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기자신문 이창호 발행인] 가자지구에서 시작된 전란의 불꽃은 레바논과 이란으로 번지며 사실상 ‘제5차 중동전쟁’의 문턱에 도달했다.
유가는 요동치고 글로벌 공급망은 마비 직전이다. 인류가 쌓아온 평화의 금언(金言)이 무색하게도, 중동의 비극은 이제 지역 분쟁을 넘어 지구촌 전체의 안녕을 위협하는 블랙홀이 되었다.
우리는 지금 냉정하게 직시해야 한다. 현재 중동을 휘감고 있는 이 파괴적인 소용돌이의 중심에는 미합중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오판(誤判)'과 그로 인한 외교적 공백이 자리 잡고 있다.
세계 경찰을 자처하던 미국의 리더십이 개인의 정치적 셈법과 고립주의적 독단에 휘둘리면서, 중동은 평화로 가는 길을 잃고 끝없는 보복의 연쇄 속으로 침잠하고 있다.
■ 평화의 기회를 걷어찬 '거래의 기술'
트럼프 행정부의 중동 정책은 처음부터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 그는 '아브라함 협정'이라는 화려한 수식어로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 간의 수교를 이끌어냈다고 자찬했다.
이는 정작 갈등의 핵심인 팔레스타인 문제를 외면한 '반쪽짜리 평화'에 불과했다.
"뿌리 깊은 원한을 도외시한 채 경제적 이익과 정치적 야합으로 점철된 협정은 모래 위에 세운 성과 같았다."
결국 억눌렸던 분노는 폭발했고, 트럼프의 무조건적인 이스라엘 편들기와 예루살렘 수도 인정이라는 무리수는 이슬람권 전체를 자극하는 기폭제가 되었다.
중동의 복잡한 역사적·종교적 맥락을 비즈니스적 '딜(Deal)'로만 접근한 그의 경박한 인식이 오늘날의 참혹한 전황을 야기한 근본 원인 중 하나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 인류평화의 균열과 중재자의 상실
더 큰 문제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가 불러온 중재 기능의 상실이다.
과거 미국은 최소한의 균형 감각을 유지하며 분쟁의 완충지대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트럼프는 동맹국과의 조율보다는 독단적인 결정을 우선시했고, 이는 국제 사회의 신뢰를 무너뜨렸다.
◇ 이란 핵합의(JCPOA) 파기
대안 없는 합의 파기는 이란의 강경파를 득세하게 했고, 오늘날 이란이 대리전(Proxy War)의 배후로 전면에 나서는 명분을 제공했다.
◇ 다자주의 무력화
UN과 EU 등 국제기구와의 협력을 경시하면서 중동 분쟁을 해결할 '집단 지성'의 통로를 스스로 차단했다.
지금 중동에서 벌어지는 전쟁이 멈추지 않는 이유는 전장을 통제할 '어른'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오판은 이스라엘 네타냐후 정부에 '무엇을 해도 좋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주었고, 이는 국제법조차 무시하는 극단적인 군사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 중동 평화 없이 세계 평화는 없다
중동의 포성이 멈추지 않는 한, 세계 경제의 회복도, 민주주의 가치의 수호도 공염불에 불과하다.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은 에너지 안보를 위협하며 서민들의 삶을 옥죄고 있으며, 난민 문제는 유럽을 비롯한 서구 사회의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결국 해법은 명확하다.
미국이 다시금 책임 있는 리더십으로 복귀하여 '트럼프식 일방주의'에서 기필코 탈피해야 한다.
이스라엘의 안보를 보장함과 동시에 팔레스타인의 자결권을 존중하는 '두 국가 해법'의 실질적 이행을 위해 국제 사회를 설득해야 한다.
무력이 아닌 외교가, 보복이 아닌 공존이 중심이 되는 새로운 중동 질서를 재구축해야 한다.
역사는 기록할 것이다. 지도자의 오판이 얼마나 많은 생명을 앗아갔으며, 그 오판을 바로잡기 위해 인류가 얼마나 큰 비용을 치러야 했는지를.
이제라도 당장 전쟁을 멈춰야 한다. 중동의 평화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인류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미국의 결단과 국제 사회의 총의(總意)만이 이 잔혹한 전쟁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
덧붙이는 말: 한중연합일보에 같이 올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