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4-15(수)
  • 전체메뉴보기
 

[대한기자신문] 한강도 봄을 맞다

 

이창호

 

봄 바람이 먼저 강을 깨운다.

겨울의 침묵을 밀어내듯

물결 위로 햇살이 조용히 번진다.

 

멀리 아파트 숲 사이로

낮게 숨을 고르고,

강은 그 사이에서

느린 숨결로 흐른다.

 

마른 흙빛 들판에도

어느새 봄의 발자국이 스며들고,

나무 한 그루

가느다란 가지 끝에서

새 봄을 기다린다.

 

사람보다 먼저

강이 봄을 안다.

 

얼음의 기억을 풀어내고

햇살을 품은 물길 위에서

한강은 오늘도 말없이

도시의 시간을 흘려보낸다.

 

[해설 및 평론]

 

한강을 배경으로 한 한강도 봄을 맞다는 계절의 변화라는 자연적 현상을 통해 도시와 자연, 그리고 시간의 흐름을 사유하는 서정시라 할 수 있다. 이 시의 핵심 미학은 조용한 변화시간의 호흡을 포착하는 데 있다.

 

첫 연에서 봄 바람이 먼저 강을 깨운다는 구절은 계절의 변화를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라 생명적 각성의 순간으로 형상화한다. 겨울을 침묵으로 규정하고, 봄을 그 침묵을 밀어내는 힘으로 표현함으로써 시인은 자연의 순환 속에서 깨어나는 생명의 움직임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햇살이 물결 위로 조용히 번진다는 표현은 이 시가 가진 전체적인 정조, 즉 격렬함이 아닌 잔잔한 서정을 상징한다.

 

둘째 연에서는 도시 풍경이 등장한다. “아파트 숲이라는 표현은 현대 도시 문명의 상징이다. 그러나 시인은 그 속에서도 자연의 흐름을 발견한다. 산의 능선과 강의 흐름이 도시 건물 사이에서 이어지는 모습은 자연과 문명이 공존하는 현대적 풍경을 보여준다. 이 부분에서 강은 단순한 자연물이 아니라 도시를 관통하는 시간의 통로로 기능한다.

 

셋째 연에서 마른 흙빛 들판가느다란 가지 끝은 봄의 도래를 기다리는 자연의 상태를 보여준다. 아직 완전히 푸르지 않은 풍경을 묘사한 점은 이 시가 완성된 봄이 아니라 도래하는 봄의 순간을 포착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 대목은 한국 서정시의 전통에서 자주 나타나는 기다림의 미학과도 연결된다.

 

이 시의 핵심 구절은 사람보다 먼저 강이 봄을 안다이다. 이 문장은 자연이 인간보다 먼저 계절의 변화를 감지한다는 사실을 통해 자연의 근원성과 인간 존재의 한계를 동시에 성찰하게 한다. 다시 말해, 인간은 도시 속에서 분주하게 살아가지만 자연은 이미 시간의 변화를 먼저 받아들이고 있다는 철학적 메시지가 담겨 있다.

 

마지막 연에서 시는 강을 도시의 시간을 흘려보내는 존재로 형상화한다. 강은 단순한 자연의 흐름이 아니라 도시의 역사와 사람들의 삶을 모두 품고 지나가는 거대한 시간의 상징이 된다. “얼음의 기억을 풀어낸다는 표현은 겨울의 기억, 즉 과거의 시간을 녹여내며 새로운 계절로 나아가는 순환적 시간관을 보여준다.

 

종합적으로 볼 때 한강도 봄을 맞다는 화려한 수사나 강렬한 감정보다 절제된 언어와 고요한 이미지를 통해 도시 속 자연의 숨결을 포착한 작품이다. 이 시에서 한강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시간·생명·도시 문명을 연결하는 상징적 존재로 기능한다.

 

결국 이 작품은 봄이라는 계절을 통해 독자에게 묻는다.

도시의 속도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과연 자연의 시간, 그리고 삶의 호흡을 얼마나 느끼며 살고 있는가.

 

그 질문이야말로 이 시가 지닌 가장 깊은 서정적 울림이라 할 수 있다.

이창호 대표칼럼니스트 기자 leechangho21@daum.net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태그

전체댓글 0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대한기자신문] 한강도 봄을 맞다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