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4-1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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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경과학은 감성과 인지가 분리되지 않았음을 말한다. 감정은 판단을 방해하는 요소가 아니라, 오히려 판단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이다.

[대한기자신문 이강문 건강리포트] 우리는 효율의 시대에 살고 있다. 빠른 정보, 짧은 문장, 즉각적인 결론이 환영받는다. 그 속에서 시()는 종종 느린 언어로 밀려난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가장 압축된 형식의 언어가 인간의 뇌를 가장 깊이 흔든다. 시 한 편은 몇 줄에 불과하지만, 그 여운은 긴 시간에 걸쳐 사고를 확장시킨다.

 

신경과학은 감성과 인지가 분리되지 않았음을 말한다. 감정은 판단을 방해하는 요소가 아니라, 오히려 판단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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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을 때 우리의 뇌는 단순히 의미를 해석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리듬과 운율을 따라가며 청각 피질이 반응하고, 이미지가 떠오를 때 시각 연합 영역이 활성화된다.

 

공감의 문장이 등장하면 변연계가 움직인다. 한 편의 시는 뇌의 여러 회로를 동시에 자극하는 복합 자극이다.

 

특히 은유는 사고의 지평을 넓힌다.시간은 흐른다는 표현 대신 시간은 모래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다고 말할 때, 우리는 추상 개념을 감각적으로 체험한다.

 

이는 뇌가 새로운 연결을 만들도록 요구한다. 익숙한 언어의 자동 반응을 깨고, 낯선 결합을 통해 사고를 재구성하게 만든다. 시는 뇌의 관성을 흔드는 장르다.

 

현대 사회에서 많은 이들이 피로를 호소한다. 정보 과잉은 사고를 넓히기보다 오히려 좁힌다. 자극은 강해지지만 깊이는 얕아진다.

 

이때 시는 일종의 정지 버튼이 된다. 몇 줄의 문장을 천천히 음미하는 행위는 주의력을 회복시키고, 내면의 감각을 다시 깨운다.

 

감성의 회복은 단순한 위로를 넘어 인지 기능의 회복과도 연결된다. 감정을 느끼는 능력은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는 능력, 곧 사회적 지능과 직결된다.

 

교육 현장에서도 시의 역할은 재평가될 필요가 있다. 시험을 위한 분석이 아니라, 감각을 열어 두는 경험으로서의 시 읽기 말이다.

 

시를 통해 학생은 단어의 다층적 의미를 배우고, 침묵의 여백을 이해한다. 이는 정답을 찾는 능력이 아니라 질문을 확장하는 능력을 기르는 과정이다. 창의성은 새로운 연결에서 탄생한다. 시는 그 연결의 훈련장이다.

 

시의 힘은 또한 치유의 영역에서 드러난다. 마음의 상처를 직접적으로 설명하지 못할 때, 시적 언어는 우회로가 된다.

 

아프다는 말보다 겨울이 오래 머문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때가 있다. 언어는 감정을 안전하게 담아내는 그릇이 된다. 이를 통해 개인은 자신의 감정을 객관화하고, 다시 삶의 방향을 찾는다.

 

우리는 종종 시를 현실과 동떨어진 장르로 오해한다. 그러나 시는 가장 현실적인 언어다. 삶의 균열과 기쁨, 상실과 희망을 가장 압축적으로 기록한다. 짧은 문장이 긴 사유를 이끈다. 그 힘은 속도가 아니라 깊이에서 나온다.

 

혹여, 시 한 편이 세상을 바꾸지는 못할지 모른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한 사람의 시선을 바꿀 수는 있다. 시선이 바뀌면 판단이 달라지고, 판단이 달라지면 선택이 달라진다.

 

감성은 약함이 아니라 인간다움의 핵심이다. 그 감성을 깨우는 가장 정제된 도구가 시다. 효율의 시대일수록 우리는 더 자주 시를 읽어야 한다. 몇 줄의 언어가 뇌를 깨우고, 깨어난 뇌가 다시 삶을 깊게 만든다.

 

읽고 끝내기보다 확인까지 이어지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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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기자신문=치매예방/연속기획⑤] 시(詩) 한 편의 힘, 감성이 뇌를 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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