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4-18(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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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he Gestation of Strata, Records of the Plane Imprinted by Fire

[대한기자신문=작가노트] 나에게 흙은 무언가를 담기 위한 용기가 아니라, 사유를 펼쳐내는 캔버스이자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잉태(孕胎)의 대지이다

 

물레의 원형 궤적에서 벗어나 평면으로 펼쳐진 흙의 판(Slab), 아직 드러나지 않은 형상들이 태동하는 근원적인 공간이다. 나는 이 평면 위에 흙의 살을 붙이고 깎아내며, 보이지 않는 관념이 물질의 옷을 입고 실재로 화()하는 창조의 순간을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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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하북미술대학 김지윤 교수, 지층의 잉태...불이 새긴 평면의 기록

 

이 넓게 펼쳐진 흙의 지층은 모든 행위를 수용하는 포용(包容)의 장이다. 붓질 한 번, 주걱의 긁힘 하나, 그리고 우연히 떨어진 흙 부스러기조차 거부하지 않고 제 몸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평면이지만 깊이를 가진 이 도벽의 공간은 작가의 의도와 흙의 순수성을 동시에 품어내며, 캔버스 너머의 입체적 서사를 구축한다.

 

나의 작업은 흙이라는 물질과의 치열한 교감(交感)이다. 회화가 캔버스 ''에 색을 입히는 것이라면, 나의 작업은 흙의 숨구멍 속으로 나의 감각을 밀어 넣는 행위이다

 

젖은 흙의 유연함과 마른 흙의 저항을 손끝으로 느끼며 나누는 이 대화는, 가마 속 천도(1000°C) 이상의 고온을 통과하며 더욱 단단한 결속으로 완성된다

 

회화와 달리 ''이라는 타자의 개입을 거쳐야만 비로소 생명력을 얻는 이 과정은, 나와 흙, 그리고 자연이 나누는 가장 뜨거운 교감의 정점이다.

 

마침내 가마 문이 열리면, 그곳에는 억겁의 시간을 견딘 듯한 흔적(痕跡)들이 응축되어 있다. 열에 의해 수축하고 변이하며 남겨진 균열과 질감은 작가의 행위가 물질의 시간과 결합하여 남긴 지워지지 않는 화석이다

 

이 흔적들은 단순히 과거의 기록에 머물지 않고, '바라보는 자''보여지는 작품' 사이에서 끊임없이 살아 움직이는 시각적 언어가 된다.

 

나는 도벽이라는 평면 위에 잉태와 포용, 교감의 시간을 층층이 쌓아 올린다. 소성(Firing)을 통해 영원성을 획득한 이 흔적들이 대지의 생명력과 인간의 사유를 잇는 단단한 매개체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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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中 허베이미술대학교 조소, 공공예술대 교수, 디자인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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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기자신문] 중국 하북미술대학 김지윤 교수, 지층의 잉태...불이 새긴 평면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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