연맹 회장, 중국 곡부사범대학 겸직교수, 위해직업대학 객좌교수, 허베이미술대학 명예/종신교수, Marquis Who’s Who 등재 저자, 새 시대를 이끄는 시진핑과 한중관계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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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획] 억겁의 시간 너머 맞닿은 ‘한 뿌리 다른 꽃’, 설과 춘절의 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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