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기자신문 김지윤 한중문화칼럼니스트]오늘날 예술 산업은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거대한 변곡점에 서 있다.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메타버스와 같은 첨단 기술이 예술의 창작과 유통, 향유 방식을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급변하는 생태계 속에서 예술계가 직면한 과제는 명확하다. 어떻게 ‘전통적 심미성’을 유지하면서 ‘현대적 기술’과 융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것인가? 이에 대한 가장 혁신적인 해답으로 나는 예술 해커톤(Arts Hackathon)의 활성화를 제안한다.
해커톤은 본래 '해킹(Hacking)'과 '마라톤(Marathon)'의 합성어로,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 등이 팀을 이뤄 제한된 시간 내에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협업 모델이다. 이것이 예술 산업에 도입되어야 하는 이유는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예술의 지속 가능성과 확장성을 담보할 핵심 엔진이기 때문이다.
◈ ‘낯선 결합’을 통한 창의적 파괴와 혁신
예술가들은 종종 자신만의 작업실이라는 고립된 섬에서 창작에 몰두한다. 하지만 현대 예술 산업의 난제들은 작가 개인의 역량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구조를 띠고 있다.
해커톤은 예술가, 엔지니어, 데이터 분석가, 마케터를 한자리에 강제로 모아놓는 ‘창의적 용광로’ 역할을 한다.
예술가는 기술자에게 영감을 주고, 기술자는 예술가에게 불가능했던 표현의 도구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무용가와 센서 기술 개발자가 만나 무용수의 움직임을 실시간 데이터 시각화로 구현하거나, 화가와 블록체인 전문가가 만나 작품의 이력을 투명하게 관리하는 솔루션을 도출하는 과정은 오직 해커톤이라는 밀도 높은 협업 환경에서만 가능하다. 이러한 ‘이종 교배’는 기존 예술계의 관성적인 사고를 깨뜨리는 창의적 파괴를 일으킨다.
◈ 예술의 비즈니스 모델(BM) 다각화와 생존 전략
예술 산업의 고질적인 문제는 ‘원화 판매’ 혹은 ‘공공 보조금’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취약한 수익 구조에 있다. 해커톤은 예술적 아이디어를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하는 ‘린 스타트업(Lean Startup)’의 장이 된다.
해커톤에 참여한 예술 전공자들은 자신의 창의성을 어떻게 서비스화(SaaS)할지, 어떻게 구독 경제 모델로 연결할지, 혹은 어떻게 예술 경험을 상품화할지 고민하게 된다. 24~48시간이라는 극한의 시간 제한은 완벽주의에 빠지기 쉬운 예술가들에게 ‘최소 기능 제품(MVP)’을 빠르게 시장에 내놓고 피드백을 받는 훈련을 시킨다. 이는 예술가가 단순한 창작자를 넘어 자신의 가치를 경영할 줄 아는 ‘아트프리너(Art-preneur)’로 거듭나게 하는 실전 훈련소와 같다.
◈ 관객 경험의 혁신, ‘보는 예술’에서 ‘참여하는 예술’로
현대 관객, 특히 MZ세대와 알파 세대는 일방적인 감상보다 상호작용과 참여를 원한다. 예술 해커톤은 관객의 경험(UX)을 극대화하는 기술적 솔루션을 찾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
증강현실(AR)을 활용해 갤러리 밖에서도 도슨트 설명을 듣게 하거나, 관객의 뇌파를 측정해 실시간으로 변하는 미디어 아트를 선보이는 등의 시도는 모두 해커톤적 사고에서 출발한다. 기술과 예술이 결합된 새로운 향유 방식은 예술의 문턱을 낮추고, 잠재적 관객층을 넓히는 효과를 가져온다. 예술 산업이 대중과 멀어지지 않고 동시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해커톤을 통한 끊임없는 ‘경험의 프로토타이핑’이 수반되어야 한다.
◈ 예술 생태계의 민주화와 네트워킹의 확장
전통적인 예술계는 견고한 학벌이나 인맥, 특정 갤러리의 선택에 의해 좌우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해커톤은 오직 ‘아이디어’와 ‘실행력’으로 평가받는 능력 중심의 장이다.
이곳에서 무명의 청년 예술가는 거대 IT 기업의 개발자와 팀원이 되어 대등하게 토론하며, 자신의 철학을 기술 세계에 이식한다.
이러한 수평적 네트워킹은 예술 산업 내의 권력 구조를 해체하고, 더 많은 신진 인재가 산업 전면에 등장하게 하는 민주적 통로가 된다. 또한, 해커톤을 통해 형성된 인적 네트워크는 행사 종료 후에도 실제 스타트업 창업이나 공동 프로젝트로 이어지는 강력한 자산이 된다.
◈ 예술, 기술의 옷을 입고 미래로 나아가다
예술 해커톤은 단순히 앱을 만들거나 기계를 조립하는 행사가 아니다. 그것은 예술적 사유(Artistic Thinking)를 사회적 해결책(Social Solution)으로 치환하는 거대한 실험이다.
예술 산업이 박물관 속의 유물로 남지 않고 살아 움직이는 생물처럼 진화하기 위해서는, 해커톤이라는 역동적인 에너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예술가는 기술을 두려워하는 대신 기술을 ‘새로운 붓’으로 받아들여야 하며, 경영자는 예술적 영감을 ‘혁신의 원천’으로 삼아야 한다.
해커톤의 밤을 밝히는 예술가와 개발자들의 열정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예술이 자본과 기술의 하인이 아닌, 미래 산업의 진정한 설계자가 되는 광경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예술 산업의 내일은 작업실이 아닌, 이 뜨거운 해커톤의 현장에서 이미 시작되고 있다.
예술경영 전문가의 제언:
만약 예술 전공 대학생들이 해커톤에 참여한다면, 자신의 기법적 우수함을 뽐내기보다 "나의 예술적 철학이 기술과 만났을 때 세상의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에 집중해 보십시오. 그것이 바로 해커톤에서 우승하고, 나아가 성공적인 창업으로 이어지는 핵심 전략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