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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기자신문]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 이 한편의 시, 이도연의 '꿩가족 나들이'
    꿩가족 나들이 이도연/ 시인. 사)국제pen한국본부 부산지회 부회장 둔철산 자락 암자 굽이굽이 돌고 돌아 산세가 험준하다 자동차도 힘던지 누렁지 냄새를 풍긴다 고소함을 뒤로 하고 어미와 새끼들이 도로를 질러 뒤뚱뛰뚱 아기들이 풀숲으로 간다 어미가 연신 주변을 살핀다 휴 잘지나가는 팔형제 꿩 가족 어린새끼들 무사히 세상나들이 새들의 대가족이 부럽다 사람들은 계속 자연을 힘들게 하고 아이는 안 낳아 경제를 시름 위에 얹구나 젊은 여성들이 봐야 할 위대한 행진 장하다 나무들 사이 잡풀 무성한 숲속을 어미 따라 가는 어린 새끼들 ▼약력 부산여자대학교 졸업, 2013년 계간 ‘문화와 문학타임’ 시 등단, 국제pen한국본부 부산지역위원회 부회장, 한국세계문학협회, 이어도문학회 부회장, 국제문화예술명인, 현대차시명인, 부산펜문학상 작가상, 문화와 문학타임 작가상, 문화와 문학타임 작품상, 한국문화예술대상(차문화교육대상), 제3회 김정헌서정문학상 대상 수상, 시집 ‘희망으로 가는 길’ ‘그대에게 가는 인생길’ ‘꽃비 쏟아지는 날’ ▼자발적, 원고료로 응원해 주세요! *예금주 : 대한기자신문 *계좌 : 우체국 110-0053-16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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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7-05
  • [대한기자신문] 이 한 편의 수필, 김봉구 교수의 '끈기의 의미'
    끈기의 의미 김봉구/수필가, 고려대 명예교수 대학에서 익힌 공부습관이 미국유학에서까지 이어지면서 ’공부벌레‘의 습성을 벗어나지 못했다. 습관이 인격을 만든다고 믿었다. 대학원에서의 성과는 두 개의 석사학위를 이년 내외에서 끝낼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 후 이어지는 박사과정은 순탄했다. 늦게 시작한 골프는 한 달씩 3년간 연습한 결과 ‘스윙이 교과서 같고 부드럽다’는 평가를 받았다. 꾸준히 집중적으로 몰두해온 노력이 ‘고독을 즐기면서’ 인내하는 연구 강의를 가능케 해 오랜 교수 생활을 마감할 수 있었다. 학부생활은 꾸준한 학습을 습관화하는 연속이었다. 친구 두 명과 더불어 이학년 때부터 공부하기로 작심하고 셋이서 의기 투합된 행동을 했다. 새벽 여섯 시에 도서관 참고열람실이 열리기 전 학교 정문 앞에서 대기하다가 일찍 자리를 잡으면 지정석처럼 하루 종일 이용할 수 있었다. 나는 이학년 때부터 미국유학이라는 장래의 꿈을 갖게 되었다. 학과 공부도 열심히 하여 장학금을 받게 되었고 이를 아버지에게 알리면 다음 하숙비를 보낼 때는 이 금액만큼을 추가해 주셨다. 공부에 집중하는 나의 노력은 ‘지독한 공부벌레’라는 별명을 얻는 단계로까지 진화하였다. ROTC에 이은 군복무기간 이년을 마친 후 일 년간은 유학준비로 보냈다. 출신 대학과 멀리 떨어진 신촌에서 하숙하면서 영어공부에 몰두했다. 하루에 학원에서 열세 시간을 수강했다. 새벽 여섯 시부터 시작해서 밤 열한 시에 끝나는 과목까지였다. 영어강독 영작문 영어회화 시사영어해설 그리고 유학시험을 위한 국사까지 다양했다. 그 당시는 TOEFL GMAT 등 외국 유학생들을 위한 전문학원이 없던 시대였다. 유학생활은 하루도 빠짐없이 오전 8시에 등교해서 밤 2시에 귀가했다. 현지 학생들은 밤 9시가 되면 집에 가지만, 나는 책상에서 다섯 시간을 더 앉아 있었다. 유학 후 2년이 지날 때까지 강의를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 강의자료에 명시된 책과 참고 논문들을 숙독할 수밖에 없었다. 읽고 또 읽으면 어느 때는 의미파악이 쉬워지는 것을 느꼈다. 거의 독학에 가까웠지만 열성과 노력은 부족함이 없었다. 교과목에 지정된 논문을 읽고 또 읽는 데 그리고 과제물인 ‘텀 페이퍼’를 작성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 되었다. 오랜 시간을 책상에서 보낼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이 과정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추가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났다. 대학원장님과 면담예약을 하고 대학원에 찾아가서 재학생임을 밝히고 요구 사항을 말씀드렸다. 대학원에서 동시에 두 개의 석사학위과정을 이수할 수 있도록 허가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돌아온 답변은 부정적이었다. 하나의 석사학위 프로그램을마친 후 다음의 석사학위과정을 추진하라는 의견을 제시 해 주었다. 긴 설명으로 이어갔지만 어조는 단호했다. 그러나 나의 방문 목적은 달랐다. 두 개의 석사학위과정을 동시에 진행하면 조교연구비를 보장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질문을 계속하는 과정에서 원장님께서“I never said, it’s impossible.”라고 한 적이 있었다. 이 말을 듣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음을 짐작하고 원장실을 나왔다. 나는 정식으로 대학원에 경제학석사학위 과정입학을 위한 서신(Application letter)을 작성하기로 했다. 그 편지는 본인의 서명에 추가하여 서신 하단부 왼쪽에 경제학과 지도교수와 오른쪽에는 임학과 지도교수의 서명을 받은 후 대학원에 우편으로 발송했다. 2주쯤 지나 대학원장의 편지를 받았다. 경제학과 석사학위 프로그램이 강력하다면 입학허가서를 발부한다는 내용이었다. 대학원의 입학허가 의향서를 경제학과 지도교수님께 보고드리고 경제학 석사학위 심사위원회 구성을 서둘렀다. 심사위원을 맡아주실 교수님들과 의논하여 학위를 위한 이수 과목을 지정받았다. 그때는 이미 대학원 경제학과 이수 과목의 삼분지 이 이상을 마친 상태였다. 그래서 다음 학기까지 경제학 과목들을 이수하고 다른 모든 조건을 충족시키면 두 번째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는 미국유학 이년 삼개월 만에 이룩한 쾌거였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교환교수로 갔을 때 나는 50세가 넘는 나이에 골프를 배우게 되었다. 골프는 기술을 익히기 어려워 실력향상이 느린 운동이다. ‘지독한 연습벌레’의 장기를 갖추는 방법 이외에는 묘안이 없었다. 여름방학을 이용해서 3년간 매년 1개월 동안 광주에 있는 야외 골프연습장에 가서 전일 연습을 시도했다. 아침 9시에 가서 1만 원을 내고 입장하면 하루 종일 유효하므로 저녁 9시까지 같은 타석에서 연습한다. 하루 연습하는 수량은 타격공 개수로4600개에 이른다. 저녁에 집에 오면 소파에 앉아 있을 때도 양팔 겨드랑이에 쿠션을 받쳐두고 있을 정도였다. 저녁 식사하기 무섭게 잠에 떨어지곤 했다. 그 결과는 어떠한가. 그 후부터는 두 가지 평가를 받게 됐다. 실제 골프경기를 할 때 나의 모습을 보고 “교과서‘ 같다고 했다. 가끔 대규모 야외골프연습장에 가면 상주하는 레슨프로들이 지나가면서 우리 골프장에서 내가 가장 잘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 이유가 스윙이 ’부드럽다‘는 것이었다. ’교과서 같고 스윙이 부드럽다‘는 평가는 최고경지를 시사하는 것 같았다. 쉬지 않고 집중적으로 몰두해온 결과는 ‘고독을 즐겨야 하는’ 직업에서 35년간을 명예롭게 보낼 수 있었다. 늦게 시작한 골프는 집중적 연습 탓에 학습의 장기효과 못지않게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 ‘포기하지 않은 끈기’는 미국에 머무는 동안 ‘홀인 원’은 물론 18홀의 ‘올 파’ 기록과 71세 때부터는 ‘에이지 슛’이라는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이 생애에서 체험을 통해 얻을 수 있었던 진정한 ‘끈기의 의미’가 아닐까. 끈기보다 무서운 건 없다. ▼김봉구 교수는 고려대 졸업, 미국 미주리대학교 자원경제학 박사, 계간 에세이문예 신인상 수필로 등단, 한국본격문학가협회 부회장, 고려대 학생처장, 고려대 노동대학원 원장 역임, 수필집 ‘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 발간, 현재 고려대학교 명예교수로 있다. ▼자발적, 원고료로 응원해 주세요! *예금주 : 대한기자신문 *계좌 : 우체국 110-0053-16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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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7-03
  • [대한기자신문] 권대근 교수 추천,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 7월시, 남현설의 '매달린 삶'
    매달린 삶 남현설/시인, 권대근문학상운영위원회 사무국장 신호등이 텅 빈 거리를 향해 점멸한다 지하철은 멀어지며 철로를 긁고 벽 너머 TV 소리 간헐적 웃음 낮은 하늘 아래 바람은 유리창을 두드린다 커피머신이 짧게 숨을 뱉는다 누군가 문을 닫는다 모든 소리는 사라지기 위해 한 번씩 큰 소리를 낸다 헉 화들짝 오늘도 이 도시의 한쪽에서 나는 들키지 않게 버텨내는 중이다 ▶약력 포항출신, 2023년 에세이문예 시 등단, 2025년 에세이문예 수필 등단, 2024년 에세이문예 작가상 수상, 2025년 에세이문예 오늘의작가상 수상, 한국본격문학가협회 부회장, 권대근문학상 운영위원회 사무국장, 사)국제pen한국본부 부산지역위원회 이사, 에세이문예편집간사, 다스림부산 동인, 녹조근정훈장 수훈 ▼자발적, 원고료로 응원해 주세요! *예금주 : 대한기자신문 계좌 : 우체국 110-0053-16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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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7-02
  • [대한기자신문] 내 영혼을 알아보는 단 한 사람의 온도
    ● 영혼의 주파수를 읽는 마음의 속삭임 칠흑 같은 밤, 홀로 등대를 찾는 배처럼 막막한 인생의 바다를 헤맨 적 있는가. 그러다 문득, 어떤 만남 앞에서는 모든 경계가 허물어지고, 영혼이 따스한 담요에 감싸이는 듯한 평온을 느낀 경험은 없는가. 반대로, 아무리 애를 써도 보이지 않는 유리벽이 느껴지고 마음이 서늘해지는 관계도 있었을 것이다. 우리의 영혼은 이미 그 미세한 차이를 알고 있다. 동양철학이 말하는 천생연분(天生緣分)과 업연(業緣)의 차이를, 마음은 첫 만남의 찰나에 이미 감지한다. 운명처럼 인연은 영혼의 주파수를 맞춘 라디오처럼 편안한 음악으로 다가오고, 스쳐갈 인연은 지직거리는 소음처럼 불안으로 먼저 신호를 보낸다. 필자의 고향, 고흥의 노을 진 바닷가, 굵은 주름 속에 지혜를 새긴 늙은 어부의 한 마디가 파도처럼 마음에 와 박혔다. "그물을 끌어올릴 때, 손끝에 전해지는 묵직함만으로도 그게 내 배를 채울 놈인지, 그물을 찢고 달아날 놈인지 아는 법이여." 인생의 인연도 그러하다. 마음의 그물에 묵직한 온기로, 기분 좋은 설렘으로 걸려드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당신의 영혼이 오래도록 기다려온, 삶이라는 바다의 가장 귀한 황새치다. ● 영혼을 잠식하는 관계는 독이다 심리학자 존 가트맨은 건강한 관계의 황금 비율을 '5:1'로 제시했다. 한 번의 상처를 무색하게 할 만큼, 다섯 번의 따스한 순간이 쌓여야 한다는 의미다. 어떤 인연은 이 비율을 무참히 깨뜨린다. 그의 말 한마디가 하루 종일 가시처럼 박혀 나를 찌르고, 함께한 시간은 에너지를 채우기는커녕 영혼의 진액을 빨아들이는 '감정적 착취'에 가깝다. 이 불안은 단순한 감상이 아니다. 미국 하버드 대학의 한 연구는 우리에게 경고한다. 스트레스 가득한 관계는 우리 몸의 코르티솔 수치를 28%나 끌어올려, 영혼뿐 아니라 육신의 면역력마저 무너뜨린다고 한다. 또 '마음이 아프다'는 것은, 뼈를 깎는 생리학적 진실이었던 것이다. 그 관계는 당신의 영양분이 아니라, 서서히 당신을 잠식하는 독이다. ● 상처 입은 영혼을 위한 단 하나의 안식처 경영의 구루 짐 콜린스는 위대한 기업의 비밀은 단 하나, "적합한 사람을 버스에 태우는 것"이라 말했다. 우리의 인생이라는 버스도 마찬가지다. 당신의 흠집을 들추어내는 비평가가 아니라, 당신의 상처를 먼저 알아보고 말없이 반창고를 내미는 사람을 옆자리에 태워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당신의 인생에 목적지를 향해 힘차게 달릴 수 있다.2023년 한국갤럽의 조사는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는 부부의 78%가 단호하게 말했다. "내 인생 최고의 치유자는 바로 내 곁의 배우자"라고한다. 좋은 인연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가장 위대한 자산이며, 시간이 흐를수록 경이로운 복리로 불어나는 인생에 최고 투자다. ● 마음이 편안해지는 세 가지 온도 그렇다면 영혼을 알아보는 사람은 어떤 온도를 지녔을까? 첫째, '침묵의 온도'다. 말이 없어도 어색하지 않은 고요함과 동시에 서로의 존재만으로도 텅 빈 공간이 충만하게 채워진다. 또 함께 있는 침묵이 에너지를 빼앗는 대신 오히려 영혼의 에너지를 충전시키는 상태다. 둘째, '성장의 온도'다. 나의 약점을 비웃지 않고, 나의 가능성을 먼저 발견해주는 따스함이다. 내가 미처 보지 못한 내 안의 잠재력을 믿어주고, 넘어졌을 때 손가락질 대신 "그럴 수 있다"며 일으켜 세워주는 온기다. 셋째, '기다림의 온도'다. 나의 미숙함을 다그치지 않고, 스스로 깨우칠 때까지 묵묵히 곁을 지켜주는 온유함이다. 마치 씨앗이 스스로 싹을 틔울 때까지 여름 햇살과 바람이 되어주는 자연의 섭리와도 같다. 아동심리학자 존 볼비가 말한 '안전기반(Secure Base)'처럼, 이 세 가지 온도는 우리 영혼의 단단한 항구가 되어준다. 그 항구 안에서 우리는 세상의 파도를 향해 용감하게 나아갈 수 있다. ● 당신의 인연, 그 영혼의 재무제표 이제 당신의 관계에 대한 재무제표를 작성할 시간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이 권하는 '관계 ROI(Return On Investment)'는 차가운 계산이 아니라, 내 영혼을 지키기 위한 가장 뜨거운 자기애다. 그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당신이 얻는 것이 무엇인가? 가슴 벅찬 영감, 깊은 정신적 안정, 세상과 맞설 용기인가? 그렇다면 그 관계는 우량 자산이다. 반대로, 그 만남의 결과가 끝없는 자기검열, 자존감의 추락, 영혼의 소모라면, 당장 청산해야 할 '불량 부채'일 뿐이다. ● 고흥 갯벌에서의 공생의 위대한 지혜 황량해 보이는 고흥의 갯벌은 실은 수많은 생명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살아가는 공생의 터전이다. 게는 갯지렁이의 예민한 더듬이 덕분에 천적의 접근을 먼저 감지하고, 갯지렁이는 게가 파놓은 굴속에서 안전을 보장받는다. 서로의 약점이 서로에게는 가장 절실한 무기가 되어주는 관계. 상대의 상처를 나의 아픔으로 여기고, 상대의 기쁨을 나의 환희로 느끼는 관계야말로 가장 위대한 공생이다. ● "두려워 말라, 당신의 영혼은 이미 답을 알고 있다" 과학자들은 우리의 무의식이 관계의 미래를 단 0.3초 만에 예감한다고 말한다. 그것은 분석이 아닌 직관이며, 계산이 아닌 느낌이다. 당신의 심장이 먼저 보내는 그 신호를 외면하지 말라. 불안함 대신 편안함을 선택하는 용기. 그것이야말로 격랑의 인생을 현명하게 항해하는 최소한의 지혜다. 당신에게 상처만 주는 인연은 미련 없이 강물에 떠내려 보내라. 그리고 당신의 상처를 따스하게 감싸주는 사람과 마주 앉아, 식어가는 찻잔에 온기를 더하라. 인생의 무게는, 함께 짊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가볍게 만들어줄 때 멀리 날아오를 수 있는 법이다. 당신의 마음이 가리키는 그 사람과 함께, 진짜의 삶으로 찬란하게 비상하라 글: 이창호 대표칼럼니스트 ▼자발적, 원고료로 응원해 주세요! ▪︎예금주: 대한기자신문 ▪︎계좌: 우체국 110-0053-16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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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6-28
  • [대한기자신문] 제31회 부산동래차밭골문화제 금강공원 내 금어사에서 열리다
    [대한기자신문-권대근 대기자] 부산동래차밭골문화회가 주최하고, 계간지 문화와 문학타임 부산동래차밭골동인회 양은순명인전승아카데미가 주관하는 제31회 부산동래차밭골문화제가 2025년 6월 21일 동래 금강공원 금어사에서 개최되었다. 한국유명현대시인 200명 부산동래차밭골숲길깃발시화축제전도 함께 열렸다. 이종래 시인 사회로 진행된 문화제는 100여 명이 참가했으며, 제1부에서는 다신제 육법공양, 월강 대종사(금어사 주지) 격려사, 장준용 동래구청장 축사, 황의철 한국예술문화명인진흥회 회장 , 권대근 대신대학원대학교 교수, 박혜숙 부산문인협회 회장, 송명화 부산펜 회장, 이도연 부산동래차밭골동인회 회장, 선경숙 양은순명인명장전승아카데미 회장의 축사, 부산동래차밭골 햇차 우전차 시음회, 제31회 부산동애차밭골문화예술상 시상식, 부산광시장상, 부산광역시의장상, 제3회 월강문학상, 제3회 김정헌서정문학상, 문화와 문학타임상, 국회의원상, 동래구청장상 시상식이 거행되었고, 제2부에서는 선명상 다례시연, 축가, 시낭송, 백일장, 깃발시화전이 펼쳐졌다. 이날 사)국제pen한국본부 부산지역위원회 임원 및 회원들이 수상자로 무대에 올랐는데, 권대근 명예회장, 이종래 시인, 김정열 시인이 부산시장상을, 송명화 회장과 황인숙 이사가 부산광역시의회의장상을, 김정권 시인이 서지영국회의원상, 월강 수석부회장이 동래구청정상을, 윤교숙 시인이 제3회 월강문학상 대상을, 이도연 부회장이 제3회 김정헌서정문학상 대상을, 제31회 차밭골문화예술상은 선경숙 시인, 월강 수석부회장이 제16회 한국문학타임 대상, 김숙자 시인이 제16회 문화와 문학타임 작품상을, 백소율 시인이 제16회 문화와 문학타임 작가상을 수상했다. 권대근 명예회장은 백일장 심사위원장을 맡아 입상자에게 시상했다. 문화와 문학타임 51호, 제31회 부산동래차밭골문화제 기념문집, 월강 시집, 윤교숙 시집, 이종래 시집, 황인숙 시집 합동 출판기념회도 열렸다. 제31회 부산동래차밭골문화제 프로그램 ●일시:2025년 6월 21,일(토) 오후 2시 사회 : 이종래 ( 시인 ) ● 「 제31회 부산동래차밭골문화제,, 기념문집 」 출판기념 봉정식 (소형김현숙 명인, 꽃비이도연 시인 ) ●계간 「문화와 문학4타임」 51호 출판기념 봉정식( 선경숙 시인 ) ●다신제 육법공양(茶神祭 六法供養)-동국여지승람에 실린 ‘동래군다도’ 부산동래차밭골 금어사(金魚寺)의 금어수(金魚水) 차샘씨 이운식및 육법공양 ●묵념 : 호국영령 및 부산동래차밭골 다신(茶神)과 선고차인 ●회장 인사 : 양은순 (부산동래차밭골문화회 회장 ) ● 격려사 및 내빈소개 : 월강 대종사 (금어사 주지ㆍ월강문학상 제정이사장) ●축사 및 수상자 시상식 *박형준시장 부산광역시장상 수상자 : 권대근 시인, 권윤오 시인( 문학상 부문 ) 수상자 : 이종래 시인, 김정열 시인 ( 차문화상 부문 ) * 안성민 시의회장 시상 및 축사 수상자 : 김정권 시인, 황인숙 시인 * 서지영 국회의원상 : 양승호 씨, 김광휘 씨. * 백종헌 국회의원상 : 김정숙 시인, 최연재 * 부산광역시 장준용 동래구청장상 : 월강 대종사 * 제3회 월강문학상 대상 : 윤교숙 시인 * 제3회 김정헌 서정문학상 대상 : 꽃비이도연 시인 * 제31회 부산동래차밭골예술문학상 대상 : 선경숙 시인 * 제31회 부산동래차밭골문화예술상 대상 : 김하정 차인 * 제31회 부산동래차밭골문화예술차인 대상 : 오미희 차인 * 제31회 부산동래차밭골문화예술 교육상 대상 : 황점숙 시인 * 제31회 부산동래차문화상 대상 : 김순영 시인 * 제31회 부산동래차문화공로상 대상 김명숙 차인 * 제31회 부산동래차밭골차문화공로상 대상 박록자 차인 * 제31회 부산동래차밭골문화공로상 대상: 유상순 시인 * 제31회 부산동래차밭골문화예술 시낭송지도자상 대상 : 배권효 시인 * 제31회 부산동래차밭골문화예술 낭송문학가상 대상 : 시인 * 제31회 부산동래차밭골문화예술 시낭송가상 대상 : 시인 * 제16회 한국문학타임 대상 :월강 대종사 * 제16회 문화와문학타임 작품상 : 김숙자 시인 * 제16회 문화와문학타임 작가상 : 백소율 시인 * 제16회 문화와문학타임 우수작가상 : 장한라 시인 외 * 제16회 문화와문학타임 공로상 : 조혜경 시인 * 제49회 문화와문학타임 신인상 : 김순영 시인, 김성관 시인, 유순정 시인 * 제50회 문화와문학타임 신인상 : 황점숙 시인 * 제51회 문화와문학타임 신인상 : 이성만 시인, 김순자 시인 * 수상소감 1분 • 축사 1분 ●축사 ㆍ 박형준 ( 부산광역시 시장 ) ㆍ안성민 ( 부산광역시시의회 의장 ) ㆍ황의철 ( 한국예술문화명인진흥회 이사장 ) ㆍ권대근 ( 문학박사 ㆍ대신대학원대학교 교수 ) ㆍ 박혜숙 ( 부산문인협회 이사장 ) ㆍ송명화 ( 국제펜한국본부 부산지역위원회 회장 ) ㆍ이종래 ( 문화와문학타임 회장 ) ㆍ꽃비이도연 부산동래차밭골동인회 회장 ㆍ선경숙 ( 양은순 명인명장전승아카데미 회장) ● 선명상 다례시연 - 시연지도/ 팽주 : 양은순 한국예술문화명인 - 봉차자 : 황인숙 시인, 손님 : 꽃비이도연 시인, 선경숙 시인, 유상순 시인 ● 시낭송 : 김정숙 시인, 장한라 시인, 배권효 시인,외 ●백일장 (심사 발표): 시상 심사위원장 문학박사 권대근 ●두리차회:부산동래차밭골 햇차 우전차 시음회 - 부산동래차밭골 녹차 - 부산동래차밭골 홍차 - 부산동래차밭골 차꽃차 - 부산동래차밭골 떡차 - 부산동래차밭골 목련차 - 부산동래차밭골 단풍차 ● 숲길깃발시화전 - 한국유명현대시인 2백인 깃발시화전 ●출판기념회 - 계간종합문예지 『문화와 문학타임』 51호 출판기념회 - 『제31회부산동래차밭골』 기념문집 출판기념회 ●방명록 ● 선물증정: *계간《문화와문학타임》 51호 , *《 제31회 부산동래차밭골문화제 》 기념문집 [부산동래차밭골 문화회 회장 양은순 드림] ▼자발적, 원고료로 응원해 주세요! *예금주 : 대한기자신문 *계좌 : 우체국 110-0053-16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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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6-22
  • [대한기자신문] 한국문인협회 부천지부장 최숙미 작가, 권대근 평론가 해설, 수필집 '살아내 주겠니' 펴내다
    [대한기자신문=이산 대기자] 유네스코부산 선정 우수잡지 계간 에세이문예 수필로 등단, 월간 한국소설 소설로 등단한 한국문인협회 부천지부장 최숙미 작가가 출판사 꿈의 퍼즐을 통해 세 번째 수필집 <살아내주겠니>를 펴냈다. 서평은 문학평론가 권대근 교수(대신대학원대학교)가 썼다. 최숙미 작가는 계간 에세이문예 수필 등단, 월간 한국소설 단편소설 등단, 한국문인협회 부천지부 회장, 한국본격수필가협회 중부지회장, 한국문학세계회위원회 중부지부장, 한국수필 이사, 창작산맥 자문위원, 수필집 ‘칼 가는 남자’, ‘까치울역입니다’ 소설집 ‘데이지꽃 면사포’ 친정어머니 두루마리 유고집 ‘전전반측’ 엮어낸 바 있다 최숙미론 - 세계를 실은 무게보다 더 무거운 실존의 이유 - 권대근 문학평론가. 대신대학원대학교 교수 한 사람의 양모良母는 백 사람의 교사에 필적하기에, 위고는 “여자는 약하다, 그러나 어머니는 강하다”라고 하였다. 천지간 모든 동물에 있어서 고양이로부터 인간의 여성에 이르기까지 어머니의 마음은 항상 숭고하다. 최숙미는 지고한 삶의 양태를 가진 크리스천으로 인생이란 의미를 깊이 반추할 수 있는, 위엄과 당당한 기운이 돋보이는 작가다. 그래서 그녀가 써내는 수필의 궁극적 가치는 올곧은 생의 가치와 동일할 수밖에 없다. 문학의 가치는 즐겁고 행복한 삶의 추구에 있다. 그러한 삶의 추구는 반드시 아름다운 모성과 촉촉한 바이오필리아의 바탕 위에서 가능한 것이다. 그녀는 미처 발견하지 못해 드러나지 못한 진실을 찾아내어, 진정한 삶의 가치를 세상에 알리고 후세들에게 전하기 위한 전제로 이 수필집을 엮는다. 수필집 <살아내주겠니!>는 세계를 실은 무게보다 더 무거운 실존의 이유가 서려있어 읽는 순간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그녀의 글에는 타자의 삶에 대한 이해가 녹아 있기 때문이다. 최숙미에게 있어서 가장 큰 관심사는 여성으로서 자신은 과연 어떻게 살아왔고 또 이제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하는 명제일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최숙미의 수필은 인류애적 사랑과 모성적 원리에 기반한다고 하겠다. 이는 구도자적 삶과 기독교적 신앙의 지향성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 같은 인간의 가장 큰 관심사와 명제의 해명을 위하여 노력해왔던 기저에는 작가가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살며 경험한 일제강점기 전전반측한 어머니의 너무나도 측은한 인생과 무관하지 않다. 아버지는 공산당이 되지 않고 숨어다니다가 가족들의 고통을 외면할 수 없어 일경에 자수하여 마산형무소에서 형을 마쳤고, 고문 탓인지 온몸이 진창이 되어 평생 약골로 살다가 소천했는데, 먼저 가신 아버지를 그리는 어머니의 사부곡이 절절하다고 하였다. 또한 이런 처절함을 삭이면서 그녀의 어머니가 두루마리에 작품을 써왔다는 점에서 최숙미의 문학가적 운명은 어머니의 문필가적 삶과 맞닿아 있다. 여기에 더하여 그녀는 수필창작을 통해 이런 어머니의 치열한 삶을 미적 형상화 차원으로 고양시키고 있어 눈길을 끈다. 좋은 수필이란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체험과 세련된 정신세계를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글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수필의 가치 척도는 여기서 출발한다. ‘가치 있는’의 성질은 문학의 보편성을, 가치 있는 체험은 구체성을, 세련된 정신세계는 날선 인식을 의미한다. 그리고 문학적 형상화는 활어로 디자인된 감각적 표현을 뜻한다. 문학적 성취를 이룬 글이라면 이런 기준을 충족시켜야 마땅하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삶의 창조적 내포를 담고 있는 참신한 의식이 작품 속에 넘실거려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최숙미의 <살아내주겠니>에 실린 수필들은 이런 준거를 충족시키고 있다고 하겠다. 지난날 한국의 여성들에게 생활의 즐거움과 그 가능성이 허용된 것이 있다면 오직 그것은 자식을 키우는 일밖에 없었다. 근 마흔 편의 엄선된 글들은 모두 가족과 가정이란 키워드에 기반하여 ‘인간적인 삶, 더하여 여성적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절절한 물음에 진실하게 응답하는 수필이다. 어머니는 그녀에게 가장 가깝고 먼, 가장 정답고, 가장 사랑하는 존재 중의 존재다. ‘어머니’라는 관념은 최숙미에게 있어서 사랑이라거나 따뜻함을 뜻하는 것이기 전에 더욱 절대적인 의미를 갖고 있었다. ‘어머니’는 생명을 보호해 주고 있는 것, 생존의 방법 그것이었다. 김남조의 말처럼, 어머니는 부르면 지체없이 격렬한 전류를 내보내는 분이었다. 이러한 차원에서 보면 최숙미와 문필가 어머니는 함께 삭막한 도시적 기계의 틀 속에서 인간을 구원해 내고자 하는 작가적 운명을 타고 났다고 할 수 있다. 삶의 문제에 맞닿아 있는 자아 성찰적 작가가 시간의 길에서 만난 문학혼을 어떻게 수놓고 있는지를 살펴보자. 수필의 숲에서 만난 생의 연금술이 지닌 힘이 어떨지 사뭇 궁금하다. 1. 자외선 같은 섬세한 궁휼의 선율 그녀의 작은 바람이라면 우리 모든 이웃이 죽을 이유나 고민하지 않고 오순도순 잘 사는 것이다. 죽음의 고비에서 느끼는 심회를 삶의 소망으로 의미화한 수필 <살아내 주겠니!>는 뜨거운 생명에 대한 애착으로 깊은 울림을 안겨준다. 작가는 살아냄을 통해 지금 행복하게 살고 있으며, 삶에 위기를 느끼는 자에 더 가까이 다가가리라는 다짐으로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자세를 펼쳐내었다. 벼랑 끝에 선 자를 위한 간절한 호소가 지금도 들려오는 것만 같다. 수필이 구원의 문학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 작품은 건강한 삶을 바라는 작가의 건강한 인식이 녹아 있어 뜨거운 공감을 자아낸다. 긴 인생을 어제보다는 오늘, 오늘보다는 내일의 향상을 목표로 삼아 자신을 비워내며 이타적인 사랑을 실천하려는 정신이 후회 없는 인생을 보내는 방법일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갈등을 극복하고 안락을 바란다. 현대적 삶의 어두움은 바로 갈등에서 출발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 자신의 내면에서 치솟는 이 끊임없는 안락을 원하는 이기심과의 싸움에서 지기 때문이다. 아직은 낯설고 갈 길은 멀다고 하면서도, 무슨 일이 있어도 생명을 함부로 버리는 일은 막아야겠다는 작가는 분명 이 세상을 안개처럼 부드럽게 감싸는 어머니의 손길을 가진 작가라 하겠다. 원래 수필의 마지막은 신이 내리는 것이다. 그녀가 혼신의 힘으로 부르짓는 “살아 있으라! 피투성이라도 살아있으라!”라는 외침은 최숙미 수필의 최고 압권이라고 하겠다. “아기 엄마, 실컷 울어버려. 살다 보믄 언제 그랬나 싶은 날도 오니라.” 꺼이꺼이 울었고 할머니가 자꾸만 건네던 만두는 먹지 못했다. 장사도 못하고 내 울음을 다 받아준 할머니였건만 부끄럽고 죄송해서 다시 가지 못했다. 그때 울어버리고 살아내서 지금껏 산다. 생을 스스로 정지시킨 그들처럼 이 방법뿐이라고 생각했던 때였으나, 죽을 행동을 하지 않았더니 오늘을 괜찮게 산다. 아니 감사하면서 산다. 죽을 이유는 다르나 같은 결말에 섰던 사람으로 부탁한다. 오늘을 살아내 달라고. 결심 선 순간을 잠시 미루라고. 죽음만은 실행하지 말고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라고. 이미 바닥은 쳤고, 눈이 떠지면 뜨고 감기면 감으라고. 그게 살아내는 거라고. 그 순간을 살아내 준다면 인생 어딘가는 나를 위한 일들이 있기 마련이라고. 내가 살아내야 가족이 살고 가정이 살고 사회가 사는 거라고. 살아내 주겠니라고 달래기에 늦은 순간이면 성경 구절로 외치련다. 살아 있으라! 피투성이라도 살아있으라! - <살아내 주겠니> 중에서 - 최숙미의 수필을 읽으면, 그녀의 글은 하나같이 삶의 원형, 삶의 진리를 파헤친 지혜서란 생각이 든다. 그녀는 형이하학적 제재의 속성을 잘 파악하여 형이상적인 인간의 본질로 나아가는 데 참으로 익숙하다. 세상에 우연은 없다는 것은 논리학을 배운 사람이라면 다 안다. 인과율에 의해 삶은 계속되는 것이다. 그녀는 이런 삶의 변증적 법칙을 ‘살아내 주겠니’라는 질문으로 의미화하였다. ‘살아내다’는 그 어떤 장치보다도 사람을 하나로 모으고, 경직되고 얼었던 마음을 데우는 역할을 한다. 그녀가 중요시하는 게 무엇인지,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죽어야겠다고 생각해 본 사람으로서 그녀는 ‘자살’이란 글자를 ‘살자’로 돌려놓고자 한다. 어쩔 수 없어 사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필연으로 여기며 사는 길은 주체적 행보라 할 수 있다. 배치나 장치를 만들어 권력을 확고히 하는 것보다는 열린 자세로 그녀는 죽을 이유는 다르나 같은 결말에 섰던 사람으로 위기에 선 사람들에게 부탁한다. 백척간두 절망의 끝에 선 사람들에게 다가감으로써 작가는 튼튼한 도덕적 모럴을 구축하게 되는 것이다. 삶 속에서 사람은 삶의 법칙에 따르지 않으면 살아갈 수도 진화 발전할 수도 없다. 삶의 법칙에는 몇 가지가 있으나 그 가운데서도 피할 수 없는 것이 ‘인과율의 법칙’이다. 이 지구상에 생명이 탄생하고 난 이래 이것을 위반하지 않고 현재까지 왔기 때문에 인간은 지금도 인연을 소중히 여기며 살고 있고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원리를 작가는 ‘살아있으라! 피투성이라도 살아있으라!’로 풀이하고 있다. 자기 삶에 대해 누구나 쉽게 부끄러움을 내비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런 차원에서 이 작품은 인간의 체취에서 풍기는 향기를 더해 주는 글이다. 수필은 인간을 위하여 그리고 인생을 보다 낫게 하기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다. 따라서 작가가 자신을 반성대 위에 세우고 자기 성찰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작가의 진술처럼, 자신만의 울타리를 만들어 나를 가두는 것도 스스로의 고립이다. ‘그때 울어버리고 살아내서 지금껏 산다. 생을 스스로 정지시킨 그들처럼 이 방법뿐이라고 생각했던 때였으나, 죽을 행동을 하지 않았더니 오늘을 괜찮게 산다. 아니 감사하면서 산다.’이런 살아 있음에 대한 축복과 찬미는 언제나 가슴 뭉클하게 하는 힘이 있다. 수필은 힘의 문학이다. 그 힘은 작가의식으로부터 나오지만 생명의 고양으로부터도 나온다.‘살아내 주겠니라고 달래기에 늦은 순간이면 성경 구절로 외치련다.’라는 이 대목은 더욱 이러한 힘을 느끼게 한다. 주제를 제재에 담아 문학적으로 조리해내는 일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최숙미의 역량이 빛나는 것이다. 이 작품은 지난날의 문제를 찾아서 지난 세월 비련의 추억을 되돌아보는 마음의 여유가 존재와 삶에 대한 자각과 잘 어우러져 잔잔한 감동을 준다. 바이오필리아를 향한 절규에 가까운 노력이 묻어나서 큰 감동을 준다. 천칭의 한쪽 편에 세계를 실어 놓고, 다른 한쪽 편에 최숙미의 어머니를 실어 놓는다면 세계의 편이 더 가벼울 것이다. 여성에게는 본능적인 모성애가 있다. 어머니의 자식에 대한 사랑에는 누구도 그 무엇도 침범할 수 없는 아름답고 위대한 정이 녹아 있다. 부모라도 본능적인 사랑만으로는 자녀를 잘 키울 수 없다. 의지의 힘이 감정과 합쳐져 모성애를 다듬어 넓은 인성의 폭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본인의 마음이 맑지 않고서는 올바르게 자식을 인도할 수 없다. 어머니 자신이 총명하고 어질고 굳센 의지를 용감히 나타낸다면, 입으로 말하지 않아도 자연적으로 좋은 감화를 줄 수가 있다. 탈무드는 ‘송아지가 안전하면 어미소는 위험하지 않다고 하였다.’ 어머니는 알을 낳은 새가 아니라 알을 부화시킨 새를 말한다. 최숙미 문학에서 없어서는 안 될 키워드는 ’어머니‘요, 필요한 정서가 있다면, 그것은 ‘모성원리’일 것이다. 최숙미 수필의 풍경은 앞으로 전개될 분석적 틀에서 잘 드러나겠지만, 한마디로 요약하면, 고독한 정신의 사유가 호수 위를 스쳐 가는 바람처럼 잔잔하게 그려져 있고, 자외선 같은 섬세한 모정이 물결치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녀는 문학성을 안겨 주기 위해 내출혈에 가까운 진한 고백을 진솔하게 펼치는가 하면, 내면의 풍경을 그림 그리듯이 감각적으로 구체화한다. 이렇듯 수필을 모성성의 전통 위에서 현대적 감각으로 감싸안는다. 소설가 특유의 표현 기법은 독자에게 산뜻하면서도 시원한 정감을 안겨 준다. 그녀의 수필은 진한 문학성을 생명으로 하고 있기에 분석적 가치가 있다. 그 모성원리의 전개 속에서 독자는 편안함과 평화로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헌신과 희생으로 구축된 여자의 일생은 그 자체가 힘들고 고통스런 정서를 대동하고 있다. 이런 작가를 위요한 전통적 환경이 최숙미 문학의 한 특징인 모성성의 씨앗을 잉태했다고 하겠다. 문학성이란 말이 상당히 막연한 것 같지만, 따지고 보면 주제와 구성 그리고 표현의 공감도를 의미한다. 여기서 ‘실존의 이유’는 공감의 지름길이라 할 수 있다. 어떻든 수필은 공감의 문학이기 때문에 멋과 맛뿐만 아니라 반드시 향기를 지녀야 한다. 또한 작품과 작가는 일치해야 한다. 수필적 삶의 진실이 그대로 자신의 수필 속에 투영될 때, 향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수필 쓰기를 삶의 한 행위로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수필이 정보나 사실의 나열이거나 말장난이 아니라는 사실에 동의하게 될 것이다. ‘올 굵은 석 세 삼베 치마 어머니 시름 내 심정 긴 이랑에 뿌려 놓고 종소리 나도록 지붕에 올라 박꽃으로 핍니다. 한밤을 뒤척이다 돌아눕는 베갯머리 손 시린 일생 위에 목메던 목숨인데 하얀 등 하나 어스름에 탑니다.’라는 최숙미 어머니의 글 한 대목은 어머니의 문필가적 재능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세로로 흘려 쓴 단어마다 묵향을 풍기며 문학적인 언어들이 수를 놓아 규방가사로서 손색이 없을성싶다.’고 한 최숙미의 코멘트는 국문학 전공자다운 품격을 드러낸다. 그녀의 수필은 삶의 진실과 글의 진실이 같음을 증명한다. 일상을 조탁하는 정서의 힘이 멋을 한껏 우려낸다고 하겠다. 수필 <전전반측할 적마다>를 보면, 우리는 그녀가 어둠 속에서도 환히 피어나는 피안의 세계를 가진 작가라는 걸 알 수 있다. 오랜 방황과 거친 역정의 파도를 넘어섰기에, 자신의 모습을 진정한 자아의 영토에서 낮출 수 있는 겸허의 작가다. ‘올 굵은 석 세 삼베 치마 어머니 시름 내 심정 긴 이랑에 뿌려 놓고 종소리 나도록 지붕에 올라 박꽃으로 핍니다. 한밤을 뒤척이다 돌아눕는 베갯머리 손 시린 일생 위에 목메던 목숨인데 하얀 등 하나 어스름에 탑니다.’ 어머니가 유품으로 남기신 두루마리 글 중의 일부다. 일제강점기에 학교를 못 다니고 외할아버지 사랑채에서 익힌 언문이 다였지만 어머니는 분명 문장가였다. 세로로 흘려 쓴 단어마다 묵향을 풍기며 문학적인 언어들이 수를 놓아 규방가사로서 손색이 없을성싶다. 도시 지식인들과는 반세기가 늦은 듯하지만 나름으로 언문을 익히고 글을 써서 당신 인생의 흔적을 두루마리 글로 남겼다. 어머니의 글에 나오는「전전반측」에 오래 머물렀다. 누워서 몸을 이리저리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뜻이다. 바라만 봐도 흐뭇한 장녀 출가시켜 자식 넷에 어우렁더우렁 잘 살 줄 알았건만, 젊은 나이에 남편을 병으로 잃고 설워하는 장녀 생각에 전전반측한 날을 쓰고 또 쓰시었다. ‘병환 중에 있는 우리 현서 *고풍참알채라고 하급 관리들도 서너 번이나 간다는데 장모가 뭐가 해롭다고. 눈 떠 있을 때 못가 본 게 철천지한이라.’라고 하신다. 어머니 성품으로 병중에 있는 사위를 보러 가는 것조차 신중하셨던 회한이 눈물겹다. - <전전반측할 적마다> 중에서 - 그녀는 시린 마음으로 어머니의 한스런 삶을 두루마리 글을 통해 훑어보고 지켜보는 고독한 작가다. 세월의 그늘에서 어머니 두루마리 글을 정리하고 한 권의 책으로 펴낼 오늘까지 오랜 기다림에 매달려왔다. 최숙미의 문학세계를 이루는 가장 두드러진 그림자 형상은 존재에 대한 짙은 추구와 가시지 않을 짙은 향기다. 이는 모든 사람의 가슴 속에 공통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녀만의 독특한 정서라 하겠다. 그러기에 그녀는 ‘펜 잡을 힘도 없는 손으로 이별을 고한 어머니의 쪽지 글은 볼 때마다 목이 멘다.’고 하는지도 모른다. 그리고는 “어머니 가시고 두루마리 글을 생전에 옮겨놓지 못한 게 가장 아쉽고 죄송하다. 내가 늦깎이 작가가 되고 보니 어머니의 글이 얼마나 귀한지를 알았다. 어머니가 문학에 열정이 얼마나 컸던가를 깨달았을 때는 이미 정신이 혼미한 때였으니, 꿈에라도 오시면 어머니의 문학에 대한 열정을 존경한다”고 고백하고 싶어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자기를 표현함으로써 자기 존재를 드러낸다. 많은 수필 중 상당수 작품이 정신적 ‘궁’의 상황에서 생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녀야말로 눈물의 습기를 통해 황홀한 기적을 만나는 작가다. 수필을 씀에 있어서, 작가는 한 작품이 실존적 불안이나 죽음을 표현하든, 소시민적 생활의 애환을 그리든, 병든 사회에의 저항과 분노를 나타내든 간에, ‘문학성’ 속에 그 대상을 용해하고 있다. 원고지 사각의 모서리가 어머니의 두루마리 같이 느껴질 정도의 외로움 속에서 그녀는 감각의 촉수를 갈고 닦았으리라 본다. 짙은 외로움을 동반하고 있는 이 작품은 최숙미 어머니가 문필가로서 살아왔던 시간 중에서도 고독한 향기가 서려 있던 시간들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수필의 특성 중 하나가 자조적 성격이다. 수필은 자기 자신의 내면을 보는 것과 같다. 수필 <전전반측할 때마다>에서 작가는 전통적인 우리네 어머니의 자식을 향한 모정의 충만된 삶에 초점을 둔다. 그러면서 어머니가 정신이 온전할 때 두루마리 글을 정리하지 못한 자신의 처지를 안타깝게 생각한다. ‘여섯 살 된 언니가 나와 함께 홍역을 앓았단다. 심한 정도는 나였으나 언니가 갑자기 죽었다고. 어머니가 달이 뜨면 ‘둥근 달 계수나무 아래 우리 아이가 잠들었을까. 달빛은 우리 아이에게도 비추느냐.’며 목을 놓아 우셨단다. 밤낮으로 언니의 무덤을 찾아가던 어머니 때문에 어르신들이 몰래 무덤을 다른 곳으로 옮겨버렸을 정도였다고. 나마저 잃을세라 애를 태웠는데 아무것도 먹지 않던 내가 구운 갈치는 받아먹어 얼굴에 살이 오르고 살아났단다. 자식을 잃은 어머니 아버지의 전전반측한 세월에 살아난 내가 위안이 되었을까. 첫 수필집 출판기념회 때 큰언니가 눈시울을 붉히고, 함께하지 못한 어머니는 내 수필집을 세 번 네 번 읽으며 보물 다루듯 하시었다. 홍역으로 잃을 뻔한 아이를 품듯이.’했다고 하는 대목은 진실을 넘어 큰 울림을 준다. 최숙미 어머니는 진정한 어머니였던 것이다. 작가는 이 수필에서 어머니의 위대한 삶을 문학의 끈으로 묶는다. 그 운명의 사슬이나 속성에 탐닉하며 고독한 정서를 드러낸 것이다. 요양원에서 근무하는 분들은 어르신들의 어린애 같은 투정이 귀엽기만 하단다. 우리더러 일주일마다 오지 않아도 된다고 하지만 남편은 그럴 수는 없다며 꼬박꼬박 다닌다. 나도 불평하지 않는다. 이 정도도 못할까 싶어서다. 지금은 당신이 우리 몰래 그곳을 찾아간 줄 알고 갈 때마다 어떻게 알고 왔냐며 반색을 하신다. 어머님은 저희 손바닥 안에 계신다고 맞장구를 쳐준다. 처음엔 니들이 나를 버렸냐며 날마다 소동을 벌였지만. 치매 앓는 부모님을 집에서 모시다가 운명하신 분의 자식들이 부럽다. 남들이 인정하는 효도를 해서인지 당당해 보여서다. 우리는 불효라는 돌을 또 맞은 듯 기가 죽는다. 부모 섬기기를 다하라는 선인의 말이 왜 옳다 여기지 않겠는가. 고려장을 시켰다고 비난받아도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하면 또 돌을 던지실까. - <또 돌을 던지실까> 중에서 - 모든 것이 구족된 환경에서 문학은 설 자리를 잃는 법이다. 욕망이 좌절되고 꿈이 상처를 입을 때, 사람들의 마음에 정서가 생겨나는 것이다. 작가가 풀어내고 있는 이야기보따리는 눈물의 범벅이다. 그녀는 ‘남편이 어머니 모시고 꽃구경시켜 드린 사진을 SNS에 올렸더니 몇몇 분들이 댓글로 돌을 던졌단다. 노모 요양원에 보낸 게 자랑이냐. 고려장 시켜 놓고 무슨 짓거리냐. 더 많은 글이 있었지만 읽지 않고 지워버렸단다. 뭇매에 화가 나기도 했겠지만 저들보다 더한 고통에 다 읽을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그분들의 말 틀리지 않지만 치매 노인 집에 모시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은 일임도 인정할 일인 것을.’하며 시어머니를 98세가 될 때까지 모시면서도 잘 알지도 못하면서 단지 부모를 요양원에 모신다는 그 이유만으로 한때 접한 남편의 SNS상 ‘돌팔매질’을 떠올린다. 그러면서 ‘치매 앓는 부모님을 집에서 모시다가 운명하신 분의 자식들이 부럽다.’라고 자조 섞인 회한을 풀어놓는다. 회억되는 치매 어머니에 대한 이해와 해를 넘기는 긴 투병 끝에 날마다 소동을 벌였던 어머니에 대한 기억은 사모곡이 되어 작가의 가슴에 남아 있다가, 최숙미로 하여금 ‘궁’의 상황에서 얻은 ‘한’의 정서로 수필을 쓰도록 요구한다. 무릇 작가는 무지개를 좇아가다가 놓쳐버린 소녀의 안타까움을 지녀야 한다. 진실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남을 비난하는 사람들의 행위나 사회적 분위기에 대해 ‘또 돌을 던지실까’라는 말로 어필하고 있다. ‘남편도 돌 던진 분들 못지않게 효자다. 지인들은 나더러 외며느리가 효자 아들 따라 사느라 애쓴다고 위로한다.’는 대목으로 자신들 나름의 효도를 의미화시킨 수법이 대단해 보인다. <또 돌을 던지실까>는 ‘진실은 연착하는 기차와 같다’는 말을 실감나게 하는 작품이다. 꺼이꺼이 울었다. ‘춘래불사춘’ 봄은 와도 봄이 오지 않았다고 울었다. 꽃피는 아침 약도 먹고 연분홍 볼 터치도 해보건만 울음은 그치지 않았다. 오늘도 내일도 병신같이 잘할 텐데 울었다. 봄꽃 지고 대궁 실한 여름꽃이 필지라도 울어버렸다. 무작정 산으로 갔다. 봄꽃은 어찌 그리도 지질맞게 흐드러졌는지. 춘래불사춘이야. 입을 벌리고 봄바람을 먹어도 눈물은 그치지 않았다. 남편의 전화가 실시간으로 울렸다. 오늘만 울게 내버려 주라. 제발. 맘을 추스르고 우리의 의식에 임했다. 남편과 허리를 감고 곳곳에 붙여 놓은 성경을 읽었다. 다행스럽게 푸른 초장 쉴만한 물가를 되찾았다. ‘춘래불사춘’이라고 울었던 때와는 다른 눈물이 흘렀다. 서로가 안쓰러워 눈길을 피하고 손에 힘만 주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시어머니는 요양원으로 모시고 날마다 먹을거리를 준비해서 시누이 병원으로 갔다. 냉면 얼음이 녹을세라 눈썹을 휘날리며 달렸고, 살짝 구운 쇠고기를 기름장에 적셔 입에 넣어주는 재미로 병원을 다녔다. 오래 사니 참 좋단다. 죽음을 아는 모양이었다. 고맙다는 말을 들었다. 평생 언니 소리 한 번 못 들어 봤지만, 시누이가 아니라 친동생이 되어갔다. 몇 올 남지 않은 머리카락을 늘이고 빨간 털모자를 쓸 때면 대학생 때처럼 맑아서 애틋했다. 황소고집이 병상 세례까지 받았으니 그만한 게 또 어디 있을까. - <춘래불사춘> 중에서 - 이 작품은 작가가 병마로 고통스럽게 간 치매 어머니와 시누이를 돌보고 간병하며 비롯된 오해와 진실을 확인하며 특히 힘들었던 시누이 간병 사연을 들려주는 글이다. 평생 언니 소리 한 번 해주지 않던 시누이가 입원해 있는 병원을 오가며, 생의 마지막을 향해가는 그녀의 모습을 안타깝게 그려내면서 작가는 죽음을 준비하는 자의 바람직한 모습과 환자를 두 명이나 돌봐야 하는 가정의 애환을 보여준다. 동시에 효가 희미해져 가는 시대에 자식으로서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을 다하는 것인지를 반성적 성찰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인간이 겪어야 하는 심리적 불안과 애환을 어찌 “집안에 풍파가 시작될 때 슬퍼할 수는 있어도 절망은 하지 말자고, 절망은 절대자의 언어가 아니라고 내가 큰소리를 쳤었다. 지극히 감성적인 교만이었다. 절망은 내가 했다. 내가 감당할 수 있다고 여겼던 것들의 한계에 부딪치며 넘어졌다. 손자 돌도 못해주는 삶이 억울했다. 감정조절이 되지 않고 없던 혈압이 치솟았다. 분노 조절이 되지 않아 애민 이들을 들이받았다. 희생할 수 있다고 설겅설겅 불러대는 찬양과 좋은 글들이 다 같잖았다. 너희가 게 맛을 알아”라는 이 인용문보다 간병과 돌봄의 고통을 더 절절하게 표현할 수 있겠는가. 절제된 감정으로 비통하기 그지없는 안타까움을 잘 다스려 서글픈 정조를 아프게 터치하고 있는 부분이 공감을 자아낸다. 인간적 향기가 묻어나는 글이라 할 수 있다. 중증 인지장애를 바라보는 과정에서 생기는 어머니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시누이에 대한 상념은 인간사의 허망함을 잘 나타내고 있다. 이것이 신변 소재가 문학수필로 승화된 이유다. 병마로 고통스러워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오래 지켜봐야 했던 최숙미에게 어머니의 소동과 지인들의 오해는 형언할 수 없는 아픔으로 각인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 돌을 던지실까>의‘장애가 있는 시누이는 결혼을 안 한 터라 병간호가 우리 부부 몫이었다. 과거 병력 때문에 보호자를 한시도 자리를 비우지 못하게 했다. 시어머니 주간보호센터 차 태워드리고 병원 가서 남편과 교대해야 하는데 또 바람처럼 나가버려 기어이 폭발하고 말았다. 제발 우리도 좀 살자고 소리를 질렀다. 시어머니의 분노가 골목을 찢었다. 겨우 차에 태워드리고 내 증세가 심상찮아 병원에 갔다. 머리가 터질 듯 아프고 한쪽 뺨과 입술 주위로 거미줄이 쳐진 듯 스멀거렸다. 혈압이 180을 육박했다. 시누이 병간호에 시어머니 치매까지 정신과 육체가 견뎌 낼 재간이 없었던 것 같았다. 남편은 내 눈치까지 보느라 119를 몇 번이나 탔다.’는 표현은 폭발적인 정서적 환기를 불러일으킨다. 서러운 심사를 적절한 표현으로 처리한 대목에서 작가적 역량을 엿볼 수 있다. 다음의 진술은 스스로도 주체할 수 없는 문학적 광기가 느껴지게 하는 대목이다.‘시어머니의 분노가 골목을 찢었다. 겨우 차에 태워드리고 내 증세가 심상찮아 병원에 갔다. 머리가 터질 듯 아프고 한쪽 뺨과 입술 주위로 거미줄이 쳐진 듯 스멀거렸다.’고 쓴 부분에서 현상의 추상성을 개념으로 설명하기보다는 구체화로 묘사하려고 노력하는 작가정신을 만날 수 있다. 언어의 디자이너를 연상케 할 정도로 최숙미의 글은 실감과 함께 상상력을 주면서 손맛을 느끼게 한다. 격정의 순간을 절제된 품격으로 승화시켜내는 저력도 좋았다. 그녀는 우리의 몸과 마음에 신선한 바람을 채워주는 작가인 것이다. 2. 물무늬같이 얼룩진 그리움의 숨결 최숙미는 영롱한 빛살들로 가득 찬 그리움의 세계를 가진 작가다. 최숙미 문학을 이루는 또 하나의 견고한 줄기는 근원에 대한 본능적 편향성, 친정 부모님으로의 지향성, 그리고 오빠에 대한 믿음과 이해다. 그 그리움과 이해의 귀착지는 친정, 오빠와 올케언니가 가꾸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흔적이 남아있는 유년의 고향집이다. 이 책의 타이틀 ‘전전반측할 적마다’는 어머니의 두루마리 글에서 따온 것이다. 작품 하나하나에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정서가 없는 게 없다. 한마디로 절절한 사모곡이다. 사모곡뿐만 아니라, 사부곡의 습도도 흥건하다. 이는 그녀만의 독특한 정서라기보다 모든 사람의 가슴 속에 공통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거의 대부분 수필들이 귀소본능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존재의 근원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직조되고 있다. 어떤 경우든 삶을 윤택하게 하는 것은 인간의 순수 지극한 정성, 고향이라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이 사실은 작품 <다시 친정> 이 입증한다. 오빠와 올케언니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주제의식은 부재한 부모님의 삶을 그리는 데에 더 초점이 모아져 있다. 사람들은 물질적 변혁만 이루면 인간이 안고 있는 모든 아픔이 허물을 벗고 한순간에 환한 모습의 꽃으로 피어날지 모른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눈에 드러나는 현란함은 한때 사람들을 현혹시킬 수는 있지만, 그 자체가 완전한 행복의 실체는 아니다. 물질만으로는 생명을 틔울 수 없고, 진정한 가치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무한대의 ‘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최숙미의 수필적 정서는 이러한 패밀리즘과 토포필리아에서 비롯된 인간적 향기라 하겠다. 최숙미 수필세계가 보여주는 또 다른 한 모습에는 부부애의 따스함이 스며나고 있으며, 진솔한 고백적 자책감이 반성적 성찰의 원리로 승화되어 순진무구한 인정의 미학으로 구축되어 있다. 수필 문학이 지닌 특징 중의 하나는 개인적 체험을 보여주는 데 있어서 가공하지 않고 사실을 그대로 노출시킨다는 점이다. 독자로부터 공감을 얻게 되는 것은 그 소재가 특별해서라기보다 작가의 진솔함이 표현에 뿌리내려 있어서일 경우가 많다. 최숙미 수필의 최대 강점은 체험의 진실성이요, 솔직한 감정의 표백에 있다. 이것이 독자로부터 공감을 얻게 할 뿐만 아니라 수필문학으로서의 가치와 문학성을 담보해 준다고 하겠다. 다음날 집 둘레를 둘러보며 엄마 아버지의 손때 묻은 흔적이라도 있을세라 눈길이 바빴다. 우물물은 사용할 수 없으나 우물가 꽃밭에 망울지는 명자꽃을 보며 엄마를 추억했다. 단감 잎이 떨어지면 가시겠다던 엄마의 단감 자리는 소각장이 되었다. 단감이 주인을 잃었으니 그도 살 의미가 없었을까. 오빠의 집 개조에 단감 자리도 포함됐으니 수긍할 수밖에. 아버지의 정갈한 마당은 주차장이 되고 마당가엔 엄마의 장미와 도시에서 온 꽃나무들이 움을 틔운다. 뒤꼍을 둘러친 구멍 숭숭한 낮은 돌담에 반색했다. 작년에 살았던 담쟁이넝쿨이 어그러지는 돌담을 끌어안고 있었다. 아버지의 거친 손을 만지듯 돌담을 문질렀다. 나라의 위기에 휘말려 인생을 제대로 펼쳐 보지도 못하고 사신 아버지는 꾹 다문 입술로 돌담을 쌓고 마당을 쓸었다. 돌담 틈틈이 잔돌을 박으며 헛헛함을 달래시던 아버지의 거친 손이 보이는 것 같고 돌담 너머로 우리를 부르는 어머니의 순한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점심 먹으러 오이라. 띠포리 몇 마리 넣고 김치국밥을 끓여놓았을까. 빼떼기죽이라도 쒀 놓았을까. 장독대 자리를 돌아왔으나 어머니의 부엌은 없다. 어머니의 부엌이 없는데 무슨 죽 타령을 하랴. - <다시 친정> 중에서 - 인간에게 소중한 것은 자신의 삶이 갖는 의미에서 스스로 만족하는 것이다. 그 충족의 기쁨 없이 삶은 무의미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단지 살아있는 것만으로 기뻐할 수 있는 것은 엄숙하게 운명을 받아들이려는 마음씀에 기인하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무엇에 의지해 자기를 지탱할 수밖에 없는 나약한 존재다. 적막이라도 따뜻하다면, 차라리 괜찮은 것이다. 이 역설의 낯설게 하기가 주는 미학은 그녀를 무한한 포용성의 얼굴을 가진 작가로 부각시킨다. 이 수필은 부모님을 여의고, 오빠가 자리를 잡은 고향집에 가서 살아생전 부모님의 흔적을 찾고 그리움을 품어내는 상황 제시를 통해 부모님의 삶을 다시 반추하는 글이다. 사랑하는 한 사람의 일상사에 담긴 추억이 긍정적이며 낙관적인 인생관과 버무려져 탄생한 것이어서 공감을 준다. 죽음이란 일상사의 비극에서 출발된 슬픔들이 노정된 이 글에는 부모님을 향한 그리움의 정서가 풍성하다. 수필은 인간적 삶의 소중한 경험이요, 수필가는 그 경험의 전파자라는 걸 되새겨준다.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잔잔한 감동을 만들어낼 수 있는 이 끈끈한 혈연의 연대라는 것을 이 수필은 말해준다. 순수한 연모와 향기 나는 우정보다 더 가치롭고 아름다운 것이 이 세상에 어디 있을까. ‘오빠 언니가 더 늙기 전에 아버지의 담장을 만지듯 두 분이 꾸미는 친정에 손때를 묻히고 정담을 나누는 날이 잦았으면 좋겠다. 올케언니는 아무 때나 오란다. 어머니의 음성 같다. 친정집에 이런 말이 오가지 않는다면 친정일 수 없지. 친정집이라는 인생의 희락 한 자락을 느긋하게 펼쳤으니 이 얼마나 복된 일인가.’라는 멘트가 살짝 가슴을 찌르면서, 여운의 맛을 준다. 이런 맛이 있어 문학성이 생겨나고 공감도가 형성되는 게 아닐까. 동네 관할 순찰차는 시어머니 전용이 되었다. 길을 잃을 때마다 아무나 붙들고 순찰차를 불러달라고 한단다. 함박같이 웃으시며 요즘 순경들은 아주 친절하더라고. 열 손가락 지문도 다 찍어갔다. 전국 어디를 가도 찾을 수 있단다. 하루하루 시어머니와의 신경전에 우리 부부는 지쳐갔다. 치매 어른 돌보는 일이 장기전이라는데 어디까지가 장기전인지. 남편은 머리가 쏜다며 병원을 다니고 나는 대상포진까지 앓았다. 그 와중에 나팔꽃도 병이 들어 잎사귀가 누렇게 떴다. 마치 우리의 희망이 누렇게 떠버리는 것 같아 안달하며 약을 뿌리고 물을 줬더니 겨우 새순이 나왔다. 제법 잎사귀를 키우고 줄기를 뻗치며 나팔꽃 커튼이 되어 간다. 집에 낯선 사람 들이는 걸 질색하는 시어머니와 요양보호사 건으로 실랑이를 벌이다가 주간보호센터를 두 번 옮기고서야 조금은 여유를 찾았다. 잎사귀만 무성한 나팔꽃은 언제나 피려는지. 우리는 기도의 응답을 기다리듯 꽃이 필 날을 기다린다. 나팔꽃이 피면 우리의 시름이 걷어지려나. 시어머니 치매가 그쯤에서 나아졌으면. 시어머니 치매는 꼬리에 불붙은 여우처럼 난장판을 친다. 피난 시절 죽은 얘기들을 찾아 몇 밤을 지새우고, 집에 데려다 달라며 전화통이 불이 난다. 어느 시절의 집에 묶여있는지. 겨우 달래고 오려면 커피나 사주고 가란다. 커피를 사드린 게 몇 번인지. 방안엔 커피가 없다. 돈지갑 숨기듯 또 꼭꼭 숨겼음이다. 우리는 옷장, 서랍장을 다 뒤져 커피 봉지 몇 개를 찾아놓고 시들어가는 나팔꽃 줄기처럼 처져서 온다. 함께 사는 시누이라도 온전하면 염려가 덜 할 텐데 그렇지도 못하니 힘이 겹다. - <애완화> 중에서 - 이 수필에는 눈물보다 끈적한 시어머니 봉양의 애환과 남편에 대한 애정의 미학이 펼쳐져 있다. 사랑과 애환의 미학을 주제로 하는 수필은 현대사회의 특성상 여성 수필에서 필연적으로 자주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도시 생활의 정신적 긴장이나 공동체 의식의 상실이나 비인간화와 같은 도시적 병리 현상으로 인하여 파생될 수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움은 언어적 소중함을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일종의 아름다운 의식의 성찬이다. 그것은 새로운 자기 탐색을 위해서도 보람 있는 일이지만 아름다운 삶의 영토 확장에도 바람직한 일이다. 또한 그것은 얽매인 일상의 생활에서 새로운 창조의 기쁨을 누리는 희열이라고도 할 수 있다. 남편은 어머니의 병구완으로 머리가 아파 병원을 다니고, 자신은 대상포진에 걸려 힘들어하면서도 집 안에 나팔꽃을 피우며, 그 개화를 기다리는 마음을 자신들의 시름과 어머니의 차도에 견주는 모습이 문학가다운 멋을 풍겨낸다. 여기에는 필시 사랑의 원리가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특히 문학적 체험과 같은 정서적 호응은 문학작품의 서정성을 구성하는 요체다. 자신에게는 무조건적이고 희생적인 모성성을 요구하는 며느리라는 위치가 가장 확실하게 그녀에게 인고의 가쁜 숨결을 부여하고 있다. 이 작품은 며느리의 위치는 가정이며 여성의 임무는 가족 구성원을 돌보고 그들에게 정서적 안정을 제공하는 사회적 통념을 각인시킨다. 최숙미는 시누이라도 온전했으면 염려가 덜할 텐데, 시누이마저 아프니 서슴없이 힘겨움을 호소한다. 며느리 역할에 끝까지 최선을 다하지만 나아지지 않는 삶의 처절함에 고개를 젓는다. 솔직한 심사가 가슴 뜨겁게 솟구치게 하는 작품이다. <애완화>라는 작품은 부모를 돌보는 자식의 심정이 어떠한가를 제시해주는 수필이다. 부모들은 대부분 요양원에 가기를 싫어한다. 요양원에 부모를 보내는 자식들은 효성이 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집에서 모실 능력이나 형편이 되면 아픈 부모를 불편 없이 살 수 있도록 집에서 모시며, 이런 사실만으로도 자식의 도리를 다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현실은 치매 등의 중병을 앓는 부모를 집에서 모실 정도로 사정이 그리 녹록치가 않다. 그것도 돈이 있고 여유가 있는 자식만이 베풀 수 있는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자식들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현실적인 부양의 어려움이다. 아무리 황금만능주의 사회라 하더라도 부모와 자식 간은 물질이 전부일 수 없다. 최숙미는 이런 진리를 작품을 통해 잘 보여준다. ‘시어머니 치매는 꼬리에 불붙은 여우처럼 난장판을 친다. 피난 시절 죽은 얘기들을 찾아 몇 밤을 지새우고, 집에 데려다 달라며 전화통이 불이 난다.’는 진술은 돌봄의 어려움이 최고로 극대화된 부분이다. 그렇지만 이 작품은 남편과 아내간의 오고 가는 사랑의 화음이 감동을 준다. 나팔꽃에 물을 주고 잘 자라기를 비는 남편의 마음에 무겁고 뭉클한 감동에 젖는 것은 그녀의 남편에 대한 고마움과 애정이 그만큼 절대적이며, 애틋하고 간절하다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서 부부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주고자 한다. 부부애가 예전 같지 않은 요즘이라 이런 글이 더욱 가슴에 와닿는다. 외출을 서두르는 아침. 채비를 끝낸 남편이 스카프를 다림질한다. 길고 구김이 심한 스카프를 다림질하는 손길이 신중하고 섬세하다. 딸은 남자 친구가 생기면 이 모습을 말해주고 싶단다. 스카프를 다려주는 아빠여서 엄마는 행복한 여인이라고. 시간에 쫓겨 부탁한 다림질에 남편이 후한 점수를 땄다. 한술 더 떠 스카프를 길게 늘어뜨리는 나를 보고 눈을 찡긋한다. 그래요 행복합니다. 스카프를 다려준 남편 덕에 하루가 사푼거렸다. 선물을 할 때면 스카프를 사는 편이다. 남자의 스카프를 고르는 일도 재미있다. 겨울 코트에 길게 걸쳐질 모습을 상상하기도 하고 양복 깃 속에 보일 듯 말듯 두른 스카프도 멋져 보여서다. 존경의 의미를 담아 하는 선물이지만 남편 것도 꼭 산다. 미안하지 않으려고 하는 선행이기도 하다. 긴 모직 스카프도 사고 양복 깃 속에 두를 잔잔한 체크무늬 실크 스카프도 샀다. 편리성만 강조하는 남편은 짧은 모직 스카프만 고집한다. 한 번도 두르지 않으니 내가 가질 수밖에. 긴 모직 스카프를 롱코트에 두르니 그 멋도 괜찮다. 갈색 체크무늬 스카프를 바바리 속에 두르면 성숙하고 차분한 여인이 된 듯하다. 스카프에서조차 남녀 구분을 굳이 할 이유가 없음을 깨닫는다. 태어나면서부터 남아 여아 색깔을 구분하는 고정관념을 깬 것 같기도 하다. - <스카프> 중에서 - 작가가 여행 중에 스카프를 샀다. 오월 감잎처럼 결이 빛나는 실크 스카프를 사고 싶었으나, 겨울 한복에 어울릴만한 도톰한 스카프를 샀다. 직조의 우수성을 증명하느라 못에 끼워보며 큰 눈을 굴리는 중동 남자들의 과잉 상술에 넘어간 것이다. 어머니의 품새처럼 단아하게 두를 날을 기대하며 애장품 목록에 올렸다. 어느 날 외출을 하려는데, 남편이 아내의 스카프를 다림질한다. 이런 모습을 본 딸은 남자 친구가 생기면 이 모습을 말해주고 싶단다. 딸을 조연으로 등장시켜 작가는 남편의 극진한 애정을 더욱 크게 부각시킨다. 스카프를 다려준 남편 때문에 하루가 사푼거렸다고 고백하는 작가는 스토리 위주의 일상적 이야기에서 에세이로 승화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수필의 구조를 중층화한다. 첫 번째로 채굴한 텍스트는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그림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가 두른 스카프다. 작가는 진주 귀고리보다 눈길을 끈다고 썼다. ‘도드라진 이마 위로 두른 푸른 스카프는 멋을 부린 것 같지 않으나, 그녀를 매혹적으로 하는 데 결정적이라 할 수 있다. 소설 속에선 하녀가 화가의 요구로 귀부인의 진주 귀고리를 하고 아무렇게나 스카프를 두른 모습으로 그려졌다. 화가와 하녀 간에 사랑의 기류가 읽히는 장면이지만, 신분 차이로 고백할 수 없는 사랑을 대변하듯 남의 진주 귀고리보다 구김살 많은 그녀의 스카프가 도드라졌다.’는 이야기에 이어 두 번째로 도입한 텍스트는 영화 『닥터 지바고』에서 라라의 스카프다. ‘17세의 어린 소녀가 황금색 스카프를 매어주는 남자로 인해 불행이 시작되나, 지바고와의 운명 같은 사랑은 대기 중이었다. 러시아의 내전이 불러온 블랙홀 같은 사랑에 저항조차 할 수 없는 지바고와 라라. 불륜이 그토록 아름다우면 어쩌나. 겨울만큼 차갑고 숨이 멎는 이별을 안겨버린 라라의 스카프는 추억처럼 선연하다.’고 적어 중층구조화해서 문학적 성취를 가져왔다. 최숙미 수필을 이루는 또 하나의 견고한 줄기는 사랑에 대한 지향성이다. 그 귀착지는 남편의 배려와 품격이다. 작품 하나하나에 남편을 깍듯하게 아끼고 존경하는 아내로서의 자세가 돋보인다. 한마디로 서로간의 연모가 위 수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 수필의 감상 포인트는 가정 내 권력의 변화를 살펴보는 데 있다. 스카프는 아내가 다려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아내의 부탁에‘순종’한 남편의 고분고분한 태도를 딸에게 보이게 해서 자식이 남편을 모범적 남편으로 인식하게 하였다. 눈물보다 끈적한 사랑의 향기와 지혜의 미학이 이 대목에서 투영되어 나온다. 부부간의 권력관계를 짚어볼 수 있게 하는 수필은 여성상위시대인 현대사회의 특성상 필연적으로 자주 나타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작가의 남편은 바쁘다는 아내의 말을 믿고 이를 감행한다. 외출을 준비하는 아내를 도와주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이는 아내에게 져주는 일종의 아름다운 복종이다. 그것은 새로운 자기 탐색을 위해서도 보람 있는 일이지만 일상적 삶의 영토 확장에도 바람직한 일이다. 여기에는 필시 신사도의 원리가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무조건적이고 권위주의를 요구하는 사회적 인식을 깨는 남편의 처신은 사회적 통념을 넘어서는 것이다. 스스로 무너뜨리는 권위주의가 여성에게 사랑받는 ‘수발남’의 현주소를 잘 보여주고 있는 대목이다. 어떤 경우든 삶을 윤택하게 하는 것은 인간의 순수 지극한 사랑이라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이 사실은 작품 <스카프> 가 입증한다. 겉에서 보면 자신이 화소가 된 것 같은 인상이 강한 작품이나 주제의식은 부부애에 있다. 사람들은 돈만 있으면 인간이 안고 있는 모든 아픔이 허물을 벗고 한순간에 환한 모습의 꽃으로 피어날지 모른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눈에 드러나는 현란함은 한때 사람들을 현혹시킬 수는 있지만, 그 자체가 완전한 행복의 실체는 아니다. 물질만으로는 생명을 틔울 수 없다. 이 수필은 화목한 가정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무한대의 ‘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최숙미의 수필적 정서는 남편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된 여성적 향기라 하겠다. 3. 주체자의 체온, 객관화된 자아 최숙미 수필이 거처하는 공간은 자화상이다. 그녀는 자신의 모습을 진정한 자아의 영토에서 낮추는 작가다. 생을 조용히 사유할 수 있는 자세를 갖춘 작가다. 인생을 칼칼하게 씻어내기 때문이다. 자기 정서의 표출이라는 자기 구원만으로 수필가의 사명을 완수했다고 볼 수 없다. 이런 차원에서 수필가가 그려내야 할 수필적 주제는 인간애의 정신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수필의 매력은 작가의 내면 풍경에서 나오는 체취를 음미하는 데 있지 않는가. 바로 인연의 소중함과 만남의 축복이다. 최숙미가 문학의 세계에 푹 빠져들고 있는 이유는 누구보다도 부끄러운 속 모습까지 가감없이 내어 보일 수 있는, 인간의 체취가 물씬 풍기는 작가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독립적 자아로 세계와 마주 서는 작가의 세계관이 작용한 때문이라고 하겠다. 최숙미의 <쇠와 문학>은 자아와 현실 속에서도 자아에 우선을 두는 무의식적 행동과 정서를 펼쳐 보이는 모습에서, 그 주체자의 견고함으로부터 문학이 주는 의의를 깨닫게 한다는 측면에서 유의미한 글이다. 이 작품은 문인이면 가져야 할 문학적인 자세가 어떤 것임을 엿볼 수 있게 해서 인식 구조로서의 문학적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고 하겠다. 모든 수필이 지녀야 하는 공통적 요건 중에 하나가 대상을 바라보는 심미적 안목이다. 심미적 안목이란 화려하거나 현란한 언어 구사와 거창한 주제와 경이로운 소재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수필 작품을 통해 이르는 효과에 중요한 조건이 되지만, 인간의 흥건한 정이 배어 있고, 사물을 바라보는 날카로운 통찰력이 자리하며 독자로 하여금 공감을 유발할 때, 문학적 미학은 완성된다. 수필은 어떤 문학보다 미학적 정서를 요구하는 글이므로 수필가는 지식은 물론 정이 풍부한 사람이라야 한다. 무심한 사물까지도 사랑할 수 있는 정은 인간의 심리 중에서 가장 원시적 요소다. 그러나 그것이 물상을 사랑하는 데에 이르기 위해서는 어디까지나 객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에서 가능한 것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그녀가 존재론적 차원에서 소재에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다. 온통 머릿속이 문학으로 꽉 차 있을 때면, 남편으로부터 ‘아줌마는 여기서 뭐 하세요?’라는 장난기 섞인 질문을 받는다. 낭패스러운 물음에 잠시 딴생각했다고 둘러대지만, 남편이 와서 이것저것 점검할 때면 여지없이 오류가 나온다는 넉살이 재미있다. ‘이러다가 창고 서재도 헐리게 생겼다.’는 너스레가 수필의 손맛은 물론 글감을 배가한다. 가게에서도 문학에 빠져 있다가 남편의 화를 돋운다. 쇳내보다 문학이 삶의 절반을 넘어버렸으니 얼마나 재미진가. 일에 신경 좀 쓰라는 말이 남편의 구호가 되었다. 미안하기는 해도 무슨 중독자처럼 문학의 재미를 놓을 수가 없다. 손님들도 핀잔이 잦다. 아줌마, 공부 좀 하세요. 익숙해진 쇳내만큼 공구 장사를 잘할 때도 됐건만, 도무지 관심이 깊어지지 않으니 나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머리가 나쁜가. 문학에 심취해 있을 때 손님이 뭔가를 물으면 아는 것도 깜깜하다. 보링바 아바 앤드밀 탭 등등 기본은 안다고 변명하기엔 어림없이 얕은 수라 손님들을 놓치고 만다. 남편이 외근 중일 때는 문학 하기가 더 좋다. 장사가 뒷전이 되는 순간이다. 하루에 얼마를 파는지 장사가 안되는지도 관심 밖이 된다. 가게에 들어서는 손님을 맞이하지도 않고 지나가는 나그네인 양 대할 때가 있다. 온통 머릿속이 문학으로 꽉 차 있을 때다. 아줌마는 여기서 뭐 하세요? 낭패스러운 물음에 잠시 딴생각했다고 둘러댄다. 남편이 와서 이것저것 점검할 때면 여지없이 오류가 나온다. 이러다가 창고 서재도 헐리게 생겼다. - <쇠와 문학> 중에서 - 산다는 것은 현실에서 멀리 떨어져 나가려는 원심력과 그것과 대치되는 구심력의 절묘한 반복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줄다리기의 위험한 연속행위와 갈등 속에서 오랜 시달림과 방황 끝에 마침내 구심력을 향해서 돌아오는 동작구조, 그 회귀행위의 근저에는 스스로 낮추고 한없이 겸허해진 자아가 자리잡게 된다. ‘일에 좀 신경 써라’는 남편의 구호, ‘공구에 대해 공부 좀 하라’는 손님들의 판잔, 가게에 들어오는 손님을 나그네 정도로 취급하는 자신의 태도 등 판매자로서의 부적절한 처신에서 오는 비판은 전부 머릿속이 문학으로 차 있을 때다. 그 허망한 비장사꾼의 모습은 작가의 모습 가운데서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진수이며 문학적 삶의 영롱한 에센스가 되어 왔던 것이다. 수필은 어디까지나 인간적 온기의 총체여야 한다. 정말 사람답게 살아가려는 사람들이 생각해야 할 문제, 가슴 깊이 담아두어야 할 가치 있는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 수필이 궁극적으로 표현하는 대상은 자신이 아니라, 그가 속한 환경과 이에 대처하는 인간의 보편적 성향이다. 가슴이 서늘하거나 후끈한 인간미가 배어 나오지 않은 글은 작품이라고 할 수 없다. 비록 개인사적인 문제를 가지고 글이 출발하더라도, 그것을 통해 인간성의 순정한 면을 발견하고 진솔한 마음의 풍경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언제나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큰 관심사는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하는 명제이기 때문이다. 수필이 문학 장르로 확고한 자리를 굳히기 위해서는 반성적 성찰이 잘 드러나야 한다. <쇠와 문학>은 성찰이 잘 드러나 있어 좋다. 수필의 소재를 ‘생활’과 ‘자연’에서만 찾으려 하는 작가가 있다면, 소재의 빈곤과 작가의식의 부재를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될 뿐이다. 수필은 우리네 삶의 모습이다. 수필 쓰는 일은 삶을 통한 선택된 체험을 상상력으로 재창조하고 재구성하는 일련의 문학적 경로를 통해 예술로 승화시키는 작업이다. 그 소재가 어찌 ‘생활’과 ‘자연’뿐이겠는가. 그 표현 방식이 어찌 ‘고백’뿐이겠는가. 수필가들은 폭넓은 소재를 통하여 그 작품세계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수필이 ‘인간학’ ‘인생학’을 넘어 ‘인간학’이라는 새로운 틀에 맞추어 좀더 그 지평을 넓혀 갈 수가 있을 것이다. 수필가도 문학인이기 때문에 뚜렷한 자신의 문학관을 가져야 한다. 수필이 생활인의 애환만을 크게 받아들인다면, 작품세계를 스스로 좁히게 된다. 최숙미의 문학관을 엿볼 수 있는 <서릿발 돋는 수필>이라는 작품이 이루는 구도의 한 축에는 예리한 작가의식이 투과된 문학정신이 자리 잡고 있어 평자를 안도하게 했다. 최숙미 수필이 이처럼 수준 높은 문학적 향취를 띠는 이유도 자신의 수필관을 확실히 세워둔 데 기인한다고 하겠다. 자신의 문학적 인생을 이야기하면서 독자들과의 거리를 좁혀 접근성을 강화하고자 최숙미는 아래 수필을 기존의 평서체에서 경어체로 바꾸었다. 모든 언어는 문학이고 수필이었기에 핀잔들이 잦았습니다. 나는 견딜 수 없어 남편에게 양해를 구했습니다. 가슴 터질 듯한 내 문학의 수다를 한동안만이라도 들어달라고. 어느 날 밤 남편이 나를 태우고 무조건 외곽으로 나갔습니다. 밤 두 시쯤 대부도 가는 길에 나를 내려주었어요. 깜깜한 바다를 향해 섰습니다. 멀리 불빛이 보였지요. 그곳이 어디인지 알 수 없으나 나의 문학의 정점처럼 보였습니다. 거기로 가리라. 한 발짝도 내디딜 수 없는 어둠이 가로막았지만 가야만 할 것 같았습니다. 아래를 내려다봤습니다. 눈앞엔 아마도 갯벌이지 싶더군요. 고요했지만 갯벌 속 미생물들의 치열함이 느껴졌습니다. 나도 저들처럼 치열해지자고. 치열해져야만 한다고 다짐을 하며 남편 볼에 입맞춤을 했습니다. 약속 같은 거였어요. 내 인생의 말풍선 같은 문학은 소몰이하듯 나를 몰아쳤습니다. 수필 이론 공부를 하며 문학 서적을 읽고 수필을 썼습니다. 내 안에 차오르는 수필을 쏟아내지 않으면 숨이 차올라 견딜 수 없는 날이 계속됐습니다. 비 오는 날 연잎에 떨어진 빗물로 인해 쏟아붓고야 마는 연잎 같았어요. 차오르는 수필은 나를 미치게 했습니다. 저를 가르친 은사님은 미쳐야 미치는 거라고 하더군요. 그랬습니다. 잠을 자기 위해 써야만 했고 다음 날 생활을 하기 위해 써야만 했으니까요. 가족들은 아침마다 외쳤습니다. “밤 새지 말란 말이야.” - <서릿발 돋는 수필> 중에서 - 끊임없는 구도의 길로 자아를 내모는 수필창작에의 욕구 때문에 가족들로부터 아침마다 ‘밤을 새지 말란 말이야’라는 외침을 들어야 했고, 그로 인해 빚어지는 대결을 적은 위 수필은 최숙미 문학인생의 자기 고백록으로 두 가지 측면에서의 의미 있는 성찰을 제공한다. 하나는 그가 보여준 반성적 자기 성찰이 초심을 잃은 자신의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적어도 ‘초심은 그랬습니다. 신인으로서의 초심을 잃었다기보다 수필 공부에 심취했던 치열을 잃었다는 게 맞을 겁니다. 지금은 가슴 뛰는 초심이 없어 안타깝지만, 과도기를 넘기며 다른 보폭으로 정진한다고 해명하고 싶습니다.’라는 것이 긍정적인 의미에서 성찰을 심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견고한 문학적 장치를 동반하면서 고백을 ‘고백’ 아닌 것으로 끌어올리는 힘이야말로 최숙미의 문학적 저력을 확인케 한다. 다른 하나는 그의 수필가로서의 치열성 부재라는 작가적 자기 반성이 문학적 가치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한다는 점이다.‘미쳐야 미칠 또 다른 정진으로 서릿발 돋는 수필 한 편 써보고 싶습니다.’라는 본격수필의 꽃을 피우려는 결연한 자세 없이는 글쓰기에 대한 반성적 통찰 또한 가능하지 않다. 최숙미 수필들은 맑고 잔잔한 샘물에 비유될 수 있을 정도다. 수필 속에는 잔잔한 감동이 있고, 포근하게 느껴지는 정감이 있다. 깊은 깨달음의 경지가 느껴질 뿐만 아니라 수수하면서도 소박하고, 은근하면서도 조용하고 은은한 향취가 풍겨나고 삶의 진솔한 파동이 꾸밈없이 담겨 있다. 그녀는 깊은 의식과 반성적 성찰로 자신의 문제를 파악하고, 다양한 시각과 풍부한 상상력으로 인간과 삶을 예리하게 살피고 있다. 이는 평소에 영혼과 마음을 늘상 갈고 닦은 까닭이다. 언제쯤에나 선생이 지향하던 조선의 마음에 설운 마음이 걷힐까. 선생의 묘소 앞에서 읊은 시 <조선의 마음>이 어스름만큼이나 어둑했다. 문학을 한답시고 웅얼거렸던 시어들이 <조선의 마음>에 모이며 허접한 나의 국가관에 돌직구를 날렸다. 조선의 향방을 몰라 술로 애태우던 선생의 설운 마음을 한 자 한 자 되짚고 보니, 애국도 애향도 등한시한 터라 도망자처럼 마음이 켕겼다. 내게 있어 애국은 뭐였을까. 국가들과의 스포츠 경기 때나 아득한 하늘가에 있을 법한 <조선의 마음>을 끌어와 소름 돋우던 정도였지 않았을까. 이런 내가 어찌 문학을 한답시고 <조선의 마음>을 읊조리며 폼을 잡았는지. 굳이 변명이라도 할라치면 현대화에 발맞추어 사노라고 조선의 마음이 들어찬 틈 한번 헤쳐 보지 못했노라고 할 판이다. 얼마 전 장미 향 가득한 인생을 즐기듯, 전혜린 수필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레몬빛 등이 온화하게 켜진 눈 오는 도시 홋카이도를 다녀왔다. 깨끗하고 조용한 일본 문화도 볼만했으나 한국 가이드의 애국심에 박수를 보냈다. 그가 한국에 오는 일본 여행자들의 가이드를 맡을 때면 언제나 경복궁 뒤 건청궁으로 안내한다고 했다. 1895년 10월 8일 12명의 사무라이가 한 손에는 칼을, 한 손에는 명성황후 얼굴이 그려진 그림을 들고 건청궁으로 들이닥쳐 환복을 한 명성황후를 한순간에 시해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라고. 그들 대부분은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가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눈물을 훔치며 한국인 가이드에게라도 사죄를 하겠다는 일본인들이 있었다고 한다. 일본을 다녀오며 민족정신에 대해 반면교사로 삼는 계기가 되었다. - <조선의 마음에 곁가지 걸듯> 중에서 - 최숙미는 다 태우지 못한 삶의 갈망들이 들끓고 있는 작가다. 심기 속에 전류처럼 민족정신이 따뜻하게 흐르는 작가다. 밀양 변씨 조상의 묘소 입구에서 수주 변영로 선생의 표지석을 발견하고, 작가는 ‘조선의 마음’을 읊조리며, 애국이란 단어에 몰입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조선의 향방을 몰라 술로 애태우던 선생의 설운 마음을 한 자 한 자 되짚고 보니, 애국도 애향도 등한시한 터라 도망자처럼 마음이 켕겼다. 내게 있어 애국은 뭐였을까. 국가들과의 스포츠 경기 때나 아득한 하늘가에 있을 법한 <조선의 마음>을 끌어와 소름 돋우던 정도였지 않았을까. 이런 내가 어찌 문학을 한답시고 <조선의 마음>을 읊조리며 폼을 잡았는지. 굳이 변명이라도 할라치면 현대화에 발맞추어 사노라고 조선의 마음이 들어찬 틈 한번 헤쳐 보지 못했노라고 할 판이다.”라는 언급은 일상에서 꽃피우는 무딘 애국심을 반성적으로 그려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흔히 수필은 자신의 심적 나상이라고도 하고 독백의 문학이라고 하는데, 최숙미의 수필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자기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한 가이드의 애국심을 수필적 소재로 취택하고 있는 것이 특이한 점이다. 현대는 다양한 욕구가 충만해 서로 좌충우돌하지만, 자신 이외에는 어느 누구도 나라 걱정에 눈을 돌리거나 귀를 기울일 수 있을 만큼 여유가 없다. 이러한 이유로 해서 오늘을 사는 사람들은 애국과 무관하게 사는 것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수필을 쓴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문학이 문학만을 위한 작업에만 충실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것이 아닐까. 자기 정서의 표출이라는 자기 구원만으로 수필가의 사명을 완수했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최숙미 수필가가 그려내야 할 수필적 주제는 역사와 시대를 관통하며 흐르고 있는 민족정신과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수필의 매력은 작가의 내면 풍경에서 나오는 체취를 음미하는 데 있지 않는가. 바로 인연의 소중함과 만남의 축복이다. 최숙미가 늦게나마 나라의 안녕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은 누구보다도 부끄러운 속 모습까지 가감 없이 내어 보일 수 있는, 인간의 체취가 물씬 풍기는 작가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독립적 자아로 세계와 마주 서는 작가의 세계관이 작용한 때문이라고 하겠다. 최숙미의 <조선의 마음에 곁가지 걸듯>은 현실 속에서 보기 드문 훈훈한 애국심을 펼쳐 보이는 수필가의 모습을 접하고, 그 애국심의 넉넉함으로부터 국가의 의의를 깨닫게 한다는 측면에서 유의미한 글이다. 이 작품은 한국인이라면 가져야 할 자세가 어떤 것임을 엿볼 수 있게 해서 인식 구조로서의 문학적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 III. 최숙미 수필은 인간적 ‘온정’의 총체라 할 수 있다. ‘수필은 삶의 문학이다’라는 명제에 답하고 있어 성공적이다. 이 수필집의 작품들은 정말 사람답게 살아가려는 사람들이 생각해야 할 문제, 가슴 깊이 담아두어야 할 가치 있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측면에서 감동적이다. 수필이 궁극적으로 표현하는 대상은 자신이 아니라, 그가 속한 환경과 이에 대처하는 인간의 보편적 성향이다. 최숙미 수필은 총체적이고 추상적인 현실을 보다 심미적 가치를 지닌 삶을 실상으로 구현하기에 가슴이 서늘하거나 후끈한 인간미가 배어 나온다. 비록 개인사적인 문제를 가지고 글이 출발하더라도, 그것을 통해 인간의 보편성을 발견하고 새로운 삶의 희망과 더 나은 세상이 다가온다는 믿음을 주어야 할 것이다. 언제나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큰 관심사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하는 명제이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차원에서 최숙미 수필은 존재 의의를 지닌다. 그녀는 문학성이 짙은 수필을 통해 보다 인간적인 향기로 이 세상의 매듭을 풀어나가고자 한다. 수필의 본령은 인간 구원에 있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삶에서 어두웠던 추억을 추출해 내어서 렌즈 밑에 정착시키고, 그것을 극복의 역사로 다시 써내고 멋스럽게 확대시키고 있는 점에서 그녀의 작가적 역량과 신앙인으로서의 자세가 돋보인다고 하겠다. 무엇보다도 내면 풍경을 그림을 그리듯 감각적으로 구체화하는 데서 문학성이 빛난다. 언어의 활용면에서 문학수필의 멋을 한껏 우려내고 있어 읽을 만한 수필집이라 하겠다. 세 부류로 수필적 특성을 범주화했지만, 전체 글을 분자적으로 분석하면, 그 부류는 여러 갈래로 다양한 성격을 갖는다. 무엇보다도 감동을 주는 글은 표제작으로 사모곡을 표방한 작품이다. 어머니는 존재의 시원이다. 기억해 놓는 일만 해도 가치있는 일인데, 유고집을 만들어 어머니의 한을 풀어내었다. 그런 어머니의 삶을 통해서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기도 하고, 그 가운데 자신을 반성하기도 하고, 사람답게 사는 방법을 독자에게 일러두기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최숙미 수필이 주는 느낌은 눈물겨운 따스함이다. 인간의 아름다운 마음이야말로 가장 고귀한 것으로 삶을 윤택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해준다. 최숙미 수필집 <살아내주겠니>는 가장 진솔하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삶을 담는 그릇과 같다고 하겠다. 이 수필집에는 작가의 인품과 덕성이 거울에 비치듯 드러나 있다. 그래서 유난히 인간적 향기가 짙게 풍긴다. 문필가 어머니의 두루마리에 적은 글과 자식을 사랑한 헌신적 삶에 대한 이야기는 큰 감동을 준다. 어떤 작품보다도 이 작품은 작가의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낸다. 수필은 완성의 문학은 아니다. 어쩌면 완성을 향해 가기 위해 우리는 수필을 쓰는지도 모른다. 주제적 양식으로서 수필은 무엇보다도 주제의 내면화를 요구한다. 작가는 가족을 다루면서도 가족사적인 문제에 머물러만 있지 않고 시선을 공동체적인 삶에 겨눔으로써 언제나 삶 속에서 작은 행복들을 기대하고 꿈꾼다. 따스한 체온을 전해주는 작가이기에 우리는 그녀의 다음 작품집에 더 기대를 걸 수가 있는 것이다. 소설가이니만큼 서사의 묘미가 확연해서 좋았다. 좋은 수필을 위한 부단한 노력으로 우리들의 기대에 부응한 데 대해 박수를 보낸다. ▼자발적, 원고료로 응원해 주세요! *예금주 : 대한기자신문 *계좌 : 우체국 110-0053-16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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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6-08

실시간 연예가소식 기사

  • [대한기자신문] 국제pen한국본부 부산지역위원회 ‘부산펜문학’ 37집 발간 위한 편집회의 개최
    [대한기자신문] 사)국데pen한국본부 부산지역위원회(회장 송명화)는 지난 7월 7일 편집국에서 2025년 <부산펜문학> 37집 발간을 위한 편집회의를 개최했다. 오늘 회의에는 문학평론가 권대근 명예회장, 수필가 겸 문학평론가 송명화 회장, 수필가 박경애 편집국장, 문학평론가 최혜영 감사가 편집위원으로 참석하였다. ■제목 [편집국 공지] 원□고□청□탁 《부산펜문학》 제22집에 게재할 원고를 청탁합니다. 적극적인 참여와 성원 부탁드립니다. 1. 장르별 원고 -시/시조 : 3편(20행 이내) -수필 : 1편(원고지 15매 이내) -평론: 1편(원고지 40매 이내) -소설: 1편(원고지 60매 이내) 2. 마감일: 7월 31일(목요일) 3. 보내실 곳 pka0903@hanmail.net 4. 당부사항 1) 메일의 본문에 직접 작품 쓰지 않고, 하나의 한글파일(hwp)에 작품, 약력, 사진을 넣어 첨부해 주십시오.-예시) 메일제목 <부산펜문학 22호, 시, 홍길동> 2) 약력은 다음 순서대로 4줄 이내로 간략히 써 주십시오. 4줄 초과 시 편집국 재량으로 정리합니다. 3) 다음 :* 등단 – 연도, 등단 매체, 분야( 예: 2012년 ≪ 에세이문예≫ 수필 등단) - * 대표 저서 2권 - * 대표 수상 2개 - * 기타 4) 한글파일 내에서 다음을 지켜주십시오. ① 한자는 2포인트 낮춤 ② 파일명 : 부산펜문학22, 장르, 성명 ⓷ 폰트 12 ⓸ 등단지는 《 》, 작품집은 『 』 회원 여러분의 건강과 건필을 기원합니다.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편집국으로 연락주십시오. 2025. 07. 09. 사) 국제pen한국본부 부산지역위원회 회장 송명화 편집국장 박경애 ▼자발적, 원고료로 응원해 주세요! *예금주 : 대한기자신문 계좌 : 우체국 110-0053-16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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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7-13
  • [대한기자신문] 대한민국 수필학 대한명인 권대근 추천, 이 한 편의 수필, 송정자의 '헛꽃'
    헛꽃 송정자/ 수필가 부채꼴 실리콘 식판이다. 먹기에도 아까운 예쁜 음식이 요리조리 칸을 채우고 있다. 곱게 찐, 주황색 당근이 애기 손가락 크기로 얌전히 줄을 섰다. 데쳐서 그 빛깔이 더욱 짙은 브로콜리가 두어 개, 선명한 자줏빛 비트로 만든 동글동글한 볼과 감자가 섞인 하얀 치즈볼이 색상 대비를 이루며 오종종하게 담겨있다. 팔 개월 된 손자 놈이 저마다의 색깔이 쏙쏙 배인 장난감 같은 이유식 한상을 받았다. 아기를 식탁에 앉혀 안전벨트를 채우고 비닐 옷을 입힌 뒤, 턱 받침대를 두른다, 음식을 쥐고 던질까봐 의자 다리사이 바닥에도 투명 비닐을 깔았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식판을 눈앞에 놓자 녀석이 눈을 반짝거리며 달려든다. 제일 먼저 치즈볼을 집더니 얼굴 절반에 다 뭉개가며 입으로 가져간다. 뽀얀 아랫니 두 개가 보일락 말락 제법 씹는듯하더니 꿀꺽 삼킨다. 희한하게도 감자 치즈볼 세 개만 쏙 빼먹더니 다른 건 시쿤둥하다. 며느리가 말하기를 두어 달 동안 온갖 재료로 만든 음식을 다 잘 먹더니 어느 날부터 특정한 것만 골라먹는다고 했다. 며느리는 오롯이 남은 음식을 바라보며 한숨을 쉰다. 적어도 저 이유식을 만들려고 유기농 농산물을 여기저기 뒤져서 찾았을 테지. 이유식 책자를 눈이 빠져라 갖다 댔을 테고, 결혼한 지 겨우 일 년 정도 넘긴 새댁이 손에 익지도 않은 주방기구를 쥐고 종일 서서 종종대느라 혼이 빠졌으리라. 재료를 다듬고, 저울에 그램 수를 확인하고 계량컵 눈금의 정확도를 수차 살폈겠지. 아기가 오물거리며 먹는 모습을 상상하며 숨 가쁘게 몸을 움직였을 텐데, 아기가 온 식판을 휘저을 때마다 며느리의 마음도 따라서 흔들렸으리라. 연신 입에 넣다가도 뚝뚝 바닥으로 던지는 음식을 지긋이 바라보는 며느리의 얼굴이 짠하다. 난 왜 헛꽃이 떠올랐을까. 얼마 전 가드닝 회원들과 선유도에 간 적이 있다. 우리나라 조경가 1호인 정영선 조경가가 폐 정수장을 개조한 선유도공원을 탐방하기 위해서다. 녹색기둥 정원을 지나 시간의 숲을 둘러보던 중, 아직 피지도 않은 산수국 꽃 뭉치에 화려한 불루 빛 꽃잎이 빙 둘러 원형을 이루고 있었다. 아직 오월인데 수국 꽃이 벌써 폈을 리가, 그런데 왜 꽃잎이 듬성듬성 펴 있을까 의아해하며 예쁘다고 술렁대고 있는데 어느 회원이 ‘헛꽃’이라고 했다. 모든 산수국 꽃에는 벌과 나비를 유인하기 위해 헛꽃이 몇 쪽씩 핀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벌과 나비의 도움으로 꽃가루받이를 하는 꽃들은 대체로 은은한 향기와 화려한 꽃잎을 가지고 있다. 꽃가루를 운반해줄 곤충들을 유인하기 위해서다. 산수국 역시 곤충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세밀한 꽃들이 씨처럼 빽빽하게만 몰려있어 여느 꽃들처럼 눈에 확 띄지 않는다. 그래서 수국은 특단의 조치로 가짜 꽃잎을 만들어 냈다. 꽃받침을 변형시켜서 마치 꽃잎인양 보이게 함이다. 헛꽃은 참꽃의 가장자리에 빙 둘러앉아 벌과 나비를 불러들인다, 꽃가루받이인 수분이 끝난 꽃은 떨어져버리지만 헛꽃은 수분이 이루어지지 않기에 떨어지지 않는다. 대신 수분이 끝났다는 표시로 잎이 땅을 향한다. 붙임화라고 하고, 장식화라고도 한다. 수국을 포함해 포인세치아, 보리수를 보면 실제 꽃은 아니지만 그 자태는 더 화려하다. 참꽃의 수분을 돕고 자신의 소명을 다한 뒤에 고개를 떨구는 헛꽃의 아름다운 헌신, 조력자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꽃의 신비함에 놀라울 뿐이다. 결혼 전 며느리가 첫인사를 왔던 때가 생각난다. 큰 키에 하얗다못해 눈이 부시던 피부를 가진 늘씬한 아가씨가 차분한 검정원피스를 입고 내 앞에 나타났다. 아들이 결혼을 안 하겠노라 선언한 지 얼마 안 되어 새 식구가 될 여자 친구라며 나에게 소개를 하다니, 내가 살아가던 중 그런 기쁜 일이 몇 될까 싶었다. 출산을 하고 아기만큼은 자신이 키우고 싶었는지 온갖 정성을 다 하는 모습이 내 눈에도 오롯이 느껴진다. 헛꽃은 무성화라 열매를 만들지 못한다. 허상이며 헛꿈이라 하더라도 부처님 머리와도 같은 한 송이 수국이 완성되기를 꿈꾸며 그 소명을 다한다. 꽃송이가 활짝 피어 꽃자리를 틀 때까지 시든 몸을 접으면서도 한시도 눈을 떼지 않는 그 정성을 어찌할까. 헛꽃도 분명 아름다운 꽃이다. 헛꽃 한 송이도 봄바람이 아낀다는 말이 있다. 비록 결실이 없는 꽃이라 하더라도 자연은 그 존재 자체를 귀히 여긴다는 의미이리라. 하나의 생이다. 비록 열매는 맺지 못해도 햇살과 영양분을 받고 바람을 맞으며 피어난 똑같은 생명이 아닌가. 헛꽃도 꽃이다. 며느리의 마음도 그러하지 않을까. 자신의 꿈, 기대를 내려놓는 모습은 헛꽃 같은 사랑이다. 헛꽃처럼 피어났다가 바람에 흩어질지언정 아기를 피우기 위한 헌신이라는 것을 어린 며느리가 어찌 알았을까. 지금은 열매를 맺지 못하는 아기의 사랑이 도리질을 하며 밀쳐낸다 하더라도 어느새 봄처럼 살며시 찾아와 꽃잎 속에 씨앗 하나 곱게 앉혀 주리라는 것도 알고 있을까. 요즘처럼 아이를 낳지 않는 젊은 여성이 늘어나는 시대에 헛꽃처럼 자신을 내어주는 며느리가 대견하다. 온 정성으로 자신의 심장을 준다 하더라도 모든 사랑이 처음부터 뿌리를 깊이 내리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아기 꽃이 피어나기까지는 기다림이다. 긴 시간 속에서 모성으로 마무해준다면 필요한 수분이 스며들어 영양이 되고 살이 되리라. 그 사랑이 겉보기 헛꽃에서 참꽃으로 번져가기까지 결실로 가는 과정이 아닐까. 지나고 보면 가장 아름다운 젊음의 여정이 아니던가. ‘진정한 사랑은 아무 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그저 주는 것이다.’ 생텍쥐페리가 한 말처럼 결과를 바라지 않는 헌신은 헛꽃처럼 고요하고 아름답다. 아기의 체온이 그 빈마음의 가지 위에 사랑이라는 싹을 틔워주기를, 어쩌면 그 기다림마저 한 송이 헛꽃과도 같으리라. ▼ 송정자 수필가는 경남 밀양 출신으로 한국수필 '꽉 찬 포도알처럼' '노인의 선물'로 등단했다. 현재 한국수필가협회, 한국수필작가회, 미리내수필문학회 회원, 동대문문인협회 감사, 정독도서관 다스림서울동인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설총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첫수필집 'f홀의 위로'가 출판사 ‘진실한 사람들’을 통해 세상에 나와 큰 호평을 받고 있다. 2025년 경기문화재단 경기예술지원 문학 부문에 선정되어 출판 지원액 500만원을 받는다. ▼자발적, 원고료로 응원해 주세요! *예금주 : 대한기자신문 *계좌 : 우체국 110-0053-16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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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7-13
  • [대한기자신문] 권대근 교수 추천, 이 한 편의 수필, 고수부의 '수필에 살고 수필에 죽다'
    수필에 살고 수필에 죽다 고수부/ 수필가 오래전에 스피치를 배우기 위해 학원에 다닌 적이 있다. 그때 강사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저명인사가 되고 싶으신가요? 책 세 권만 내보십시오. 그러면 충분합니다.” 당시 그 말이 꽤 도발적이고도 매혹적으로 들렸다. 평범한 내가 과연 책을 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책을 사랑하고 독서를 즐기던 나에게도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듯했다. 하지만 막상 책을 쓰려고 하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평생 군인으로 살아오며 전공한 분야는 전쟁, 안보, 전략 같은 군사학이었고, 이를 일반 독자가 읽을 수 있는 글로 풀어내기란 쉽지 않았다. 더욱이 나는 전문 연구자도 아니었기에 깊이 있는 학술서도 자신 없었다. 그러던 중, 대학 동기생이 수필을 함께 공부해보자고 제안했다. 수필은 전문적인 지식보다 자신의 체험과 일상에서 소재를 찾는 문학이다. 내게는 매일같이 써온 백여 권의 일기가 있었다. 그 글들만 잘 정리해도 책 한 권은 거뜬히 나올 수 있을 것 같았다. 조금씩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친구가 다니는 용산문화원 수필반에 등록했다. 거기서 나는 처음으로 수필이라는 장르를 접하게 되었고, 매주 글 한 편씩을 성실히 써서 발표했다. 합평 시간에는 다른 회원들의 소중한 의견을 듣고, 내 글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따뜻한 격려를 함께 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차곡차곡 써 내려간 글들이 모여, 3년쯤 지나자 책 한 권 분량이 되었다. 주변에서는 책을 서둘러 내면 졸작이 될 수 있으니 충분히 숙성시킨 후에 출간하라는 조언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각오로, 완벽하지 않더라도 일단 내보자는 용기를 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첫 수필집이 바로 『댓돌 위의 갈색 구두』이다. 출간을 앞두고 걱정도 많았다. 혹시 주변에서 “이 정도 글로 책을 냈어?” 하며 비웃지 않을까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그러나 책이 세상에 나온 후, 반응은 뜻밖이었다. 전화나 문자로 “감동적이었다”, “나도 그런 추억이 있다”는 응원과 공감의 메시지가 줄을 이었다. 그 격려들이 나에게는 큰 힘이 되었다. 나는 이어서 제2집 『진주반지』를 냈고, 이듬해 제3집도 출간하게 되었다. 세 권의 책을 연달아 낸 뒤로, 스피치 강사의 말처럼 조금씩 내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새벽마다 남산 중턱에 오르면 체육회 회원들이 운동을 하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책 잘 봤습니다” 하고 인사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다. 내가 책을 냈다는 사실을 방송으로 접한 이들이 내게 관심을 보이는 것이었다. 교회 성도들 사이에서도 나의 수필집이 회자되며 작가로서의 존재감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때 느낀 성취감과 뿌듯함은 평생을 군인으로 살아온 나에게 또 다른 인생의 보상을 주는 듯했다. 하지만 글쓰기를 계속할수록 나는 새로운 문제에 부딪혔다. 미국 수필가 E.B. 화이트는 “수필이란 단순한 체험의 나열이 아니라, 그 체험을 사유와 관조, 통찰을 통해 문장이라는 옷으로 입히는 것”이라 했다. 단순히 사실을 풀어놓는다고 수필이 되는 것이 아니었다. 내면의 울림을 동반하지 않는 글은 쉽게 잊히고 마는 법이다. 결국 진정한 수필이란 자기 체험을 문학적 언어로 승화시키는 작업이며, 이는 때론 고통스러울 만큼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공부하기 시작했다. 교보문고에 자주 들러 문장력에 관한 책, 유명 수필가들의 작품집, 글쓰기 이론서 등을 수없이 사서 읽었다. 밤잠을 줄여가며 수십 번, 수백 번 문장을 고쳐 쓰는 과정을 거듭했다. 한 편의 수필을 완성하기까지는, 단 한 문장을 쓰는 데도 한 시간을 들이는 끈기와 정성이 필요했다. 말콤 글래드웰의 ‘1만 시간의 법칙’처럼, 나 역시 ‘수필 1만 시간의 법칙’을 실천하겠다는 각오로 글을 썼다. 하지만 글쓰기는 하면 할수록 더 어려워졌다. 퇴고를 반복해도 늘 아쉬움이 남고, 다른 이들의 훌륭한 글을 읽을수록 내 부족함이 절감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껏 단 한 번도 수필을 쓴 것을 후회한 적이 없다. 상을 타거나 돈을 벌지는 못했어도, 나는 내 삶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여유를 가질 수 있었으며, 무엇보다 나 자신과의 대화 속에서 평화를 찾을 수 있었다. 수필을 쓰는 행위는 단순한 여가 활동이 아니다. 그것은 마음을 비우고, 생각을 정리하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고요한 성찰의 시간이다. 몰입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귀한 시간이다. 시카고대학의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인간의 기분은 몰입 상태일 때 절정에 이른다”고 했다. 나는 몰입하는 순간들 속에서 비로소 진짜 나를 만날 수 있었고, 그것이야말로 수필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이라 생각한다. 매주 목요일이면 나는 안국동 운현타워 202호 수생반 강의실로 향한다. 수필을 사랑하고, 제2의 인생을 문학으로 꽃피우려는 이들과 함께 배우고 나누는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이곳에서 나는 배움의 기쁨과 동료애, 그리고 문학에 대한 경외심을 느낀다. 지도교수는 한국문인협회 본격수필의 창안자인 권대근 교수님이며, 수강생들은 모두 진지하고 열정이 가득하다. 얼마 전 입회한 한 여성 회원이 첫 수업을 마친 뒤 써온 수필 제목이 『경탄의 90분』이었다. 수업을 받으며 느낀 감동을 그렇게 표현했다. “연세 지긋한 분들이 이렇게 진지하게 글을 쓰고 토론하는 모습을 보며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여느 대학 강의보다 더 깊은 열정이 느껴졌습니다”라는 문장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우리 수필반의 이름은 ‘수생수사(隨生隨死)’의 준말인 ‘수생반’이다. 수필에 살고, 수필에 죽겠다는 지도교수님의 문학 철학이 담긴 명칭이다. 나 역시 수필에 몰입하여 사는 지금 이 시간이 내 인생에서 가장 보람되고 소중하다고 느낀다. 오늘도 나는 컴퓨터 앞에 앉아 깜빡이는 커서를 응시한다. 손가락을 자판 위에 얹고, 한 자 한 자 눌러 글을 써 내려간다. 그때마다 나는 마치 피아노를 연주하듯 경쾌한 자판 소리를 들으며 행복해진다. 수필 한 편을 완성할 때마다 느끼는 그 기쁨은, 아무리 많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값진 경험이다. 수필이 있어 내 삶은 빛나고, 수필 덕분에 나는 오늘도 살아갈 힘을 얻는다. ▼고수부 고려대학교 산림자원학과 졸업(학사) 동국대학원 영어교육과 졸업(석사) 월남 맹호부대 참전(ROTC 3기) 미 육군공병학교 측지과정 수료 미8군 JUSMAG-K 연락장교 육군대학 졸업 국방부 관리정보실(육군중령 예편) 전쟁기념관 학예관 정년퇴임 K ․ J 스피치 자문위원 순수문학 등단(2003) 국제 펜클럽 회원 수상 순수문학 우수상 전쟁문학상 제20회 순수문학 대상 제7회 에세이문에문학상 대통령 표창 국무총리 표창 수필집 『댓돌 위의 갈색 구두』 『진주반지』 『「아침 한 때의 행복』 『손자의 비밀』 『아내』 『석양에 물든 가을 바다』 『Beautiful Story(아름다운 이야기)』 『이 모습 이대로』 『추억의 집』 『길에 선 나무는 웃지 않는다』 『어둠울 건너는 빛처럼 』 ▼자발적, 원고료로 응원해 주세요! *예금주 : 대한기자신문 계좌 : 우체국 110-0053-16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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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7-13
  • [대한기자신문] 권대근 교수 추천, 이 한 편의 수필, 황선유의 '우리의 매력 중 하나는 나이'
    우리의 매력 중 하나는 나이 황선유/ 수필가 좋다. 그대들과 나, 오늘 밤이 그러하다. 이곳 파라다이스 이름까지도 그렇다. 근심 걱정 없는 곳이라니. 구족한 L은 예나 지금이나 우아하다. 명품이 어울린다. 그녀가 명품이다. 오늘 밤만은 까칠한 나조차도 포시럽다. 나는 특별한 날 아이섀도를 칠하곤 하는데 오늘이 그런 날이다. 교장 선생님이었던 J는 둘 사이의 침묵을 어르느라 분주하다. 일부러 생일날에 남편이 선물했다며 목걸이를 자랑한다. 선드러지는 그녀가 오늘따라 돋보인다. 알맞게 깊어가는 이 계절이 좋다. 지금쯤 고향 집 곡간은 가을한 것들로 가뜩할 것이다. 두툼한 스테이크는 가운데가 불그스름하다. 서툴지 않은 칼질이지만 말도 잘 듣는다. 육즙이 입안에 고였다가 흔감하게 목으로 넘어간다. 에스프레소와 함께 따로 뜨거운 물을 담아내는 바리스타는 잘생기고 상냥했다. 뜨거우니 조심하세요. 건너편 테이블에 젊은 부부와 어린 딸 둘이 있다. 서너 살쯤 되었을까. 자꾸 눈이 간다. 나도 이제 할머니가 되었다. 록사가 저만큼 크면 이곳에 데리고 와야지. 그 아이는 정말 사랑스러울 것이다. 생각만으로도 훔훔해진다. 창밖으로 해운대의 밤바다가 얼비친다. 유리창이 대형 그림 액자 같다. 가끔 그러하듯이 거실 한쪽 벽에 복제품이 아닌 삼십 호쯤 되는 진짜 그림을 거는 상상을 한다. 화가의 아내인 최영애 수필가는 우리 아파트의 한 입주민이 남편 그림을 소장하고 있다 했다. 그림값이 상당할 것이다. 잠시 J가 자리를 비운 사이 L이 먼저 말을 건넨다. “마치 어제 만난 것처럼 편안하군요.” 오늘 밤을 위해 먼저 손을 내민 쪽도 그녀였다. 듬쑥함으로 줄을 세우자면 그녀는 내 앞줄 그 앞줄의 앞줄에 있다. “지난날들이 그리웠어요.” 나는 그녀의 눈을 보며 말해놓고는 좀 머쓱했다. 심중의 말인 것을 몰라준다 해도 괜찮다. 둘이 말을 잃어버린 것처럼 침묵하다가 이렇게 다시 말을 찾아서 잇는 것은 맡겨진 생이 서로 잠깐 아렸던 탓이다. 사연이 무엇이었든 매몰찬 생 하나가 던진 돌팔매에 야무지게 맞은 까닭이다. 눈곱만큼도 그간의 소원함을 내색하지 않는 것은 못내 서로 그리웠던 때문이다. 그 모든 이유 앞에 비겁하지 않은 나이가 고맙다. 햇수로 꼽자니 다섯 해가 지났다. 다섯 해 그전까지 우리는 같은 교회에 다녔다. 함께 예배하고 기도하며 봉사의 기쁨을 공유하고 장차의 소망을 나누었다. 일상의 우선순위는 바르고 단정하며 영성은 충만했다. 그러던 그해였다. 교회의 느닷없는 소용돌이에 마구 휘둘렸던 날들. 무성한 말들. 무정한 말들. 우리 사이에 빙열이 생겼다. 걷잡을 수 없이 번진 빙열은 기어이 모든 관계를 조각내었다. L이 교회를 떠났다. 남아있는 나는 오랫동안 시도 때도 없이 도지는 어지럼증을 앓았다. J와도 소원해졌다. 습관이던 우선순위는 비꾸러지고 교회를 위한 열정은 매가리를 잃었다. 떠나고 싶었으나 떠날 수가 없었다. 나에게는 한 번 교회를 떠나온 경험이 있다. 작은 교회였다. 목사님은 군주처럼 지엄했고 성도들은 어질었다. 한 성도가 담임목사의 눈에 났다. 영성은 두었으나 품격은 버렸는지 담임목사는 공회에서 대놓고 그를 험담했다. “박사? 내가 파리 뒷달가지를 연구하는 박사를 아는데 평생 파리 뒷달가지만 붙들고 살아서 아는 기라고는 파리 뒷달가지 뿐이라요.” 웅성웅성 성도들이 그에게 물었다. “혹시 곤충 연구하세요?” 속이 너그럽지 못한 나는 파리 뒷다리에 멀미를 했다. 그렇게 그 교회를 떠나왔다. 다섯 해 전에 떠난 L은 터 좋은 곳에다 전원교회를 개척했다. 봄이 되면 어깨에 얹힌 벚꽃잎을 털며 예배당으로 들어가고, 예배가 끝나고 이번에는 머리에 벚꽃비를 맞으며 집으로 간다고 한다. 오늘 밤 뚝 분질러진 채 그대로인 우리의 시간을 이어붙인다. 불편하고 스산했던 그간의 궤적들을 살푼 지르밟는다. 가을 국화를 뜯어 흩뿌린 듯 은행잎이 떨어져 가만 앉은 듯 한벌 시간의 이음매를 노랗게 덮는다. 문득 메릴스트립 주연의 영화 《사랑은 너무 복잡해》의 대사 하나가 떠올랐다. 당신의 매력 중 하나는 나이예요. 그래, 오늘 밤에는 나이까지 좋다. 우리에게 또 하나 매력이 늘었다. ▼자발적, 원고료로 응원해 주세요! *예금주 : 대한기자신문 계좌 : 우체국 110-0053-16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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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7-13
  • 황선유 수필가, 현대수필가100인선Ⅱ '우리의 매력 중 하나는 나이' 펴내
    [대한기자신문] 수필과비평작가회의 부산지부장을 맡고 있는 황선유 수필가가 7월 10일 수필과비평사와 좋은 수필사 간행 수필선집 <우리의 매력 중 하나는 나이>를 펴냈다. 수필과비평 좋은 수필 발행인 서정환은 ‘책머리에’ 글에서, ‘시대적 추세에 힘입어 수많은 수필전문지 수필동인지가 창간되고, 이에 비례하여 신진 수필가도 날로 늘어나다 보니 이제는 그 많은 작가, 그 많은 작품 중에서 문학성이 높은 작품을 가려 읽는 일이 쉽지 않게 되었다. 이런 현상은 작가에게나 독자에게나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더 나아가서는 수필을 연구하는 후세들에게도 큰 부담이 될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출판인도 마땅히 한몫을 감당해야 한다는 평소의 소신에 따라, 본사가 기꺼이 그 역할을 맡기도 했다. 그 첫 번째 사업으로 시대를 대표할 만한 수필가 100인을 선정하고 작가가 자선한 40편 내외의 작품을 수록한 문고판을 발간하여 이를 널리 보급함으로써 그 소임을 다하고자 한다’라고 썼다. 총4부로 구성된 수필집은 36편의 수필이 실려 있다. 제1부 쑥을 캔다는 것에는 ‘무렴한 글’ 외 8편, 제2부 ‘거기에 네가 있었다’에는 ‘은은한 것들의 습작’ 외 8편, 제3부 ‘우리의 매력 중 하나는 나이’에는 ‘들깨짬뽕을 먹는 시간’ 외 8편, 제4부 ‘남아있는 나날’에는 ‘함때 장미였던’ 외 8편의 수필이 실려 있다. 작가연보에 의하면, 황선유 작가는 1956년 경남 하동 출생, 간호사, 대학강사, 간호학원장이다. 진주여고, 고신대학교 간호학과 동 대학원 졸업, 2008년 유병근 문하에 수필 입문 후 문단 활동, 드레문학회, 일신문학회, 부산문인협회, 부산수필문인협회, 수필과비평작가회의에 몸담고 있고, 2011년 수필과 비평 등단, 수필집 <전잎을 다듬다> <은은한 것들의 습작>, <몌별>, <수비토의 언어> 등이 있다. 2012년 드레문학회 회장, 부산문인협회 이사, 수필과비평작가회의 부산지부장, 드레문학회 동인지 에스프리드레 편집장, 부산수필문인협회 계간지 부산수필문예 편집장, 2020년 제15회 황의순문학상, 제13회 부산수필가문학상 대상 수상, 2025년 현대수필가100인선Ⅱ 수필선집 <우리의 매력 중 하나는 나이>를 발간하였다. ▼자발적, 원고료로 응원해 주세요! *예금주 : 대한기자신문 계좌 : 우체국 110-0053-16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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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7-12
  • [대한기자신문] 문학평론가 최혜영 박사, 제2대 한국본격수필비평가협회 회장 선임, "수필비평의 본격화 신호탄"
    [대한기자신문] 최혜영 박사가 한국본격수필비평가협회 제2대 회장에 선임됐다. 한국본격수필비평가협회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수필비평가들만으로 조직된 수필비평가 단체로 대한민국 수필학 대한명인 권대근 교수의 주도로 창립되었다. 본격수필비평가협회의 발족과 송명화 박사의 회장 취임, 협회지 <오늘의 수필비평> 발간은 수필비평이 빈핍한 한국 수필문단에 신선한 충격을 몰고 왔다. 국내 젊은 수필비평가들이 참여하는 수필 전문 비평가 단체인 한국본격비평가협회의 제2대 최혜영 회장은 수필비평의 건전한 생태계 조성과 제도 개선을 이끌 예정이다. 한국본격수필비평가협회 초대 회장인 송명화 박사는 2012년 11월 24일 연간지인 <오늘의 수필비평> 창간호를 발간하고, 11월 26일 부산일보사 대강당에서 출판기념회를 개최하였고, 연간지에는 14명의 평론가가 필진으로 참여하였다. 지금까지 <오늘의 수필비평>을 3집까지 발간하였다. 새로 선임된 최혜영 제2대 회장은 유네스코부산 선정 우수잡지 에세이문예 계간 수필평을 집필해왔으며, 이번 회장 선임으로 협회 운영을 총괄하게 됐다. 그동안 한국본격수필비평가협회(회장 송명화)는 에세이문예 부설 문예대학 문학평론반 육성을 통해 참신한 수필비평가 발굴에 주력해왔다. 최 회장은 엄정한 수필비평가로 평가받는다. 협회 회장직을 계기로, 책임 있는 수필비평의 생태계 조성에 앞장설 계획이다. 협회는 최 회장 체제 아래 <오늘의 수필비평> 제4집 발간을 기획하고, 수필비평 교육 및 인재 양성 등 다양한 사업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문학평론가 최 회장은 “미래문학인 수필을 위해 협회를 이끌게 된 것을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수필비평의 활성화를 도모하고, 수필비평의 질 개선에도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권대근 지도교수는 “우리나라 전문 수필비평가 단체가 새 회장을 중심으로 뭉쳐 우리 수필을 본격화하는 데 크게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하면서 최 회장의 회장 선임을 축하한다”고 밝혔다. 최혜영 회장은 문학평론가, 철학박사로 에세이문예 문학평론으로 등단했다. 부산수필문학협회 편집장 역임, 현재는 에세이문예 편집2부장, 국제pen한국본부 부산지역위원회 사무국장을 거쳐 현재는 감사로 있다. 한국본격수필비평가협회 회장, 한국본격문학가협회 부회장, 대신대학원대학교 연구교수 역임, 한국에세이평론상 수상, 계간 에세이문예 수필 계간평을 대표집필하면서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자발적, 원고료로 응원해 주세요! *예금주 : 대한기자신문 *계좌 : 우체국 110-0053-16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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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7-08
  • [대한기자신문] 이 한 편의 수필, 강상선의 '오늘'
    오늘 강상선/ 수필가, 새생명교회 담임목사 어둠이 서서히 걷어지고 새날이 밝아오고 있다. 오늘이 다가오고 있는 모습이다. 밤새 외롭게 어둠을 밝힌 가로등의 불이 꺼지고, 이름 모를 새들의 합창 소리와 멀리서 목청껏 외치는 닭 울음소리가 새벽을 알린다. 그윽한 밤꽃 향으로 물든 새벽공기의 신선함이 가슴속까지 깨끗이 씻기어, 긴 한숨 걷어내고 힘차게 요동치며 날개 짓하듯, 잠자는 영혼을 깨우고 오늘이 시작되는구나. 뻐꾸기 울음도 개구리의 울음도 생명의 소리가 다채롭게 들려옴을 느끼는 새 아침이다. 새들의 합창 소리도 이제 서서히 막을 내리며, 농부들의 발걸음이 하나둘 움직이며 동녘의 아침이 밝아온다. 긴 진통을 겪고 한 생명이 태어나듯 이 하루의 시작도, 생명이 잉태되듯 시작됨을 느끼는 하루이다. 오늘은 선물이다. 오늘을 선물 받은 이 하루는 분명히 선물이다. 누구나 주어진 하루이지만 나에게 특별한 오늘을 음미하며,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인간만이 누리는 것이 아니라는 깊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동물의 울음소리, 식물의 움직임, 곤충의 날개 짓하는 것을 대수롭게 여겨 함부로 잡아 없애는 어처구니없는 검은 손길에 아픔을 느끼기도 하였다. 생존 세계는 모두가 어우러져 살아가야 함을 알게 되었고, 진통을 겪으며 시작되는 하루가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의 품속 같은 쉼을 통해 치유가 일어나고, 거부할 수 없는 힘이 작동함으로 오늘이 시작됨에 오늘은 분명히 선물이다. 오늘도 우리는 86,400원을 선물 받았다. 이 돈은 오늘 쓰지 않으면 없어지고 마는 것이다. 하루는 24시간, 1시간은 60분, 1분은 60초 = 86,400초다. Time is Gold. 시간은 돈이다. 86,400원은 우리 통장에 매일 들어오고 있다. 이 황금과 같은 시간을 나는 어떻게 쓰고 있나? 오늘이라는 ‘선물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구나’ 영원히 숙면에 들어가는 자도 있으련만, 다시금 오늘을 선물 받는 이도 있으매, 특별한 날을 선물 받은 나는 두 손 모아 감사하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 내 인생의 시계를 돌려보면 그래도 구김살 없이 살아올 수 있었던 것은, 부모님의 슬하에 있었을 때가 아닌가 싶다. 함박웃음을 지으며 손가락으로 얼굴을 가리며 웃어대던 시절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시절은 역시 세라복을 입고 가방을 든 모습이었다. 아침 일찍 어머니의 밥상을 받으며 기차 통학하던 옛날이 생각이 난다. 여고 시절 진주에서 마산까지 운행되던 차 안에는 학생들로 가득 차 있었고, 멀리서 먼저 타고 오던 친구가 자리를 잡아 주면 그나마 좌석에 앉을 수가 있었다. 이러나 저러나 그 비좁은 기차 안에서 공부하던 모습은 지금도 아련한 추억으로 웃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내 인생의 황금기라 할 수 있었던 여고 시절의 아름다움을 연상하면 ‘학생회장이라는 이름표’를 달았던 것이었다. 총각 선생님이 허용되지 않았던 엄한 카톨릭 학교 성지여자고등학교, 박정희 교장 수녀님의 엄격한 훈시는, 우리의 마음은 ‘정직과 성실과 예의를 지키며 부지런히 일하여 서로 도우며 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몸에 배도록 들어온 훈시는 습관이 되었고, 인생의 지침서가 되어 지금껏 잘 살아왔음에 늘 감사를 드린다. 나의 청년 시절은, 1 킬로미트의 먼 길을 달려 새벽기도로부터 시작이 되었다. 문서선교를 통해 하나님을 만나게 되었고, 동네 아주머니를 찾아가 교회로 좀 인도해 달라고 해서 나의 신앙생활은 시작되었다. 그 후로 새벽이면 먼 길을 달려 교회로 나가니 장로님 부부의 칭찬을 잊을 수가 없다 ‘믿지 않는 가정에서 청년이 잠이 많을 텐데’ 하고 등을 쓰다듬어주시는, 그 칭찬이 날마다 새벽기도를 하게 만들어 주셨고, 나를 여기까지 오게 한 ‘승리의 방망이’라 생각하게 된다. 바쁘게 움직이는 현대인의 아침은 서둘러 지하철에 몸을 맡긴다. 핸드폰 귀에 대고 출근하는 모습은 그 옛날의 모습과 진배없으나, 나름대로 빛나는 인생을 위해서 살아가고 있음은 틀림이 없어 보인다. 열심히 한 만큼 댓가가 주어짐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대견스럽고 박수를 보내고 싶다. 남에게 의지하지 않는 우뚝 선 모습이 값진 인생임을 말해주듯, 오늘이 선물임에 감사할 줄 아는 모습이 고맙게만 느껴진다. 아직도 늦잠을 자고 있을 즈음에 쇠망치 소리가 들려온다. 새벽을 깨워 도시락 챙겨 들고 공사판에서 막노동하는 근로자의 부지런함은 가족들을 향한 사랑의 마음일 것이다. 모진 고통을 이겨가며 오직 내 자녀만큼은 호강시키기 위한 거룩한 마음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오늘을 견디며 곳곳마다 아름다움을 장식하는 공공근로자의 손길은 많은 사람들이 안심 놓고 도심 속에서도 자연을 만끽하며 즐겁게 쉼을 얻을 수 있게 하는 거룩한 몸부림일 것이다. 오늘은 단지 해가 뜨고 해가 지고, 다음 날이 오듯이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님을 실감하며, 오늘은 선물이구나 하나님이 주시는 선물. 복된 날이구나 깨닫게 된다. 생명의 시작을 알리는 피조물의 몸부림을 느끼며, 오늘을 잘 살아, 뒤돌아보는 오늘에 잘살아왔노라, 고백하며 승리의 바톤을 물려주기를 소망하며 조용히 눈을 감고 상념에 잠긴다. 내가 힘쓴다고 받는 선물이 아닌, 위로부터 내려오는 선물은 분명 생명이어라! ▼약력 마산 성지여자고등학교 졸업 부산장신대학교 신학과 졸업 부산장신대학교 신대원 졸업 부산장신대학교 목회대학원 졸업. 신학석사 미국 코헨대학교 신학대학원 박사과정 중 영남총회신학교 교수 역임 현 새생명교회 담임목사 ▼자발적, 원고료로 응원해 주세요! *예금주 : 대한기자신문 *계좌 : 우체국 110-0053-16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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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7-07
  • [대한기자신문] 김봉구 교수의 열정 인생사, 수필 '커피 한 잔의 시간'
    커피 한 잔의 시간 김봉구/수필가, 고려대 명예교수 나는 명상을 떠 올린다. 조용히 앉아서 깊은 생각에 젖어있는 모습이 좋게 보인다. 정신을 맑게 하고 독서 할 때 개념 파악을 쉽게 해준다. 글을 쓸 때도 생각과 상상의 세계를 활용하면 두뇌로부터 많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전달받을 수도 있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깨달음을 통해 ‘내가 누구인가’인가의 자아를 파악할 수 있다. 마음속에 텅 비어 있으며 신비스러운 앎의 자리를 알아내고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명상을 통하여 그 자리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수필을 쓰는 과정은 수필 제목을 찾는 일이 가장 어렵다. 주제가 선정되면 의미가 무엇인지를 알아내고 구성을 생각해본다. 그다음 적절한 날에 스타벅스에 가서 따뜻한 커피 한잔을 앞에 놓고 가벼운 마음으로 자리에 앉는다. 그런 후 집중하면서 몰두하는 단계에 들어간다. 그러면 몸도 머리도 무엇을 쓸지를 잘 협조해 주는 것 같다.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 것을 느낄 즈음에는 거의 초안이 마련된다. A-4용지를 두 번 접으면 4면이 된다. 양쪽 면을 합하면 8면이 된다. 한 면에 쓴 내용이 한 패러그래프 이다. 초안이 완성된 다음 도입부와 결론부를 생각해서 완성하면 된다. 초안은 하루 이틀 정도 팽개쳐 둔다. 그다음 날 컴퓨터에 올린다. 두세 번 수정을 거친다. 이런 루틴을 만들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집에 조용한 책상을 두고도 독특한 습관을 만드는 것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다. 나의 등단수필은 허들넘기였다. 사람은 일평생 같은 문장을 두 번 쓰지 않는다고 시작했다. 문장을 만드는 일은 많은 생각을 거쳐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논문을 배우지 않은 나는 처음 대학원 논문 초안을 미국 박사후보생에게 읽어달라고 맡겼더니 결과는 참혹했다. 모든 페이지가 붉은색으로 그어져 있었다. 쓰레기통에 모두 버렸다. 그다음 날부터 책상 위에는 흰 종이와 펜만 남겨둔 상태에서 생각과 상상으로 시간을 보냈다. 머릿속으로 문장을 수도 없이 만들어 본다. 동사도 바꿔보고 절을 만들기도 하고 삽입구를 넣어보기도 하면서 문장 만들기에 온갖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머릿속에서 어느 정도 문장이 완성됐다는 판단이 서면 종이에 옮겨놓는다. 처음에는 하루에 문장 네다섯 개를 완성하는 데 그쳤다. 한 달이 조금 지나 석사학위 논문이 완성되어 제출했더니 최종 통과가 됐다. 수생반에서 글을 쓰면서 그때 익힌 글쓰기 방법이 유효하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어떻게 하면 수필을 작성할 때 영감이 잘 떠오르게 할 수 있을까. 부담감을 내려놓고 마음을 느슨한 상태로 유지한다. 그러면서 집중하고 몰입하는 마음 자세로 두뇌로부터 영감을 받을 수 있는 준비가 된다. 생각과 상상의 시간을 가지면서 대기한다. 정자동 커피숍에서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잔을 받침대에 올려놓은 채로 들고 2층 한쪽에 자리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쓰고자 하는 수필의 제목이 정해지고 어느 정도 구상이 잡히면 이곳을 찾는다. 의미 있는 시간이다. 훌륭한 한 편의 수필 초안이 한 두 시간 안에 마련된다. 가벼운 마음가짐으로 집중하면서 쓰고자 하는 내용에 몰두하면 뇌가 잘 따라오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몰두하는 습관을 익히면 쓰고자 하는 내용이 슬슬 풀려나오게 된다. 신비스럽다. 내가 배운 글 쓰는 과정에서 삼가야 할 일들이 있다. 쓰고자 하는 내용에 대해서 개요를 먼저 작성해두고 차례로 써 내려가는 것은 자칫 의욕을 불러일으켜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될 우려가 있다. 이와 반대의 경우가 일어날 수도 있다. 마음가짐을 좀 더 편안하게 하면서 글의 주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찾아내고 그 구성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생각을 집중하는 일이 핵심이다. 이 단계에서 나는 잘못을 저지른 경험이 있다.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모두 버리고 논리를 앞세운 문장을 작성하여야 객관성이 입증되면 독자를 설득할 수 있다고 믿어 왔다. 이를 위해서 문장은 가능한 한 짧고 간결하게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개념을 명확히 하기 위해 문장 내용을 ‘요약’하는 습성이 체화되기까지 하였다. 이는 논리적이고 객관성을 높여 독자를 설득하려는 학술논문이나 논설문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 아닐까. 에세이는 이와는 정반대이다. 나의 체험에서 비롯된 생각과 감정을 주관적으로 묘사하여 부드러운 글로 표현하고 있다. 문장의 체계나 흐름에는 어떤 제약도 없다. 글을 통해 독자들과 공감을 이루면 된다. 서정적인 부드러운 표현이 글을 읽는 이들로부터 감동을 일으키기도 한다. 에세이는 문뜩 떠오르는 생각을 그대로 글로 옮겨도 된다. 다만 도입부에 독자 시선을 끌기 위한 표현이나 결론부의 독자들에게 여운을 남기는 글은 예외이다. 이점을 생각하면 객관성을 확립하는 과정에서 간결한 표현을 위해 요약하는 습성은 에세이를 쓸 때는 철저히 배제해야 할 요소이다. 이런 이유로 나의 글이 딱딱하고 객관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제 과감히 떨쳐 버려야 하지 않겠는가. 진정한 수필의 의미는 나 자신을 돌아보는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냥 잊고 지나갈 내용도 다시 반추해 보게 된다. 부드럽고 주관적인 내용을 풀어 쓰면서 독자와 공감하는 에세이를 쓰게 되어 보람이 있다고 생각한다. 에세이를 쓰려고 할 때 두뇌가 컴퓨터처럼 작동해서 글 쓰는 과정을 도와주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집중하는 가운데 몰두하는 시간이 계속되면 펜은 가벼운 움직임을 지속한다. 가끔 한 모금하는 커피의 쓴맛은 상쾌함을 더해준다. 커피 한잔의 시간이 나에게 주는 의미는 하나의 주제에 대한 생각을 몰두하게 해주고 한편의 짧은 스토리 장면을 연상케 해준다는 것이다. 5분간의 숏 스토리 텔링을 생각해본다. 이야기 전체의 윤곽을 잡고 어디에서 강조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스토리 내용을 전개하는 과정도 부드럽고 서정성을 강조하는 묘사에도 신경을 쓴다. 노출되지 않고 잘 감추어진 제목을 설정하고 이야기 첫마디는 청중의 시선을 잡기에 충분한 궁금증을 불러올 수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야기가 진행되다 분위기를 극적으로 전환하는 장면이 절정을 장식한다. 반전 이야기가 끝나면서 독자들에게 감동과 더불어 여운을 남길만한 멘트로 끝맺는다. 짧은 숏 스토리 텔링이 바로 내가 쓰는 한 편의 수필이 아닐까. ▼ 김봉구 교수는 고려대 졸업, 미국 미주리대학교 자원경제학 박사, 계간 에세이문예 신인상 수필로 등단, 한국본격문학가협회 부회장, 고려대 학생처장, 고려대 노동대학원 원장 역임, 수필집 ‘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 발간, 현재 고려대학교 명예교수로 있다. ▼자발적, 원고료로 응원해 주세요! *예금주 : 대한기자신문 *계좌 : 우체국 110-0053-16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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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7-06
  • [대한기자신문] 이 한 편의 수필, 이진형의 '한여름 밤의 꿈'
    한여름 밤의 꿈 이 진 형/ 수필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경사에 더덩실 춤을 추고 싶다. 한세상 살다 보니 오늘 같은 날도 있구나. 로또복권 1등에 당첨된 기분이다. 바로 오늘 K일보에서 신춘문예 현상공모 당선 소식을 전화로 알려 왔다. 가슴이 방망이질을 하는 벅찬 감정을 참지 못하고 아내를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여보! 돈 벌었어! 천만 원이야!” 아내도 감격에 겨운지 눈가에 이슬이 맺힌다. 작년 가을 우연히 K일보 현상공모 기사에서 수필 장르가 있음을 발견하고 한번 도전이나 해보자는 마음으로 원고 두 편을 발송했다. 매년 시행하는 중앙지 현상공모에는 아예 수필 장르가 없기에 단념하고 있었다. 같은 중앙지인 K일보는 올해 창사 80주년을 맞아 특별기획으로 수필을 넣고 상금도 두 배로 인상했다고 한다. 이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응모한 결과 그토록 소망하던 당선의 꿈이 이루어졌다. K일보 문화부 기자가 인터뷰 요청을 해왔다. 평생 처음 우리 집 거실에서 카메라 앞에 기자와 마주 앉으니 쑥스럽기 그지없다. 더욱이 대머리에다 늙은 모습이 부끄러워 촬영만은 극구 사양했지만 조금 젊게 다듬을 테니 일단 찍고 보잔다. 기자가 마이크를 잡고 첫 질문으로 창사 이래 최고령자의 당선이라며 수필을 잘 쓰는 비결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비결은 3다三多입니다. 즉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사多思이지요. 무조건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는 방법 외에 다른 왕도가 없습니다. 누구도 단번에 명작을 쓰지는 못합니다.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조지훈 「승무」 같은 절세의 명작도 수없이 많은 퇴고로 성공한 작품입니다.” 기자의 두 번째 질문은 ‘3다’를 어떻게 실천하고 있느냐고 묻는다. “한국문인협회 평생교육원에서 유명 교수의 강의를 들으며 ‘3다’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매주 수강생이 제출하는 수필 원고를 권대근 교수와 수강생이 합평을 하며 가르치고 배웁니다. 이때 제출하는 수강생 원고는 여러번 ‘3다’ 과정을 거친 작품입니다. 이 작품들을 교수는 전문을 읽어가며 수필의 본령에 맞게 문장 구성과 형상화, 단어 선택, 맞춤법 오류까지 일일이 지적하고 고쳐줍니다. 이런 과정이 더 나은 작품을 쓸 수 있는 매우 효율적인 수업방법이지요. 이 공부반을 ‘수생반隨生班’이라고 부르는데 오직 ‘수필에 전념하며 살자’는 뜻입니다. 매주 만나는 수생반 글벗들 끼리 뒤풀이 모임도 갖고 문학기행도 다니며 즐거운 시간을 함께 합니다.” 이제부터 신춘문예 작가라고 이름이 알려지면 여러 신문사나 문예지에서 원고청탁이 몰려들고 원고료 수입도 짭짤하겠지. 받은 상금으로는 평소 마음먹었던 섬 여행을 떠나련다. 한 달가량 동해 남해 서해에 산재한 여러 섬을 다니며 체험한 특이한 섬 문화를 소재로 다섯 번째 수필집을 내야겠다. 어느새 나는 유명 작가의 반열에 올라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모임에 나가면 수필가로 소개해 주기 바란다. 옛날 직장 퇴직자와 학교 친구들도 만나면 선망의 눈빛이 느껴진다. 하지만 갑자기 굴러들어 온 이 명성을 노쇠한 체력으로 어떻게 감당할지 걱정이 앞선다. 앞으로 나의 글을 읽는 독자들의 반응도 궁금하다. 명성에 어울리는 작품을 계속 발표하지 못하면 독자들 기억 속에 잊힌 이름으로 남게 될까 두렵다. 수십 년간 여러 신문사에서 배출한 수많은 신춘문예 당선자들 중에서 아직도 현역으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는 얼마나 될까. 그 중에서 크게 알려진 유명한 작가는 누구이며 앞으로 나는 어떤 존재로 남을까. 오늘의 영광이 있기까지 지난 10년을 되돌아본다. 수필 문단에 입문하면서 유일한 꿈은 신춘문예 당선이었다. 꿈만은 야무지게 품고 글쓰기에 정성을 쏟았지만 총명한 기운이 넘치던 젊은 시절에는 직장 일에만 골몰하다가 뒤늦게 글쓰기를 시작한 실력으로는 성공하기가 어려움을 이미 예감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꿈을 향한 도전만은 멈출 수 없어 수필 장르가 있는 중앙경제지에 몇 차례 응모했으나 번번이 예심에도 들지 못했다. 소크라테스의 명언대로 “너 자신을 알라”는 충고를 귓전으로 흘려버린 결과다. 그 후에도 어느 신문이든 신춘문예 모집 광고에 수필 장르만 보이면 눈독을 들였다. 굳이 신춘문예에 매달리는 것은 문학 국가고시라 할 만큼 작가 지망생의 확실한 등용문이기에 당당히 실력을 인정받고 싶어서다. 여러 문학 단체에 수 많은 문인들이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신춘문예 당선 문인은 가뭄에 콩 나듯 적은 숫자다. 거금의 상금도 응모의 동기를 부채질한다. 매년 정초에 발표하는 여러 중앙지 신춘문예 당선작을 꼼꼼히 읽고 나의 글과 무엇이 다른지 비교해 보았다. 심사평 요지는 문학적 탁월성, 독자를 향한 감응력, 문체의 독창성을 기준으로 이에 부합하는 작품을 뽑았다고 한다. 이처럼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할 수 있는 실력도 모자라면서 무턱대고 당선을 넘보는 것은 과욕이라 생각되어 몇 년간 응모를 멈췄다. 당선 기준이 아직은 나에게는 오르지 못할 나무였다. 그 기준에 근접하는 작품을 쓸 수 있을 때까지 수생반에서 열심히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를 막 지난 여름밤은 짧기도 하다. 늦잠을 자면서 신춘문예 드라마가 꿈속에서 펼쳐지는 것을 현실로 착각하고 즐기고 있었다. 아내가 깨우는 바람에 눈을 번쩍 떠보니 아니 이게 웬일인가. 현실이 아니고 꿈이 었구나. 당선의 기쁨이 한바탕 꿈으로 끝나버렸네. 잠시나마 행복감에 도취되었던 그 순간이 긴 여운으로 남는다. 그러면 그렇지. 신춘문예 당선이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한여름 밤의 꿈 이야기가 나를 더욱 슬프게 만든다. ▼ 국립체신대학 통신행정과 졸업, 체신부, kt 36년 재직, 여수, 고양, 의정부, 부천전화국장, kt전화사업국장, 2015년 문학저널 수필 등단, 한국문협, 은평문인회, 국제pen한국본부, 수필문학, 문학저널, 표암문학 회원, 한국문인협회 평생교육원 수생반 회원, 창작문학상, 작가상, 표암문학상, 은평문학상 수상, 수필집 ‘아름다운 도전’, ‘기다리는 마음’, ‘격정의 시간’, ‘나를 붇잡아 주세요’ ▼자발적, 원고료로 응원해 주세요! *예금주 : 대한기자신문 *계좌 : 우체국 110-0053-16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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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7-06
  • [대한기자신문] 이 한편의 수필, 고수부 수필가의 '어둠을 건너는 빛처럼'
    어둠을 건너는 빛처럼 고수부/ 수필가 문득 다시는 글을 쓰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8월 중순 갑작스러운 허리 통증으로 한 발짝도 걸을 수 없게 되어 그동안 준비하고 있던 수필집 집필을 중단했다. 이제 나의 글쓰기가 여기서 끝나는구나 하는 절망 속에서 마지막으로 기도를 드렸다. ‘주님, 수필을 좀 더 쓰고 싶습니다. 글을 쓸 수 있도록 살려주세요. 간절한 기도가 이루어졌는지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고 건강을 회복하여 이렇게 수필을 쓸 기회를 얻은 것에 대해 하나님께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분당제생병원 58병동 4인실에 처음 입원했을 때 산뜻하게 정돈된 침대 4개와 각각 관물함, 미니 냉장고가 갖추어진 모습은 병원이라기보다 마치 군대 내무반 같은 느낌을 주었다. 군 생활을 하면서 전후방을 오가며 자주 전출을 다녔기에 새로운 부대에 도착해 장교숙소에 짐을 풀고 가족과 헤어졌던 막막한 감정이 떠올랐다. 수술을 이틀 앞두고 긴장한 마음으로 간호원의 안내를 받아 입원실에 들어섰다. 간단한 신체검사를 거친 뒤 4인실로 안내를 했고 담당 간호사는 내 짐을 차곡차곡 관물함에 정리해주었다. 잔뜩 긴장한 나에게 가장 먼저 말을 걸어준 이는 휠체어를 탄 한 환자였다. 나보다 먼저 입원한 그는 자연스럽게 선배가 되었고 어디서든 먼저 온 자가 선배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그는 오른쪽 다리가 절반밖에 남지 않은 상태였다. 당뇨로 인해 절단했다고 한다. 당뇨 환자가 심할 경우 다리를 절단하기도 한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 있지만 실제로 마주하니 섬뜩함이 몰려왔다. 수술을 마치고 헛소리를 하며 진통을 견디던 내 곁에서 그는 ‘하루 이틀만 견디면 점점 좋아진다’라며 진심 어린 위로를 건네주기도 했다. 덕분에 수술 후 2주가 지나 퇴원할 수가 있었다. 분당제생병원에서 퇴원한 뒤 곧바로 집에 가기에는 불편할 것 같아 며칠간 대치동의 재활병원에 다시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이곳도 4인실이었지만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내 앞 병상에는 척추수술이 잘못되어 하반신을 움직일 수 없는 환자가 있었고 그는 24시간 간병인의 도움을 받아 식사하고 대소변을 해결했다. 평생 누워 지내야 하는 그의 모습은 처음 접하는 광경이었다. 수술이란 것이 잘못하면 그토록 무서운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했다. 수많은 사람이 매일 같이 수술대에 오른다. 어떤 이는 호전되어 일상으로 복귀하지만 어떤 이는 이렇게 비극적인 결과를 안고 살아간다. 수술실에 들어가던 날 전신마취 직전의 서늘한 수술실 분위기는 섬뜩했다. 여든을 넘긴 나이에 혹시라도 휠체어 신세가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엄습했지만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수술하기 위해 병원에 입원하기 얼마 전이다. 수술을 앞두고 불안한 마음으로 아파트 벤치에 앉아 있었는데 한 중년 여성이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다가 나를 보고 말했다. “혹시 고수부 님 아니세요” “네 그런데 어떻게 제 이름을 아시죠” “수필집을 읽었습니다. 글을 참 잘 쓰셨어요” 깜짝 놀랐다. 준 적도 없는데 내 책을 읽었다니 “다음 수필집도 교보문고에서 구입할 수 있을까요”라고 묻기에 집으로 돌아와 수필집 두 권을 챙겨 드렸다. 며칠 뒤 고급 과일 한 상자가 곱게 포장되어 우리집 아파트 경비실에 도착했다. 주소를 몰라 감사 인사도 제대로 전하지 못했다. 재작년에는 남산타운아파트 헬스장에서 처음 본 PT 담당자가 제2집 『진주반지』를 읽었다고 했고 얼마 전 새로 부임한 아파트 경비 아저씨가 나를 알아보고는 “고수부 작가 아닙니까”라고 물으며 역시 수필집을 잘 읽었다고 말했다. 글을 열심히 써서 출간하면 직접 건네지 않아도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읽히고 있다는 사실을 그들을 통해 알게 되었다. 내 친구들은 대부분 골프를 즐긴다. 푸르고 광활한 잔디밭 위에서 멋진 유니폼에 하얀 모자를 쓰고 골프채를 휘두르는 그들의 모습은 실로 환상적이다. 반면에 나는 비좁은 아파트 서재에서 컴퓨터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지나간 추억을 더듬으며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 줄 한 줄 써 내려간다. 그야말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가‘ 쓴 『몰입의 즐거움』 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이다. 내가 수필을 쓰게 된 동기는 정년퇴직 후 남은 세월을 무의미하게 보내고 싶지 않아서였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며 그 결과물로 수필집을 펴내는 일이 제2의 인생을 보람 있게 만드는 길이라 여겼다. 또 적지 않은 독자들과의 교감을 통해 받은 피드백은 내 건강과 삶의 활력에도 큰 도움이 되었고 노후를 더욱 풍요롭게 해주었다. 이러한 나의 소박한 꿈이 한순간에 무너질 뻔했다. 하지만 위기 속에서 건강을 회복하고 이렇게 다시 글을 쓸 수 있게 된 지금 나는 깊이 감사한다. 어둠을 건너는 빛처럼 여든의 나이에 ’위태로운 수술’이라는 어둠의 터널을 지나온 나는 이제 인생의 제2막을 새롭게 열어간다. 그리고 이 글쓰기는 앞으로도 한 줄 한 줄 빛을 품으며 멈춤 없이 계속될 것이다. ▼고수부 약력 ROTC 3기로 월남 맹호부대 참전했으며, 고려대와 동국대 대학원, 육군대학을 졸업하고 국방부 관리정보실에서 육군 중령으로 예편했다. 2003년 순수문학 신인상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평생교육원 수생반 회원, 순수문학 우수상, 2004년 전쟁문학상, 제20회 순수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자발적, 원고료로 응원해 주세요! *예금주 : 대한기자신문 *계좌 : 우체국 110-0053-16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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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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