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4-1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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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통적인 의미에서 조각은 '정적인 덩어리'였다. 관객은 작품 주위를 돌며 그 양감을 감상하고, 작가가 깎고 다듬은 노동의 흔적을 발견한다. 여기서 주도권은 언제나 '보는' 관객에게 있었다. 작품은 그저 그 자리에 놓인 채 관객의 시선을 받아낼 뿐이었다.

[대한기자신문 김지윤 칼럼니스트] 현대 사회는 '시선의 과잉' 시대다. 거리의 CCTV부터 손안의 스마트폰 렌즈, 그리고 타인의 SNS를 훑는 우리의 눈길까지. 우리는 깨닫지 못하는 사이 누군가를 보고 있으며, 동시에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보여지고 있다.

 

이러한 시선의 교차로에서 '조각'이라는 가장 물리적인 매체를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을 묻는 젊은 조각가가 있다. 2024년 성신여자대학교 대학원에서 주목할 만한 논문과 작품을 발표한 장화(Jang Hwa) 작가가 그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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张华,1986年生,美术学博士,河北美术学院雕塑与公共艺术学院副院长,河北省雕塑学会副会长,河北省工艺美术协会雕塑专业委员会副会长,河北省雕塑产业技术研究院副院长,中国雕塑学会会员,河北省美术家协会雕塑艺委会委员,河北省画院青年画院研究员。장화는 1986년생으로 미술학 박사이며, 허베이 미술 아카데미 조각 및 공공미술 부학장, 허베이 조각학회 부회장, 허베이 공예 예술 협회 조각 전문 위원회 부회장, 허베이 조각산업기술연구소 부회장, 중국 조각학회 회원, 허베이 예술가 협회 조각 예술 위원회 위원, 허베이 회화 청년 회화 아카데미 연구원.

 

조각, 침묵을 깨고 관객을 쳐다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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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장화 제목: '보다' 재료: 나무, 스테인레스,나사 사이즈: 50x50x15cm 2023년

 

전통적인 의미에서 조각은 '정적인 덩어리'였다. 관객은 작품 주위를 돌며 그 양감을 감상하고, 작가가 깎고 다듬은 노동의 흔적을 발견한다. 여기서 주도권은 언제나 '보는' 관객에게 있었다. 작품은 그저 그 자리에 놓인 채 관객의 시선을 받아낼 뿐이었다.

 

하지만 장화의 작업실에서 탄생한 조각들은 다르다. 그의 작품은 침묵을 깨고 관객에게 말을 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관객을 '쳐다본다'. 작가는 자신의 논문 <보기와 보이기를 통한 조각작품에서의 응시에 관한 연구>에서 조각을 단순히 시각적 대상이 아닌, '응시(Gaze)'가 발생하는 능동적 장소로 정의한다.

 

카메라와 거울, 그리고 멀티미디어 장치가 결합된 그의 조각은 관객이 작품을 감상하려는 찰나, 그 시선을 굴절시키거나 되돌려 보냄으로써 관객을 당혹스러운 성찰의 공간으로 밀어 넣는다.

 

거울과 카메라, 라캉과 푸코의 현대적 변주

 

장화 작가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가 기반으로 삼은 철학적 토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는 자크 라캉, 미셸 푸코, 장 폴 사르트르라는 세 거장의 이론을 조각적 문법으로 치환했다.

먼저 자크 라캉의 이론은 거울을 통해 구현된다. 라캉에 의하면 인간은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이미지를 통해 자아를 인식하지만, 그것은 동시에 실재의 내가 아닌 '이미지화된 나'에 불과하다.

 

장화의 작품 속에 배치된 거울은 관객에게 묻는다. "지금 거울 속에 비친 당신이 진짜 당신인가, 아니면 타인에게 보여지고 싶어 하는 당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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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장화 제목: 포위망 사이즈:230x200x160cm 2023년 부분,재료:카메라

 

여기에 미셸 푸코의 '파놉티콘(원형 감옥)' 개념이 카메라와 멀티미디어를 통해 더해진다. 조각 작품 곳곳에 숨겨진 혹은 대놓고 드러난 카메라 렌즈는 권력의 시선을 상징한다. 우리는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카메라라는 기계적 장치에 의해 데이터로 기록되고 분석당한다.

 

이는 현대인이 일상에서 겪는 보이지 않는 감시 체계를 예술적 공간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사르트르가 말했듯 "타인의 시선은 나를 물건으로 만든다"는 서늘한 진실이 장화의 조각 앞에서 증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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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장화 제목:점선면 재료:거울 사이즈: 40x160x40cm 2023년 부분

 

뒤샹의 재치와 카푸어의 심연을 넘어서

 

장화는 선배 예술가들의 유산을 영리하게 흡수하고 변주한다.

마르셀 뒤샹이 변기를 전시장으로 가져와 '보는 것'의 정의를 바꿨다면, 장화는 조각의 재료 자체를 '시선'으로 설정했다. 또한 백남준이 비디오 아트를 통해 인간과 기술의 조화를 꾀했다면, 장화는 기술(카메라, 미디어)을 조각의 일부로 편입시켜 '기계적 응시'의 서늘함을 극대화한다.

 

특히 아니쉬 카푸어가 거울과 보이드(공허)를 통해 관객을 심연으로 초대했다면, 장화는 그 심연 속에 '현대적 장치'를 심어놓았다. 카푸어의 거울이 명상적이라면, 장화의 거울은 비판적이다.

 

관객은 반사된 자신의 모습을 보며 황홀경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나를 찍고 있는 카메라와 모니터 속의 일그러진 상을 보며 존재론적 균열을 경험하게 된다

 

네 가지 시선의 층위,신부터 기계까지

 

작가는 응시를 네 가지 층위로 세분화하여 탐구한다.

 

눈의 응시: 우리가 사물을 인지하는 가장 기본적인 육체적 행위다.

타자의 응시: 사회적 관계 속에서 나를 규정짓는 외부의 시선이다.

신의 응시:절대적인 도덕적, 초월적 관점에서의 시선이다.

기계의 응시:인공지능과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현대 사회의 무감정한 시선이다.

 


장화의 조각은 이 네 가지 시선이 얽히고설키는 지점이다. 관객은 조각의 표면을 보다가(), 거울에 비친 자신과 옆 관객의 시선을 느끼고(타자), 거대한 스케일의 설치물 앞에서 경외감을 느끼며(), 불쑥 나타나는 모니터 속 자신의 모습(기계)에 소스라친다. 이 과정에서 관객은 '보는 주체'에서 '보여지는 객체', 다시 그 관계를 관조하는 '3의 주체'로 끊임없이 변모한다.

 

주객전복의 미학, 존재의 해방을 위하여

 

장화 작가의 작업이 지닌 진정한 가치는 이 '주객전복'에 있다. 현대인은 타인의 시선에 자신을 맞추느라 정작 자신의 진실된 얼굴을 잃어버리곤 한다. 장화의 조각은 우리를 불편하게 함으로써 오히려 우리를 해방시킨다. 나를 쳐다보는 조각 앞에서 우리는 역설적으로 시선의 폭력성을 인지하게 되고, 그 인지는 곧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첫걸음이 되기 때문이다.

 

2024, 성신여자대학교 대학원을 통해 세상에 나온 장화의 논문과 작품들은 단순히 학문적 성과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시각 예술의 본질인 '본다'는 행위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이며, 물질 중심의 조각사()'관계''정신'이라는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는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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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장화 작품제목: 얼음 그림자 사이즈 : 80cm × 너비 50cm × 높이 120cm, 무게: 35kg 2025년 ,재료: 합성수지

 

장화가 구축한 시선의 미로에서 길을 찾다

 

장화 작가는 젊은 작가답지 않은 탄탄한 이론적 배경과 이를 조각적 물성으로 구현해내는 감각을 동시에 갖췄다. 그의 작품은 차갑다. 금속의 질감, 렌즈의 안광, 모니터의 전자파가 흐른다. 그러나 그 차가움은 관객의 내면을 뜨겁게 달군다.

 

우리는 앞으로 장화라는 이름 앞에 붙을 수많은 수식어를 기대하게 된다. 그는 조각가인가, 미디어 아티스트인가, 혹은 시선의 철학자인가. 명칭이 무엇이든 분명한 것은 그의 작품이 놓인 공간에서 우리는 더 이상 평범한 관객으로 남을 수 없다는 점이다.

 

당신이 만약 장화의 조각 앞에 서게 된다면, 당황하지 마라. 작품이 당신을 쳐다볼 때, 당신 역시 그 시선의 정체를 똑바로 마주 보길 바란다. 그 순간, 당신은 '보여지는 물건'이 아닌, 스스로 '보는 주체'로서 재탄생하는 전율을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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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中 허베이미술대학교 조소, 공공예술대 교수, 디자인학 박사

 


 

 

 

 

 

 

 

 

 

 

 

 

 

 

 

 

 

 

붙임 : 본 글은 한중연합일보와 함께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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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 교수 칼럼] '보기'와 '보이기' 사이에서 구축되는 존재의 조각, 장화의 조각이 건네는 '응시의 초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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