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4-18(토)
  • 전체메뉴보기
 

[대한기자신문/시론] 韓·中 문화교류, ‘갈등의 늪’ 넘어 ‘공존의 숲’으로 가야


이창호 (한중교류촉진위원회 위원장)


지리적 인접성과 수천 년의 역사적 궤를 같이해 온 한중(韓中) 관계가 최근 전례 없는 문화적 진통을 겪고 있다. 


김치와 한복의 기원 논쟁부터 온라인상의 거친 설전까지, 양국 국민 사이의 정서적 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멀어 보인다. 


‘가까운 이웃’이라 불리던 수사는 무색해졌고, 그 자리는 배타적 민족주의와 오해의 파고가 채우고 있다. 


그러나 비바람이 분다고 해서 길을 멈출 수는 없다. 


지금이야말로 한중 문화의 미래 방향을 냉철하게 직시하고, 새로운 공존의 문법을 써 내려가야 할 중차대한 시점이다.


● 문화적 자국 중심주의를 경계하며...


최근 양국 관계의 가장 큰 걸림돌은 ‘문화적 자존심’이 왜곡된 형태로 분출되는 현상이다. 


자기 문화의 우월성만을 강조하며 상대의 정체성을 폄훼하는 태도는 양국 모두에게 독이 된다. 


문화는 고여 있는 물이 아니라 흐르는 강물과 같다. 수 세기 동안 한반도와 대륙은 사신과 상인의 발길을 통해 문물을 주고받으며 각자의 독창적인 꽃을 피워왔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미래는 ‘누가 먼저냐’를 따지는 소모적인 기원 논쟁이 아니다. 


서로의 고유성을 존중하는 바탕 위에서 각자의 문화가 현대적으로 어떻게 변용되고 발전했는지를 인정하는 ‘문화적 성숙함’이 필요하다. 


상대의 문화를 존중하지 않는 자국 문화의 확산은 ‘문화 침투’로 오해받기 십상이며, 이는 결국 국가 간의 정서적 단절로 이어진다.


● ‘공통의 기억’ 위에 쌓는 현대적 연대


한중 양국은 동양적 가치관이라는 거대한 자산을 공유하고 있다. 효(孝), 예(禮), 공동체 의식 등은 서구 사회가 직면한 개인주의의 한계를 극복할 대안적 가치로 평가받는다.


 우리는 이러한 ‘오래된 미래’를 현대적 콘텐츠로 재해석하여 세계 시장에 함께 내놓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과거 ‘한류(韓流)’와 ‘한풍(漢風)’이 각자의 영역에서 경쟁했다면, 미래의 한중 문화는 ‘공동의 창조’로 나아가야 한다. 


양국의 우수한 자본과 기술, 그리고 창의적 기획력이 결합한 공동 제작 콘텐츠는 글로벌 플랫폼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문화적 접점을 넓히는 것은 단순히 경제적 이익을 넘어, 양국 청년 세대가 서로의 정서를 이해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가장 강력한 기제가 될 것이다.


● 민간 교류의 복원과 지속 가능한 소통


정치·외교적 부침이 있을수록 민간 차원의 문화 교류는 더욱 견고해져야 한다. 


정부 주도의 일회성 행사보다는 학술, 예술, 스포츠, 청소년 교류 등 풀뿌리 교류가 끊김 없이 이어져야 한다. 


특히 온라인 공간에서 증폭되는 혐오의 정서를 정화하기 위해, 양국 지식인들과 창작자들이 참여하는 상설 대화 채널 구축이 시급하다.


필자는 그간 현장에서 많은 갈등과 희망을 동시에 목도해 왔다. 


갈등의 밑바닥에는 대개 ‘무지’와 ‘편견’이 자리 잡고 있었다. 


상대를 아는 만큼 이해하게 되고, 이해하는 만큼 사랑하게 된다는 평범한 진리는 문화 교류의 현장에서 여전히 유효하다. 


서로의 다름을 틀림으로 규정하지 않고, 다름을 통해 각자의 문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정신이 절실하다.


■ 미래를 향한 제언, 공존의 길


한중 문화의 미래는 ‘제로섬 게임’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나아갈 길은 명확하다. 


첫째, 역사와 문화에 대한 객관적이고 상호 존중적인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 


둘째,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발맞춰 양국이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문화적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셋째, 미래 세대인 청년들이 편견 없이 소통할 수 있는 장(場)을 넓혀야 한다.


한중 관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 공동체적 성격을 지닌다. 거친 파도를 넘어 잔잔한 바다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양국 모두의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다. 


문화는 사람의 마음을 여는 열쇠다. 우리가 서로의 문화를 열린 마음으로 품을 때, 한중 관계의 새로운 여명이 밝아올 것이다. 


공존의 숲에서 함께 숨 쉬는 미래, 그것이 우리가 후대에 물려주어야 할 진정한 문화적 유산이다.

태그

전체댓글 0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대한기자신문/시론] 韓·中 문화교류, ‘갈등의 늪’ 넘어 ‘공존의 숲’으로 가야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