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4-18(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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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뇌는 평생 변화하는 가소성의 기관이며 사용한 회로는 강화되고 사용하지 않은 회로는 약해진다. 즉 노년의 인지 기능은 운명이 아니라 사용량의 결과에 가깝다. 독서는 이 사용량을 가장 균형 있게 늘리는 활동이다.

[대한기자신문 이강문 건강리포트] 노년의 건강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흔히 혈압, 근력, 관절을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삶의 자율성을 결정짓는 마지막 기반은 신체가 아니라 인지 기능이다.

 

기억하고 판단하고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이 유지될 때 비로소 독립적인 삶이 가능하다. 그 핵심 훈련이 바로 독서다. 독서는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뇌 구조를 유지시키는 가장 경제적이고 지속 가능한 인지 운동이다.

 

나이가 들면 뇌는 자연스럽게 처리 속도가 느려지고 단기 기억 저장 능력이 감소한다. 이를 퇴화로만 이해하면 소극적 관리에 머물지만, 현대 신경과학은 다른 사실을 보여준다.

 

뇌는 평생 변화하는 가소성의 기관이며 사용한 회로는 강화되고 사용하지 않은 회로는 약해진다. 즉 노년의 인지 기능은 운명이 아니라 사용량의 결과에 가깝다. 독서는 이 사용량을 가장 균형 있게 늘리는 활동이다.

 

독서가 특별한 이유는 뇌의 한 부위만 자극하지 않기 때문이다. 글자를 해독할 때는 시각피질이 작동하고, 의미를 이해할 때는 측두엽 언어 영역이 활성화된다.


노인 책읽은 모습.png

 

내용의 흐름을 따라갈 때 전두엽의 실행 기능이 동원되고, 등장인물의 감정을 공감할 때 변연계가 반응한다. 한 문장을 이해하는 과정에 기억·추론·감정·판단 체계가 동시에 작동한다. 걷기나 퍼즐이 특정 기능을 단련한다면 독서는 뇌 전체의 협력 능력을 훈련한다.

 

특히 이야기 읽기는 노년기 정서 안정에도 영향을 준다. 사람은 경험의 범위가 줄어들수록 사고가 경직되기 쉽다. 그러나 책 속에서 다양한 상황과 타인의 삶을 반복적으로 접하면 판단의 유연성이 유지된다

 

이는 단순한 교양 축적이 아니라 감정 조절 능력과 직결된다. 우울과 불안은 외부 자극 감소와 인지 자극 감소가 함께 올 때 심해지는데, 독서는 외부 세계와의 간접 접촉을 회복시켜 심리적 고립을 완화한다.

 

효과를 높이기 위한 방법도 중요하다. 첫째, 속도보다 이해 중심으로 읽어야 한다. 빠르게 넘기는 독서는 정보 소비에 가깝고, 천천히 의미를 구성하는 독서는 인지 훈련에 가깝다.

 

둘째, 소리 내어 읽기가 도움이 된다. 발화 과정이 추가되면서 언어 운동 회로가 함께 활성화된다. 셋째, 읽은 내용을 짧게 요약하거나 대화로 나누면 기억 고정 효과가 크게 증가한다. 뇌는 입력보다 출력 과정에서 더 강하게 강화된다.

 

독서의 가치는 치매 예방이라는 단어로만 축소될 필요가 없다. 책을 읽는 노년은 단순히 병을 늦추는 것이 아니라 판단력을 유지한다. 판단력은 인간의 존엄과 연결된다.

 

무엇을 먹고, 어디를 가고, 누구를 신뢰할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을 때 삶의 주도권이 남는다. 결국 독서는 기억을 지키는 활동이 아니라 나 자신을 지키는 활동이다.

 

노년의 시간은 줄어드는 시간이 아니라 정리되는 시간이다. 그 시간을 텔레비전이 채우면 기억은 흘러가고, 책이 채우면 생각이 남는다. 하루 서너 쪽이라도 좋다.

 

꾸준히 읽는 행위는 뇌를 단단하게 만들고, 단단한 뇌는 삶을 흔들리지 않게 만든다. 책을 펴는 순간 노년은 늦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또렷해진다.

 

읽고 끝내기보다 확인까지 이어지는 기사입니다

이강문건강칼럼니스트 기자 kcunews@daum.net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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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예방/연속기획③]책 읽는 노년, 뇌를 단단하게 만드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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