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주의 집을 허베이에 그리다
시(詩) : 이창호
푸른 하늘 한 장을 펼쳐
낯선 북녘 땅, 허베이성의 바람 위에
나는 조용히 고향을 그린다
붉은 벽돌 사이로 스미던
어머니의 숨결과
아버지의 무거운 침묵이
지금도 처마 끝에 매달려 흔들린다
계단 몇 칸, 그 짧은 거리 안에
유년의 웃음과
돌아갈 수 없는 시간들이
켜켜이 쌓여 있다
망주(望珠), 이름만 불러도
가슴이 먼저 젖어드는 곳
그곳의 집은
벽돌이 아니라 기억으로 지어졌고
지붕은 하늘이 아니라 그리움으로 덮였다
타향의 하늘 아래서
나는 오늘도
돌아가지 못하는 발걸음을 대신해
그 집을,
그 시간을,
조용히 다시 짓는다
《해설》
이 시는 고향 ‘망주’의 집을 실제 공간이 지닌 기억과 그리움의 공간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화자는 현재 허베이성이라는 타지에 머물며, 물리적으로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정신적으로는 끊임없이 고향을 재현(再現)하고 있다.
시에서 “붉은 벽돌”, “처마”, “계단”과 같은 구체적 사물은 단순한 건축 요소가 아니라 가족의 기억과 삶의 시간을 담는 매개체로 기능한다.
특히 “벽돌이 아니라 기억으로 지어졌다”는 표현은 고향의 본질이 물질이 아닌 정서에 있음을 강조한다.
또 마지막 연의 “다시 짓는다”는 구절은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현재 속에서 고향을 재창조하는 능동적 행위를 의미한다.
이는 타국에서 인간의 보편적 정서, 즉 ‘그럼에도 계속 이어지는 기억’을 깊이 있게 드러낸다.
결국 이 시는 공간의 이동을 넘어,
고향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하나의 응답이다.
고향은 지리적 위치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다시 지어지는 ‘살아 있는 기억장소’임을 말해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