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기자신문 송면규 논설위원(박사)] 정치는 개인의 능력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결국 정치는 ‘세력’이 하는 것이다.
최근 정치권의 여러 모습을 지켜보며 지도자의 자질과 덕목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어떤 이는 대화 속에서 은연중 상대를 내려다보는 태도를 보이고, 어떤 이는 정치적 이동을 거듭할 때마다 주변 인물들이 송두리째 바뀌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 어떤 이는 지나치게 결백함을 강조하다 오히려 정치적 유연성을 잃어버린 듯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장면들은 단순한 개인의 성격 문제를 넘어, 정치가 무엇으로 작동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정치는 혼자 하는 일이 아니다. 정치인은 수많은 이해관계와 갈등 속에서 사람을 모으고, 설득하고, 때로는 타협하면서 방향을 만들어가는 존재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옳다’는 확신이 아니라 ‘함께 갈 수 있는 힘’이다.
오랜 시간 한 지도자를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인상 깊었던 점이 있다. 그는 사람을 평가할 때 흔히 말하는 스펙이나 말솜씨보다 “깜이 되는가”를 중요하게 여겼다.
여기서 말하는 ‘깜’은 단순한 능력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람을 품을 수 있는 그릇, 비판을 견딜 수 있는 내공, 그리고 무엇보다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세력을 형성할 수 있는 역량을 뜻한다.
정치에서 세력이란 단순한 숫자의 집합이 아니다. 신뢰로 연결된 관계망이며, 공동의 목표를 향해 움직이는 살아 있는 유기체다. 지도자는 이 세력을 만들어내고 유지하는 중심축이다. 그런데 상대를 존중하지 못하는 태도, 사람을 도구처럼 대하는 습관, 혹은 지나친 자기 확신은 결국 사람을 떠나게 만든다. 세력이 무너지면 정치도 함께 무너진다.
정치인의 이동에 따라 주변 인물들이 계속 바뀌는 현상은 단순한 환경 변화의 결과가 아니다. 그것은 관계가 지속되지 못한다는 신호일 수 있다. 반대로,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오랜 시간 곁에 머문다면 그것은 지도자의 중요한 자산이다. 정치적 생명력은 결국 사람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또한 지나친 결백 주의 역시 경계해야 할 요소다. 정치는 현실의 영역이다. 타협과 조정이 없다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자신만의 기준을 절대화하는 순간,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의 범위는 급격히 줄어든다. 결국 고립은 정치적 무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도자의 자질은 결국 세 가지로 요약된다. 사람을 존중하는 태도, 관계를 유지하는 능력, 그리고 현실을 감당하는 유연성이다. 이 세 가지가 결합될 때 비로소 세력이 형성되고, 그 세력이 정치적 성과로 이어진다.
정치는 이상을 말하는 일이지만, 동시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다루는 매우 현실적인 작업이다. 그래서 정치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 하는 것이고, 개인이 아니라 세력이 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 정치에 필요한 것은 더 강한 목소리가 아니라 더 넓은 그릇일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