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동아시아 문화네트워크, 한국과 중국 관계의 새로운 심층 기제
[대한기자신문 이창호 대표칼럼니스트] 과거의 동아시아 질서가 지정학적 위치와 경제적 실익이라는 이분법적 틀로 재단되었다면, 21세기의 한중 관계는 그보다 훨씬 복잡하고 미세한 '혈관'들로 연결되어 있다.
그 혈관의 핵심은 바로 문화(Culture)다. 문화는 이제 단순한 향유의 대상을 넘어 국가 경쟁력의 본질이자, 외교적 파고를 넘어서는 최후의 보루로서 기능하고 있다.
● 역사적 공유성과 현대적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
한중 양국은 유교적 가치체계와 문자, 예술적 미학을 공유해온 '문화 공동체'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과거의 유산이 아니다. 오늘날 K-콘텐츠의 글로벌 약진과 중국 문화 산업의 거대화는 이 역사적 토대 위에서 서로의 코드를 읽어내는 '상호 재해석' 과정을 통해 폭발력을 얻는다.
디지털 플랫폼의 확장은 이러한 교류를 일방향적 전파에서 다층적 상호작용으로 전환시켰다.
한국의 창의적 기획력과 중국의 압도적인 자본 및 인프라는 서로를 필요로 하는 '상호의존성(Interdependence)'의 네트워크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이는 비대칭적 종속이 아닌, 공존을 위한 전략적 연합으로 보아야 마땅하다.
● 외교적 완충지대로서의 문화 생태계
최근 몇 년간 한중 관계가 외교적 긴장과 정책적 가변성이라는 시험대에 올랐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냉기 속에서도 민간 차원의 문화적 갈구와 교류는 끊임없이 우회로를 찾아냈다는 사실이다.
문화는 직접적인 이해 충돌이 발생하는 정치 영역과 달리, 감정적 공감과 상호 이해를 축적하는 완충지대 역할을 수행한다.
네트워크의 밀도가 높아질수록 정치적 기류가 관계의 전체를 흔들기 어려워진다.
즉, 도시 간 교류, 청년 창작자들의 협업, 학술적 연대 등 다층적인 복합 생태계가 공고해질 때 비로소 관계의 안정성이 담보되는 것이다.
● 지속 가능성을 위한 제도적 설계: 미래 100년의 자산
우리는 이제 '문화 외교'를 이벤트성 행사가 아닌 '전략적 자산'으로 관리해야 한다.
이를 위해 본 이창호 한중교류촉진위원회 위원장은 다음과 같은 제도적 보완을 강조한다.
▪︎공동 제작 및 펀드 시스템의 상설화, 일회성 프로젝트를 넘어선 안정적인 산업적 기반 구축
▪︎청년 인재 교류의 제도적 정착, 미래 세대의 문화적 유대감을 강화하는 인적 네트워크 강화
▪︎문화적 다양성 존중의 원칙, 자국 중심주의를 탈피하고 동아시아 전체의 가치를 키우는 '문화적 포용력' 확산
● 관계의 심층을 지탱하는 힘
한중 관계의 미래는 이제 경제적 수치나 국가적 지표만으로는 설명될 수 없다.
동아시아 문화네트워크 속에서 우리가 확인해야 할 것은 '서로가 서로의 발전에 필수적인 동반자 파트너'라는 구조적 자각이다.
문화는 부수적인 장식품이 아니라, 한중 관계의 심층을 지탱하는 가장 강력한 뿌리다.
상호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이 문화적 토양을 비옥하게 가꿀 때, 한중 양국은 갈등의 파도를 넘어 공영의 시대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 글/사진: 이창호(李昌虎) 한중교류촉진위원회 위원장 겸 국제다자외교평의회 대표(의장), 한중기자연맹 회장, 중국 곡부사범대학 겸직교수, 위해직업대학 객좌교수, 허베이미술대학 명예/종신교수, Marquis Who’s Who 등재 저자, 《새 시대를 이끄는 시진핑과 한중관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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