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4-18(토)
  • 전체메뉴보기
 
  • 전통적 서구 중심 교육 체계의 균열, 중국발 '예술 용광로'가 던지는 질문

[대한기자신문 김지윤 한중칼럼니스트] 최근 글로벌 예술 교육 시장의 시선이 중국 허베이성으로 쏠리고 있다.

 

이른바 '호그와트 캠퍼스'로 불리는 허베이 미술대학(HBAFA)의 파격적인 행보 때문이다. 거대한 성곽풍의 외형이 주는 시각적 압도함보다 더욱 주목해야 할 지점은, 이 대학이 추진하는 저돌적인 '글로벌 학생 유치 전략'과 그 저변에 깔린 예술적 담론이다.


하북1.jpg

사진: 중국 허베이 미술대학(HBAFA) 전경/대한기자신문

 

'예술 무국적주의(Art without Borders)',변방이 만드는 새로운 중심

 

허베이 미술대가 유럽, 러시아, 아프리카, 중앙아시아를 아우르는 유학생들을 흡수하는 배경에는 이른바'예술 무국적주의'라는 명확한 철학이 존재한다.

 

이는 과거 예술 유학이 '변방에서 중심(파리, 뉴욕 등)'으로 향하던 일방향적 흐름을 거부한다. 대신 다양한 문화적 자산을 가진 '변방'들이 한데 모여 새로운 미학적 중심을 형성하는 다극화 모델을 제시한다.

 

러시아의 정교한 사실주의 기법과 몽골의 거친 야생적 필력, 아프리카의 원시적 생명력이 중국의 전통 서화 기법과 충돌하며 발생하는 에너지는 단순한 교육적 성과를 넘어선다.

 

이는 21세기 새로운 예술 양식인 '글로벌 하이브리드 아트'의 발원지로서, 기존 서구 중심의 미술사가 포착하지 못한 새로운 미학적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하북2.jpg

사진: 중국 허베이 미술대학(HBAFA) 전경/대한기자신문

 

'일대일로' 예술판과 미래 시장의 헤게모니 선점

 

이들의 유학생 분포는 중국의 국가 전략인 '일대일로'와 궤를 같이한다. 신흥국 예술 영재들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은 단순한 물량 공세가 아닌, 향후 20~30년 뒤 세계 미술 시장을 주도할 '허베이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는 고도의 전략이다.

 

서구의 클래식한 예술 권위가 약화되는 틈을 타, 신흥국의 작가와 기획자들을 선점함으로써 '유라시아-아프리카 미술사'라는 새로운 서사를 쓰겠다는 야심이다. 이는 예술이 단순한 유희를 넘어 국가의 소프트파워이자 거대한 산업적 자산임을 시사한다.

 

실리적 경영 모델: 브랜드 파워와 산업적 결합

 

허베이 미술대는 예술의 고고한 문턱을 낮추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경영적 통찰을 보여준다.

 

* 상징적 인프라:성곽 캠퍼스라는 강력한 비주얼 브랜딩을 통해 전 세계에 '예술 성지'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 산업 밀착형 교육:애니메이션, 조각, 디자인 등 실무 중심 전공을 강화하여 유학생들이 본국 귀국 후 즉각적인 산업 역량으로 기능하게 함으로써 교육의 실효성을 극대화했다.

 

* 문화적 자산화: 다국적 학생들이 공존하는 환경 자체를 최고의 예술 기획이자 경영 자산으로 내재화했다.

 

하미3.jpg
사진: 중국 허베이 미술대학(HBAFA) 전경/대한기자신문

 

성찰과 과제: 유토피아인가, 신기루인가

 

물론 이러한 외형적 팽창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교육의 질적 내실보다 캠퍼스 조경과 물량 위주의 확장에 치중한다는 비판은 허베이 미술대가 넘어야 할 산이다.

 

창의성의 본질이 '자유'에 있다면, 거대 자본과 국가 전략이 투영된 예술 교육이 과연 진정한 전위(Avant-garde)를 배출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몽골의 광활한 대지를 품은 청년과 파리의 미감을 가진 청년이 중국의 성곽 아래서 함께 붓을 잡는 풍경은 그 자체로 동시대 미술의 가장 상징적인 퍼포먼스다. 허베이 미술대의 실험은 우리에게 묻고 있다.

 

'예술의 미래가치는 어디에서 오는가?' 성곽 너머에서 꿈꾸는 이들의 유토피아가 신기루에 그칠지, 아니면 새로운 미술사의 이정표가 될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김지윤교수.jpg
글/사진: 中 허베이미술대학교 조소, 공공예술대 교수, 디자인학 박사

 

끝으로 한국의 예술 교육 역시, 허베이 미술대의 사례를 반면교사(反面敎師) 삼아, 우리만의 고유한 문화적 정체성과 글로벌 인재를 연결하는 정교한 플랫폼 구축에 매진해야 할 시점이다.

김지윤한중문화칼럼니스트 기자 kcunews@hanmail.net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태그

BEST 뉴스

전체댓글 0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김지윤교수칼럼] 성곽 너머의 예술 유토피아... 허베이 미술대의 '예술 무국적주의'와 미래적 가치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