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4-15(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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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정자 작가는 인천 출생,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월간 한울문학 시 등단. /계간 한국문학세상 수필 등단, 한국문인협회/인천문인협회/한국가톨릭문인협회/국제PEN한국본부, 계간문예작가회/한국문학세상/옛정시인회/인천펜문학 한국본격문학가협회 회원, 한울문학 문학대상/한울문학작가상/연암 문학예술상 한글570돌기념인천시 표창/허난설헌문학상 사)아시아문예진흥회 대한민국최고스타문예대상 재능기부미학 사회공헌최고스타 수상/인천펜문학상, 시집출간 : 시인의 수레2004 그리움의 무늬2008 그때 그 저녁2012 언덕의 풀꽃2017 노란 새가 날고 있는 풍경 2020 봄날의 문장2024 달빛이 옷 한 벌2024

예단포

 

심정자/수필가

 

설 연휴 마지막 날 아이들이 먼저 말을 꺼낸다. 내가 좋아하는 곳에 가자고 한다. 늘 인연처럼 만날 것 같아 나는 그곳을 좋아한다. 날씨가 좋으면 햇살이 색색의 비단자락처럼 곱고 아름답기 때문이다. 그런 날은 동서남북 멀리까지 보여서 찾아보려고 애를 쓰다 못 만난다. 바람이 세차게 불 때는 날려가지 않으려고 몸에 힘을 주고 있다가 만나지 못해 헛걸음이 된다. 내 마음의 고요를 허락하는 곳,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속담을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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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을 알게 된 것은 20243월 퇴원하는 날이다. 아이들이 신도 시도 모도 무의도 거잠포 해변 을왕리 해변을 한 바퀴 돌때다. 영종도 일대를 거쳐 맨 끝으로 도착한 곳은 역사가 깃들어 있는 예단포 선착장이다. 그때 처음 만난 것이 인연이 되어 다시 찾는다. 예단포에서 꼭 만나고 싶은 것이 있다. 그것은 시 한 편이다. 내가 척추와 협착증 수술을 받고 회복기에 또 낙상을 해서 다시 수술하고 병원생활을 오래했다. 혼자서는 앉지도 서지도 걷지도 못해 요양원으로 퇴원하겠다고 내가 결정한 날이다. 그런 결정을 하게 한 것은 오래전에 걷지 못하게 된 가까운 지인들에게 요양원으로 가라고 왜 안 가느냐고 권했기 때문이다. 말에 대한 규칙이나 책임 같은 것이 그런 결정을 하게 했다.

 

요양원으로 퇴원한다는 나를 위해서 아이들은 영종도 일대를 보여주는 배려를 한 것 같다. 나는 휠체어에 앉아 구경을 하면서도 친정어머니 생각이 떠올랐다. 그때 어머니는 93세로 고관절 수술 후에 당신 집에서 자손들의 간병을 몇 년 받다가 96세에 인천 갈산동 3번 출구 요양병원으로 입실하는 날이다. 막내 남동생은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 제562> 만의골 은행나무를 한 바퀴 돌아서 근방 순대국밥집 하나를 가리킨다. 맛이 시원털털구수하다며 좋아하시던, 어머니와 함께 나이가 들어가던 오래된 단골집이다. 은행나무를 바라보며 식사하는 것이 행복하다고 하신 어머니, 막내동생은 순대국 집 앞을 천천히 운전한다. 땅에 떨어진 연 꼬리 같은 생각을 밟으며 긴 아쉬움의 꼬리를 남긴다

 

시간과 공간의 차이만 있을 뿐, 그때 어머니의 자식들이나 지금 내 자식들이나 비슷한 상황을 나는 동일하게 느끼며 마음이 확 바뀐다. 퇴원은 집보다 요양원이 나에게 맞다고 생각하지만, 요양원이 아닌 집으로 가고 싶다. 그것은 요양원으로 가면 글을 쓸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예단포를 다시 찾겠다는 생각과 예단포에 대한 글 한 편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나를 강하게 만든다. 아이들에게는 집에서 며칠 지내고 요양원에 가겠다고 말한다. 예단포에 대해 쓰여질 글 한 편이 나를 집으로 이끈다. 그리고 내 몸이 힘들 때 처음 만난 예단포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아름다운 소리와 빛깔이 역사를 품고 있어 자주 와야겠다는 마음이 깊다.

 

고려를 지켜낸 사람들의 이야기와 예단포의 아름다운 풍광이 겹쳐져 나를 이끄는 것 같다. 500년을 존속한 한국사의 중세 왕조, 고려는 13세기 때 몽골의 침입으로 가장 큰 시련에 빠진다. 수도를 강화도로 옮겨 수십 년간 장기 항전을 벌인다. 항복을 거부하고 고려를 지키려고 버텨낼 때(1232~1270)까지 강화도가 고려의 수도 역할을 해서 오늘의 내 나라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당시 고려왕에게 예의를 갖춰 예단을 전달하기 위한 출발지가 포구라는 뜻에서 예단포라는 이름이다. 중세 왕조 고려를 지켜내는 데 일조한 예단포는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근래에 만들어진 등대는 화장실이다. 그래도 예단포의 햇살은 비단 폭처럼 곱고, 포구가 아름다워 이미지 위에 이미지를 덧대어 묶어놓은 것 같은 곳이다.

 

고려는 강화도 천도 기간 중에 몽골의 침략을 극복하고자 불교경전 집합체 팔만대장경을 제작(1236~1251)하여 나라의 안전과 민족 단결을 기원한 고려인의 정신이다. 그 문화유산을 온 세상이 그 가치를 인정한다. 팔만대장경은 과거 유산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이어주는 다리임을 세계인이 입을 모아 감탄한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문화유산이다. 예단포에서 강화도 고려왕에게 예단을 실어 나를 때 제작되었기에 예단포의 역할 또한 컸다고 생각한다. 영종도 예단포가 왕에게 물자를 전하던 국가적 포구였으니만큼 미단시티 복합관광레저도시 개발을 하더라도 중국인의 투자 유치 전략에 넘어가지 말고 대한민국 관문국제도시의 심장으로 다시 뛸 수 있기를 바란다.

 

예단포에 숨겨있는 막강한 힘은 나 혼자만 느끼는 생각인지 모르겠다. 예단포가 어디인지 모르는 이들은 많지만 한 번 다녀간 사람은 절대 잊을 수 없다. 곳곳의 기척과 족적이 남아 있으니 그대들도 나도 그렇다. 그리움이 통통배를 타고 떠밀려온다. 물빛을 닮은 이야기를 속삭인다. 나는 눈을 감는다.

 

심정자

 

인천 출생,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월간 한울문학 시 등단. /계간 한국문학세상 수필 등단

 한국문인협회/인천문인협회/한국가톨릭문인협회/국제PEN한국본부

계간문예작가회/한국문학세상/옛정시인회/인천펜문학

한국본격문학가협회 회원

 한울문학 문학대상/한울문학작가상/연암 문학예술상

한글570돌기념인천시 표창/허난설헌문학상

)아시아문예진흥회 대한민국최고스타문예대상

재능기부미학 사회공헌최고스타 수상/인천펜문학상

 시집출간 : 시인의 수레2004 그리움의 무늬2008 그때 그 저녁2012

언덕의 풀꽃2017 노란 새가 날고 있는 풍경 2020

 

 

봄날의 문장2024 달빛이 옷 한 벌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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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기자신문]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 이 한 편의 수필, 심정자의 '예단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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